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육권에 행동 나서는 학생사회

지난달 13일 총학생회는 2022 비민주적 교육권 침해 기자회견을 개최해 교육권에 대한 학생들의 요구를 강력하게 주장했다. 코로나19로 한동안 멈췄던 교육권 운동이 다시금 활기를 찾는 모양새다. 이를 맞아 교육권의 정의와 본교가 당면한 교육권 문제, 그리고 학생사회의 대응을 The HOANS에서 다뤄봤다.

지난달 13일 총학생회는 중앙광장 정문에서 2022 비민주적 교육권 침해 기자회견을 개최했다. 총학생회 박영준 교육정책국장(자전 20)의 “학교는 답할 수 없는가” 기조 발언을 시작으로 ▲드롭 제도 ▲학생 자치공간 ▲전공 교원 충원 등 7대 의제에 대한 발언이 이어졌다. 이는 지난달 3월 21일부터 2주간 진행된 교육권리찾기운동 온·오프라인 연서명 제출에도 불구하고 학교가 응답하지 않은 데 따른 조치로 보인다. 이외에도 정경대를 포함한 16개 단과대에서 정대 후문과 노벨 광장 게시판에 “학교와 학생의 징검다리가 되다”라는 제목의 대자보를 게시하는 등 교육권 보장 움직임에 시동이 걸렸다.

지난 3년간 코로나19로 다양한 교육권 상실 문제가 제기돼왔다. 단순히 대면 활동이 불가능해지면서 교육권 요구 움직임이 둔화했던 점부터, 비대면 수업으로 인한 교육의 질 저하까지 학생 교육권 전반이 침체를 겪었다. 올해 코로나19가 종막에 접어들며 학사 운영도 대면으로 상당수 전환됐고 이에 그간 산재했던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학생들이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면서 교육 권리 운동이 탄력을 받았다.

 

교육권이란 무엇인가

 

포괄적으로 교육권은 원활하게 교육받을 수 있는 환경을 보장받고 학사 운영에서 학생이 충분히 목소리를 낼 권리를 의미한다. 의무교육에서 교육권은 헌법 제31조를 통해 보장되고 있다. 최근에는 고등교육 차원에서의 교육권도 논의가 거세지고 있다. 고등교육법 제12조 학생자치 권장과 진흥 조항은 “학생 자치활동은 권장ㆍ보호되며, 그 조직과 운영에 관한 기본 사항은 학칙으로 정한다”라고 명시한다. 이는 학생이 단순한 학생 간 활동을 넘어 대학 구성원으로서 학교 본부에 의견을 개진하고 적극 운영에 참가할 근거가 된다. 이렇듯 고등교육법은 강의 수강에 대한 요구뿐만 아니라 교육을 온전히 향유하기 위한 필수 조치를 포괄하고 있다.

교육권 확보를 목표로 한 학생 운동은 오래전부터 이어져 왔다. 90년대 진행된 학원 자주화 운동은 이전까지 민족과 사회 변화에 초점을 뒀던 학생운동 아젠다를 처음으로 학교 자체에 대한 의제로 돌렸다. 이후 이어진 사립대학 등록금 인하 운동 등으로 교육권 운동은 학생들의 요구를 수렴하는 방향으로 변모해 왔다. 그럼에도 아직 많은 대학에서 학생 교육권이 충분히 보장되지 못하는 실정이다. 실질적인 대학 수업뿐 아니라 대학 운영 방침과 교육여건처럼 대학 현장 전반에서 개선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러한 문제점은 ▲교육여건 평등 ▲대학 수업의 질 ▲학사 운영에서 학생 의견 개진권 ▲강의 및 교수자 증설 등 공통된 요구안으로 요약된다.

우리는 무엇을 침해받고 있나

 

교육권 침해 사례 중 손꼽히는 것은 등록금 관련 문제다. 올해 1월에는 학교 당국이 대학원생 및 외국인 학부생을 대상으로 등록금을 인상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이에 총학생회 주도로 등록금심의위원회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이 열리는 등 큰 화제가 됐다. 비싼 등록금에 비해 수강권이 제대로 보장되는가에 대해서도 많은 불만이 존재해왔다. 강사법 개정을 전후해 재정 부족을 명목으로 수많은 강의가 감축됐다. 자연스레 학생의 수강권도 그 폭이 좁아질 수밖에 없었다. 본교의 경우 타 대학과 달리 수강 포기제도, 소위 ‘드랍’이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도 오래전부터 지적됐다.

