파란만장 미 대선, 세계가 주목하는 새 출발

지난달 7일 조 바이든 후보가 제46대 대통령으로 당선 확정되며 미국 대선은 긴 여정의 마침표를 찍었다. 역대 최고의 투표율을 기록하기도 한 이번 대선에서는 특히나 많은 이변이 속출했다. 대선 진행 과정과 바이든의 당선이 한국과의 관계를 비롯한 세계정세에 가져오게 될 변화를 The HOANS에서 알아봤다.

 

역대 가장 혼란스러운 양상을 보였던 제46대 미국 대선의 최종 승자는 조 바이든 후보로 결정됐다. 바이든은 1972년부터 2008년까지 델라웨어 주 상원 의원을 지냈고 2008년 버락 오바마 행정부의 부통령을 역임했다. 그의 정치 경력 50년을 돌아봤을 때, 인권 문제를 중시하고 동성애 결혼 합법화에 앞장서는 등 전체적으로 중도 좌파의 성향이 두드러진다. 이로 미뤄볼 때 바이든은 대부분의 분야에서 공화당인 트럼프 행정부의 행보와는 정반대의 정책을 펼 것으로 보인다. 그는 지난달 24일 외교안보팀 지명자 인선을 소개하는 자리에서 “미국은 테이블 상석에 앉아 우리의 적과 마주하고 동맹을 거부하지 않으며 가치를 수호할 준비를 하겠다”며 다자주의의 새로운 시대로 다시 진입하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난장판이 돼 버린 토론회

 

지난 9월 29일에 진행된 바이든과 트럼프의 첫 토론회에서는 양 후보 간 난타전이 벌어졌다. ▲코로나19 ▲개인 이력 ▲연방 대법원 ▲경제 ▲인종과 폭력 ▲선거의 완전성 총 6개의 토론 주제를 다루는 과정에서 두 후보는 바이든 아들의 행실 논란과 트럼프의 탈세 논란에 대한 발언을 주고받았고 서로에 대한 인신공격이 난무했다. 각 후보의 공약을 비판할 때도 서로 거짓이거나 과장된 통계를 제시했다는 사실이 미 주요 언론의 검증을 통해 드러나기도 했다. 혼란스럽던 1차 토론회가 끝나자 전 세계에서 “미국의 민주주의가 무너지고 있다”는 비판이 쏟아졌다. 이에 미 대선토론위원회는 다음 토론회부터 후보자의 발언 시작 후 2분간 상대 후보의 마이크를 끄는 방식을 도입하기로 했다. 그러나 10월 15일로 예정됐던 2차 토론회는 트럼프가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으면서 무산됐고, 음소거 시스템이 도입된 3차 토론회는 역대 가장 높은 참여율을 보인 사전 투표가 종료된 후 이뤄졌기 때문에 선거 결과에 큰 영향을 끼치지 못했을 것이라고 분석된다.

두 차례의 토론회 이후 여론조사에서는 전반적으로 바이든이 더 높게 평가된 모습을 보였다. 1차 토론회 직후 미국 CNN 방송에서 실시한 시청자 여론조사 결과 TV토론의 승자로 바이든과 트럼프를 선택한 시청자는 각각 60%와 28%였다. 마지막 TV토론 이후 진행된 CNN의 여론조사에서는 응답자의 53%가 바이든을, 39%가 트럼프를 토론의 승자로 꼽아 1차 토론 직후보다 격차가 줄어들었다. 트럼프가 비교적 차분하게 3차 토론회에 임한 것과 선거를 앞둔 보수 세력의 결집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미 대선, 어떻게 치러졌나

 

모든 개인이 직접 투표권을 행사하는 한국과 달리, 미 대선은 국민이 각 주에서 특정 후보를 지지할 것을 약속하는 선거인단을 선출하고 그 선거인단이 대통령·부통령 후보에게 2차 투표를 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선거인단 배분 방식은 주에서 결정하며 메인 주와 네브래스카 주를 제외한 모든 주는 가장 많은 표를 얻은 후보에게 그 주의 선거인단을 모두 몰아주는 ‘승자독식제’를 채택하고 있다. 지지성향이 민주당과 공화당 중 어느 한쪽으로 기울어지지 않는 ▲노스캐롤라이나 ▲미시간 ▲애리조나 ▲위스콘신 ▲펜실베이니아 ▲플로리다는 최대 경합주로 주된 접전 지역이다. 선거인단의 수는 주가 가진 상원 의석과 하원 의석의 합으로 결정되며, 과반수를 확보하는 후보가 없을 경우 최상위 득표자 2명에 대한 각 주의 하원의원 투표 결과로 결정된다.

