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최현진 학우의 죽음, 무뎌진 폭력의 심각성

지난해 11월 26일, 본교 영어영문학과 16학번 고 최현진 학우(이하 최 씨)가 군대 내 정신적 가혹행위에 시달리다 자살했다. 군기를 잡는다는 명목 하에 폭력적 행위가 용인되는 군대의 특수성으로 인해 군내 가혹행위는 그동안 의도적 침묵 아래 방치됐다. 가혹행위로 인한 심리적 스트레스 역시 개인이 온전히 감당해야 할 몫이 되며 억울하게 묻힌 본교 학우의 죽음을 The HOANS에서 알아봤다.

현실이 아니기를, 아들의 죽음

“불쌍한거야, 우리 아들이···. 죽은 것도 억울한데 우리가 도착했을 때가 밤 10시가 다 됐는데 현장 보존을 해 놨다고 했지만 나는 우리 아들을 그대로 두었다고 생각하니까 마음이 너무 아픈거야. 엄마가 안아줘야 하는데. 안지도 못하게 해.”

오후 6시 30분, 아들의 사망 소식을 들은 최 씨의 어머니 송덕순 씨(이하 송 씨)는 전화를 받자마자 서산의 군부대로 향해 아들의 시신을 확인했다. 지난해 11월 26일 오후 5시 45분 공군 제20전투비행단 소속 행정병이자 본교 영어영문학과 16학번 학생인 최 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군사경찰 수사 결과 최 씨는 선임인 강 상병과 직속상관인 윤 소위의 지속적인 언어폭력과 업무 과중으로 인한 정신적 고통에 시달리며 심리적 치료가 필요한 상황이었음에도 방치된 끝에 사망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어려운 공론화로 약해지는 청원

사건이 알려지면서 많은 언론사는 유가족에게 연락을 취했다. 그러나 폭력이 일반 사회에서보다 보편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군대라는 환경의 특성상 소수의 언론사만이 기사화했을 뿐이다. 한 다큐멘터리 회사는 송 씨에게 해당 사건에 대해 ‘언어적 폭력만 있었고, 군내(軍內) 부조리는 모두가 알지만 모두가 외면하는 문제라는 측면에서 사람들의 관심을 받지 못할 것’이라고 하며 영상 제작을 포기한 이유를 밝혔다. 사건을 보도한 언론사들도 사건 자체를 조명하기보다는 유가족이 올린 국민 청원의 내용을 전달하는 수준에 그쳤다.

지난 2월 6일, 유가족은 사건을 공론화시키기 위해 청와대 국민 청원 게시판에 청원을 올렸다. 청원자는 최 씨를 친척동생이라고 칭하며 사건에 대한 설명을 시작했다. 이어서 군내 가혹행위 문제를 해결해야할 주임 원사가 사태를 방관하고, 나아가 사고 발생 이후 사건 축소와 은폐를 위해 최 씨의 군 동기들에게 군에 유리한 진술을 할 것을 회유했다고 비판했다. 청원은 “수사 결과, 강 상병과 윤 소위의 괴롭힘으로 인해 한 사람이 죽었다는 사실이 동료 병사들의 증언에 의해 뒷받침되고 인격모독 증거들이 낱낱이 밝혀졌다”고 호소하면서 “그럼에도 가해자들은 평소처럼 월급을 받고, 단순한 ‘징계’만으로 이 모든 상황이 종결된다”며 군법 처벌 강화를 요구했다. 해당 청원은 “군대 내 병사들의 가혹행위를 더 이상은 은폐하고 방치하는 일이 없도록 많은 동의를 부탁”한다며 마무리됐고, 3일을 기준으로 3만 1천 387명이 동의했다. 부족한 공론화로 아직 정부 측 답변을 위해 필요한 20만 명의 동의에는 갈 길이 멀고, 유가족이 남긴 군내 가혹행위 처벌 강화 요구에 대한 국민 청원도 힘을 잃어가고 있다.

