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채무냐 지원확대냐 대화가 필요해

코로나19로 침체한 경제 상황이 호전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또다시 정부를 비롯한 정계에서 경제 회복책을 여럿 고안했다. 그러나 지난해부터 이어진 재정정책으로 국가채무가 빠르게 증가하며 재정 건전성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커졌다. 이에 국가채무와 지원확대를 둘러싼 논점을 The HOANS가 짚어봤다.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상황 악화가 계속되자 정부는 4차 재난지원금을 비롯해 자영업 손실보상제를 추진할 것을 밝혔다. 이에 국가 재정지출 확대로 해석되는 경제 대응책이 국가채무 부담으로 이어질 것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달 2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선별지원과 전 국민 지원을 동시에 추진하는 계획에 반대 의사를 내비치며 국가채무에 대한 논란이 가시화됐다.

국회 예산정책처의 자료에 따르면 국가채무 규모는 2022년에 1,000조 원을 넘고 2030년에 2,000조 원 정도의 규모가 될 전망이다. 재정 건전성 지표가 되는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 또한 2025년 61.7%, 2030년 75.5%로 가파르게 증가하는 것으로 예측됐다. 한편 이낙연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대표는 국회 연설에서 “국가채무 증가 속도가 전례 없이 가파른 것은 사실이지만 나라 곳간을 적절히 풀어야 할 때”가 있다며 “풀 때 풀어야 다시 채울 수 있다”고 지원금 마련을 위한 추가경정예산 편성 의지를 확고히 했다.

 

침체한 경제 상황, 대응책이 필요해

 

지난달 16일 중소벤처기업부는 소상공인 경영지원을 위한 자영업 손실보상제와 이익 공유제 등을 2021년 주요 정책과제로 밝혔다. 자영업 손실보상제는 정부 방역 방침으로 영업이 제한된 자영업자들의 손실을 보상하는 제도다. 정부는 해당 제도를 도입하기에 앞서 연구용역을 발주해 ▲지원 대상 ▲규모 ▲방식 ▲재원 마련 방안 등을 물색 중이다. 연구를 바탕으로 자영업자들의 손실 규모를 파악해 차등 지원하는 방식으로 진행할 예정이다. 정확한 손실 규모 파악이 중요한 만큼 정부는 1년 주기의 소득 신고 정보를 반기 또는 분기별로 주기를 단축해 파악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가장 대표적인 코로나19 경제 대응책으로 일컬어지는 4차 재난지원금은 ▲사각지대의 최소화 ▲피해 복구를 위한 넉넉한 지원 ▲추가경정예산안의 신속한 처리와 집행을 원칙으로 논의가 진행된다. 지난달 19일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 지도부의 간담회에서 이낙연 대표는 “방역과 민생경제 회복이 당면 현안이기 때문에 이 문제를 중점적으로 논의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기재부와 당내의 이견으로 4차 재난지원금의 뚜렷한 윤곽이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관측된다. 홍남기 기재부 장관은 “모든 정책 결정에 비용이 따르고 제약이 있으며 재정 운영상 다다익선보다 ‘적재적소’ 가치가 매우 중요하고 또 기본”이라고 전하며 4차 재난지원금의 재원에 대한 고려가 필요함을 강조했다.

재난지원금이나 자영업 손실보상제와 달리 국가 부담을 낮추는 대응책도 있다. 이익 공유제는 국가 재난 상황과 같이 예외적 상황에서 기업이 특별히 누린 이익을 자발적 의사로 사회적으로 공유하는 제도다. ▲판매수입 공유제 ▲순이익 공유제 ▲목표 초과 공유제 등 세 가지 이익 공유 방법이 대응책으로 거론되고 있다. 해당 제도는 지난달 15일 민주당의 중재 하에 배달의민족과 전국가맹점주협의회가 수수료 및 광고비 부분에서 협력하기로 약속하며 처음으로 적용됐다. 한편 협력 이익 공유제가 사기업에 대한 정치권의 과도한 개입으로 변질할 수도 있다는 지적도 있다.

 

빚내서라도 재정 확대 필요해?

 

앞서 언급된 어떤 대응책이든 재원 마련 문제가 중점적으로 고려된다. 특히 자영업 손실보상제나 4차 재난지원금의 경우 재정지출 확대가 필요해 대응책 시행 이전에 국가채무와 관련한 논쟁이 격렬하게 진행되고 있다. 재정 확대를 지지하는 측은 한국의 GDP 대비 국가채무가 OECD 평균을 크게 밑도는 40%대 수준임을 강조한다. 실제로 OECD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말 OECD 국가 평균 국가채무비율은 95.7%로 한국의 약 2.4배이다. 이재명 경기도지사 또한 이 같은 근거를 들며 4차 재난지원금 논의에서도 코로나19 위기상황을 해소하기 위해 보편지원의 성격으로 접근해야 함을 주장했다. 국가채무를 더 늘려서라도 보편지원을 통해 소비 활성화와 경기 부양을 달성하기 위함이다.

