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없는 미세먼지, 대책은?

미세먼지로 인한 피해가 심화되면서 저감 노력의 필요성과 함께 한·중 양국 간 책임 공방이 뜨겁다. 미세먼지 배출의 ‘진짜 범인’이 누구인지 The HOANS가 알아봤다.

미세먼지, 한·중 관계에 갈등 초래

‘오늘 미세먼지 농도’. 네이버 검색창에 ‘오늘’이라고 입력하면 가장 먼저 뜨는 연관 검색어다. 이제 집을 나서기 전 미세먼지 확인은 일상이다. 겨울철 삼한사온은 추울수록 날이 맑고 따뜻해질수록 미세먼지 농도가 짙어지는탓 에 ‘삼한사미’가 됐다. 미세먼지 비상저감조치가 발령되고 봄철 고농도 미세먼지에 대비해 산림청, 지방자치단체 등이 환경부와 함께 미세먼지 다량 배출 핵심 현장 특별점검을 시행하는 등 미세먼지를 줄이기 위한 정부의 노력이 이어지고 있으나, 미세먼지로 인한 피해는 여전하다.

미세먼지의 정확한 원인과 책임 소재에 대해서도 말이 많다. 우리나라 미세먼지의 대부분이 중국발 미세먼지라는 국내 여론이 압도적이었으나 이를 반박하는 중국 측 보도가 잇따랐기 때문이다. 이에 미세먼지 책임 논란은 한· 중 갈등으로까지 번졌다. “서울의 미세 먼지는 주로 서울에서 배출된 것”이라는 중국 측 주장과 “계절별로 달라지지만, 최소 30%에서 많게는 80%가 중국 발”이라는 한국 측 주장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다. 중국 정부는 한국, 일본과 미세먼지 장거리 이동에 관한 공동 연구를 진행하면서도 지형과 스모그의 상관관계 연구 등을 근거로 중국 책임론을 회피했다. 한국은 환경정책평가원 보고서, 환경부 미세먼지관리특별대책 자료집 등을 근거로 이에 대응하고 있다. 누구의 주장이 타당한 것인지 갑론 을박이 이어진다.

미세먼지∙∙∙ 그 책임 공방

미세먼지로 인한 피해가 심해지면서 중국발 미세먼지에 대한 국내 비판 여론은 뜨겁다. 지난 12월 27일 류우 빈 중국 생태환경부 대변인이 미세먼지에 대한 ‘중국 책임론’을 공개적으로 반박하면서 거센 국내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류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최근 중국의 미세먼지 수치는 대폭 개선된 반면 서울은 계속 악화되고 있다며 중국 발 미세먼지를 부정했다. 또 2015~17년 질소산화물 농도 수치 등을 언급하며 서울이 중국보다 극심한 미세먼지를 겪고 있다고 주장했다.

반면 중국 책임론을 주장하는 한국 측에서는 중국발 미세먼지가 한국에 유입된다는 것은 상식에 가깝다는 입장이다. 매년 중국의 양쯔강 기단에서 부터 편서풍에 의해 유입되는 황사는 한국 봄철의 일상이다. 황사와 마찬가지로 미세먼지 또한 바람의 이동에 따라 중국에서 한국으로 유입될 수 있다는 것이 중국 책임론이다. 정부는 ‘미세 먼지 종합 관리대책’ 보도자료에서 북한, 중국 등으로 포함한 국외영향이 평균적으로 총 미세먼지의 30~50%를 차지한다고 밝혔다. 또한 NASA와의 공동연구에서는 한국이 북태평양 기단의 영향을 받아 중국에서부터의 유입이 가장 적은 5~6월에도 국외영향이 48%에 달한다는 결과가 발표됐다.

뿌연 하늘, 불투명한 책임 관계

중국의 책임 회피에 국내 여론은 한층 더 격양됐지만, 미세먼지 자체가 출처나 이동 양상을 완벽하게 규명하기 어려워 시시비비를 정확히 가리기는 쉽지 않다. 따라서 양측의 책임 공방은 관측된 사례들에 기반해 이뤄지고 있는데, 중국 측에서는 지난 11월 초 큰 대기이동이 없었음에도 서울이 극심한 미세먼지를 겪은 것을 지적한다. 반대로 한국 측에서는 지난 7월 중순 한국에 장기간 고기압이 유지돼 중국으로부터의 유입이 없자 하늘이 맑아졌다는 예시 등을 제시한다. 국민 대다수는 고농도 초미세먼지가 기승을 부리는 데엔 중국발 오염물질과 미세먼지의 영향이 크다고 생각해 중국 측에 공식적으로 항의하지 못한다는 것을 굴욕적으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배출 책임이 양국 모두에 있을 뿐만 아니라 중국 또한 배출 저감 노력을 진행하고 있어 한 국가를 오롯이 탓하기는 어렵다.