군내 가혹행위에 대한 미흡한 처벌은 법적·제도적 개선 없이 지속되고 있다. 군 복무 중 세상을 떠나는 병사들이 매년 발생함에도 사건은 널리 알려지지 않는다. 군내 가혹행위가 군기를 잡기 위한 행위의 일환으로 치부되며 공론화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공론화 없이는 군내 가혹행위에 대한 엄중한 처벌이나 예방이 어렵고, 억울하게 죽은 피해자들의 유가족이 국가에 수사나 재판을 요청하는 일 역시 현실적으로 어려움이 많다. 군내 가혹행위에 대한 강력한 처벌을 촉구하고, 본교 학우의 죽음으로 고통 받고 있는 유가족을 위로하기 위해 이번 사건의 공론화가 절실하다.

고 최현진 학우의 방치된 고통

동기들은 선임 강 상병과 직속 상관 윤 소위가 최 씨에게 일상적으로 면박을 줬다고 증언했다. 증언에 따르면 최 씨가 결재를 올릴 경우 윗선에서는 “일을 왜 이렇게 했냐”고 말하는 한편, 지시사항에 대해 질문을 하면 “이런 거 알아서 못하냐”는 태도를 보였다. 이뿐만 아니라 “고대생이라는데 이거밖에 못하냐”며 다른 병사들 앞에서 인격을 모독하는 발언도 서슴지 않았다는 증언도 잇따랐다. 특히 최 씨가 잇따라 밀린 휴가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았던 상황에서 “잘못을 했으니 휴가를 나가지 말라”라는 말을 들으며 더욱 압박을 받았던 정황도 확인됐다.

별 문제 없이 다시 써줄 수 있는 휴대폰 확인증을 최 씨가 한 번 잃어버렸다는 이유만으로 윤 소위가 심하게 질책한 사실도 드러났다. 동기 병사들은 최 씨가 휴대폰 확인증을 잃어버렸을 때 윤 소위가 야근 10시간으로 상쇄해야 하는 벌점 5점을 언급하며 질책하는 한편, 3일간 이 일로 최 씨를 괴롭혔다고 밝혔다. 최 씨는 송 씨와의 통화에서 “당직사관 자리에 확인증을 두고 나갔다가 들어왔더니 확인증이 사라져 있었다”고 하는 한편 “누군가 자기를 골탕 먹이기 위해 일부러 확인증을 버린 것 같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당시 자리에 있던 당직병은 “텔레비전 보느라 몰랐다”며 책임을 회피했다. 최 씨는 벌점 때문에 휴가를 못 낼 것을 우려하며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았다.

잦은 야근 지시와 과중한 업무에 대한 스트레스도 극심했다. 기록 일지에 따르면 최 씨의 야근 기록은 9월부터 11월까지 총 12번 있으나, 동료 병사는 최 씨가 주 2회에서 많으면 매일 야근을 했다고 진술했다. 또한 1차 수사 결과, 최 씨는 8월 27일부터 11월 23일까지 본인의 업무 PC에서 행정계장 아이디로 65회 이상 로그인 해 행정계장의 업무를 대신 했다는 사실이 확인됐다. 행정계장을 맡고 있던 윤 소위가 본인이 해야 할 일을 최 씨에게 넘긴 것이다.

군내의 지속적인 괴롭힘으로 인해 인성검사 결과 불안장애 판정을 받은 최 씨는 이후에도 많은 행정업무에 시달리며 주임원사에게 상담을 요청한 바 있다. 주임원사는 전반적인 부대원의 생활 관리와 겸해 병사의 정신 건강을 주시할 의무를 갖는다. 하지만 최 씨의 요청에 대해 담당 주임원사는 “간부가 시키는 일이면 무조건 해야 한다”며 상명하복의 자세를 강조하며 방관하는 모양새를 보였다. 면담 이후에도 별다른 조치는 취해지지 않았다. 심지어 면담 결과가 스트레스를 제공한 윤 소위에게 보고되기까지 했지만, 윤 소위는 질책을 멈추지 않았다.

벽에 막힌 언론 보도와 사회적 인식

군내 가혹행위로 인한 사건이 매년 발생함에도 관련 처벌이 강화되지 않는 실정이다. 사람의 생명을 매년 앗아가는 일임에도 사람들은 군내 가혹행위를 ‘있을 수도 있는 일’ 혹은 ‘군기를 잡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일’로 인식하며 군대 특유의 문화 때문에 발생하는 불가피한 일이라 생각한다. 더 나아가 폭력에 시달려 스스로 목숨을 끊은 사람을 정신 장애를 앓고 있는 사람으로 취급하며 개인의 문제로 환원한다. 특히 이번 사건은 물리적 폭행이 없는 언어적·정신적 폭력이었기에 기존의 선입견은 더욱 견고하게 작동한다.

