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숙사 복지 인색에 학생들은 난색

안암학사는 본교 학부생을 대상으로 3인 1실의 학생동이나 2인 1실의 프런티어관을 운영하며 외국인 학생들을 위한 국제기숙사를 제공하고 있다. 이는 학생들의 주거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운영되고 있으나 기숙사를 이용하는 재학생들의 불만은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특히 프런티어관의 경우 타 대학의 기숙사에 비해 높게 책정된 기숙사비에도 냉장고나 전자레인지 같은 주방시설도 없는 실정이다.

이에 프런티어관 사생들은 현재 기숙사 식당이 운영되지 않는 만큼 공용으로라도 냉장고와 전자레인지 등 기본적인 취식을 위한 시설을 마련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그런데도 안암학사 측은 전력 부족 및 화재 예방이라는 다소 황당한 이유를 대며 받아들이지 않고 있다. 프런티어관 사생들의 현 상황에 대해 The HOANS가 살펴봤다.

 

가격은 높고, 있을 건 없는 프런티어관

 

프런티어관과 국제기숙사의 기숙사비는 학생동에 비해 높은 가격으로 책정돼있다. 직영으로 운영되는 학생동은 호실이 3인 1실인 데다 화장실과 샤워실이 공용이라는 점에서 다른 두 기숙사보다는 불편함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프런티어관과 국제기숙사 사생은 월 40만 원에 달하는 비용을 납부해 월 21만 원을 내는 학생동 사생보다 두 배 정도 많은 경제적 부담을 지고 있다.

프런티어관과 국제기숙사에 거주하는 사생들은 거의 비슷한 비용을 내고 있지만 누리는 시설에는 큰 차이가 있다. 본교 기숙사의 사생 수칙에 따르면 호실 내 식사는 불가능하며 화재 예방을 위해 취사도구의 사용도 엄격히 금지된다. 이에 학생동과 프런티어관에는 냉장고와 전자레인지 등 취식을 위한 시설이 공용으로도 존재하지 않으며 사생이 직접 호실에 미니 냉장고조차 가져다 사용할 수 없다. 단 현재 기숙사 식당이 부재한 특수한 사정을 감안해 한시적으로 호실 내 식사가 허용된다.

하지만 국제기숙사의 상황은 조금 다르다. 냉장고와 전자레인지를 비롯한 가스레인지 등 주방시설이 공용으로 갖춰져 있으며 취식을 위한 공간이 마련돼 있다. 이 같은 시설을 바탕으로 국제기숙사 사생들은 음식을 간단히 조리할 수 있으며 식사 전용 공간에서 식사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 대해 프런티어관 사생들은 같은 값을 내고도 외국인 학생이 받는 혜택을 받지 못한다고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

 

프런티어관 사생들이 겪는 불편

 

프런티어관 사생들이 겪는 불편은 크게 높은 비용과 취사 시설의 부재로 나뉜다. 프론티어관에 거주하는 손 모(경제 21) 씨는 “타교에 비해 기숙사비가 비싸고 월세나 하숙비와 큰 차이가 나지 않는다”며 “학생들의 숙식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제공되는 기숙사의 본질을 살리기 위해 가격 인하가 필요하다”고 전했다. 실제로 프런티어관의 기숙사 비용은 월 39만 원으로 주변 지역 월세와 비교해도 그리 저렴하지 않은 가격이다. 부동산 플랫폼 ‘다방’에 따르면 본교 주변 원룸의 평균 월세는 48만 원으로 형성돼 있다. 이처럼 기숙사비가 주변 월세 평균가의 약 81%로 높은 수준임이 확인된다. 기본적인 가전제품이 없다는 점을 고려할 때 기숙사비와 월세의 실질적인 차이는 더 작을 것으로 추측된다.

