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을 믿으시나요?

“사람이 아닌 법이 국가를 통치한다”는 의미를 가진 법치주의는 우리나라의 정치원리로 작동한다. 그러나 법이 그 역할을 충실히 해내고 있는지 의견이 분분하며 사법체계에 대한 국민의 불만과 불신은 다양한 방법으로 표출되고 있다. The HOANS가 사법체계를 탐탁지 않게 여기는 국민 여론과 그 원인을 알아봤다.

 

2015년 발표된 OECD 조사에 따르면 우리 국민의 사법부에 대한 신뢰도는 27%로 42개 회원국 중 최하위권인 39위를 기록했다. 사법부가 국민의 지지를 잃어버린 이유로는 ▲낮은 법 접근성 ▲이해하기 어려운 법률 및 판결문 ▲국민 법 감정에 어긋나는 판결 등이 꼽혔다. 대법원은 해당 설문 결과에 대해 국내 사법체계상 “사법 시스템과 법원을 신뢰하는가”라는 설문 문항이 오해를 불러일으켰을 가능성이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고 이후 2017·2019년도 보고서에서 한국은 자료 공개대상에서 제외됐다. ‘사법 시스템’이라는 용어가 일상 속에서 법원뿐만 아니라 검찰·입법부·변호사 등 법과 관련한 전반적인 체계를 의미하며 사용된다는 점을 고려하면 대법원의 지적은 일견 타당하다. 그러나 국민의 비판이 전반적인 사법체계에 대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법원이 그로부터 자유로운 것은 아니라는 반박도 제기된다. 검찰과 입법부 또한 각종 여론조사에서 드러나듯 계속해서 질타의 대상이 되며 국민의 신뢰를 잃은 지 오래다.

 

제 변호사는 저 자신입니다

 

사법 시스템에 의해 쉽게 보호받기 어렵다는 인식은 국민이 사법체계를 신뢰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로 작용한다. 이런 부정적인 인식은 소송 준비과정에서의 어려움에서 출발한다. 일반적으로 그려지는 민사소송 재판정의 모습은 원고와 피고, 각각의 변호사가 각자의 논리를 내세우며 치열하게 대립하는 구도일 것이다. 그러나 현실에서 이런 구도가 나타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민사소송에서의 변호사 선임 비용이 330~550만 원부터 시작해 경제적인 부담이 크기 때문이다. 그뿐만 아니라 민사소송에서는 패소 시 민사소송법에 따라 상대방의 변호사 수임료 및 소송비용 일부를 부담해야 한다.

이렇듯 금전적인 부담을 떠안고 소송을 준비해야 하는 상황에서 소송의 기본이라 여겨진 변호사의 존재도 필수가 아니라는 인식이 확산했다. 실제로 지난달 법제사법위원회(이하 법사위) 소속 최기상 의원이 대법원으로부터 받은 민사본안 소송 대리인선임 현황에 따르면 민사소송에서 원고와 피고 모두 변호사를 선임하지 않은 경우가 72.6%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사소송 대부분을 차지하는 소액 소송일 경우 그 비율이 83.3%까지 치솟기도 했다. 법률 전문가의 도움 없이 직접 소송을 진행하는 일명 ‘나 홀로 소송’은 개인 권리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인터넷을 통해 법률 지식과 소송 관련 정보를 비교적 쉽게 얻을 수 있게 되며 늘어났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전문가의 직접적인 도움 없이 일반인들이 법적 다툼을 벌이는 나 홀로 소송의 증가 추세로 재판 처리 기간이 늘어나는 문제가 초래됐다는 분석을 제기했다. 법제사법위원회 소속 김진애 의원은 “일상생활을 하는 서민에게 긴 재판은 부담이 되며 재판받을 권리를 침해하는 주요 요인”이라며 재판의 신속한 진행을 위한 시스템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각자 생업에 종사하는 일반인들이 직접 재판에 필요한 증거를 수집하고 서류를 작성하기는 쉽지 않다는 점도 나 홀로 소송의 한계로 꼽힌다. 이 때문에 전문 법조인을 상대로 할 경우 법정에서 불리하게 작용해 패소 가능성도 커진다는 우려가 나온다. 최 의원은 “경제적, 사회적 약자도 법률서비스를 쉽게 이용할 수 있도록 법률시장의 문턱을 낮출 필요가 있다”며 “법원은 소송구조제도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소송 당사자의 권리를 보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소송을 도와드립니다. 다만…