코로나19가 소강세에 접어들고 대면 강의가 확대되는 지금은 더욱 많은 교육권 문제가 대두되고 있다. ▲미래관을 비롯한 다양한 건물의 출입문과 공간 개방 문제 ▲원활하지 않은 교내 와이파이 ▲빔프로젝터 같은 수업 기기의 낙후로 인한 강의 질 하락 등이 이에 해당한다. 또한 일부 강의는 코로나19 확진 등 사유로 대면 강의에 참석하지 못하는 학생들에 대해 적절한 수강 환경이 보장되지 않아 논란이 되는 실정이다.

 

교육권, 학생사회의 반응은

 

최근 교육권 침해에 대한 학생의 문제의식에 부응해 본교 학생사회는 다양한 대응에 나섰다. 그간 교육권을 향한 학생들의 움직임은 실질적인 성과로 이어져 왔다. 2016년 학교 당국의 독단적인 자유전공학부 폐지 및 크림슨 칼리지 설립은 학생총회를 비롯한 학생들의 반대로 무산된 바 있다. 2019년도에는 수강신청제도와 수강신청 사이트 개편에 성공했고, 기숙사 정원 확충을 위해 다양한 시도가 이어졌다. 당시 이슈가 됐던 회계비리 사건에 대한 구조 개선을 촉구해 학생참여예산제도와 학생의 자율적 예산 운용 제도를 이끌어내기도 했다.

2022년 현재 본교 총학생회는 총학생회 선거 당시부터 교육권 보장에 적극적으로 나설 것을 표명했다. 개강 후 교육권 문제에 대한 전수조사로 첫걸음을 뗀 데 이어 지난 3월 21일부터 지난달 2일까지는 ‘2022 교육권리찾기운동’을 실시했다. 해당 운동은 서명운동을 통해 학생사회에 교육권 쟁취의 필요성을 호소하고, 이를 교무처 등 유관부서에 전달하는 동시에 대자보전을 통해 각 기층의 요구사항을 학생들에게 알리는 방식으로 진행됐다.

 

정경대학 학생들의 ‘교육권리운동’

 

정경대 학생사회 역시 자체적인 교육권 보장을 위해 다양한 활동을 기획했다. 정경대 학생회 측은 지난 2월 23~25일 진행된 새내기새로배움터에서 교육권 관련 문제의식 수렴과 행동 필요성을 주요 안건으로 다뤘다. 이어 지난 3월 15~17일에는 호안정대 교육권 TF를 모집해 교육권리운동의 운영 토대를 마련했고, 학과 단위 교육권 문제 전수조사 또한 진행해 교육권 관련 의제를 수합했다.
이를 바탕으로 3월 말부터 3주간 2022년 호안정대 교육권리찾기 운동이 진행됐다. 3월 22~25일 4일간 ‘호안 에이전트 부스’ 활동을 개최해 교육권 문제의식을 적극 홍보하고 교육권 관련 설문조사도 진행했다. 이후 각 학과장을 면담하고 교육권 요구안을 작성하는 한편, 마지막 주차에는 작성한 요구안을 정학 대회에서 인준받는 동시에 강의 발언과 대자보전을 진행하는 행보를 이어나갔다. 지난달 7일에는 “황금사과 아래서”라는 이름으로 교육권 페스티벌을 통해 3주간의 교육권리찾기 운동 성과를 보고했다.

학과장 면담을 통한 교육권 요구안 제출에서 정경대학에 소속된 4개 학과는 다음 내용의 요구를 교수진과 단과대 본부에 알리고 개선을 요청했다. 정치외교학과는 ▲전공필수 강의 증설(현재 학기당 약 1개 과목 개설) ▲국제정치 분과의 과도한 편중을 지적하며 전공 강의 다양성 확보 ▲영어 강의 개설 비율 감축을 청원했다. 경제학과는 ▲경제통계분석과 경제수학 등 필수 과목 병목현상을 지적하며 전공과목 개설 증대 ▲ 월‧수 2교시/5교시와 같은 특정 시간대에 과목이 편중되는 현상 완화 ▲자치단체의 소품 보관 어려움 등을 언급하며 공간 문제 해결을 요청했다.

