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쟁력을 잃어가는 학식

본교 학생식당은 코로나19 장기화로 운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안암학사 내 학생식당은 현재 운영이 중단된 상태다. 학식의 맛과 질에 대한 재학생들의 만족도 또한 저조한 상황에서 본교 학식은 경쟁력을 잃어가고 있다. 본교 학식의 현황과 문제점을 The HOANS에서 살펴봤다.

 

지금 우리 학교 학식은

학식은 학생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학생식당에서 파는 음식을 의미한다. 학식은 학생들의 가벼운 지갑 사정을 헤아려 주며,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친구들과 대화하는 만남의 장을 만들어준다. 유튜브에 ‘학식’ 단어를 검색하면 각 대학의 유명한 식단을 소개하는 콘텐츠가 가득하다. 이처럼 학식은 대학을 대표하는 자랑거리가 되기도 한다. 하지만 본교 학식은 낮은 질과 구성에 비해 높은 가격으로 학생들로부터 불만의 대상이 돼온 지 오래다.

현재 본교에는 ▲애기능생활관 ▲산학관 ▲교우회관 ▲학생회관 ▲안암학사 총 다섯 곳에 학생 식당이 설치돼 있으나 안암학사 내 식당은 현재 운영을 중단한 상태다. 본교 학식의 평균 가격은 4,000~ 5,000원으로, 안암 상권의 일반 식당보다 저렴하지만 질 측면에서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평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 학식을 자주 먹는다는 A(경제 20) 씨는 “메뉴가 다양하지 않아 아쉽고, 가격은 저렴한 것 같지만 맛있는지는 잘 모르겠다”며 학식의 맛에 대해 아쉬움을 표했다. 본교 기숙사에 거주하는 B(정외 21) 씨도 “학식이 맛이 없어 주변인들이 학식보단 일반 식당에 가는 게 낫다고들 한다”며 학생들의 만족도가 저조한 상황임을 전했다.

학식, 왜 경쟁력을 잃었나

 

최근 학식이 힘을 잃은 데는 코로나19의 영향이 크다. 학생들이 학교를 찾지 않아 학식 이용 수요가 크게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교육기관의 단체급식은 직영 또는 위탁 급식으로 운영된다. 직영 급식은 운영 주체가 식자재부터 인력까지 직접 관리하여 급식을 제공하는 형태다. 위탁 급식은 전문 업체에 운영을 의뢰하여 급식을 제공하는 방식이다. 본교의 경우 대부분 위탁 급식 형태로 운영되고 있다. 직장인 대상 급식보다 낮은 단가로 계약하는 학생 식당이 코로나19 이전엔 이용자가 많아 단가가 보완됐지만, 수요가 줄어들면서 낮은 가격대에 높은 품질을 유지하는 데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 위탁업체의 입장이다. 본교 학생식당 영양사 C 씨는 “평시 대비 이용자 수가 80~90% 감소했다”며 “이용자 수는 많이 줄었는데 인건비나 유지관리비 등 고정적인 지출은 계속돼 적자가 발생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운영 시간이 제한적이라는 문제도 존재한다. 지난달 기준 본교 학생 식당 중 ▲교우회관 ▲학생회관 ▲자연계 학생 식당은 평일 중식만을 제공한다. 다른 시간대에도 문을 여는 곳은 평일 석식과 토요일 중식을 제공하는 산학관, 평일 조식과 석식을 제공하는 의학관뿐이다. 그나마도 인문계 캠퍼스 학생들이 이용하기에는 접근성이 떨어지는 위치다. 인문계 캠퍼스에서 주로 활동하는 D(경제 20) 씨는 “종종 학교에서 저녁까지 있는데 학생식당에 석식이 제공되지 않아 일반 식당에서 비싼 가격을 지불해 밥을 먹어야 한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학생들이 보통 늦은 밤까지도 캠퍼스에서 활동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서 석식을 제공하는 곳이 적다는 데 아쉬움을 표하는 학생들이 적지 않다. 안암학사 식당은 조식부터 석식을 평일과 토요일에 운영했으나 업체와의 계약 문제로 현재는 문을 닫은 상태다.