 

소송 준비하는 과정의 어려움을 해소하기 위해 국가는 ▲소송구조제도 ▲법률구조법 ▲국선변호인 제도 등으로 국민의 법적 권리를 보장하고 있으나 여전히 아쉬운 부분이 존재한다. 먼저 소송구조제도는 민사소송을 비롯한 ▲행정 ▲가사 ▲개인회생‧파산 등 소송과정에서 국민의 금전적인 어려움에 대응하고 국민의 법적 권리를 보장하고자 마련된 복지제도의 대표 사례다. 해당 제도는 소송비용이 부담스러운 경제적 약자에게 변호사 보수 및 재판 비용을 유예하거나 면제함으로써 금전적인 이유로 소송이나 변호사 자문과 같은 법적 권리 행사에 있어 차별받는 이가 없도록 한다는 취지로 운영되고 있다. 소송구조를 위해서는 ▲소송비용을 지출할 자금 능력 부족 ▲패소가 명백하지 않을 것이라는 두 가지 요건이 필요하다. 그런데 이중 ‘패소가 명백하지 않을 것’이라는 요건이 명확하지 않아 구조신청의 수용 여부가 사실상 재판부의 재량에만 달려 있다는 점에서 제도의 근본적 한계가 발견된다.

소송비용에 대해서만 지원하는 소송구조제도와 달리 보다 포괄적으로 국민의 법적 권리를 보장하는 법률구조법도 있다. 일반적으로 중위소득의 125%까지 대상으로 한다는 특징이 있으며 법률구조의 내용도 다양하다. 법률구조법은 ▲자격 제한 없는 법률상담 ▲낮은 수준의 변호사비용과 소송 실비의 면제 또는 감면 ▲변호사 또는 공익법무관에 의한 소송대리 및 형사변호 등의 법률적 지원을 한다는 점에서 국민의 정당한 법적 권리를 증진하는 의의가 있다. 이를 실현하기 위해 ▲대한법률구조공단 ▲한국가정법률상담소 ▲대한가정법률복지상담원 ▲대한변협법률구조재단 등이 법률구조법인으로서 활동하고 있다. 그러나 법률구조공단 소속 변호사가 담당하는 사건의 수가 일반 변호사와 비교해 30배 이상 많아, 법률상담과 같은 법률구조를 받기 위한 대기시간이 매우 긴 반면 상담의 질은 높지 않다는 불만이 심심찮게 제기돼 제도의 보완이 요구된다.

이외에도 형사사건 소송에 한해 적용되는 국선변호인 제도가 있다. 이는 변호사를 선임할 수 없는 형사피고인에게 피고인의 변호인 선임권을 보장하도록 국가가 변호인을 선정하는 제도로, 일반 변호사가 국선 사건을 담당하거나 국선전담변호사가 맡을 수 있다. 하지만 국선전담변호사의 경우 1인당 월 20~30건의 강도 높은 업무를 수행하기 때문에 변론의 질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법률구조제도와 국선변호인 제도에서 공통으로 발생하는 업무 과중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변호인 인력 확충과 외부기관과의 연계가 시급하다는 주장이 제기되는 이유다.

 

1분 30초로 충분하십니까?

