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대의 치부(恥部)책, 후속처리는 진행 중

지난 9월 24일, 올해 1월 29일부터 2월 11일까지 총 10일간 진행된 고려중앙학원 및 본교에 관한 교육부 종합감사 결과가 발표됐다. 해당 감사 결과 입시 및 학사 등을 비롯해 7개 분야에서 총 38건의 사항이 지적됐다. 38건의 지적사항에서 본교 직원 채용에 있어 서류심사 시 출신 대학을 차별한 사례가 적발되는 등, 본교의 과오로 인해 재학생을 넘어선 방대한 범위의 피해를 낳은 문제가 산적해 있음이 드러났다.

이번 감사 결과에서 무엇보다도 학생들의 공분을 산 것은 바로 법인카드 부당 사용이다. 감사를 통해 본교 교수진이 ▲교내 연구비 ▲행정비 ▲산학협력단 간접비로 쓰여야 할 6,693만 원을 2016년부터 4년간 221차례에 걸쳐 유흥업소에서 사용한 것이 밝혀졌다. 서양 음식점으로 위장했으나 사실상 유흥주점인 업소를 이용했을 뿐만 아니라 일부는 교내연구비 카드와 행정카드 등을 이용해 분할 결제한 정황이 밝혀지며 논란이 가중됐다. 지난달 16일 해당 사안과 관련해 교육부가 중징계를 요구한 10여 명의 교수자 명단에는 장하성 주중 한국대사를 포함한 다수의 경영대 교수, 기획예산처장 등 중요 보직을 맡은 교수가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교수자 자녀 학점 특혜 의혹이 불거지며 공정성 또한 문제시됐다. 일례로 2016년 한 교수는 자신의 수업을 듣는 자녀의 시험 답안지가 분실돼 미제출 상태임에도 자녀에게 A+을 부여하기도 했다. 부실한 자체 조사와 교육부 조사 대상자 누락 그리고 교수자-자녀 간 강의를 신고하는 등의 제도를 개선하지 않은 결과가 감사에 여실히 드러난 것이다. 해당 사항에 대해서는 경징계 6명, 경고 4명과 관련 규정 정비 권고의 처분이 내려졌다.

본교 총학생회 중앙비상대책위원회는 감사 결과 발표 직후인 지난 9월 27일 성명문을 발표해 본교의 입장표명을 강력하게 요구했다. 특히 열악한 실습 환경·강의 부족 등 학생들이 꾸준히 제기해온 문제에 대해 자금이 부족하다는 일관된 태도를 보였던 본교가 ‘자가당착’에 빠져있다고 비판했다. 이에 바로 다음날인 28일 학교 측은 중비대위와의 면담을 거쳐 답변을 내놓았다. 유흥비 등 부정적으로 지출된 금액에 대해선 전액 환수가 이뤄졌으며, 관행적으로 집행된 것이라 하더라도 이를 바로잡고 자체적인 징계를 준비하고 있음을 분명히 알렸다. 금액 지출에 대한 정확한 지침을 마련하고자 지난 회계부분감사 이후로 혁신위원회를 만들어 운영하고 있다고도 전했다.

본교는 이번 감사에서 지적된 대학원 입학전형 위원별 평점표 미보관에 대한 건과 체육특기자 특별전형에 대한 건에 대해서는 교육부를 대상으로 행정소송을 진행 중이며, 한편으로는 교육부의 징계 처분을 이행하기 위해 준비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특히 퇴임한 장 전 교수의 경우 통상적인 절차로는 징계 처리가 힘든 점 등 즉각적인 대응이 어려운 측면이 있어 부정 사항에 대한 자체적 처벌 논의는 앞으로도 이어질 전망이다. 중비대위는 징계 수위를 높여 더 이상의 비리를 차단해야 한다는 학생들의 요구에 발맞춰 지난달 6일과 이달 3일 학교 측과의 면담을 가지는 등 꾸준히 학교 본부의 회계감사에 대한 후속처리를 점검하고 있다.

지난해 전별금 관행을 상조회비가 아닌 교비로 부당 사용한 것으로 드러난 회계부분감사에 이어 올해 첫 교육부 종합감사에까지 각종 비리가 무더기로 적발됐다. 심지어 작년 회계부분감사 결과 발표 이후로도 유흥주점 방문이 계속된 점은 학생들을 실망케 했다. 본교 경영학과 20학번에 재학 중인 A 씨는 “경영대 교수라면 대부분 윤리 경영이나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관한 내용을 학생들에게 강의해왔을 텐데, 법인카드를 본인들의 사리사욕을 채우기 위해 사용한 것을 보면 과연 교수들이 학생들을 가르칠 수 있는 자격이 있는지 의문”이라는 심경을 전했다. 덧붙여 “징계 수위를 다소 높이고 학생들이 교수자·학교에 신뢰를 바탕으로 수학할 수 있도록 직분에 충실했으면 좋겠다”고 밝혔다. 본교가 사후 조치인 징계와 더불어 제도적 차원의 노력을 지속하고, 학내 구성원의 인식 제고에 힘쓰는 등의 노력으로 ‘비리 사학’의 오명을 탈피할 수 있을지 지속적인 관심이 필요한 상황이다.

 

조수현·김민지·민건홍·이채윤 기자

shcho712@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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