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 문제 심각한데… 더딘 인문사회관 공사

지난 2018년 11월 문과대학 자치공간, 중앙동아리 부실 등이 위치했던 홍보관이 철거됐다. 민주광장 뒤편을 차지하던 홍보관 자리엔 ‘인문사회관(가칭)’이 건립된다. 인문사회관은 문과대학과 정경대학이 고질적으로 겪는 공간 문제를 다소 해소할 것으로 기대되나, 홍보관이 완전히 철거된 작년 2월 이후 지금까지 착공이 이뤄지지 않았다. 출석 수업이 정상화될 경우 문과대학과 정경대학의 강의·연구 공간 및 자치공간 부족 문제가 가시화될 전망이나 인문사회관 건설은 요원해 보인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The HOANS에서 문과대학과 정경대학의 공간 문제 및 인문사회관 공사 현황을 살펴봤다.

 

문대생의 갈 곳은 어디에

본교 문과대학은 15개 학과와 685명(20학번 기준)의 모집정원을 자랑해 공과대학에 이어 두 번째로 학생 수가 많은 단과대학이다. 그러나 문과대학 전용 건물은 지하 1층~지상 6층 규모의 문과대학 서관(이하 서관)이 유일하다. 심리학과 행정실 및 교수연구실 일부가 위치한 법학관 구관을 포함해도 단과대학의 규모와 비교할 때 가용 공간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특정 전공과목이 해당 단과대학 소속 건물에서 개설되는 비율을 비교하기 위해 이를 ‘전공 수용률’로 정의했다. 전공 수용률 계산을 위해 20-1학기를 기준으로 개설 전공에 배정된 강의실 정보를 수합했다. 학과 연구실이 위치하더라도 원칙상 공용공간인 과학도서관 등은 소속 건물에서 배제했다. 조사 결과 문과대학 개설과목 294개 중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 137개 과목만이 서관에 배정됐다. 이는 47%의 전공 수용률로 역시 공간 부족 문제가 제기되는 정경대학이나 공과대학과 비교해도 상당히 낮은 수치다. 나머지 157개 과목은 ▲교양관(55개) ▲법학관 구관(32개) ▲교육관(25개)을 중심으로 총 11개 건물을 전전하며 열렸다. 조 모(철학 19) 씨는 “전공 수업이 열리는 건물이 정해져 있지 않아 서관-법학관-서관과 같이 동선이 비효율적일 때가 많다”며 낮은 전공 수용률로 인한 문제점을 밝혔다. 한편 서관은 1961년 완공된 건물로 공간 및 설비가 오래돼 부실할 뿐만 아니라 창문이나 난방 시설이 없는 강의실이 있는 등 시설이 낙후됐다는 문제까지 계속 지적되고 있다.

홍보관 철거로 자리를 잃은 자치공간 역시 문과대학 학생들의 공간 문제를 가중한다. 각 학과의 과방 및 동아리실은 작년 10월 국제관 어학원동 1층으로 임시 이전했다. 그러나 한 층에 과방과 동아리실을 모두 수용하기 위해 ▲15개 학과의 과방 ▲6개 동아리실 ▲휴게실 등이 무리하게 위치한 상황이다. 장 모(영문 19) 씨는 “한 학번에 120여 명에 이르는 대형 과임에도 과방은 10명이면 꽉 차는 수준”이라며 공간의 협소함을 지적했다. 박 모(일문 19) 씨는 “과방 사이에 가벽이 놓인 상태”라며 방음 문제에 취약하다고 전했다. 국제관의 공간은 임시방편인 만큼 이용하기 좋은 환경을 제공하지 못하는 것이다. 문과대학 학생회장 조율(언어 18) 씨는 “당연히 필요한 공간들이 인문사회관 건립으로 공급됐으면 한다”며 공간 문제 해결을 위한 대안이 절실한 시점임을 강조했다.

 

정대생의 갈 곳은 어디에

본교 정경대학은 교육·연구 공간 및 자치공간으로 지하 1층~지상 6층의 정경관 건물을 사용하고 있다. 문과대학이 과거 홍보관을 포함해 두 개의 건물을 이용했다는 점, 정경대학과 모집 정원이 비슷한 사범대학도 두 개의 건물을 이용한다는 점 등을 고려하면 다소 작은 규모임을 짐작할 수 있다. 게다가 현재 정경관은 7개 층 중 강의실이 1·2·5층의 3개 층에만 존재해 다수의 전공과목을 수용하기 부족한 환경이다. 정경대학이 문과대학을 뒤이어 두 번째로 낮은 전공 수용률을 보인 이유다. 특히 경제학과는 20-1학기에 개설된 전공 수업 49개 중 29개(59%) 수업만이 정경관에 배정됐고, 16개(33%)는 교양관 강의실이 배정됐다.