 

각 사건이 법관들에 의해 상세히 검토되지 못한다는 점 또한 사법부 판결에 대한 국민의 불신을 조장하는 요소다. 이런 문제는 대법관들이 3시간 이내에 100여 건의 사건에 대한 합의를 봐야 하는 기형적인 구조에 기인한다. 현재 대법관은 대법원장을 포함해 모두 14명으로, 이들 중 12명이 상고심 판결 대부분을 담당한다. 그러나 대법관이 ‘직접’ 검토하는 경우는 수만 건의 상고심 사건 중 0.1%에 불과하며 나머지는 재판연구관들이 처리한다. 재판연구관은 전국 법원에서 선발된 13년 차 전후의 판사들로 이들 중 새 사건 검토를 전담하는 신건조연구관이 주심 대법관에게 사건 처리 방향에 대한 보고서를 전달한다. 주목할 점은 이들이 보고한 의견과 동일하게 사건이 처리되는 비율이 무려 90%가 넘는다는 것이다. 소부(小部)의 대법관 4명에게 사건에 대한 의견을 검토해 판결을 확정 짓는 데까지 1분 30초 정도의 시간만이 주어지는 상황에서 대법관의 독립적인 판단을 기대할 여지는 거의 없을 것으로 풀이된다. 연구관들이 충분한 경력을 갖춘 인력이기는 하지만, 이들이 실상 대법관의 역할을 대신할 수밖에 없는 구조는 문제시된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재판에 소요하는 시간은 턱없이 부족하지만 이와 별개로 재판 처리 기간은 더욱 길어지는 추세를 보인다. 지난달 6일 법원이 공개한 2020 사법연감에 따르면 지난해 1심 단독 민사사건 평균 처리 기간은 재작년보다 2주가량 늘었으며, 상고심 처리 기간의 경우 지난해 평균 183일로 예년보다 48일 급등하며 가장 큰 증가세를 보였다. 문제가 발생하는 가장 큰 이유로는 법관 인원의 부족이 꼽힌다. 지난달 19일 법사위 소속 박주민 의원은 대법원 자료 분석 결과 대법원과 고등법원 법관의 결원율이 2018년 3.9%에서 2019년 14.2%로 급격히 증가했다고 밝히며 법관 부족의 실태를 지적했다. 대한변호사협회 또한 2018년 소속 변호사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법관 증원에 찬성하는 응답 비율이 94%에 달했다며 법관 증원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법조계 전문가들을 중심으로 재판심리를 충실히 하고 재판이 지연되는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점에서 법관 증원의 필요성이 꾸준히 주장되고 있다.

 

‘불입’의 뜻을 아십니까?

 

법은 언어와 문자를 통해 성문화되기 때문에 명확한 표현이 요구된다. 그러나 현 법률은 난해한 용어와 표현방법으로 일반 국민이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을 종종 받는다. ▲다수의 일본식 표현 ▲지나친 한자어 사용 ▲비문법적 표현이 법률의 이해를 가로막는다는 것이다. 우리나라 법률에 일본식 표현이 많은 것은 일본 식민 통치의 영향으로, 일제에 의한 갑작스러운 법적 근대화는 현재까지도 법률이 온전한 작동을 제약하고 있다. 입법상의 편리를 이유로 일본의 법률개념과 용어를 남발한 결과 국적 불명의 법률용어가 양산됐기 때문이다. 그 예로 ▲조사 ‘~의’ 불필요한 사용 ▲‘~에 기하여’라는 표현 ▲가납(假納)·잔존(殘存)·불입(拂入) 등의 일본식 한자 표현이 있다. 한국외대 전학선 교수는 논문을 통해 “우리의 법률용어 대부분이 대체로 현재 우리 사회에 충분히 정착돼 우리의 언어 감정과 일치하고 있다고는 할 수 없다”며 일본식 표현이 침착한 법제의 실태를 비판했다.

