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막힌 코로나19 대응에 숨 막히는 기숙사생

코로나19의 확산이 거센 가운데 본교 기숙사에서도 현재까지 약 네 차례 확진자가 확인됐다. 그간 교내외로 확진 사례가 있었으나 최근 기숙사생이 확진되며 집단 감염에 대한 학생들의 불안은 더욱 커진 상황이다. 그러는 와중 지난달 17일에 행정고시동에서 처음으로 확진자가 발생했고 30일엔 안암학사 여학생동에서 확진자가 발생했으나 학교 측은 계속해서 무책임하게 대응하는 모습으로 기숙사생들에게 분노를 샀다.

지난달 17일 행정고시동 확진자 발생을 인지한 학사 관리운영팀은 기숙사 건물을 폐쇄하고 사생들을 귀가시키는 조치를 결정했다. 관리운영팀은 사생들에게 오후 8시까지 퇴사를 마치라고 요구했으나 이는 검사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숙사 내에서 자가격리할 것을 요청한 보건소와 모순되는 지침이었다. 학생들이 이 점에 의문을 제기하자 본교는 해당 결정이 성북보건소 방역팀장과 협의 후 내린 조치이기에 문제가 없다고 해명했다. 밀접 접촉이 의심되는 사생들이 자가격리 대상이지만 보건당국 지침에 따라 건물을 방역하고 추가 집단감염을 막기 위해서는 폐쇄 및 귀가 조치가 불가피했다는 설명이다.

그러나 학생들은 이런 결정이 학생들의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탁상행정이라며 비판했다. 퇴사 통보가 오후 6시에 이뤄졌기 때문에 몇몇 사생들은 마땅한 주거 공간을 마련할 여유도 없이 기숙사를 급히 떠나야 했다. 더욱이 자차 이동이 불가한 경우 대중교통을 이용하며 혹여나 본인으로 인해 추가 전파가 이뤄지지는 않을지 노심초사할 수밖에 없었다. 이 과정에서 항의하는 일부 학생에게 행정고시동 측은 ‘집에 가서 방역수칙을 잘 준수한다면 가족에게 전염되지 않는다’ 등의 무책임한 발언을 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가중됐다.

지난달 30일 안암학사 여학생동 확진자 발생 시에도 본교의 대처는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안암학사 여학생동은 한 층이 샤워실과 화장실을 공유하므로 집단 감염 우려가 더욱 큰 환경이다. 그러나 확진자 발생 직후 안암학사 측은 확진자 동선이 포함된 구체적인 층수를 알리지 않아 사생들의 불안감을 증폭시켰다. 또한 기숙사 식당, 편의점 이용 등으로 겹칠 사생들의 동선을 최소화하기 위해선 외부음식 반입 및 배달을 가능하도록 하는 것이 능사지만 융통성 없이 사칙을 고집해 사생들이 불평을 제기했다.

직후 이어진 사생회와의 면담에서 안암학사 사감장은 “학사 내 취식 시 발생하는 다량의 음식물 쓰레기를 처리할 방법이 없다”고 음식물 반입을 금지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동시에 “코로나19로 인해 운영 적자가 발생한 상황에서 음식물 처리를 위해 몇십억 이상 소요되는 특별 시스템 구축을 결정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고 덧붙였다. 기숙사 식당이 확진자 동선에 포함돼 기숙사 식당을 폐쇄하게 되는 경우에만 음식물 반입을 허용하겠다는 태도였다.

한편 지난 1, 2일 본교 밴드 동아리와 관련해 연이어 사생 확진자가 발생하자 안암학사는 한시적으로 음식물 반입을 허용했고, 이달 8일부터 28일까지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격상이 결정되자 해당 기간까지로 배달음식 취식 허용기간을 연장했다. 안암학사 여학생동에서 생활하는 A(정외 20) 씨는 답답한 기숙사 운영, 학생들에 대한 배려 부족을 들며 “코로나19 사태 발생 후 1년 남짓한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예방조치·후속 조치가 없다고 느낀다”며 운영 실태 개선을 촉구했다.
본교 기숙사에서 확진자가 거듭 발생하고 있음에도 안암학사의 대응책이 다소 안일하다는 학생들의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기숙사 내 음식물 반입 문제는 격론의 대상이다. 초유의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사생들의 안전이 우선시돼야 함은 분명하다. 자칫하면 집단감염의 온상지로 전락할 수 있는 기숙사를 둘러싸고 안암학사, 기숙사 식당, 기숙사생이 이해관계를 조정해 합의에 이를 수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조수현·김민지·심정후 기자
shcho712@korea.ac.kr

.

error: Content is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