지난달 3일에 실시된 제46대 대선 투표는 투표율이 사상 최고인 67%를 기록함과 더불어 코로나19의 영향으로 조기투표나 우편투표로 참여한 유권자의 수가 1억 명을 넘었기 때문에 개표에 13일이라는 긴 시간이 소요됐다. 투표일 직후에는 두 후보 간에 접전이 벌어졌다. 선거 이튿날 트럼프 대통령은 경합주 개표 상황이 유리한 시점에 기자회견을 열어 개표 중이었던 미시간, 위스콘신, 펜실베이니아에서의 승리를 언급하며 사실상 승리를 선언했다. 한편으로는 언론이 우편투표 등을 이유로 자신에게 유리한 보도를 하고 있지 않은 점에 대해 불만을 표했고, “시간이 흐른 후에 (우편)투표가 반영되는 것을 막겠다”며 우편 투표 집계 시 선거에 불복할 가능성을 암시했다.

그러나 개표가 막바지로 흐르며 상황이 반전됐다. 대표적 경합주인 미시간, 위스콘신, 펜실베이니아의 러스트벨트 3주를 비롯한 경합주 다수에서 바이든이 트럼프를 역전하거나 승리를 굳히면서 바이든의 당선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난달 8일 자로 선거인단 279명을 확보한 바이든은 사실상 당선이 확정됐고, 232명을 확보한 트럼프를 제치고 제46대 미국 대통령으로 당선됐다. 한편 지난 8일까지 바이든이 승리한 주 중 3곳이 당선인 인증을 하지 않은 가운데 바이든은 공식적으로도 선거인단 279명을 확보해 절반 이상의 표를 확보했다.

트럼프는 부정선거 의혹을 제기하고 소송을 준비하는 등 대선 불복 입장을 고수하는 상황이다. 지난달 4일 펜실베이니아와 미시간에서는 개표중단을, 위스콘신에서는 재검표를 요구했고, 5일에는 SNS를 통해 “바이든이 승리를 주장하는 모든 주에서 소송을 걸겠다”고 공언했다. 미치 매코널 공화당 상원 원내대표나 린지 그레이엄 상원 의원, 마이크 펜스 부통령 등 공화당 핵심 인사들도 트럼프에 대한 지지 입장을 밝혔다.

그러나 트럼프가 미시간‧조지아 등에 제기한 소송은 기각됐고 펜실베이니아 등 일부 주에서는 부정적인 여론을 의식한 지지자들이 소송을 철회했다. 지난달 30일 애리조나와 위스콘신 주의 재검표 결과 바이든의 승리가 선언되며 트럼프가 재검표를 요청한 모든 주에서 바이든의 승리가 확정됐다. 하지만 트럼프는 득표수 재검토가 아닌 “부정투표 여부를 식별해달라는 것이었다”며 지난 1일 위스콘신 주 대법원에 소장을 제출하고 부재자 투표 무효화를 요청했다. 일각에서는 트럼프의 선거 불복이 2024년 대선 출마를 위한 포석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비록 패배했으나 이번 선거에서 7천만 표 이상을 득표한 트럼프가 ‘콘크리트 지지층’을 기반으로 재선에 도전할 것이라는 주장이다.

 

선거 이모저모

 

이번 선거에서는 진보 성향이 뚜렷한 젊은 유권자 계층이 바이든의 당선에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다는 분석이 나왔다. 지난달 26일 월스트리트저널은 “바이든은 젊은 민주당원들이 선호하는 대선 후보가 아니었지만 청년들의 도움으로 백악관 입성을 확정지었다”고 보도했다. 실제 민주당 대선후보 경선 내내 중도 성향의 바이든에게 고령의 기득권 남성 이미지는 단점으로 작용했다. 그러나 바이든은 트럼프와의 경쟁에서 ‘차악’ 후보로 지지를 얻으며 강한 반(反)트럼프 정서로 인한 반사이익을 봤다는 것이 중론이다. 한편 출구조사에서 전반적으로 바이든이 트럼프를 앞선 가운데 유색 인종의 72%는 바이든에 투표한 반면 백인은 57%가 트럼프 대통령에 투표해, 인종에 따른 통상의 정당지지 차이는 유지됐음을 보여줬다.