학술용어와 전문용어를 한자로 표기하던 전통으로 인해 법률용어 역시 한자의 사용이 유달리 많은 경향을 보인다. 그러다 보니 일반인이 자주 혹은 전혀 사용하지 않는 한자어가 지나치게 사용되고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법률과 판결문에서 일반 국민이 쉽게 알 수 없는 한자어를 사용하면 국민은 그 내용을 이해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는다. 이는 국민과 법규범 사이에 괴리를 형성하고 국민과 사법체계가 멀어지게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러운 현상이다. 이에 법제처는 ‘알기 쉬운 법령 만들기’를 목표로 형사소송법과 민법을 정비하는 등 일반인과 보다 가까운 법률 용어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납득할 수 있는 법을 요구합니다

 

법원의 판결이 국민의 법 감정과 괴리된다는 비판은 꾸준히 힘을 얻고 있다. 국민의 관심이 쏠린 흉악사건인 조두순 성폭행 사건과 강남역 살인사건 역시 국민의 눈높이를 충족하지 못한 판결로 강한 반발에 직면했다. 두 사건 모두 범행 당시 피의자의 심신미약 상태를 고려한 감형이 판결에 반영되며 큰 공분을 불러왔다. 이들이 감형된 근거로 작용한 조항은 형법 제10조의 ‘심신미약에 대한 규정’으로, 2018년 개정되기 이전까지는 심신미약이 인정될 경우 반드시 감형이 이뤄져야 하는 강행규정이었다. 조두순 사건이 발생한 이듬해인 2009년 박영선 당시 통합민주당 의원이 ‘음주나 약물에 따른 심신미약’이 감경 대상에 포함되지 않도록 하는 내용의 개정안을 발의했으나 법사위에서 2년 동안 계류된 끝에 18대 국회의 임기가 만료돼 폐기됐다. 심신미약 규정 개정의 필요성은 지난 2018년 강서구 PC방 살인사건의 범인인 김성수의 변호인이 우울증에 따른 심신미약을 주장하며 재차 공론화됐다. 이후 일명 ‘김성수법’으로 불리는 법안이 당해 11월 국회를 통과해 강행규정이던 기존 조항이 판사가 재량을 발휘해 감형 여부를 결정하는 임의조항으로 변경됐다. 그러나 조항 자체의 법적 효력이 여전히 남아있다는 점에서 해당 법안의 통과가 곧 ‘심신미약 논란’의 종결을 의미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촉법소년과 관련한 논란도 쉬이 가라앉지 않는 상황이다. 촉법소년은 대한민국 소년법에서 형벌 법령에 저촉되는 행위를 한 10세 이상 14세 미만인 소년을 뜻한다. 이들은 14세 미만의 형사 미성년자이므로 형사처벌이 불가능하며, 가장 무거운 처분인 10호 처분조차 소년원 2년 송치에 불과하다. 그러나 촉법소년이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다는 사실을 악용해 범죄를 계속해서 저지르는 이들이 적지 않다며 이를 방지하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는 의견이 존재한다. 지난달 제주도에서 구속된 소년들의 사건은 법 개정에 대한 국민적 관심에 재차 불을 지폈다. 4명의 소년은 9월 26일 하룻밤 사이 5건의 절도 행각을 벌였으나 촉법소년이라는 이유로 형사처벌을 피해갔고, 지난달 5일 저지른 무면허 뺑소니 사고에서야 4명 중 그새 생일이 지난 2명이 구속 수사를 받게 됐다. 현 정부 출범 이후 촉법소년 관련 청원이 다섯 차례 답변 기준을 넘겼지만, 정부는 ‘사회적 공론화가 더 필요하다’는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으며 말을 아꼈다.

사법체계가 내놓는 결정들이 국민의 눈높이를 충족하지 못하는 배경에는 사법부뿐만 아니라 검찰과 입법부의 소극적인 태도에도 책임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두순 사건 당시 재판부가 조두순의 심신미약 상태를 인정하며 기존의 무기징역 구형을 유기징역으로 감형했음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항소조차 시도하지 않았다. 국회 또한 국민적 반발을 야기하는 판결이 나올 때마다 수많은 관련 법 개정안을 내놓지만, 이후 실질적 논의와 법안의 통과 과정에서는 별다른 성과를 내지 못하며 보여주기식에 그친다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2020년에 전관예우라뇨?

