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설도 해체도 성급한 4대강 보

지난 2월 환경부 4대강 조사·평가 기획위원회(이하 4대강 기획위)는 녹조 등의 문제에 대한 해결책으로 보 해체라는 카드를 꺼내 들었다. 보 해체가 가져오는 이익이 유지하는 이익보다 더 큰 곳에 한해 해체를 진행한다는 방안이다. 이에 금강·영산강 지역의 일부 보(▲세종보 ▲공주보 ▲죽산보)가 해체 대상에 올랐고 백제보와 승촌보는 상시 개방 대상으로 논의됐다. 해당 방안에 대한 비판이 계속되자 환경부는 추가 모니터링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4대강 보 처리 방안의 근거와 함께 비판의 근거를 알아본다.

 

정권에 따라 달라지는 환경부의 조사결과

‘보(洑)’는 이명박 정권의 4대강 사업의 일환으로 건설됐다. 보 설치 직후 국토교통부(현 국토해양부)가 제작한 영산강 보 건설 홍보물에는 “홍수와 가뭄을 걱정해야 했던 오염된 영산강이 안전하고 행복한 생명의 강으로 돌아왔습니다.”라는 문구가 쓰였다. 또한 사업효과 부분에서는 물의 수질이 2등급 이상 75%로 개선됐음을 언급하며 보 설치가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왔음을 주장했다. 당시 정부는 녹조 현상이 심해졌다는 비판에 녹조는 가뭄으로 인한 유량부족과 수온 상승 등이 주요 원인이며 녹조가 ‘언제든 발생 가능한 자연스러운 현상임’을 강조했다.

보에 대한 정부 평가는 정권이 바뀌며 달라졌다. 환경부는 2017년 6월부터 2018년 12월까지 11개 보를 개방해 관측한 결과, 오히려 녹조 현상이 줄어들고 산소 부족 현상이 감소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고했다. 보를 전면 개방했던 금강과 영산강은 자정계수가 각각 8배, 9.8배로 상승해 하천 자정능력이 높아졌다는 분석도 제시됐다. 자정계수는 ‘미생물 분해활동에 산소가 소비되는 속도와 물에 산소가 공급되는 속도의 비’로, 자정계수와 정화능력은 비례한다. 보의 효과에 대한 환경부의 엇갈리는 평가는 국민에게 불신을 안겨주고 있다.

 

졸속 행정인가 

당시 효과가 검증되지 않은 사안에 대해 4대강 기획위가 성급한 판단을 내렸다는 비판이 잇따랐다. 이명박 전 대통령의 핵심공약인 4대강 정비 사업 마스터플랜은 총 22조의 예산이 든 큰 사업이었음에도 당선 6개월 만에 발표돼 세밀히 검토되지 않았다는 의혹을 받았다. 이번 4대강 조사∙평가단 전문위원의 조사 기간도 3개월에 불과했다. 해당 기간 내 보 개방으로 오히려 수질이 악화한 죽산보의 경우에는 뚜렷한 해결책을 제시하지 못했다. 단기 조사만으로 결과를 일반화했다는 점에서 이명박 정권 당시의 성급함과 별반 차이가 없다는 지적이다.

논란이 이어지자 환경부는 보 해체가 확정된 것이 아니라는 견해를 밝혔다. 환경부는 “제시안 발표 이후 금강 세종·백제보와 영산강 승촌·죽산보에서 각각 민관 협의체와 영산강 수계 민관 협의체를 개최해 의견을 들었다”라며 공주보 지역 주민들과는 현재 면담을 진행 중이라고 언급했다. 추가 관찰이 필요하다고 판단된 백제보의 경우 상반기 안에 개방하고 결과를 보고하겠다고 말했다. 조사 기간이 짧았다는 비판에 대해서도 전문가들이 2017년부터 모니터링된 데이터와 함께 비교 분석한 결과라는 입장을 표했다. 다만 죽산보는 따로 영산강 하굿둑으로 인해 물흐름이 영향을 받는지 분석하고 보 개방 시 하굿둑 수문 운영에 따른 수질 영향도 관찰할 계획이라 언급했다. 그러나 결국 4대강 기획위의 보고가 수정되지 않고 관측 결과만 추가돼 국가물관리위원회에 보고된다는 점이 알려지며 ‘눈 가리고 아웅’ 식 대처가 아니냐는 논란은 계속되고 있다.