관련 연구들에서도 측정 위치, 시점 등에 따라 양국의 기여 비율이 천차만별이다. 논문과 보도자료들에서도 사용하는 기준이나 데이터에 따라 수치가 가지각색으로 달라지는데, 국립환경과 학원의 연구에서는 2014~2015년 측정 자료에 기반해 미세먼지 고농도 시(100 ㎍/㎥ 초과) 중국 영향이68.6~72.1% 사이라는 결과가 나오는 등 연구 간 편차가 상당하다. 환경부는 평상시 미세 먼지의 경우는 국외 영향이 30~50%, 고농도 미세먼지의 경우엔 국외 영향이 60~80%로 증가한다고 발표했으나 이는 수치상으로 불분명하다. 미세먼지의 국내외 영향에 대한 정확한 과학적 실험 데이터가 없을뿐더러 이를 검증하기가 까다롭기 때문이다. ▲미세먼지 이동통로인 대기권의 광활함 ▲기상 항공기 부족으로 인한 측정 장비 한계 ▲북한 지역의 미세먼지 연구 진행 불가 등이 주요 이유다. 전문가들은 합리적인 과학 데이터를 수집하기 위해선 충분한 예산을 확보해 과학적 검증 횟수를 늘릴 필요가 있다고 주장한다.

미세먼지 책임 논란, 갈등에서 협력으로

사실상 미세먼지에 대한 정확한 측정과 과학적 검증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미세먼지 책임 논쟁은 끝나지 않고 있다. 이미혜 본교 지구환경과학과 교수는 “미세먼지는 양국에서 배출되고 있으며 중국만을 가해자로 취급하는 태도는 오히려 미세먼지 문제 해결을 방해하고 있다”라고 이야기했다. 또한 “국내 미세먼지 배출량 감소 성과를 보이면서 중국 측에 감축을 요구해야 중국의 뻔뻔한 대응을 방지하고 효과적인 해결책이 될 수 있다”라고 밝혔다. 양국의 책임 공방 속에서 기여 비율을 따지는 것보다, 우리 스스로가 미세먼지를 만들어내고 있다는 점을 인지하고 생활 속에서 감축 노력을 시작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제는 소모적인 정치 갈등을 떠나 ‘미세먼지 총량 감소’를 공동 목표로 두고 협력을 도모할 시점이다. 지금까진 공동 연구가 제자리걸음에 머물고 여러 외교적 노력이 무산되면서 갈등의 골이 깊어져 왔다. 한·중 공동 연구를 위한 기초자료는 국가 간에 공유조차 되지 않고 있을뿐더러 한·중·일 공동 보고서는 진작 계획이 무산된 지 오래다. 그러나 1월에 한·중 환경협력국장 회의, 공동위원회가 열리고 대기, 물, 토 양 분야에 대한 환경협력 추진 및 강화 방안이 논의되면서 청신호가 켜졌다. 이 교수는 정치적 논의와 별개로 ‘민간의 공동 연구를 통해 기술적, 학문적 부문의 발전과 외교적 노력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제 우리 스스로 국내 미세먼지 발생량을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국외발 미세먼지를 추정하는 것만으로는 미세먼지를 줄일 수 없다는 지적이다. 환경부에서는 한국의 기여 비율이 50% 정도 존재한다는 연구를 인용하며 국제 협상보다는 국내 배출 감축에 집중하는 정책을 펼치고 있다. 국립환경과학원 관계자는 “현재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다양한 정책들이 효과가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며 “대중교통 무료, 공공기관 차량 2부제 정책 등 수치상으로는 크게 효과가 없어 보이는 사소한 대책에도 기업과 개인이 동참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바람과 미세먼지에는 국경이 없다. 국경을 나눠 강경하게 대립하기보단 당장 마주한 ‘미세먼지 감소’라는 문제를 함께 머리를 맞대고 해결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김동현·김해솔 기자

kdh990609@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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