부통령으로 당선된 카멀라 해리스가 미 헌정 사상 최초의 흑인 여성 부통령이라는 점 또한 흥미로운 결과다. 자메이카계 아버지와 인도계 어머니에게서 태어난 해리스는 ‘아메리칸 드림’의 상징으로 불린 인물로 캘리포니아주 법무장관 및 상원 의원을 역임했다. 바이든의 러닝메이트로 합류하기 전 직접 대권에 도전하기도 했던 점이나 바이든이 고령인 점을 고려했을 때 유력한 차기 대선 후보로 부상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해리스는 러닝메이트로 지명된 후 “우리가 어떻게 생겼든, 어디에서 왔든, 누구를 사랑하든 상관없이 모두를 환영한다는 미국의 가치”를 강조하며 자신의 비전을 밝혀 추후 행보를 짐작게 한다.

 

미국의 재건에 나서는 바이든

 

바이든 당선인의 정책 기조는 ▲트럼프 정부 4년간 망가진 미국의 복원과 ▲오바마 정부의 정책 계승의 두 가지로 요약된다. 바이든 캠프의 선거 유세 표어가 무너진 질서를 재건하겠다는 뜻의 ‘Build Back Better’이었던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바이든 캠프의 공약을 살펴보면 바이든의 ‘미국 되살리기’ 신념은 더욱 분명해진다. 바이든은 개표 후반 자신의 당선이 분명해지자 파리기후협약으로의 복귀를 1호 정책으로 발표해 트럼프 대통령이 작년에 감행한 탈퇴를 되돌리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아울러 친환경 에너지에 지원을 확대하는 등 기후 위기를 중대한 문제로 받아들인다는 입장을 드러내 지구 온난화를 “사기”라고 표현하거나 석유·석탄 발전을 지원한 트럼프 대통령과는 대조되는 모습을 보였다.

바이든은 환경뿐 아니라 다른 영역에서도 트럼프 행정부의 정책을 되돌리겠다는 입장이다. 바이든의 경제 정책은 노동자 지원과 증세가 큰 비중을 차지한다. 바이든 캠프는 노동조합에 대한 지원 강화와 함께 ▲법인세율 인상(21%→28%) ▲소득세 최고세율 인상(37%→39.6%) ▲연방 최저임금 인상(7.25→15달러) 등을 주요 공약으로 내걸었다. 증세를 통해 확보한 재원은 인프라 구축과 친환경 에너지 개발 등에 활용할 계획이다. 트럼프가 기업 입장의 감세 정책을 통해 경기 부양을 시도했던 것과는 완전히 다른 방향의 정책인 셈이다. 이외에도 바이든은 ▲트럼프 행정부에서 탈퇴했던 WHO로의 복귀 ▲연방대법원에 계류되어있는 오바마케어(의료보험) 정책의 재추진 ▲이민자 수용 및 미국-멕시코 국경 장벽 건설 중단 등 트럼프의 흔적을 지우는 정책들을 추진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바이든의 외교 철학, 돌아온 미국

 

오는 1월 출범할 바이든 행정부의 외교 정책 기조 또한 트럼프 행정부와 상당한 차이를 보일 것으로 예상되며 특히 한국과 긴밀하게 연관되는 외교·안보 정책 변화가 관심을 끈다. 새 정부의 외교 정책은 ‘미국 주도의 질서 복원’이 중심이 될 것으로 보인다. 바이든 당선인이 대선 레이스 초창기였던 지난 4월 미국의 외교 전문지 ‘포린 어페어스(Foreign Affairs)’에 기고한 칼럼에서 그가 추구하는 국제 질서와 외교 전략을 엿볼 수 있다. 해당 칼럼에서 바이든은 미국 중심의 질서가 오늘날 큰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주장하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해법으로 동맹 강화를 제시했다. “호주, 일본, 한국과의 동맹에 재투자하고 인도 및 인도네시아에서 파트너십을 심화”하겠다는 그의 발언은 차기 미국 정부의 외교 정책을 시사한다. 미국 우선주의를 바탕으로 동맹국을 압박했던 트럼프와 큰 차이를 보이는 부분이다.

