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림길에 선 언론

언론을 뜨겁게 달궜던 MBC와 윤석열 정부의 갈등이 극단으로 치닫고 있다. MBC가 윤 대통령의 비속어 사용을 보도한 건에 대해 대통령과 여당이 반발하면서 상황은 시작됐다. 이는 지난달 21일 출근길 문답(도어스테핑) 잠정 중단 결정으로까지 이어졌다. 대통령실과 여당은 편파 조작 방송을 중단해야 한다고 하는 한편, 언론단체나 시민단체 등에서는 언론탄압이라 강하게 비판한다. 윤석열 정부가 집권 초기부터 국민과의 ‘소통’을 기치로 내세운 만큼 논란은 커지는 분위기다.

 

사건의 발단은

 

윤석열 정부의 언론탄압 논란은 MBC가 윤 대통령의 비속어 사용을 보도하며 시작됐다. 윤 대통령은 지난 9월 말 미국 뉴욕 글로벌 펀드 제7차 재정공약 회의에 참석해 조 바이든 대통령과 환담했다. 이후 회의장을 나오면서 한 말이 문제가 됐다. MBC가 이 발언을 최초로 보도하며 “국회에서 이 XX들이 승인 안 해주면 바이든은 쪽팔려서 어떡하나”는 자막을 달았다. 이어 주요 방송사들도 해당 자막과 함께 윤 대통령의 비속어 발언 영상을 보도했다. 언론은 이 발언에서의 ‘국회’를 ‘미국 의회’로 해석하고 회의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역설한 질병 퇴치 기여금 구상에 미국 의회가 제동을 걸 것이라 예상한 발언으로 봤다.

대통령의 비속어 사용을 두고 논란이 커지자 대통령실은 지난 9월 브리핑을 통해 해명을 냈다. 윤 대통령이 바이든이 아닌 ‘날리면’이라 말했으며 ‘미국 국회가 아닌 우리 국회’를 언급했다는 것이다. 또한 대통령실 브리핑에서 김은혜 홍보 수석은 “사실 확인을 위한 노력 없이 이뤄진 보도로 인해 대한민국과 미국의 동맹 관계가 훼손되고 국익에 심대한 타격을 입었다”고 전했다. 같은 달 대통령비서실은 MBC에 순방 기간 중 보도 경위를 묻는 공문을 발송했다. MBC가 공개한 공문에 따르면 대통령실은 ▲음성 분석 전문가도 해석이 어려운 발음을 특정한 근거 ▲사실 확인을 위해 거친 절차 ▲대통령실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최초 보도를 수정하지 않은 이유 등에 대해 상세한 답변을 요구했다.

국민의힘도 MBC의 최초 보도를 편파 조작 방송이라며 ‘편파조작방송 진상규명 TF(이하 TF)’를 결성해 대응했다. 이후 TF의 MBC 현장 방문에서 박대출 TF 위원장은 “MBC의 보도 태도는 전문 방송이 아니라 특정 진영의 편에 서서 편파 방송을 일삼아 왔다”며 책임을 묻겠다는 완강한 태도를 드러냈다. TF는 지난달 29일 ▲MBC 사장 ▲보도국장 ▲뉴스 국장 ▲취재 기자를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과 명예훼손 혐의로 고발하기도 했다. 이종배 국민의힘 의원도 허위사실 유포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MBC를 경찰에 고발했다. 허위 방송으로 윤 대통령을 국내외적으로 비난받게 했다는 이유다.

 

MBC는 편파 조작 보도를 했나

 

MBC는 대통령실과 여당의 주장이 사실과는 다르다며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해외 순방 일정을 동행한 MBC 이정은 기자는 MBC 뉴스데스크를 통해 당시 기자단 사이에선 대통령의 발언이 어떻게 들리는가를 두고 이견이 없었으며 해당 발언 해석이 화두였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대통령실 대외협력비서관 관계자가 해석 요청에 대한 답변 없이 보도 중단을 부탁했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실 출입 영상기자단도 ‘대통령 영상기자단의 정대한 취재에 대한 왜곡을 멈추십시오’라는 제목의 입장문 발표를 통해 “취재 과정에서 어떤 짜깁기나 조작도 없었다”고 밝혔다. 현재 대통령실은 음성분석 업체에서 비공개를 요청했다며 음성분석 결과를 공개하지 않은 상태다.

MBC는 대부분의 언론사가 윤 대통령의 발언을 MBC와 같거나 유사하게 보도했음에도 MBC만을 문제 삼는 상황을 지적했다. MBC 취재에 의하면 지난 9월 말 하루에만 해당 사안에 대해 기사화한 언론사만 148곳에 달했다. 한국기자협회 등 6개의 언론단체도 MBC의 보도는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이들은 지난 10월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을 통해 “특정 방송사만 반복적으로 공격하는 것은 대통령의 부적절한 발언으로 촉발된 실책과 치부를 언론 탓으로 돌려 언론탄압과 방송장악의 불쏘시개로 삼아보려는 얕은 계산”이라며 비판했다.