행정학과는 ▲개설과목 다양성 부족으로 인해 졸업이 어려움 등을 이유로 전공의 다양성 확대 ▲영어강의 개설 빈도 조절을 요구했다. 통계학과는 ▲고학번 수강 전공 부족 문제를 들며 전공 강의 확대 ▲50%에 달하는 과도한 영어강의에 대한 비율 및 질 개선을 요청했다. 정경대학은 4대 요구안에서 위 항목을 반영해 ▲전임교원 확충 및 전공 강의 수, 다양성 확대 ▲정경관 환경 개선 ▲영강 비율 산정의 합리적 근거 마련 및 학생 지원 ▲학생복지예산협의체 신설을 요구했다. 각 학과장과의 면담에서 해당 요청이 긍정적인 검토를 약속받으면서 정경대학 1차 교육권리운동은 종결됐다.

호안정대 교육권 TF에서 활동한 이 상형 정경대학 학생회 사회인권국장 (경제 17)은 이번 사업의 방향성으로 “교육권 문제 해결을 위한 교내 구성원간 평등을 위해선 학생들이 참여를 직접 이끌어낼 수 있는지가 중요하다” 며 “그렇기에 설문과 서명운동 참여를 비롯해, 과반단위 활동에서도 주축이 될 수 있는 층위의 폭을 넓히는 것”이라 언급했다. 또한 “학생 발언에 대한 법적 보장은 거의 없고, 학생들은 일방적으로 통보받는 현실에서 그동안 학생사회가 결과를 만들어낸 본질적인 힘은 단결이라고 생각한다. 단순 말 잘하는 한둘이 아닌, 모두가 현장에 나가야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며 학생운동의 원동력이 필요함을 역설했다.

과목 확충을 두고 학교 측이 어려움으로 짚은 인력 수급과 같은 문제에 대해서도 이 국장은 “현실적인 문제 자체에 대해 학생들과도 같이 이야기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동등하게 협의한다는 건 무조건 의견을 관철한다는 것이 아니다. 우선순위에 대해 학생들도 함께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이라 설명했다. 예상보다 참여율이 낮다고 지적받은 교욱권리찾기 운동 및 전수조사에 대해서도 “고질적으로 지적받았던 강의 수나 다양성 부족같은 문제는 아직 해결되지 않았기 때문에 더 새로운 기획이 중요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고 서두를 떼며 “방법론적 측면에서는 과반 학생회의 문제를 어떻게 수합할지, 그리고 구심점을 어떻게 만들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개선점에 대해 이야기했다.

황용빈 정경대학 부학생회장(행정 20)은 교육권 문제에 대해 “과거 경험을 돌이켜봤을 때, 학생 10명이 가면 행정실에서 기웃거리고, 100명이 가면 들어보고, 3~400명 가면 변화를 만들어낼 수 있다”며 공통된 의제 결집을 강조했다. 이번 교육권리운동에 대해서는 “ 과거에는 과 학생회가 각개전투로 한 것에 비해 적어도 우리가 정대라는 단과대 안에서 묶일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줬다”며 향후 활동에 대해서는 요구안에 대한 학교의 대응을 바탕으로 진행할 것임을 밝혔다.

 

르포: 고대의 생활 속 교육권들

 

본지는 교육권 문제와 교육권리찾기운동에 대한 심층 취재를 진행했다. 본교 학생과 교수자 등 교내 각계각층을 대상으로 했으며 설문조사로는 얻기 힘든 심층적인 경험을 공유해 본교 구성원의 목소리를 깊게 담고자 했다.

익명의 본교 학생 A 씨는 수강 신청과 교육권 활동에 대한 자신의 경험을 공유했다. 3학년인 A 씨는 졸업 요건을 만족하기 위해 경제학 각론을 이수해야 한다. A 씨는 필요한 과목이 다 특정 시간대에 몰려 있어 시간표를 짜는데도 한참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화폐금융론, 노동시장론, 산업조직론, 국제금융론이 신청 대상이었다. 하지만 A 씨는 수강 신청 10분 후 자신이 수강 신청에 실패했음을 알았다. 화가 난 나머지 시간대별로 전공 강의 수를 세어봤다. 월요일, 수요일 2교시, 5교시에는 5~6개 강의가 배정돼 있었지만 화요일, 목요일 3·4교시에는 수업이 거의 없었다. 이제 들을 수 있는 수업이라곤 각론뿐인데 특정 시간대에 몰려 선택할 수 없어 그저 한숨만 나왔다. A 씨는 본교가 등록금 값어치의 강의를 제공하고 있지 않다는 생각에 가슴이 답답했다고 밝혔다.