바이든 행정부 역시 중국 견제 자체는 이어갈 것으로 예상되지만 그 방법에서 트럼프와 차이가 날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바이든은 대중국 압박에 동맹국을 동참시키는 데 적극 나설 것으로 보인다. 외교적으로 중국을 고립시켜 우위를 점하겠다는 의도에서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무관심했던 중국 내 인권 실태에 문제를 제기한다는 것도 큰 차이점이다. 바이든은 지난 2월 민주당 경선 토론회에서 위구르족 인권 문제, 홍콩 시위 등을 언급하고 시진핑을 ‘깡패’라고 칭하며 비판했다. 이 점에서 바이든 취임 시 미·중 갈등이 더욱 심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바이든은 통상 문제에서도 트럼프와 대조되는 모습을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는 높은 관세를 부과해 미국 시장에서 자국 기업들을 보호하고자 했다. 반면 바이든은 지나친 관세 정책이 물가를 상승시켜 국민의 삶의 수준을 떨어뜨린다고 주장한 바 있다. 또 미국이 관세와 규제 정책으로 타국 기업을 견제하는 만큼 미국 기업의 무역 수지가 악화했다며 트럼프의 무역 정책을 비판했다. 이로 미루어볼 때 트럼프의 보호무역주의는 바이든 집권과 함께 완화되리라는 것이 일반적인 전망이다.

바이든 행정부의 등장은 한국 외교가에도 많은 영향을 줄 것으로 보인다. 당장 방위비 협상이나 대미 무역 협상처럼 트럼프가 제기했던 문제에서는 벗어날 가능성이 크다. 바이든 행정부의 출범을 앞두고 민주당은 정강 정책 발표에서 트럼프의 방위비 증액 시도를 ‘갈취’라고 표현하며 동맹 압박 완화를 시사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중국과 미국 중 한쪽을 선택해야 하는 상황이 가시화되는 것은 부담이다. 동맹과의 연대를 통해 대중국 압박을 구상하는 바이든의 계획상 한국에도 반중 연대를 제안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북한 문제가 연결돼 있다는 점도 큰 변수다. 한국 정부의 평화 노선에 상당히 협조했던 트럼프와 달리 바이든의 대북 정책은 현재 시점에서 속단하기 어려워 보인다. 대체로는 바이든이 대선 기간 트럼프의 대화 노선을 비판한 점을 들어 대북 강경책을 취하리라는 의견이 주류지만 그가 상원 의원 시절 김대중 정부의 햇볕 정책에 우호적이었던 것을 근거로 대화를 통해 북한과 갈등을 풀 것이라 보는 의견도 존재한다. 어느 쪽이든 한국은 매우 복잡한 처지에 놓일 것으로 예측된다.

선거 막바지, 앞으로 펼쳐질 미래는?

 

미시간, 조지아, 펜실베이니아 등의 주에서 트럼프 측이 제기했던 불복 소송은 연달아 기각되거나 철회됐고 위스콘신 주에서의 제한적 재검표는 바이든의 승리로 밝혀졌지만 트럼프가 이의를 제기한 상황이다. 트럼프 캠프 측에서 제기한 애리조나 피닉스의 우편투표 서명과 중복투표 여부 확인에 대한 마지막 소송전 또한 아직 진행 중에 있지만 대선 결과를 뒤엎지는 못할 것으로 보인다.

차기 대통령 취임식은 2021년 1월 20일이다. 바이든 행정부가 들어설 경우 공화당에서 민주당으로 집권 세력이 교체되는 만큼 경제·외교 등 정책 전반에서 어마어마한 변동이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바이든이 평소 트럼프의 대북 정책을 비판하는 움직임을 자주 보였기에 한미 관계 및 한반도 정세에 대한 미국의 입장이 어떻게 변화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앞으로 펼쳐질 미국의 변화, 이에 따른 한국과 세계의 미래를 예측하고 대비하는 것이 필요한 시기다.

 

김민지·김원겸·민재승·최승원 기자
minji1130@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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