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위주의 러·중의 팽창 행보

최근 대만해협과 우크라이나에서 중국과 러시아가 팽창적인 행보를 보이면서 국제사회의 긴장감이 어느 때보다 높아지고 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국경 지대에 대규모 병력을 배치하고 나서 군사력 투입의 조짐이 아니냐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한편 양안 관계가 최악에 가까워진 상태에서 중국이 연일 대만 인근에서 무력 시위를 벌이는 등 동북아의 상황도 미궁 속으로 빠지는 형국이다. 미국이 압박과 제재 카드를 이용해 이를 저지하려 나서자 러시아와 중국은 한 층 협력을 강화하는 등 신냉전의 양상도 강화되고 있다. 최근 균열을 보이는 국제 정세에 대해 The HOANS에서 정리해봤다.

 

본격화된 러·중의 대외팽창

 

최근 줄곧 대립 관계에 있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의 갈등이 최절정에 달하며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악화일로는 2014년 유로마이단 사태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우크라이나에서는 야누코비치 대통령의 친러 정책에 반대해 대대적으로 시위가 벌어져 친러 정권이 무너지고 친서방 정부가 수립된 바 있다. 정권 교체와 우크라이나의 반러 물결에 반발하던 러시아는 우크라이나 영토였던 크림반도를 무력으로 합병한 데 이어 우크라이나 동부 돈바스 지역에서 분리 독립을 선포한 친러 분리주의 세력을 지원하면서 사실상 대립을 천명했다.

양국은 2019년 잠정 휴전에 합의했으나 지난달부터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국경에 10만여 명 이상의 병력을 집결시키면서 다시 긴장이 고조되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내년 초 러시아가 침공 계획을 현실화할 것이란 예측이 무성하나 확실한 근거는 없는 상태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러시아의 침공 가능성을 예측하는 한편 관련 정보를 나토와 교환했다고 밝혔다. 한편 블라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와 연계된 쿠데타 모의를 적발했다고 주장해 파문이 일고 있다. 러시아 당국은 이러한 쿠데타 모의 여부에 대해 부인했지만 양국 모두 국경에서 군사훈련을 실시하는 등 군사적 대치는 계속 이어지는 상황이다.

중국 역시 서방 진영과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중국은 시진핑 집권 이후 외국에 중국 명의의 경제 인프라를 부설·개발도상국에 차관을 지원하는 ‘일대일로 정책’을 추진하는 한편, 남중국해 해역 영유권을 두고 동남아 일부 국가들과 분쟁을 벌이는 등 패권 영향력을 과시하고 있다. 유럽과 미국 등을 위시한 서방 진영은 이러한 중국의 행보를 제국주의적이라며 비판해 왔다. 일대일로와 남중국해 분쟁 등이 실질적인 힘의 차이를 바탕으로 타국을 종속화하려는 시도에 가깝다는 견해다. 그러나 중국 외교 당국은 정책 기조를 철회할 의도가 없다는 입장이다.

근래 들어 중국의 팽창 기조는 대만과의 관계가 악화하면서 더욱 노골적으로 드러났다. 2016년 독립 성향을 띠는 민진당의 차이잉원이 총통에 당선되고 대만과 서방 진영 간의 교류가 활성화되면서 양안 관계는 급속도로 냉랭해졌다. 대만은 미·중 갈등을 틈타 미국과 EU와 접촉해 관계 강화를 모색했다. 지난달 차이잉원 총통은 미국 하원 의원단을 접견하고 경제적 교류 및 군사 지원에 대해 의견을 나눴다고 밝혔다. 중국 정부는 이러한 움직임에 불편한 기색을 숨기지 않으며 연일 대만 방공식별구역에 군용기를 보내 군사적 위협을 가하고 있다. 올해 들어 대만 방공식별구역에 침입한 중국군 군용기는 700대가 넘어 지난해보다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또한 중국은 무력 침공 시나리오 및 통일 후 대만 통치 구상까지 공개하며 대만을 압박하고 있다. 이 밖에도 중국은 친민진당계 기업에 경제 제재를 가하는 등 군사적·경제적 수단을 가리지 않고 갈등에서 우위를 점하려 시도하는 양상이다.

 

강대국의 합종연횡

 

중·러 팽창의 일차적인 원인은 국제사회에서 패권을 넓히고, 지정학적으로 중요한 자국의 주변부 지역을 확보하려는 목적 때문으로 보인다. 러시아와 중국에 현재 충돌을 빚고 있는 남중국해와 대만, 우크라이나 지역은 흔히 패권을 위해 필수적으로 차지해야 하는 곳이라 할 수 있다. 다른 세력의 영향권으로 들어설 경우 직·간접적으로 자국을 위협할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양국의 내부적 요인도 무시할 수 없다. 최근 러시아와 중국은 애국주의를 기반으로 정권 기반을 강화하는 모습을 보인 바 있다. 미국의 주간지 TIME은 22일 논평을 통해 “푸틴이 기대하는 것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위협을 통해 지지율을 확보하는 것”이라 추정했다. 러시아의 여론조사 기관 유리 레바다 센터(Yuri-Levada center)의 조사에서 푸틴의 지지율이 2012년 이후 최저치인 53%까지 하락해 푸틴에게 국내 정치를 위한 모멘텀이 필요했다는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한편 중국 내부에서도 자국 중심 가치관을 추종하며 확장 행보를 지지하는 청년들을 이르는 ‘자간오’라는 계층이 등장하는 등 국가주의 기조가 강화되고 있다. 중국 지도부는 이들을 정권의 강력한 지지층으로 삼고 있으며 별다른 제지를 취하지 않는 모양새다.