정경대학 전공과목의 다수는 대형강의로 진행되지만 대형강의에 적합한 강의실이 없다는 점도 지적된다. 정경대학 비상대책위원장 정종락(정외 17) 씨는 “정경관의 강의실은 원형이 아니라 모든 학생들에게 수업 내용이 골고루 전달되기 어렵다”고 전했다. 그나마 대형강의 공간을 제공하는 101호, 503호 등의 강의실은 책상 간격이 좁거나 시설이 노후해 이용에 불편을 느끼는 학생들이 많다. 대형 강의실이 부족해 이용되는 506호의 강당도 강의실로 이용하기엔 적절치 못하다는 평이 다수다. 506호에서 ‘정치학의 기본탐구’를 수강한 김 모(정외 18) 씨는 “좌석이 불편해 정상적인 필기와 시험 응시 모두에 부적합한 환경”이라며 당시 겪었던 고충을 밝혔다. 건물 지하에 위치한 자치공간을 개선할 필요성도 제기된다. 한 정경대학 동아리 회장은 “전용 공간이 주어진 것만으로도 감사한다”면서도 ▲정상적인 환기와 통풍이 어려운 점 ▲오래된 냉난방 시스템 ▲취약한 방음시설 등의 문제는 개선되길 바란다고 밝혔다.

 

인문사회관, 까마득한 완공

지난 2018년 5월 열린 ‘캠퍼스 공간계획 교류회‘에서 인문사회관의 공사개요 및 계획에 대한 공정식 관리처장의 설명이 있었다. 당시 공 처장은 인문사회관의 규모는 지하 3층, 지상은 7층에서 최대 15층까지로 계획하고 있으며 그해 9월 착공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애초에 홍보관 철거가 11월에 진행되며 원래 계획보다 공사가 늦어졌다. 이후 지난해 11월 인문사회관의 대략적인 규모가 서울시 세부조성계획에서 ’지하는 2~3층, 지상은 최대 9층까지 가능‘한 것으로 결정됐다.

작년까지는 성북구의 심의를 통과하지 못해 신축이 지연됐다면 올해는 코로나19로 계획에 차질이 생겨 공사가 더욱 지연되는 모양새다. 올해 봄엔 건축 기금 마련을 위한 정경대·문과대 공동 행사를 진행하고자 했으나 연기됐다. 한편 지난달 12일 정진택 총장은 문과대학 회장과의 면담에서 “현재 부지 마련, 설계 단계를 지나 자금 마련과 허가 및 심의 과정을 거치는 중”이라며 “12월 중 착공하는 것이 목표”라고 밝혔다. 본교 건축팀에서 근무하는 박순홍 씨는 “결정된 규모에 따라 주변 지형 및 다른 건물들과 어울릴 수 있도록 배치계획을 수립 중”이라며 보다 구체적인 현황을 알렸다. 또한 향후 기본설계, 실시설계를 거쳐 교통영향평가, 환경영향평가 등 후속 인허가를 진행할 예정임을 전했다.

다행히 인문사회관으로 문과대학과 정경대학의 공간 부족 문제를 해결하려는 노력은 계속되고 있다. 김태일 정경대학 학장은 지난달 21일 정경대학 비상대책위원회와의 면담에서 인문사회관에는 강의실, 교수 연구실, 연구소 공간은 물론이며 학부생을 위한 공간이 마련될 것이라고 밝혔다. 실제로 이를 위해 ▲관리처 ▲문과대학 ▲정경대학으로 구성된 인문사회관 건축위원회에서 공간 구성과 관련된 문제를 주기적으로 논의하는 상황이다. 박 씨는 “각 단과대별로 공간 요구안을 작성하고 있다”며 양 단과대학과 기존 홍보관 사용 단체 등의 요구사항을 반영해 공간 구성을 진행할 것이라고 전했다. 그러나 아직 ‘학부생을 위한 공간’에 대한 학생들의 의견은 수합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정종락 정경대학 비상대책위원장은 “신축 과정에서 학부생도 학내 구성원으로서 마땅히 평등하게 의견을 표출할 수 있어야 한다”며 공간 사용을 함께 논의하고 정보를 투명하게 공유할 수 있길 바랐다.

SK미래관 건설 당시에도 공간 문제를 둘러싸고 일어난 학교 본부와 학생들 간 갈등은 인문사회관을 짓는 과정에서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SK미래관을 통한 강의실 확보가 실패한 이후 문과대학과 정경대학이 인문사회관의 진행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언제쯤이면 인문사회관을 통해 강의실 및 자치공간이 생겨 보다 쾌적한 환경에서 지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조수현·김민지·김윤진 기자

shcho712@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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