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파업, 고조되는 노사갈등

지난달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종료한 CJ 택배노조 파업에 이어 각종 노사갈등이 잇따르고 있다. 불편을 겪은 시민·고객의 불만이 커졌으며 노조의 요구가 적합하다는 의견과 과하다는 의견이 대립하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노조 파업은 화두가 됐다. 윤석열 당선인과 안철수 대통령 인수위원장은 귀족노조 타파를 공약으로 삼고 비판을 제기한 반면 정의당은 택배노조 파업을 지지하며 갑론을박이 이어지고 있다. 이에 The HOANS에서 노사갈등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정리해봤다.

 

반복되는 노사갈등

 

작년 12월부터 시작된 CJ 택배노조 총파업이 65일만인 지난달 2일 마무리됐다. 택배노조가 배포한 자료에는 CJ대한통운이 택배 요금을 인상했지만 공정한 배분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설명이 담겼다. 주 6일제 근무와 당일배송 완료 원칙 등 내용이 담긴 부속 합의서에 대한 문제 제기도 포함됐다. 그러나 해당 파업이 장기화하면서 택배 운송이 지연되는 등 시민이 피해를 봤고 이번 파업이 작년을 기준으로 4번째 이어진 파업임을 고려했을 때 과하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2월에는 노조원들이 CJ대한통운 본사를 기습 점거하고 농성에 들어갔다. 그 과정에서 유리문 파손과 보안직원의 부상 상황이 발생했다. 현재 택배노조는 파업을 철회했지만 노사 간 갈등의 불씨는 여전하다. 파업 원인 중 하나로 언급됐던 부속 합의서에 대한 입장 차가 여전히 봉합되지 않아 문제 해결은 여전히 미지수인 상태다. 한편 노조 태업 지시 여부를 두고도 잡음이 생겼다. 대리점 연합 측은 택배노조가 배송거부 등의 형태로 태업을 해 공동합의문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노조 측은 대리점에서 기사들에게 부속 합의서 작성을 강요하며 계약 해지를 통보해 업무에 복귀할 수 없었다는 입장이다.

노사갈등은 다른 기업에서도 관측된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0월부터 15차례 임금 협상을 진행했지만 노조와 의견차가 좁혀지지 않아 협상이 결렬됐다. 지난달 이뤄진 2022년도 임금교섭에서도 변화는 없었다. 코웨이 노조도 설치, 수리 인력 부족에 따른 노동강도 심화를 이유로 지난해 12월 말부터 부분 파업에 들어갔으며 현재까지 진행 중이다. 이에 따라 코웨이 제품 상당수에 대한 수리 업무가 중단돼 고객 불만이 커졌다. 이 외에도 여타 기업에서 크고 작은 노사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지나친 파업의 문제점

 

노사갈등이 파국으로 치닫는 원인 중 하나로는 모든 노동자의 권리를 위한 노조가 변질돼 기득권만을 추구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비노조 출신 노동자 권리 대변에 상대적으로 소홀하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노조는 보통 대기업 소속 정규직 조합원으로 구성돼있다. 따라서 정규직에 비해 비정규직이나 하청 업체 노동자의 권리를 다루는 데 있어 차등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또한 택배노조가 사측에 비현실적으로 여겨지는 요구를 제시했다는 정황도 제기되고 있다. 2021년 단체협약 전국 공통 요구안에 따르면 택배노조는 CJ대한통운의 모든 대리점 사원의 자녀 학자금 지원을 요구하는 협약서를 제시했다. 이에 대해 쟁의권을 확보하기 위해 무리한 요구사항을 넣은 것 아니냐는 비판이 일고 있다. 합리적인 노동조건 정착보다 노조의 결속 그 자체만을 위해 무리한 행보를 감행했다는 지적이다.

파업으로 업무 중단이 빈번해지면서 회사 손실이 커지는 점 또한 우려되는 사안이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지난 2009년부터 2019년까지 한국 근로자 1,000명당 파업으로 인한 연평균 근로 손실 일수는 38.7일을 기록했다. 이는 독일(6.7일)이나 영국(18.0일), 노동운동이 활발하다고 평가받는 프랑스(35.6일)를 상회하는 수치다. 파업 외에도 노조의 요구가 회사 성장을 과하게 저해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현대자동차는 온라인 시장 진출이 판매직 영업을 위협한다는 노조 반발로 인해 차량의 온라인 판매를 빠르게 확장하지 못해 코로나19 비대면 시기 영업에서 손실을 봤다는 평가를 받았다.

