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중화장실법? 본교 실정과는 만만부당

남자화장실, 무슨 일인가

지난달 26일, 학내 커뮤니티에 ‘정보관 1층 남자 화장실’이라는 제목으로 해당 화장실의 변기 배치와 공간 활용을 규탄하는 글이 게시됐다. 작성자는 소변기를 추가로 배치할 만한 공간이 비어있는 본교 우정 정보관 1층 남자 화장실의 사진을 첨부했고, 그 비효율성에 분노하는 여론이 뒤따랐다. 이와 더불어 제기된 문제가 커뮤니티 사용자 사이에서 여자 화장실의 변기 개수보다 남자 화장실의 변기 개수가 작아야 한다는 ‘공중화장실 등에 대한 법률’(이하 공중화장실법) 때문인 것 같다는 의혹이 제기되며 반응이 격화됐다.

공중화장실법은 제7조에서 ‘공중화장실 등은 남녀화장실을 구분하여야 하며, 여성 화장실의 대변기 수는 남성 화장실의 대ㆍ소변기 수의 합 이상이 되도록 설치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공중화장실법 제7조는 2004년에 제정된 법으로, 당시 대표발의자였던 심재철 의원은 개인 홈페이지에 “여자들의 화장실 평균 이용 시간이 남자들의 약 3배”라며 입법목적을 밝혔다. 하지만 해당 법안은 발의 당시부터 국민의 지지를 받는 데 실패했다.

우선 법안을 적용하는 건물의 수용 가능 인원이 아닌 남자 화장실의 대ㆍ소변기 수로 여자 화장실의 변기 개수 기준을 설정했기 때문에 문제의 본질을 충분히 이해하지 못한 법안이라는 지적의 목소리가 크다. 법안의 근본적인 한계로 여자 화장실의 대변기 개수를 늘리기보다 남자 화장실의 대소변기 개수를 줄이는 식의 ‘꼼수’가 성행하기도 해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나오는 상황이다. 또한 공중화장실법 제7조를 위반했을 경우 약 100만 원 가량의 과태료가 부과되는 반면 기준에 맞춰 화장실 보수를 할 경우 과태료보다 더 큰 비용이 소모되기에 법안의 실효성에 대한 비판도 제기된다. 이처럼 화장실 사용자와 제공자 모두에게 불편함을 야기하는 탁상행정이라는 인식이 확산됨에 따라 공중화장실법 제7조가 불필요하다는 논의가 지속되고 있다.

 

본교 화장실 운용 현황

그렇다면 본교 화장실의 상황은 어떨까. 이공계 캠퍼스 건물 중 본지가 답사한 ▲우정 정보관 ▲미래융합기술관 ▲생명과학 동관 ▲공학관 ▲과학도서관 중 그 어느 곳도 현행 공중화장실법을 준수하고 있지 않았다. 우정 정보관의 경우 공중화장실법이 제정된 후인 2011년에 완공됐음에도 불구하고 남자 화장실의 대소변기의 합은 26개로, 총 19개인 여자 화장실 대변기 수를 훨씬 웃돌았다. 우정 정보관뿐만이 아니다. 2003년에 준공돼 현재까지도 기계공학부와 신소재공학부를 비롯한 공과대학 전공수업 다수가 열리는 동시에 각종 기업체가 입주한 창의관의 경우, 남자 대소변기의 합은 62개로 26개인 여자 대변기 수의 2배를 넘는다. 이외에도 남자 대소변기 수 대비 여자 대변기의 비율은 공학관에서 20% 수준이고, 미래융합기술관과 생명과학 동관은 50% 수준인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이를 무작정 본교의 범법행위라고 비난할 수는 없는 상황이다. 현실적으로 남자 화장실에서 통용되는 소변기가 대변기보다 압도적으로 적은 공간을 차지할 뿐 아니라, 법안 제정 후 화장실을 법안에 맞게 리모델링하기 위해서는 재정이 많이 소모된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더욱이 위에서 언급한 기계공학부의 경우 2018년 기준 여학생 비율이 10.15%, 신소재공학부의 경우 같은 기준에서 여학생 비율이 25.24%를 보이는 등 상당한 남초 현상이 꾸준히 지속됐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본교는 오히려 법안을 준수할 경우보다도 합리적으로 화장실 공간을 운용 중인 것으로 보인다.

이공계 캠퍼스의 상황과 일견 비교되는 본교 인문계 캠퍼스의 남자 대소변기 수 대비 여자 대변기의 비율은 본교의 화장실 운용 정책이 합리적이라는 또 다른 방증이다. 공중화장실법이 제정되고 약 9년 후인 2013년에 준공된 현대자동차경영관의 경우 남자 화장실의 대소변기 수와 여자 화장실의 대변기 수가 모든 층에서 일치한다. 뿐만 아니라 여학생 비율이 60%에 달하는 여초현상을 보이는 사범대학 소속 학과에서 주로 사용하는 사범대학 본관에서는, 여자 화장실의 대변기 수가 13개인 한편 남자 화장실의 대소변기 합이 20개로, 비록 개수 차이는 있지만 비슷한 시기에 지어진 이공계 캠퍼스 건물의 변기 숫자와 비교하면 성비를 배려한 배치다. 공과대학 내에서도 성비를 고려하여 여학생 비율이 압도적으로 낮은 신소재공학부와 기계공학부가 주로 사용하는 건물은 남자 대소변기 대비 여자 대변기 비율을 더욱 낮게, 여학생 비율이 50%에 달하는 생명공학부가 사용하는 생명과학관의 비율은 비교적 높게 설정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본교가 공중화장실법에 대한 준수 의지가 없는 것이 아니라 ▲성비 ▲리모델링 비용 그리고 ▲소변기와 대변기의 공간 문제를 고려해 화장실을 운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자연계 캠퍼스 건물 층수 남자 화장실