 

야당의 대응은

야당도 졸속 행정을 비판하는 행렬에 가세하고 있다. 2월 환경부의 보 해체 방안 발표 이후 자유한국당은 정진석 의원을 위원장으로 ‘4대강 보 파괴 저지 특별위원회’를 구성했다. 이후 같은 달 26일 오전 위원회 1차 회동에서 문재인 정부의 보 해체 사업이 짜 맞춰진 사업이었다고 비판했다. 정진석 위원장은 이번 조사가 보 철거를 전제로 이뤄진 조사라고 주장하며, 그 근거로 “평가위원 대부분이 4대강 사업 자체를 반대해왔던 인물이고 평가 기준도 보를 개방했을 때의 편익 위주로 이뤄졌다”라고 언급했다. 또한 16일의 개방기간 후에 전면 개방을 결정한 백제보의 경우 최소한 10년 이상 축적된 자료로 판단해야 했다고 비판했다.

같은 날 오후에 열린 원내대표회의에서 정용기 정책위원장은 이번 4대강 보 철거가 주민들에게는 ‘생존권이 걸린 문제’임을 분명히 했다. 그러면서도 “4대강 조사·평가 기획위가 보를 설치하면서 좋아진 항목은 제외한 채 나빠질 수밖에 없는 지표를 골라 평가를 했다”라며 “보가 유지되는 경우 발생하는 이익은 무시하고 보를 철거했을 때의 이익을 부풀리는 보고서를 작성했다”라고 주장했다.

 

4대강 보와 수질의 관련성

4대강 보 해체에 대한 논쟁의 중심은 4대강 보와 수질 사이에 관련성이 있는지에 관한 갑론을박이다. 4대강 보가 수질에 어떠한 영향을 줬는지는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먼저 현 정부의 입장대로 4대강 사업이 녹조 현상의 발생을 위한 조건인 ‘인의 농도’와 ‘물 체류기간’에 영향을 미쳐 수질을 악화시켰다는 주장이 있다. 4대강 사업으로 인한 보 건설이 물 체류기간을 증가시켜 녹조 현상을 심화시켰다는 의견이다. 물 체류기간의 증가는 부정적인 부수효과가 아닌 보 자체의 목적이기에 이는 곧 보의 기능을 유지하며 수질을 개선할 방법은 없다는 주장과 이어진다. 보를 철거해야 녹조 현상을 줄이며 하천생태계의 건강성을 회복할 수 있다는 논리다.

반대로 4대강 사업이 오히려 수질을 개선했다는 주장도 존재한다. 보 안에서도 물은 흘러 자정작용을 하며 오히려 물을 고이게 하는 것이 물을 맑게 한다는 뜻이다. 이는 황토물이 고여있으면 맑아지는 것과 같은 이치로 작용하며 실제로 영국 템스강을 비롯한 외국의 사례들을 보면 수질 정화를 위해 보를 건설한다. 최근의 녹조 현상 심화는 4대강 사업이 아니라 폭염과 가뭄으로 인한 것이며 가뭄과 녹조의 상관관계를 보면 이를 확인할 수 있다는 주장이다. 함께 보 개방 후 녹조가 3배 이상 급증한 세종보의 경우, 보가 녹조를 심화시킨다는 주장의 반례가 된다.

4대강 사업과 수질악화의 연관성을 아직 속단하기 이르다는 주장도 있다. 4대강 사업은 수심과 저수용량 증가에 따른 유속의 감소라는 ‘남조류 성장 증가 요인’과 총인 처리시설 도입 등 인농도 감소라는 ‘남조류 성장 감소 요인’을 동시에 갖고 있다는 의견이다. 4대강 사업 시행 이전의 자료가 부족해 비교가 어려우며, 기상조건 등 녹조 현상은 훨씬 다양한 요인의 상호작용에 의해 발생해 복합적으로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수계 및 보 별로 상이한 수질을 보인다. 녹조 관련 수질 문제 이외에도 홍수와 가뭄 예방, 생태계 건강 등 다양한 쟁점들에서 각기 다른 판단이 나오고 있다. 복합적인 보의 효과 파악이 필요한 이유이다.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말자

환경 전문가들 사이의 다양한 의견은 4대강 보의 효과 및 부작용과 함께 보 해체가 신중하게 결정돼야 할 사안임을 보여준다. 환경부의 모순적인 결과보고의 중심에는 부족한 자료와 짧은 모니터링이 있다. 환경부의 자료에 따르면 해체 대상인 세 개의 보를 짓는 데 1800억 원이 들어갔다. 보를 해체한다면 다시 898억 원이 들어가며 수문개방이나 보 해체로 수위가 낮아진다면 취수 문제 해결을 위한 추가 예산이 필요하다. 졸속으로 건설한 보를 또다시 졸속으로 해체된다는 비판이 일고 있는 시점이다. 같은 실수로 혈세가 낭비되지 않도록 신중한 조사와 결정이 요구된다.

 

강민정·유효민 기자

khangmj02@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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