 

정치권이 바라보는 노사관계

 

노사관계는 역대 정부 성향에 따라 요동쳐 왔다. 지난 문재인 정부는 대체로 친노동 정책을 펼쳤다는 게 중론이다. 문 정부는 최저임금 인상과 함께 주 52시간제를 도입했고 노조 가입과 활동을 폭넓게 보장했다. 이에 기업계는 정부의 친노동 정책이 노조의 문제점을 조장하고 기업 입장을 충분히 배려하지 못했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지난달 25일 중앙노동위원회는 현대제철을 상대로 협력업체 노동조합이 제기한 부당노동행위 구제 신청에 대해 인용 결정했다. 이는 현대제철의 협력업체 노동조합이 원청인 현대제철에 대해서도 교섭권을 가진다는 바를 사실상 인정한 것이다. 재계는 해당 판결을 계기로 산업 생태계 교란과 과한 파업의 성행이 발생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 회장은 지난 2월 10일 기자간담회에서 “산업현장에서 과격한 농성을 하거나 법에 어긋나는 일을 자꾸 하게 되는데 이런 것을 처벌하지 않으니까 어려운 상황 속에 있다”며 정부가 선진국의 노사관계를 더욱 참고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러한 기조는 친기업 정책을 공약으로 삼은 윤석열 당선인 취임과 함께 전환 국면을 맞을 전망이다. 윤 당선인은 강성노조 파업에 대해 부정적인 견해를 밝히고 불법 파업을 엄중하게 단속하겠다고 천명했다. 이에 기업계는 반색하는 모양새다. 지난달 21일 윤 당선인과 만남에서 ▲대한상공회의소 ▲전국경제인연합회 ▲중소기업중앙회 등 경제단체가 노동 관련 법제 개정 및 중대재해처벌법 개정 등을 요구했다. 이를 통해 노사관계를 정상화하고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만들겠다는 방침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기업계의 요구만을 반영하면 노동 현장과 동떨어진 방침을 세울 수 있는 만큼 윤석열 정부의 균형 있는 노사관계 해법이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해결방안은?

 

파업이 빈번해지고 노사갈등이 심각해짐에 따라 이를 해결할 시스템이 강화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원칙적으로 노사갈등 발생 시 분쟁 조정 주체는 노동위원회가 담당한다. 노동위원회 조정은 노동쟁의가 발생했을 때 제3자인 노동위원회가 조정안을 제시해 수락을 권고하는 등 노동 관련 분쟁을 해결하기 위한 하나의 절차다. 하지만 한국노동연구원에 따르면 노동위원회 노사관계 조정성립률이 점차 하락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에 전문가들은 현장 조정을 강화하고 조정 기간을 충분히 보장하는 등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한 조정과 심판제도 분야에서 전문성과 공정성을 인정받은 공익위원을 위촉해 심판제도의 공정성에 대한 신뢰도를 제고해야 한다는 방안도 제기됐다.

중앙노동위원회도 이와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조정 서비스를 지원하는 준 상근 조정위원회 활동을 개시하겠다고 밝혔다. 중앙노동위원회는 조정 담당 위원 중 일부를 선별해 노동위원회별로 준 상근 조정위원으로 위촉, 조정 지원 및 사후 조정 등의 업무를 수행하도록 할 예정이다. 이외에도 전문가들은 노사 간 갈등을 해결하기 위해 상생을 위한 자세가 확립돼야 한다고 제언했다. 노사가 서로 대립 관계를 활용해 갈등을 고조시키는 문제 해결 방식을 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갈등보다는 지속적인 대화와 타협으로 자신의 요구를 관철하는 태도가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올바른 노사관계를 위해

 

잇단 파업으로 노사관계가 흔들리고 있는 현재 상황은 산업의 안정성 있는 발전을 저해할 가능성이 크다. 이는 노사갈등에 대해 임시방편보다는 확실한 해결책이 마련돼야 함을 시사한다. 노조의 강경 투쟁은 노사관계를 악화하고 대중에게 노조가 비타협적이라는 인상을 심어줄 수 있어 비효율적일 수 있다는 점을 인지해야 한다. 기업 측 역시 노조가 회사의 구성원임을 인정하고 대화를 통해 합리적 요구에 대해서는 적극 타협하는 자세를 보여야 한다. 새로 출범할 윤석열 정부의 노동 정책이 효과를 볼지 미지수인 가운데 노사가 서로 합의점을 도출해 건강한 노사관계가 정립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이정윤·신재용·정서영 기자
justinmanu1@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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