학식 홍보와 알림 서비스가 부족해 학생들 사이의 인지도가 낮은 점 역시 저조한 이용률의 원인으로 꼽힌다. 학식을 자주 이용하지 않는다고 밝힌 E(의예 20) 씨는 “코로나로 학교 시설이 익숙하지 않아 안암에서 밥을 먹더라도 주변 음식점을 이용하는 편”이라고 답했다. 특히 인문계 캠퍼스의 경우 교우회관 식당은 지하 1층에, 학생회관 식당은 반지하에 위치해 식당을 찾기 어렵다. 연세대의 경우 스마트폰 어플을 통해 메뉴, 지도, 현재 학식 이용자 수 등을 확인할 수 있는 것과 비교할 때 본교의 학식 관련 서비스가 다소 부족한 것을 알 수 있다.

기숙사 식당, 운영할 수는 있을까

 

식사 질의 문제 이전에 기숙사 식당은 올해 초 코로나19 지속으로 운영을 잠정 중단한 이후 운영 자체가 위태로운 상황이다. 기숙사 식당의 경우 안암학사가 직접 운영하지 않고 전문 업체에 위탁하는 방식으로 운영했는데, 작년까지 계약했던 업체와 재계약을 맺지 않아 현재 운영 업체가 정해지지 않은 상태다.

공백 상태로 인한 불편을 해소하기 위해 안암학사는 신세계푸드와 한 끼 4,500원으로 조식 간편식 제공 계약을 맺었으나 불만의 목소리는 여전하다. 저렴한 가격으로 중식과 석식까지 제공받던 과거에 비해 경제적 부담이 늘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기숙사에 거주하는 20학번 서 모 씨는 “일주일 평균 약 3회 정도 기숙사 식당을 이용했던 작년에 비해 올해는 시간적, 경제적으로 부담을 느끼고 있다”며 기숙사 식당 운영 중단에 대한 불평을 드러냈다.

안암학사 관리운영팀(이하 학사)은 운영업체를 선정하기 위해 한 끼에 3,500원의 가격 유지를 조건으로 두 차례의 식당 운영업체 계약 입찰을 진행했으나 입찰 업체가 없어 무산된 바 있다. 이에 대해 학사 측은 코로나19 위험으로 인한 기숙사 입사생의 감소와 기숙사 식당 이용률의 감소를 입찰이 저조한 이유로 제시했다. 거리두기 등 방역 조치로 인해 총 400석에 달하는 식당 좌석 중 약 1/4가량밖에 사용하지 못하며 규모의 경제의 이점이 사라졌고, 이로 인해 업체들이 기존의 낮은 단가로 공급하기를 꺼린다는 것이 학사의 설명이다.

한편 올해 초부터 조식을 제공하던 케이터링 업체 신세계 푸드의 제안에 따라 정규입찰 이전 중식 및 석식 제공 계약을 체결하고자 했으나 최종 결렬했다. 이에 관해 노후화된 조리 시설 수리 비용 문제 등으로 가격 문제에서 합의를 보지 못했기 때문이라 알려졌으나 사실은 달랐다. 학사 측은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신세계 푸드 측이 먼저 제안을 해와 단가 등 협의를 진행 중이었으나 상대방이 단기간 운영을 위한 신규 사업자 등록 등 절차 및 인력과 집기 비용의 부담을 이유로 제안을 철회했다”고 밝히며 현재 기숙사 식당에 관련해 노후시설 수리 비용 문제는 없다고 설명했다.

학사 측은 다음 달 1일 운영 재개를 목표로 가격 제한을 철회한 3차 입찰 공고를 진행했으나 지원업체가 없어 무산됐고 현재 4차 입찰 공고를 진행 중이다. 학사 측은 식사 단가의 상승은 피할 수 없겠지만, 운영 계획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평가를 거쳐 꾸준히 지적돼온 식사의 질 문제를 일부 해결할 수 있으리라 전망했다. 다만 앞서 언급했듯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한 기숙사 식당의 수익성 저하 우려로 여러 차례 입찰이 무산되는 상황이라 원활히 진행될 수 있을지는 아직 미지수다. 또한 운영을 재개하더라도 식사 단가가 필연적으로 상승할 상황에서 기숙사 거주 학생들의 식비 부담은 작년보다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다른 학교의 상황도 비슷할까

코로나19 여파로 모든 대학의 학식이 무너지고 있는 것은 아니다. 수요가 줄어 어려움을 겪고 있기는 하나 학생들의 지지를 바탕으로 만족도 높은 학식을 꾸준히 제공하고 있는 학교도 있다. 대표적인 예가 ▲연세대 ▲경희대 ▲한국외대의 학식이다.