 

국민이 법의 공정성을 의심하게 하는 또 다른 원인에는 재판 과정에서의 전관예우가 있다. 전관예우는 전직 판사 또는 검사가 변호사로 개업하여 맡은 소송에 대해 재판부가 유리한 판결을 내리거나 검찰이 ‘봐주기 수사’를 하는 등의 특혜를 의미한다. 대표적인 최근 사례로는 부장판사 출신 최유정 변호사가 연루됐던 2015년 ‘정운호 게이트’가 있다. 최 변호사는 재판부 청탁 명목으로 100억 원 상당의 부당 수임료를 챙긴 혐의로 구속됐다. 전관예우 실태는 대법원이 불필요함을 이유로 상고를 기각하는 비율을 의미하는 ‘심리불속행 기각률’을 살펴보면 명확히 드러난다. 2007년 임종인 전 의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일반 변호사의 심리불속행 기각률은 40%였지만 대법관 출신 변호사의 심리불속행 기각률은 6.6%로 매우 큰 차이를 보였다. 이후 상황이 개선되기는 했으나 두 수치 간의 유의미한 차이는 여전히 존재한다.

전관예우 관행은 사법체계에 무질서와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로 자리한다. ‘대법관 출신’, ‘판사 출신’이라는 개인의 권위와 폐쇄적인 법조계 내의 인적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한 변론은 공정한 판결을 방해한다. 또한 재판부의 공정성 저하는 사법체계의 불안정성을 강화해 법치주의를 훼손하고 국민의 신뢰를 저해할 수 있다. 전관예우가 법률시장의 질서를 파괴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전관’ 변호사들의 수임료가 비정상적으로 높아지는 등 법률시장에서의 ‘빈익빈 부익부’가 강화되고 법 앞에서 평등해야 할 국민의 권리를 침해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공공연한 비밀로 여겨지던 전관예우 실태는 올해 1월 사법부의 공식 인정으로 ‘공공연한 사실’이 됐다. 사법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차성안 판사는 ‘해외의 전관예우 규제사례와 국내 규제방안 모색’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국내 전관예우로 인한 사법 불신이 심각한 상태”라며 “전관 변호사의 개업소득을 줄이는 방안을 우선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간 전관예우 실태를 부인해 온 사법부가 처음으로 그 존재를 인정하고 해결책을 정리한 것이다.

법조계에서도 국가 차원의 현실적인 해결책을 제시하고 있다.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장은 작년 10월 판결문 공개 확대를 위한 국회토론회에서 “판사가 전관인지 여부에 따라 형이 다르게 나오는 걸 비교하려면 판결문을 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많은 판결문이 공개된다면 전관예우의 폐해가 줄어들 수 있다는 취지에서다. 국회 역시 지난 9월 법사위 소속 김용민 의원이 고위 법관과 검사 등의 변호사 등록을 제한하는 변호사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는 등 여러 의원이 다양한 내용을 담은 ‘전관예우 방지법’을 발의하며 호응했다. 오랜 기간 ‘사법체계의 악’으로 인식됐던 전관예우 관행이 뿌리뽑힐 수 있을지 시선이 모이고 있다.

 

마음 편히 법에 기대고 싶습니다

 

최근 격화된 법무부와 검찰의 갈등으로 사법체계에 대한 국민의 불신은 더욱 증폭하고 있다. 법원과 검찰에 더해 입법부까지 연일 지면에 오르내리며 ‘불신의 대상’으로 견고히 자리매김하는 모양새다. 이런 상황에서 사법체계가 국민의 신뢰를 회복하려면 ‘법’에 근거한 판단과 ‘법’에 따른 행동에 집중하며 기본에 충실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사법체계가 정의와 신뢰라는 가치를 대표할 수 있게 될지 국민의 지속적인 관심과 제언이 필요하다.

 

 

박찬웅·김동현·김준범·최혜지 기자

pcw0404@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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