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내 청소노동자 처우 개선 사업, 효과 있었나

교내 미화 노동자 처우 문제는 지난 몇 년간 꾸준히 논란이 돼왔다. 본지에서도 지난해 6월호 <여전히 열악한 미화 노동자 처우> 기사를 통해 ▲높은 노동 강도 ▲부실한 휴게 공간 ▲노동조합 부재 등 문제를 꼬집은 바 있다. 이후 지난해 8월 학생회 측에서도 이에 대한 문제의식을 제기하며 본교 임시 중앙집행위원회 인권연대국 주도 아래 ‘교내 청소노동자 처우 개선 사업’을 진행했다. 시행 8개월 차에 접어든 현시점에서 해당 사업의 효과와 노동자 처우 개선 현황을 The HOANS에서 알아봤다.

 

교내 청소노동자 처우 개선 사업이란?

 

지난해 8월 본교 임시중앙집행위원회 인권연대국은 ▲교내 민주노총 ▲서울 지역 대학생 인권동아리 ▲교내 언론 동아리 등과 함께 본교 64개 건물에 근무하는 청소노동자 268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결과에 따르면 질문 중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에 ‘휴게 공간’이라고 응답한 청소노동자가 45.8%로 가장 많았고 임금 인상(38.4%)과 직장 내 불편한 인간관계(15.3%)가 그 뒤를 이었다. 또한 학교 건물을 직접 방문해 ▲위치 ▲규모 ▲환경 ▲가구 및 비품 ▲관리 항목을 살피는 시찰 조사를 진행하며 청소노동자 처우를 점검한 바 있다.

설문조사 및 시찰 결과를 바탕으로 지난해 9월 15일 본교에 실태조사 보고서 및 요구안이 전달됐다. 요구안 내용은 ▲열악한 휴게 공간 이전 ▲노동 현장과 휴게 공간 시설 개선 ▲노동환경 개선 ▲노동권 침해 관련 논의장 마련 ▲노동자·학생과 고용 논의로 요약된다. 인권연대국은 청소노동자 처우 실태의 심각성과 사안의 시급함을 언급하며 학교와 노동자의 상생을 위해 노력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구체적으로는 10월경 본교와 교섭을 진행할 예정이라고 전달했다. 하지만 이후 진행 상황에 대한 보고가 중단돼 더 이상 정보가 알려진 바 없는 상황이다.

 

요구안 제출 이후의 상황은?

 

본지에서는 지난해 9월 인권연대국이 학교 당국에 교내 청소노동자 처우에 대한 실태조사 결과 및 요구안을 전달한 이후의 상황을 알아보기 위해 당시 인권연대국장을 맡았던 김수민(정외 20) 씨와 인터뷰를 진행했다. 당시 인권연대국은 학생회는 해당 사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지속하여 학교 당국과 크고 작은 잡음을 겪은 것으로 알려졌다. 학교 당국은 학생회가 학교와 상의 없이 해당 사업을 추진한 것에 대해 불편한 감정을 표했고 전반적인 사업 진행 경과와 설문지 내용 공개를 요구했다고 한다. 특히 김 씨는 “실태조사 당시 다수의 청소노동자분께서 윗선에서 취재에 응하지 말라는 압박을 지속적으로 받았다고 밝혔다”며 학교 당국의 불합리한 태도를 강조했다.

인권연대국은 학교에 요구안을 전달한 이후 계속해서 해당 안건에 대한 학교 측과의 면담을 요구했다. 하지만 학교 당국은 “지금은 다른 업무로 바빠 약속한 일자 안으로 면담을 진행하기 어렵다”는 응답만 내놨고 그 후 학생회는 어떠한 연락도 받지 못했다고 한다. 해당 문제에 대한 외부 언론 보도 이후 학교 당국은 몇몇 건물에 새로운 휴게실을 설치하고 기존 휴게실을 리모델링 하는 등 관련 조처를 했다. 하지만 이러한 조치는 학생회와 논의 없이 진행돼 학생들의 권리를 일부 침해하는 결과를 불러왔다. 본교 재학생 A 씨에 따르면 학교 측은 특정 학과에 “현재 동아리 방 또는 과실로 활용하고 있는 공간을 내달라”며 “총학생회가 청소노동자 처우 개선사업을 통해 요구한 바에 응하기 위해선 학생들의 공간을 포기해야 한다”고 전했다고 한다.