또한 사생들은 취사 시설의 부재에도 불만을 표했다. 지난달 안암학사 측에 호실별 미니 냉장고 설치 및 층별 전자레인지 설치를 건의했다는 A 씨는 “화재의 위험성 때문에 설치할 수 없다는 학사 측 답변을 이해할 수 없다”며 “현재 기숙사 식당도 운영되지 않는데 취사 시설도 없어 불편하다”는 의견을 밝혔다. 사생들은 취사 시설 부재와 기숙사 식당 미운영으로 매 끼니를 밖에 나가서 먹거나 배달음식을 시켜야 하는 상황이 경제적으로 부담임을 지적하기도 했다. 학사 측은 기숙사 식당 재개를 위한 노력을 하는 것과 동시에, 사생들의 계속되는 요구를 참작해 취사 시설 설치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타 대학 기숙사의 상황은

본교의 기숙사비가 다른 대학에 비해 어느 정도로 높은지 알아보기 위해 ▲서울권 대학의 기숙사비* ▲학교 주변 원룸의 평균 월세** ▲취사 시설의 여부를 조사한 결과는 다음과 같다. 먼저 본교를 포함한 6개 대학의 기숙사비와 각 대학 주변 원룸의 평균 월세를 비교했을 때 제시된 표와 같은 결과를 얻었다. 민자기숙사임을 고려하더라도 본교 기숙사 비용이 상대적으로 높은 것을 알 수 있다. 서강대를 제외하면 타 대학은 대체로 프런티어관 비용보다 크게 밑도는 가격을 기숙사비로 받고 있다. 각 대학 주변 지역의 원룸 월세와 비교해보면 차이는 더 선명하게 드러난다. ▲경희대 ▲서울대 ▲연세대는 주변 원룸 평균 월세의 절반으로도 기숙사를 이용할 수 있으며, 성균관대 기숙사 일부를 제외하면 기숙사비가 월세의 75% 이하로 책정된 것을 확인할 수 있다.

한편 본교 기숙사생들의 큰 불만 사항 중 하나인 취사 시설과 관련해 조사한 5개 대학 기숙사에서 모두 취사 시설이 사용 가능한 환경임이 드러났다. 경희대와 서울대 기숙사의 경우 각 호실에 냉장고가 구비돼있을 뿐 아니라 공용으로 전자레인지도 갖추고 있어 학생들의 기숙사 내 취식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또한 서강대 기숙사도 공용 냉장고와 전자레인지를 사생들이 사용할 수 있도록 운영 중이다.

앞선 <표>의 결과를 함께 볼 때 서강대의 기숙사비는 본교와 가격이 비슷하게 책정돼있으나 공용 가전제품의 유무로 체감 기숙사비는 다를 것으로 예상된다. 올해 서강대 기숙사에서 거주 중인 서강대 21학번 정 모 씨는 “다소 높은 기숙사비에도 냉장고나 전자레인지와 같은 공용 취사 시설이 있어 기숙사 생활에 대해 대체로 만족한다”고 전했다. 성균관대는 호실에 냉장고가 갖춰져 있지는 않으나 사생의 미니 냉장고를 이용할 수 있다. 이렇듯 본교 기숙사도 공용으로 취사 시설을 마련하는 방안이나 사생이 미니 냉장고를 구비해 사용할 수 있도록 취식 환경과 관련한 요구를 일부 수용할 필요성이 제기된다.

 

반복되는 요구, 해결은 언제쯤

 

현재 본교 기숙사비는 타 대학과 비교했을 때도, 주변 원룸의 월세와 비교했을 때도 높은 축에 속한다. 그러나 높은 가격에 걸맞지 않은 편의시설 이용의 제약은 기숙사 학생들의 생활에 큰 불편을 초래하고 있다. 본교 측은 안전의 측면을 강조하고 있으나, 기숙사를 이용하는 학생들은 시설 운영에 있어 국제기숙사와 프론티어관 간 차이가 발생하는 기준이 불명확하다며 꾸준히 목소리를 내고 있다. 기숙사 생활이 코로나19라는 특수 상황과 맞물려 생활에 불편함이 심해지는 현시점에서 안암학사의 기숙사 운영 기조에 변화가 필요해 보인다. 기숙사 이용 학생들의 편의를 위한 본교 측의 새로운 노력이 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기숙사비는 2인실을 기준으로 비교
**월세는 부동산 플랫폼 ‘다방’의 지난달 자료 활용

김동현·김하현·민건홍 기자
justlemon22@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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