소변기 수

남자 화장실

대변기 수

여자 화장실

대변기 수

우정 정보관 1층 2 2 2
2층 3 2 4
3층 2 2 3
4층 2 2 3
5층 2 2 3
6층 3 2 4
미래융합기술관 1층 3 3 3
2층 3 2 3
3층 4 3 4
4층 4 3 4
5층 4 3 4
6층 4 3 4
생명과학 동관 1층 4 3 4
2층 5 4 5
3층 5 4 5
4층 5 4 5
창의관 1층 8 5 5
2층 4 3 3
3층 4 3 3
4층 4 3 3
5층 4 3 3
6층 4 3 3
7층 4 3 3
8층 4 3 3
공학관 1층 9 9 3
2층 4 4 3
3층 9 9 4
4층 9 9 4
5층 7 7 2
6층 4 4 3
7층 4 4 3
과학도서관 B1층 7 3 4
1층 3 2 2
3층 18 14 5

 

인문계 캠퍼스 건물 층수 남자 화장실

소변기 수

남자 화장실

대변기 수

여자 화장실

대변기 수

정경관 1층 3 2 3
2층 7 4 6
3층 7 4 6
4층 7 4 6
5층 7 4 6
6층 6 4 4
교양관 1층 6 6 7
2층 8 8 8
3층 8 8 8
4층 8 8 8
5층 4 4 4
6층 15 6 9
현대자동차관 B3층 4 3 7
B2층 4 3 7
B1층 2 2 4
1층 2 2 4
2층 3 3 6
3층 3 3 6
4층 3 3 6
5층 3 3 6
사대본관 1층 6 4 6
2층 X X X
3층 6 4 7

 

학생이 체감하는 현황과 법안의 괴리

실제로 건물별 화장실을 사용하는 학생들 역시 법안이 실정과 괴리가 크다는 점을 인식하고 있었다. 채정우(건축 18) 씨는 법안의 취지는 이해가 간다고 말하는 한편 “과학도서관 등 남자 화장실 수가 많은 이공계 캠퍼스에서 남자 화장실을 사용하면서도 자리가 부족한 적이 있었다”라며 “남성 사용자가 더 많은 것이 확실한 공간의 경우 법안에 별도 조치가 필요하다”라고 의견을 밝혔다. 실제로 공중화장실법 7조에도 예외 규정이 있지만 본교는 해당 범주 안에 들지 않는다. 행정안전부령으로 규정하는 예외는 오직 남학생 또는 여학생만 재학하는 학교 등 극히 일부 사례에만 해당하기 때문이다. 남녀 공학 사립대학의 학과별 성비 차이에 관한 고려는 들어있지 않다. 성비 차이가 극심한 학과가 분명 있고 전공 특성상 이런 학과들이 같은 시설을 공유하는 경우가 많은 상황 또한 지적됐다. 본교의 특수한 상황도 고려된다. 보건정책관리학부에 재학 중인 15학번 A 씨는 “인문계 캠퍼스의 경우 신축 건물에 한해 설계 과정에서부터 여자 화장실을 위한 공간을 충분히 확보해야 한다”며 남학생의 비율이 꾸준히 높았던 학과가 다수 포진한 자연계 캠퍼스와의 차이를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을 전했다.

한편 법안 자체에 대한 문제의식도 강력했다. A 씨는 “문제는 변기의 개수가 아니라 화장실 공간의 크기”라며 본질을 짚었다. 남자 화장실의 변기 개수를 줄이지 않고 정당하게 현행 법적 요건을 충족하려면 설계 단계부터 여자 화장실의 크기를 남자 화장실보다 넓게 계획하거나, 아니면 여자 화장실 공간이 매우 협소해지는 점을 감수하고 개수 조항을 충족시켜야 한다. 이에 “건물 설계 과정에서부터 여자 화장실에 충분히 공간 확보를 강제하는 조항을 추가해야 한다”며 법안을 보완할 필요를 역설했다. 이민준(생공 18) 씨 역시 “단위 시간 당 화장실 이용자 수를 기준으로 변기 수를 지정하는 편이 차라리 합리적”이라고 대안을 제시하며 남자 화장실과 여자 화장실의 변기 수를 비교 기준으로 삼는 것이 실정에 부적절하다는 의견에 힘을 실었다.

 

학내 구성원을 위한 최선은?

실제 사용자의 문제의식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법안은 유효하다.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세밀하지 못한 시행령이나 부족한 효용이 안타깝다는 견해도 있다. 학내 구성원을 위한 최선의 방안은 무엇일지 본교의 소명과 신중한 논의가 필요한 상황이다.

리모델링을 계획 중이거나 건축 중인 SK미래관을 비롯해 신축 예정에 있는 본교 시설의 화장실은 어떻게 계획되고 있는지도 귀추가 주목된다. 이에 A 씨는 “곧 신축 작업이 시작될 인문사회관을 비롯해 총학생회가 신축 건물 내 여자 화장실 크기에 관해 목소리를 낼 필요가 있다”라며 학생 사회의 관심을 요구하기도 했다.

 

박지우·김동후 기자

idler9949@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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