위와 같은 입장에서는 대체로 일명 ‘부채의 화폐화’ 방안을 통해 재원을 조달하고자 한다. 부채의 화폐화란 정부가 국채를 발행하고 이를 중앙은행이 매입하는 정책으로 이를 통해 국가채무 부담을 장기간에 분산하고 정부의 재정을 마련한다. 지난달 경기도경제과학진흥원의 연구보고서에서는 대공황과 제1, 2차 세계대전 이후 주요 선진국도 국가채무비율이 140%까지 치솟았으나 앞선 위기가 극복된 이후에 나타난 경제 성장을 바탕으로 국가채무 문제를 해결한 성공사례를 제시한다. 이는 코로나19로 인한 경제적 위기 극복을 위해 국가채무를 늘리더라도 확장적 재정정책을 지지하는 입장에 힘을 싣고 있다.

 

이미 넘치는 빚, 더는 위험해?

 

그러나 지난해 4차 추경으로 국가채무 전체 규모 액이 약 850조 원에 달하며 부채를 늘려서 재정지원을 하는 것이 재정 위기를 초래한다는 주장도 제기된다. 우선 재정 건전성과 관련해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코로나19 장기화로 경기 회복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재정 건전성을 확보하고자 세금인상 등의 방법으로 재정 마련을 하기란 쉽지 않기 때문이다. 이창용 국제통화기금(IMF) 아시아·태평양 담당국장은 “코로나19로 인한 재정지출 확대는 단기에 그쳐야 하며 단순히 절대적인 국가채무 수치가 낮아 재정지출을 확장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 역시 헤럴드경제와의 인터뷰에서 한국이 겪고 있는 저출산·고령화 문제로 의료비나 연금 등 복지지출이 늘어나 국가채무비율을 줄이기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을 표명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국가채무가 증가하는 속도가 너무 빠르다는 점 또한 재정 위기에 영향을 준다고 지적했다. IMF 자료에 따르면 2025년 우리나라의 국가채무비율은 2015년에 비해 약 24%P 증가해 37개 선진국 중 9번째로 큰 증가 폭을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절대적인 국가채무 수준이 낮은 편임에도 증가 속도가 상대적으로 빠르다는 의미다. 문제는 국가채무가 계속해서 급증할 경우 국제금융시장에서 국가 신용등급이 하락한다는 점이다. 이 결과 외국인 투자자금 등 외국자본이 이탈해 또 다른 재정 위기를 마주할 수 있다.

한편 국가채무의 개념에 대한 맹점으로 사태의 심각성이 주목받지 않음을 지적한 경우도 있다. 국가채무는 반영되는 부채의 범위가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에 국한되는 좁은 의미인지 공기업이나 중앙은행의 채무도 포함되는 넓은 의미인지 등에 따라 나뉜다. 앞서 언급했던 40%대의 국가채무비율은 가장 좁은 의미의 국가채무만을 고려했을 때의 비율이다. 그러나 한국의 경우 다른 선진국과 달리 공기업과 준정부기관이 많아 개념별 국가채무비율이 크게 차이가 난다. 실제로 지난 2019년에는 국가채무비율이 좁은 의미로는 42.2%였으나 넓은 의미로는 59%로 조사됐다. 이는 한국의 특수한 조건을 고려하지 않고 국제적으로 통용되는 통계로는 재정 확대 여부에 대한 바람직한 판단이 어렵다는 것을 보여준다.

 

앞으로의 행보가 궁금해

 

4차 재난지원금에 대한 논의가 계속되며 국가채무와 경제 회복책을 두고 어떤 것을 우선으로 해야 할지 의견이 분분하다. 나경원 전 국회의원는 “4차 재난지원금까지 주고 나면 국가채무가 1,000조 원까지 치솟는다”며 “전부 우리 아이들이 갚아야 할 빚인데 자식들 지갑에 있는 돈 꺼내 쓰며 생색내는 것”이라고 국가채무 문제의 심각성을 강조했다. 경기 침체를 회복하기 위한 대응책이 미래의 국가 경제에 위협으로 작용한다는 모순적인 전망이 우려로 나타나는 만큼 앞으로 어떤 방향으로 논의가 이뤄질지 이목이 쏠린다.

 

김동현·이채윤 기자
justlemon22@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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