 

전용기 탑승 금지부터 출근길 문답 중단까지

 

지난달 9일 대통령실은 MBC 취재진에게 취재 편의를 제공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취재진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 금지는 아세안 G20 정상회의 참석을 위한 정부의 동남아 순방 이틀 전에 일방 통보됐다. 최근 MBC의 외교 관련 부분에서 편파적이고 왜곡된 보도가 반복됐다는 이유에서다. 국민의힘 내부에서는 MBC에 광고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왔다. 지난달 17일 국민의힘 김상훈 의원은 “MBC는 윤석열 대통령과 현 정부에 악의적인 보도와 의도적인 비난으로 뉴스를 채우지만 유력 대기업 광고로 도배돼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고 발언했다.

이어 지난달 21일 윤 대통령은 출근길 문답(도어스테핑)의 잠정 중단을 선언했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 이후 61차례 만의 중단 위기다. 지난달 18일 출근길 문답에서 MBC 기자와의 충돌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당일 윤 대통령은 MBC 대통령 전용기 탑승 배제에 대해 “악의적인 행태를 보였기에 헌법 수호를 위해 어쩔 수 없이 조치했다”고 답했다.

MBC 기자가 이의를 제기하자 대통령은 응답을 피했고 이는 해당 기자와 대통령실 홍보 기획 비서관의 설전으로 이어졌다. 대통령 대변인실은 언론 공지에서 이를 ‘불미스러운 사태’로 칭하며 근본적인 재발 방지 대책 없이는 출근길 문답을 지속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현재는 경호 등을 이유로 대통령실이 보도자료 형식으로 답변을 전달하는 전속 취재만 이뤄지고 있다.

 

반발하는 언론계·야당, 그리고 국민

 

언론계는 행동에 나섰다.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지난달 17일 성명서를 내고 1974년 발생한 ‘동아일보 백지 광고 사태’를 언급했다. 현재 윤 정부의 행태가 박정희 정권의 동아일보 광고 탄압을 연상하게 한다는 견해다. 또한 지난달 23일 ▲방송기자연합회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기자협회 등 현업 언론인단체 6곳은 ‘민주주의 위협하는 백색테러 선동 멈추라’는 제목으로 공동 성명을 제출했다. 해외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일었다. 국경없는기자회는 홈페이지에 영문 성명을 올리고 윤 대통령의 행보가 “정보에 대한 대중의 권리를 위협할 수 있으며 언론인에 대한 괴롭힘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지적했다.

야당도 적극적인 비판에 나섰다. 임오경 민주당 대변인은 지난달 17일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지도부 공개회의를 통해 “비판적인 언론을 허용하지 않겠다는 경고는 비단 MBC만을 향한 것이 아니”라며 “모든 언론의 입에 재갈을 물리겠다는 것이고, 언론이 정권의 눈치를 보도록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정미 정의당 대표 역시 지난달 10일 당 회의에서 대통령 전용기 탑승 금지 조치를 두고 “치졸한 보복 행정이자 언론탄압”이라며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국민 여론도 정부의 이 같은 조치가 언론탄압이라는 방향으로 기울었다. 지난달 21일부터 사흘간 뉴스토마토·미디어토마토가 전국 성인 약 1 천 명을 대상으로 ‘MBC의 대통령 전용기 탑승 배제에 관련해 동맹관계를 가짜뉴스로 이간질하려는 악의적인 행태에 대한 헌법수호의 일환이라는 윤 대통령의 설명에 동의하는가’를 조사했다. 응답자의 64.6%는 공감하지 못한다고 답했으며 공감한다는 응답은 31.6%였다. 정부의 대응에 반대가 적절했다는 답안의 약 2배인 셈이다.

 

언론과 정권, 그 사이는

 

지난해 8월에는 허위‧조작 보도에 대해 최대 5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 책임을 물리는 언론중재법 개정안이 더불어민주당에 의해 추진된 바 있다. 단순히 현 정부와 여당뿐만 아니라 언론과 정권 사이의 갈등은 꾸준히 지속해왔다. 가짜 뉴스는 언론이 책임져야 할 문제이나 악용될 경우 언론의 자유가 저해될 수 있다. 이에 이번 사태를 계기로 추후 정부와 언론의 역할에 대한 지속적인 사회의 관심이 요구된다.

 

 

정서영·김은서·김채현·조유솔 기자
kiger21@korea.ac.kr

.

error: Content is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