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해진 강의 매매, 강사법 후폭풍

2019학년도 1학기 수강신청 직후, 이번 학기에 유난히 극심해진 강의 매매는 본교생들에게 등록금을 내고 정당히 원하는 수업을 듣는 것이 이토록 어려운 일이었는지 화두를 던졌다. ‘강의 매매’란 본인이 원하는 강의를 신청하지 못한 학생이 수강신청에 성공한 학생에게 돈을 지불하고 강의를 양도받는 식의 거래를 뜻한다. 매 수강신청 기간마다 각종 본교생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 수업 삽니다’ 식의 게시물을 볼 수 있었으나 이번 학기는 유독 그 숫자가 많았다.

강민혁(자전 16) 씨는 이수하고 있는 ‘공공거버넌스와 리더십’ 융합전공의 전공선택인 ‘상법’을 5만 원에 구매했다. 강 씨는 “직접 수강신청을 시도했으나 도저히 공석이 생기지 않아 ‘에브리타임’에서 판매한다는 게시물들을 찾아 연락했는데 판매자들에게 최소 5만 원에서 최대 40만 원을 제시받았다”고 말했다. 또 정경대 18학번 A 씨는 경영학부 이중전공을 신청하기 전 꼭 수강해보고 싶었던 전공관련교양 ‘경영통계’를 구매하고자 ‘에브리타임’에 게시물을 올렸다. A 씨는 “5명으로부터 연락이 왔는데 각각 15만 원, 15만 원, 20만 원, 25만 원, 50만 원을 제시했다”며 원하는 강의를 듣기 위해 등록금 외에도 수십만 원을 지불해야 하는 현실을 전했다.

도의적인 사례금의 수준을 넘어 가격대가 비상식적인 수준으로 상승하자 일각에서는 강의를 판매하는 학생들에 대한 분노 섞인 도덕적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강민혁 씨는 “학생들이 본인에게 필요하지 않은 강의를 굳이 신청해 비싼 가격에 팔아야 하는지에 대한 의문과 회의감이 든다”고 말했다. 또 역시 이번 학기 전공과목 강의 구매를 시도해봤다는 익명의 제보자 B(경제 15) 씨는 “대가로 25만 원을 요구하는 학생을 보고 충격을 받았다. 일부러 학점을 남긴 다음 인기 강의를 신청해 돈을 벌려는 학생들이 있지는 않은가 싶은 정도였다”며 안타까움을 전했다.

이에 대학 본부가 나서서 강의 매매를 막아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실제로 다른 대학에서 강의 매매를 방지하기 위해 수강신청 제도를 수정·보완한 선례를 적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영남대학교의 경우 한 사람이 신청 과목을 삭제할 경우 3~5분 사이에서 임의로 시간이 지난 후 공석이 생기는 ‘랜덤 취소제’를 도입했다. 시간대를 정해놓고 ‘내가 강의를 취소할 테니 네가 그 순간 신청해라’ 식으로 거래하는 양도 자체를 불가능케 방지하기 위함이다. 또 경희대학교는 수강을 희망하는 학생들이 대기 신청을 해놓으면 기존 수강신청자가 이탈하는 대로 대기 순번에 따라 자동 수강신청되는 ‘대기 순번제’를 시행 중이다.

본교 역시 강의 매매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대처 방안을 고려하고 있으나 실질적인 효과를 언제부터 체감할 수 있을지는 기약이 없다. 교무팀 직원 이현서 씨는 “교무팀과 학사지원부에서도 작년부터 강의 매매를 방지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도입하고자 노력 중이다”라고 밝혔다. 다만 새로운 시스템의 도입 시기에 대해서는 “전산 구현 작업이 쉬운 일은 아니어서 현재로서는 정확히 언제라고 확답을 하기가 어렵다”라고 전했다.

그러나 사태가 유별히 격화된 근본적인 원인은 재학생 개인의 도덕적 해이나 수강신청 시스템의 제도적 결함보다도 본교가 과목을 지나치게 적게 개설해 강의 매매가 이뤄지도록 절박한 수요를 조장한 데 있다. 본교 총학생회가 자체적으로 조사한 바에 따르면, 이번 학기 개설된 강의는 작년 1학기보다 전공이 74개, 교양이 161개 적다. B 씨는 “현행 수강신청 제도는 나름 합리적”이지만 “어디까지나 현행 수강신청 제도의 바탕이 됐던 강사법 시행 이전의 개설과목 수가 보장돼야 합리적이라 본다”며 재학생의 시선에서 보이는 사태의 근본을 짚었다.

개설과목 수가 급감하며 본부가 올 8월 시행될 강사법으로 인한 재정적 타격을 완화하기 위해 일찌감치 강의·강사 숫자 줄이기에 돌입한 게 아니냐는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으나 본부 측에서는 이를 줄곧 부인했다. 재학생의 교육권 침해라는 강력한 후폭풍을 맞은 만큼, 대학 본부가 현 사태 및 기저의 원인을 해결하기 위해 교육 기관으로서의 본분에 걸맞은 모습을 보여야 하는 시점이다.

 

박지우·이서희 기자

idler9949@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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