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양각색 시간표, 각양각색 고민들

여기 주말 하루 추가요

대학교는 시간표에 따라 하루 전체를 공강일로 만들 수 있다. 전체 수업들 중 높은 비율이 월요일·수요일 또는 화요일·목요일에 개설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공강일은 금요일이 된다. 이런 시간표를 금공강이라고 한다. 하지만 드물게 화요일·목요일과 수요일·금요일 조합만으로 수업을 구성하는 월공강 시간표도 존재한다. 공강일이 있는 시간표의 최대 장점은 일주일 중 4일만 학교에 오면 된다는 것이다. 특히 금공강이나 월공강은 주말과 공강일이 연결되어 주말이 하루 늘어난 것과 같은 효과를 낸다. 초·중·고등학교 시절과 달리, 원한다면 휴일을 정당하게 하루 더 가질 수 있다는 것은 대학 생활의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올 것이다. 하지만 단점도 존재한다. 금공강의 경우, 학기 초에 학과 단위 활동이 금요일에 진행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공강의 효과를 기대한 만큼 누리지 못할 수 있다. 월공강의 경우, 월요일 수업을 배제하고 시간표를 짜다보면 다소 기형적인 시간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일찍 일어난 새의 하루는 길다

1교시는 일반적으로 고된 수업시간이다. 특히 통학 시간이 길수록 1교시 시간표는 도전정신을 요한다. 모두가 피하고 싶어하는 1교시지만 나름의 장점은 있다. 비록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고통이 수반되지만, 1교시를 듣는 아침형 학생들의 하루는 오전에 수업이 없는 학생들에 비해 길기 때문이다. 하루가 길면 ▲공부 ▲동아리활동 ▲취미생활 ▲아르바이트를 할 시간이 늘어나고 오후를 더 여유롭게 보낼 수 있다. 나아가 1교시 덕에 규칙적인 생활을 하며 건강을 챙길 수 있다. 다만 1교시가 있는 학생들은 술을 마실 때 다음 날 수업을 고려하며 신중하게 주량을 조절해야 한다. 그렇지만 대학 술자리는 보통 목요일이나 금요일에 있고 대부분 금공강을 만들기 때문에 모임을 즐기지 못할 걱정은 조금 덜어도 좋다.

금공강이 부러워요

하루에 수업이 하나인 시간표는 꽤 많은 학생들이 신청하는 유형이다. 대부분 금공강을 노리던 학생들이 수강신청에 실패하고 울며 겨자먹기로 금요일 수업 하나를 반강제로 신청하는 경우에 이 시간표가 탄생한다. 이 시간표는 통학을 하는 학생에게 특히 치명적인데, 수업 하나만을 위해 추가적인 교통비와 통학시간을 들여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이런 손해로부터 말미암아 금공강과 비교한 상대적 박탈감은 더 크게 느껴진다. 그래서 수업이 하나만 있는 날은 심리적으로도 등교하기 힘들뿐더러 다른 날에 비해 학교를 가지 않을 경우의 기회비용이 낮기 때문에 그 날을 자체휴강하는 경우가 많다. 물론 하나의 수업을 듣기 위해서라도 학교에 와서, 온 김에 ▲운동 ▲공부 ▲동아리활동 등 생산적이고 알찬 활동을 하는 학생들도 많다.