유가족은 기성 언론사와 연결을 진행하고 있지만 쉽게 기사화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신체적 가혹행위나 대중을 자극할만한 요소가 없다면 다루기 어렵다는 이유다. 독자들의 관심을 끌지 못할 것을 예상한 다수의 언론사는 사건 공론화의 희망만 남긴 채 이번 사건을 보도하지 않았다. 약자의 고통을 조명해야 할 언론이 수익성을 고려해 개인 차원의 공론화가 어려운 이번 사건에 눈을 감은 것이다.

유가족은 이번 사건이 방치되고 묻힐 것을 우려하고 있다. 송 씨는 “폭행 아닌 이유로 자살한 사람은 사회에서도 적응하지 못한다는 종류의 댓글을 봤다”며 “일반인들의 인식이 그런 거 같아 굉장히 속상하다”고 전했다. 군내 가혹행위를 당연시하는 인식으로 인해 자살 사건은 구조적 문제가 아닌 개인의 부적응 문제가 됐다.

폐쇄적인 군법에 쌓여가는 불안

군대 내 가혹행위를 처벌하기 위한 법은 있으나, 사실상 제 역할을 다 하지 못하고 있다. 군형법 제62조(가혹행위)에는 직권을 남용하여 학대 또는 가혹 행위를 한 사람은 5년 이하의 징역에 처하고, 위력을 행사하여 학대 또는 가혹 행위를 한 사람은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7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명시돼 있다. 그러나 실제로는 처벌 수위가 낮거나 면책되는 경우가 많고 조치가 늦어지는 경우도 발생한다. 군대라는 특수 집단에 적용되는 법의 특성상 법 개정에 대한 논의 또한 적다는 문제도 있다.

민간인이 군형법에 대응하고 군인 가해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기대하기 어려운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우선 군인과 민간인은 적용되는 형사절차가 다르다. 군인은 군검사의 수사와 기소로 군사법원의 재판을 받게 되고, 민간인은 검사의 수사와 기소로 일반법원의 재판을 받는다. 원우현 변호사(이하 원 씨)는 “군형법이 더 무거운 법정형을 정하는 경우가 많지만 군사법원에 근무하는 군판사, 군검사 역시 피고인과 같은 지휘관의 지휘를 받는 군인 신분”이라며 군사법원의 공정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있다고 말했다.

군대 내 사건의 엄중한 처벌이 어려운 다른 이유는 군대의 폐쇄성에 있다. 일반 범죄 사건과 달리 군대라는 은폐된 공간의 범죄 수사는 각 부대의 헌병대가 하기 때문에 언론사 기자들의 접근성이 낮다. 이에 따라 범죄의 피해자나 목격자가 외부로 사건을 알리는 데 제약을 받기 때문에 공론화가 늦다. 원 씨는 “병영 내 범죄의 특성상 같은 조직에 속해 있는 사건 관계자들의 진술증거에 의존해야 하는 경향이 있다”고 하는 한편 “다른 병사들의 진술 외에는 피고인의 행위를 입증할 증거가 충분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며 강한 심증이 가는 사실관계에 대해 선뜻 이해되지 않은 판결이 선고되는 이유를 설명했다.

군내 사건의 공론화가 미흡하거나 조명을 받지 못하는 경우, 대부분 은폐되거나 가해자에 대한 약한 처벌로 사건이 종결된다. 유가족은 현재 가해자가 가해 행위에 응당한 처벌을 받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여론이 뒷받침되지 않을 경우 이 사건도 다른 사건처럼 조용히 넘어갈 가능성이 높다. 학생사회의 관심이 더욱 요구되는 이유이다.

절실한 학생사회의 힘

본교 학생이 가혹행위로 자살한 사건은 2013년 7월에도 있었다. 경기 성남의 공군 제15특수임무비행단 단장 부관실에서 근무하던 중 가해자 한 중위의 지속적인 정신적 학대 끝에 결국 자살을 한 고(故) 김지훈(경제 12) 학우다. 고 김지훈 학우가 사망한 직후 공군은 언론 보도를 막으며 사건을 은폐하고자 했다. 유가족 측은 공군본부에 수사 현황 공개를 요청했으나 거부당했다. 사망 이후 7개월 만에 공군은 고 김지훈 학우가 정신병에 시달려 ‘일반 사망’했다는 결론을 내렸다.