러시아와 중국은 겹치는 이해관계를 바탕으로 서로 협력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양국을 압박하는 미국과 그 동맹을 상대하려면 하나로 뭉쳐야 한다는 생존 의식이 이를 가속하는 추세다. 양국은 지난 8월과 10월 이례적으로 연이어 합동 군사훈련을 진행한 데 이어, 아프간 사태 등 최근 미국이 골머리를 앓는 논제에 대해 한목소리를 내는 등 국제사회의 현안에 공동 대응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러시아의 경우 대미 무역 의존도를 꾸준히 줄이고 중국과의 교역 비중을 높인 점도 주목할 만하다. 2020년 기준 러시아의 대중 무역 비중은 수출입을 합해 약 104억 달러로 대미 비중의 약 다섯 배에 달한다.

 

서구권의 대응과 전망

 

최근 미국의 행보는 양국에 대한 견제를 병행하면서도 대중국 포위망을 구성하는 데 조금 더 집중하는 양상이다.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동맹국과의 협력을 통한 외교 기조가 강화됨에 따라 경제 사안에서는 ▲일본 ▲호주 ▲인도와 구축한 쿼드(Quad), 군사 관련 사안에서는 ▲영국 ▲호주와 구성한 오커스(Aukus)를 통해 잠재적 위협인 중·러에 대한 제지에 나서고 있다. 특히 반도체·통신 기술 등 핵심 제조업에서 중국을 배제한 공급망 설정에 나서는 등 정치뿐만 아니라 경제·과학 기술 측면에서도 신냉전의 기조는 한층 더 강화되는 추세다. 러시아에 대해서는 유로마이단 사태 이후 제재 수위를 특별히 강화하고 있지는 않으나, 바이든 정부에서도 러시아의 미 대선 개입 의혹 등을 이유로 관련 기업을 제재하고 외교관 추방 조치를 취한 바 있어 관계가 더욱 악화될 가능성은 분명히 존재하는 상태다.

유럽권 국가들은 중국에 대해선 협력과 견제를 적절히 반복하는 태도를 보이고 있으나, 러시아는 보다 현실적인 위험으로 대하는 듯하다. 구체적으로는 미국의 요구하에 포괄적인 대중국 포위망의 참여에는 동의하나 개별 국가 차원에서 중국과 ▲무역 ▲투자 ▲인적 교류 측면에서 협력을 꺼리지 않는 상황이다. 지난 10월 샤를 미셸 EU 정상회의 상임의장이 “하나의 중국 정책을 엄수하며 대만 문제에 대한 정책을 변경한 적이 없다”고 밝힌 점도 이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대 러시아 관계의 경우 러시아산 천연가스의 에너지 무기화, 난민 사태에서의 견해차 등을 의식하며 러시아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자 하는 기조가 역력하다. 그러나 중·동부 유럽 국가들의 경우 무역이나 에너지 의존도 측면에서 대러 의존도가 매우 높아 실효성이 담보될지는 아직 미지수인 상태다.

 

가속화되는 신냉전, 그 결과는?

 

국제사회의 갈등은 약 두 달을 남겨둔 베이징 동계올림픽을 앞두고 가시화되고 있다. 러시아는 푸틴 대통령의 개막식 참가를 공식적으로 발표한 가운데 미국과 서방 동맹국들은 중국의 인권 문제를 두고 보이콧을 고려하는 모습이다. 지난달 15일에는 화상으로 미·중 정상회담이 진행됐으나 관계 개선에서는 큰 변화가 없는 추세다. 아니나 다를까 바이든 대통령은 18일 “베이징 올림픽에 대한 외교적 보이콧을 고려하고 있다”며 거리를 두는 태도를 보였다. 중국 정부는 서방권의 보이콧 움직임에 반발하는 입장을 취했다.

러시아와 중국의 팽창으로 야기된 신냉전은 우리나라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의 전략은 동맹국 규합을 통한 견제이기에 동북아 한가운데에 위치한 한국은 신냉전에 연루될 가능성이 상존하는 형국이다. 중국의 팽창은 대북관계·한반도의 입지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어 보다 실제적인 위협으로 평가된다. 러시아의 경우 아직 동북아에서 공격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지는 않으나 신냉전 기조가 강해지고 있는 만큼 한국과 무조건 독립변수로 작용하리라는 보장은 없는 상태다. 권위주의 국가들의 팽창과 이에 대응하는 서방 진영 간의 갈등이 국제사회에 어떠한 파란을 몰고 올지 귀추가 주목된다.

최승원·이정윤 기자
2020150060@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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