점심 메뉴까지 정해주는 시간표

만약 12시에 시작해 1시 15분에 끝나는 3-4교시 수업과 2시에 시작하는 5교시 수업을 연달아 수강한다면 점심시간은 45분밖에 없다. 이런 유형을 빠르게 밥을 먹어야 하는(이하 빠밥) 시간표라 일컫는다. 빠밥 시간표 학생들의 점심 메뉴는 빨리 나오고 빨리 먹을 수 있는 음식으로 정해진다. 김밥이나 각종 패스트푸드, 도시락 등이 있다. 더군다나 수업이 늦게 끝나거나 이동 시간이 길면 점심을 먹지 못하거나 3시 이후에 먹어야 할 수도 있다. 빠밥의 장점은 돈을 아낄 수 있다는 점이다. 빠밥 메뉴는 타 식당들에 비해 저렴하고 경제적이다. 그러나 빠밥은 매일 같은 메뉴, 같은 식당만 접하게 되므로 다양한 식당을 방문해 먹고 싶은 음식을 맛볼 기회가 적다. 또한 시간상 타 학우와 밥 약속을 잡기가 매우 어렵다는 단점도 있다. 많은 밥 약속을 잡으며 학우들과 친목을 쌓고 학교 주위의 맛집을 탐방하고 싶은 새내기들은 피해야 할 시간표 유형이다.

공강 반, 수업 반

흔치 않지만, 연강 없이 수업-공강-수업-공강의 패턴이 계속 반복되는 시간표도 존재하는데 그 모양이 마치 체스보드같아서 체스보드형 시간표라고 한다. 이 시간표는 특성상 연강이 최소화되고 공강이 많아지게 되는데, 수업을 연달아 듣는 것이 부담스럽거나 피로감을 쉽게 느끼는 학생들에게는 장점이다. 매 수업 사이에 있는 공강시간을 예습이나 복습을 위한 공부시간으로 활용할 수도 있다. 하지만 공강이 많다는 것은 학교에 긴 시간동안 있어야 한다는 뜻으로 등교 전이나 하교 후에 추가적인 활동을 계획할 수는 없다는 단점이 있다. 체스보드형 시간표을 가진 학생은 공강시간을 보낼 자신만의 아지트를 찾게 되는데 따라서 ▲과실 ▲동아리방 ▲열람실 등 자주 출몰하면서 과실요정, 동방죽돌이 등의 호칭을 얻을 가능성이 높다.

쌍둥이 빌딩?

상당히 극단적인 사례를 살펴보면 트윈타워형 시간표가 있다. 이것은 일주일 중 2~3일에 모든 수업을 집중시키는 형태로, 등교일에 공강을 최소화하면서 하루에 5개 이상의 수업을 듣는 시간표이다. 이 시간표의 장점을 찾자면 등교하는 날 자체가 적기 때문에 압도적으로 많은 공강일을 통해 다른 추가적인 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애초에 하루에 5연강, 6연강을 한다는 것은 현실성이 떨어지며, 이런 시간표를 가지고 모든 수업에 성실하게 참여한다는 것은 무척 힘들다. 어찌저찌 수업을 따라간다고 해도 트윈타워형 시간표의 시험기간이 어떨지를 상상해보자. 최악의 경우 1교시부터 8교시까지 점심시간도 없이 계속해서 시험만 보게 되는 대참사가 벌어질 수도 있다. 만약에 수강신청에 실패해서 이런 식의 시간표가 만들어진다면 반드시 정정기간을 이용해 시간표를 구제하도록 하자.

욕심 많은 헤르미온느

헤르미온느 시간표는 1교시부터 8교시까지 수업과 일정이 가득찬 시간표이다. 학칙 상 한 학기에 최대로 수강할 수 있는 21학점까지 모두 학점을 채워 시간표를 짜고, 여기에 추가적인 일정까지 소화하는 것이다. 이런 시간표는 일단 소화할 수만 있다면 학업과 사회생활의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특히 성공적으로 21학점을 수강한다면 앞으로의 학업계획에 큰 도움이 된다. 하지만 강의를 많이 수강하면 그만큼 많은 공부량을 버텨야 하고 시험 기간에 많은 시험을 봐야 하는 등 힘든 학교생활을 견뎌야 한다. 여기에 수업 외적으로 동아리나 알바 등의 추가적인 활동을 한다면 체력이 남아나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 결국 이렇게 과욕을 부린 시간표는 결과적으로 어느 한 쪽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이풍환·이지영 기자
98tigger@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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