연세대의 경우 학생회관에 있는 맛나샘과 부를샘, 고를샘의 학식이 유명하다. 양식을 판매하는 고를샘과 한중일식을 판매하는 부를샘 중에 메뉴를 선택하기 어려워 나온 말인 ‘고부갈등’은 재학생들이 학식에 관심이 높음을 보여주고 있다. 연세대 학식의 경우 가격대가 3,000원~7,000원으로 그 폭이 크다. 비교적 높은 가격의 학식도 신촌 상권의 음식점보다 저렴하고 맛이 좋아 찾게 된다는 것이 재학생 대부분의 의견이다. 연세대 학생회관 내의 맛나샘 중식은 평균 5가지 메인메뉴 중에 학생이 선택할 수 있다. 본교 학식의 메인 메뉴가 평균 두 가지인 것에 비해 선택의 폭이 훨씬 다양함을 알 수 있다.

경희대는 특별한 메뉴 개발로, 한국외대는 가성비로 학생들의 만족도를 높였다. 경희대의 경우 밀푀유나베 정식, 하와이안 로코모코, 랍스터 치즈구이 등을 5,000원~6,000원의 가격으로 선보였다. 이는 SNS와 TV프로그램에도 소개되며 기존의 흔한 학식 메뉴에서 벗어났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국외대의 학식은 ‘가성비’가 높은 것으로 유명하다. 한국외대 인문관 식당의 경우 학식의 가격대가 2,000원~3,500원에 형성돼 있다. 본교 학식이 가성비와 맛 모두에서 경쟁력을 잃고 있는 것이 분명한 바, 학생들의 만족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이 필요해 보인다.

다른 학교와 어떤 점이 다를까

 

학교 측도 코로나19로 인해 위탁업체가 학식 운영에 어려움을 겪자 작년 하반기부터 위탁업체의 임대료를 감면해주는 등 대책을 내세웠다. 그러나 임대료 감면 외에는 학식의 질을 높이기 위한 실질적인 지원은 없는 듯하다. 대부분을 위탁 업체에서 운영하다 보니 음식의 질적 향상 측면에 있어 학교의 개입이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언급한 ▲연세대 ▲경희대 ▲한국외대의 학식 운영은 대부분 위탁 업체를 통해 운영되는 본교와 사뭇 다르다. 생산자와 소비자와의 직거래를 통해 중간 마진을 없애고 판매가격을 안정적으로 운영하는 생활협동조합(이하 생협)을 통해 식당을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학생들도 생협의 조합원으로 가입하여 학식의 품질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이 대학생협의 특징이다. 경희대 관계자는 지난 2019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학식을 2012년 이전에는 기업이 운영했지만 그 이후부터는 생협 측에서 직접 운영하기 때문에 현재 학생들이 만족해하는 것 같다”고 전했다. 생협은 학생의 복지를 위해 설립된 단체인 만큼 위탁 급식보다 학생의 의견을 원활히 반영하는 운영을 도모해 학식에 대한 만족도가 높다.

본교에서 생협 설치를 시도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다. 2009년과 2013년에 각각 고생만사, 마중물 등 생협 설립이 시도됐지만 무산됐다. ▲운영 주체 부재 ▲운영공간 부족 ▲학교와 학생의 관심 부족 등이 이유였다. 본교가 반대 사유로 함께 제시했던 적자 문제는 코로나19 이후 국민대, 숭실대 등 다수의 대학생협에서 실제로 드러난 것이 사실이다. 생협을 통한 운영이 유일한 해결책은 아닐 수 있다. 하지만 본교 학식 품질 향상이 필요한 상황에서 운영 방식의 변화 같은 새로운 돌파구에 대한 요청도 검토함직하다.

학식이 학생들의 든든한 밥심이 되도록

학식의 질에 따라 학생들의 대학 생활의 질은 높아질 수도, 낮아질 수도 있다. 학생들이 이용하기 적합한 가격에 질 좋은 학식은 가난한 대학생의 배를 채우고 애교심까지 높여주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학식의 질이 낮거나 이용하기 어려운 경우 학생들의 선택지는 일반 음식점으로 한정될 수밖에 없다. 이는 학교와 학생 가운데 누구에게도 이득이 되지 않는다. 본교의 학생 식당이 학생들의 발길을 향하게 하는 공간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 지속적인 관심이 요구된다.

 

김하현·신형목·최승원 기자
dop3568@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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