김 씨는 해당 사업을 투쟁의 형태로 이어나가지 못해 아쉬웠다고 전했다. 학우들 사이에서 청소노동자 처우 개선에 공감하는 목소리가 모였고 학생들이 요구한 바가 눈에 띄는 시정으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를 투쟁의 형태로 이어나가고자 했던 것이다. 그러나 당시 학교 당국이 연말에 있을 교내 청소노동자 퇴직자 자리 충원에 대한 결정권을 쥐고 있었기 때문에 청소노동자 측의 부담을 고려해 이후 특별한 대응을 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한편 인권연대국은 조만간 해당 사업에 대한 인수인계를 진행한 후 학교 측에 요구한 바가 얼마나 이행되었는지 확인할 예정이다.

 

실질적 처우 개선은?

 

학교 당국의 관련 조치 이후 실제 청소노동자 처우가 얼마나 개선되었는지 알아보기 위해 백주년기념관과 현대자동차 경영관의 청소노동자를 대상으로 인터뷰를 진행했다. 먼저 백주년기념관 미화원 쉼터를 찾아 해당 사업 이후 학교 측의 대응을 질문한 결과 “어쩔 수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을 뿐 실질적 개선은 전혀 없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백주년기념관 미화원 쉼터는 ▲인원에 비해 좁은 면적 ▲냉난방 시설 부재 ▲창문 및 샤워실 부재 등의 문제가 존재했고 학생회는 해당 사항 개선을 요구했다. 하지만 여전히 에어컨이 부재해 땀을 흘려도 선풍기로 대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으며 이전할 공간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열람실 바로 옆 좁은 공간을 여섯 명이 함께 사용하고 있었다.

현대자동차 경영관의 미화원 쉼터는 원인 모를 악취가 풍기는 지하 4층 구석에 위치한다. 지하 4층은 건물 지도에도 표시되지 않은 곳으로 기계실과 관리실 등이 위치한 공간이다. 쾌적할 리 없는 쉼터에는 4개의 환풍기가 설치돼있었으나 공기가 유입되는 2개의 환풍기는 배관조차 없이 막혀있어 사실상 보여주기식 시공인 상태다. 환풍기 날림 시공에 대해 학교 측에 건의해봤으나 “지은 지 9년이 넘어 이제는 어쩔 수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다고 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습기와 냄새가 빠져나가지 못해 미화 노동자분들은 라면 하나도 먹기 힘든 상황이다.

하물며 인터뷰를 진행한 청소노동자 두 분은 지난해 교내 청소노동자 처우 개선사업이 진행됐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지난해 10월 이후 학교 측의 조치가 없었냐는 질문에 “학교 사람이 나와서 제습기 하나를 설치한 게 전부”라며 “여기가 굉장히 습해서 처음 제습기를 틀어두었을 때는 물이 한 바가지가 나왔다”고 밝혔다. 또한 쉼터가 위치한 지하 4층에서 풍기는 악취에 대해서는 “휴게실 근처에 기계실이 위치해 악취가 나고 벌레가 많다”며 “바로 옆에 있었던 여자 휴게실은 관련 문제로 인해 위치를 경영 본관으로 이전할 정도”였다고 답했다.

미화 노동자 처우에 대해 본지와 인터뷰를 진행한 노동자들은 모두 “어쩔 수 없는 부분이 많다”며 현 상황에 체념한 듯한 모습이었다. 하지만 이들이 지도에 표시되지도 않은 지하 4층의 냄새 나는 공간을, 창고로 사용되던 에어컨도 안 나오는 공간을 쉼터로 사용하는 것은 절대로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니다. 학교 당국은 해당 문제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이제라도 노동자와 학생회 측의 요구를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할 것이다. 그저 몇몇 건물에 새로운 휴게실을 설치하는 것만으로 모든 노동자의 처우를 개선했다는 착각에 빠지지 않길 바란다. 학생회 측에서도 해당 사업을 끝까지 마무리하기 위해 지속적인 관심을 기울여야 하며 실효성 있는 변화를 끌어내기 위해선 학생들의 관심 또한 절실하다. 더 이상 노동자의 권리 침해가 당연하게 여겨지지 않길 바란다.

정윤희·유민제·정채빈 기자
ddulee3880@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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