사건은 2014년 5월 22일 본교 경제학과 학생이 공군의 사건 결과 발표의 부당함을 알리는 대자보를 붙이며 공론화됐다. 이어 유가족은 국방부에 사건의 재조사를 요구했다. 이를 계기로 2014년 8월 14일 고 김지훈 학우의 죽음은 ‘일반 사망’이 아닌 ‘순직’으로 변경됐다. 그럼에도 가해자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아쉬움이 남았다.

이에 대응하기 위해 같은 해 9월 당시 본교 총학생회는 전체학생대표자회의에서 결의안을 채택하고 11월경 유가족과 함께 광화문광장에서 기자회견을 열었다. 당시 기자회견에서는 “군 당국은 가해자 한 모 중위에 의한 가혹행위를 일정 부분 인정하면서도 기소유예(징계)라는 형식뿐인 처벌을 내렸다”고 강조하며 군 당국에 ▲가해자 처벌 ▲진실된 사과 ▲가혹행위 근절을 위한 근본적인 해결책 마련 ▲고 김지훈 학우의 명예회복 등을 요구했다.

현재 본교 총학생회 ‘SYNERGY’(이하 총학)의 총학생회장 김가영(생명과학 13) 씨는 이번 사건에 대해 “더 많은 사람들에게 이 사건을 알리고 군내 인권 문제를 공론화하여 제2, 제3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도록 해야 한다”며 사건 공론화에 노력을 기울이겠다고 전했다. 이어서 총학은 청원 마감일을 고려하여 개강 시기에 대자보를 게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최 씨에 대한 사안은 중앙운영위원회를 통해 기층단위에 전달될 것으로 보인다.

2014년 고 김지훈 학우 사건은 본교 학생들이 강력히 일어나 판결을 뒤집은 사례다. 본교 학생사회가 적극적으로 사건에 대응하고 많은 학생들이 꾸준히 관심을 보이며 이뤄낸 성과였다. 이번 사건에서도 학생들의 관심만이 철저한 수사와 정의로운 결정을 이끌어낼 수 있다. 총학 차원의 공론화 노력과 사건의 심각성을 알리는 행동이 요구된다.

부족한 공론화, 불투명한 처벌

송 씨는 “간부가 사건을 빠르게 수습하기 위해 부연 설명도 없이 서류 한 장을 내밀고 서명을 부탁했다”고 하는 한편 “해당 서류는 아들의 시신 화장에 대한 동의서였다”고 전했다. 수사 도중 시신 화장 동의서에 서명을 요구하는 행위는 군내 가혹행위를 은폐하기 위한 방법이다. 유가족은 명확한 진상규명과 가해자에 대한 응당한 처벌이 이뤄지기를 바라고 있는 상황이다. 사건이 은폐되지 않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공론화가 선행돼야 한다.

송 씨는 본교생에게 “이 사회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군대에 가서 자살했다고 하면 본인이 약해서, 군대에 적응을 못해서라는 편견을 갖고 있다”며 “군대에서 이런 사건이 일어나면 부대 부적응자라는 잘못된 낙인이 찍힌다”는 사실에 안타까운 심정을 표했다. 이어 “비록 현진이는 갔지만 우리 아들의 죽음이 헛되지 않도록, 제2, 제3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았으면 하는 것이 가장 큰 바람”이라며 군대의 시스템적 개선과 군내 가혹행위 피해자들에 대한 사회적인 인식의 변화를 소원했다.

송 씨는 변호사로부터 분위기상 가해자의 보직 해임조차도 어려울 것이라는 말을 들었다고 전했다. 가해 행위가 인정돼도 처벌은 미미할 가능성이 높은 상황이다. 판결이 나오기 전 사건의 공론화와 더불어 군내 가혹행위에 대한 논의가 시급하다.

 

이지영·강민정·박지우·유효민·임지현 기자

cooljlee001@korea.ac.kr

.

error: Content is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