또 다른 익명의 본교 학생 B 씨도 자신의 경험을 공유했다. 지난 2월 말 새터에서 B 씨는 호안정대 교육권 TF와 교육권 관련 운동을 접했다. 하지만 교육권의 개념이 무엇인지 잘 와닿지 않았을뿐더러 교육권리찾기운동에 과연 얼마나 많은 학우가 동참할지도 의문이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비대면 수업이 진행되는 상황 속에서 교육권의 필요성은 인지하고 있었지만 여러 우려가 교차했던 것이다.
그러나 B 씨는 이후 카드 뉴스나 연서 같은 서면 활동에 더해 Hoan Agent 사업과 ‘2022 교육권 페스티벌’처럼 비학생회 학우도 즐겁게 참여할 수 있는 활동이 기획되는 점을 보며 교육권에 대한 인식이 많이 확장됐다고 평가했다. 정대 교육권 전수조사 등은 목표 달성률에 그치지 못하고 끝이 났다는 점이 아쉬웠지만, 그래도 교육권 운동이 어느 정도 성과를 보이는 듯해 기대가 크다고 밝혔다. 특히 그 사례로 학과장 면담을 통해 신규 개설된 ‘정외과 진로탐색주간’을 꼽으며 로스쿨, 행정고시, 유학 등에 대해 조언을 얻을 기회가 생긴 점을 높이 평가했다. 이외에도 B 씨는 새삼 ‘교육권’이라는 개념 아래 다양한 학생들의 권리를 보장받고자 노력하는 교육권리 찾기 운동의 존재가 매우 중요하게 느껴졌다며 개인적인 소회를 공유했다.

본지는 대학의 또 다른 구성원이자. 학생과 평소 강한 교감을 나누는 교수진과도 교육권 문제에 대해 의견을 청취했다. 본교 정치외교학과 김헌준 교수는 교육권 문제 중 하나로 꼽히는 영어강의에 대해 “영어로 진행하는 게 적합하고 유용한 과목도 있지만 모든 과목이 그렇지는 않다”며 영어강의 의무 개설처럼 천편일률적인 적용은 안 된다고 언급했다. 그리고 “강의의 영어개설 여부는 교수자와 수강생의 의견을 반영해서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게 낫다”고 언급했다.

본교 교육권 운동 중 전공 강의 추가 개설 요구에 대해서는 “단순히 강의 수나 개설 빈도를 늘리거나 정원을 늘리라는 기계적인 요구가 아닌, 어떤 종류의 강의를 왜 늘려야 하는가에 대한 구체적인 요구가 필요하다”며 “학과는 이를 바탕으로 학교에 보다 구체적인 요구를 할 수 있다”고 덧붙여 차후 교육권 운동에 있어 구체성의 확보를 강조했다. 교수자의 교수권과 학생들의 교육권이 상호 발전하기 위해서는 어떤 시도가 필요할지에 대한 질문에는 “가장 중요한 것은 교수자와 학생 간 소통과 이해가 아닐까 생각한다”며 대학의 역할과 기능이 변하고 있는 만큼 교수자나 학생이 일방적으로 자신들의 요구만 반영되기를 희망해선 안 된다고 언급해 구성원 상호 간에 소통과 이해를 통한 점진적으로 변화하는 방향성을 제시했다.

교육 ‘받을’ 권리를 넘어서 교육에 ‘참여’ 하려면

 

최근 진행된 일련의 교육권 운동은 학생자치의 목소리를 높이고 학사 운영에 그 의견을 점진적으로 반영하려 시도한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 특히 대면 전환에 따라 변화된 교육환경을 두고 새로운 아젠다를 제시한 점은 추후에도 참고할 만한 비전이라 평가된다. 앞으로 학생이 학교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교육권을 더욱 관철하기 위해선 무엇보다도 학생 개개인이 교육권이 무엇인지 스스로 정의를 내리고 행동에 나서는 것이 중요하다. 하루하루 발전을 거듭하는 학생사회의 교육권 보장 운동의 귀추가 주목된다.

 

신재용·유민제·정채빈 기자
2021150041@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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