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악당’ 한국, 무엇이 문제인가

한국전력(이하 한전)은 지난달 5일 이사회에서 ‘베트남 붕앙2 발전 사업 투자’ 안건을 통과시켰다. 여론은 이를 탈석탄 노선에 역행하는 조처라고 지적하며 정부의 친환경 정책에 의문을 제기했다. The HOANS는 이번 월호에서 문재인 정권의 탈원전 및 탈석탄 노선을 되짚고 미래 친환경 사업의 청사진을 살펴봤다.

 

한전이 유치한 해당 사업은 베트남 산업무역부 소관으로 북동부에 위치한 하띤성에 1,200MW(메가와트) 용량의 석탄화력발전소를 건설 및 운영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는 2015년 국내에 설치된 ‘당진 9·10호기’ 1기(1,020MW)를 상회하는 출력으로 총예산이 약 2조 6천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6월 인도네시아 자바 9·10호기 사업 유치에 이은 한전의 새로운 해외 석탄발전 수주이며, 삼성물산과 두산중공업을 비롯한 대기업이 설계와 시공을 도맡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의결안이 발표되자 그린피스를 비롯한 국내외 환경단체에서 즉각 반대 목소리를 냈다. 대내적으로 ‘탈원전’과 ‘탈화석연료’를 주장해온 현 정부의 기조와 모순된다는 것이다. 국외 환경단체들은 워싱턴포스트에 “President Moon, is this Korea’s idea of a GREEN NEW DEAL?”이라는 광고를 실어 일갈했다. 실제로 그린피스와 이소영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의 공동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25년까지 한국이 수주를 맡은 해외 석탄발전의 이산화탄소 배출 총량은 연간 1억 7,800만 톤에 이른다. 정부가 2030년까지 감축하겠다고 밝힌 온실가스 1억 7,300만 톤을 뛰어넘는 양이다. 정부가 진정 친환경을 주창하는 게 맞는지 의구심이 들기 충분한 대목이다.

정부가 ‘그린’ 그림은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는 현 정부의 친환경 노선은 비단 이번 임기만의 설계가 아니었다. 민주통합당 시기 대선후보였던 문 대통령의 ‘생태성장 에너지 구상’은 취임 이후 탈원전·탈석탄 정책을 비롯한 친환경 정책으로 가시화됐다. 민주통합당은 녹색성장을 표방하는 동시에 원자력을 고수했던 직전 정부의 정책적 모순을 지적하며 탈원전 계획을 준비했고, 실제로 2017년 고리 1호기와 2019년 월성 1호기를 영구정지시키며 탈원전 기조를 이어갔다.

탈원전 과정 중 잡음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신고리 5ㆍ6호기는 2017년 6월 국무회의에서 일시 중단을 결정했지만 당시 자유한국당과 한국수력원자력(이하 한수원) 노조가 한수원 이사회 결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며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이후 공론화위원회 시민참여단 과반수가 원전 건설 재개에 찬성해 현재 신고리 5호기는 2023년, 6호기는 2024년 준공 예정에 있다. 탈원전을 둘러싼 여야 간의 공방은 수년째 계속되고 있다. 지난달 7일 산업통상자원부(이하 산업부) 국정감사에서 야당은 “탈원전이 곧 국가 자해행위”라며 전면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반면 여당은 정부의 에너지 전환 정책 추진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는 상반된 입장을 보였다. 논란 속에서 정부는 지난 8월 원전해체연구소 법인을 출범하는 등 여전히 2082년 원전 제로 목표를 견지하고 있다.

탈석탄 또한 임기 시작부터 꾸준히 추진돼 온 정책이다. 문 대통령 취임 직후 미세먼지 문제가 심각해지자 정부는 석탄발전을 원인으로 지목하며 탈석탄을 약속했다. 이후 서천 1·2호기와 영동 1·2호기 총 4기의 노후 발전기를 폐지했고 남은 6기 폐쇄를 2025년에서 2021년으로 앞당기는 등 탈석탄 행보를 계속해서 유지하고 있다.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역시 8차 전력수급 기본계획을 통해 전면 불허가 결정됐다. 그러나 석탄발전 설비는 아직 감소추세를 보일 기미가 없다. 한전이 국회에 제출한 ‘중장기재무관리계획 기준 발전원별 구입 전력량’에 따르면 향후 4년간 석탄 의존도는 36.3%에서 43.2%로 늘어난다. 강릉과 삼척, 고성 등지에서 과거에 허가한 석탄발전소 7기가 건설되고 있고, 전기요금 인상과 불안정한 전력수급의 우려로 석탄발전 자체를 감축하기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탈탈 털리는 탈정책

 

탈원전의 경우 정책 도입부터 이어져 온 정당성과 경제성 문제에 더해 최근 속도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원전 산업의 미래가 한순간에 부정되면서 수십 년간 축적된 원전 기술이 사장되고 관련 업계 실업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1950년대 개발이 시작된 한국 원자력 발전 기술은 2019년 미국 외 국가 중 최초로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 설계인증을 획득하는 등 세계적 수준이라고 평가된다. 또한 2012년 세계 최초의 중소형 원자로인 SMART 원자로의 표준설계인가를 내는 등 차세대 원전 기술에서도 선전하며 미래 원전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고자 노력해왔다. 그러나 올해 카이스트의 원자력 관련 학과 전공생이 4년 전 22명의 30% 수준인 7명으로 줄어들고, 원전 국내외 현황과 정책 계획 등을 정리한 원전백서의 발간이 중단되는 등 지금까지 쌓아온 기술은 물론이고 후진 양성에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

탈석탄의 경우 그 실효성이 가시적이지 않다는 문제가 나타난다. 청와대는 작년 9월 UN 기후행동정상회의 기조연설에서 지속 가능한 저탄소 경제로의 조기 전환을 약속하는 등 친환경 정책의 중추로 탈석탄을 제시했다. 그러나 실제 행태에선 탈석탄 정책 기조와 맞지 않는 부분들이 보인다. 신현영 민주당 의원이 국민연금공단으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년 말 기준 국민연금의 석탄 관련 주식 투자액이 5조 5,126억 원으로 현 정부 취임 초기였던 2017년 말 4조 9,383억 원에서 약 11.6% 증가했다. 국내 최대 기관투자자이자 세계 3대 연기금이라 불리는 국민연금공단이 석탄발전에 투자하는 것은 석탄발전을 비호한다는 인식을 심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안으로는 님비, 밖으로는 적극 수주?

 

정부의 탈노선에 대한 의구심은 해외로 눈을 돌렸을 때 더욱 강해진다. 한전의 베트남 붕앙2 석탄발전소 투자에 대해 이소영, 양이원영 민주당 의원은 공동 성명에서 해당 결정은 한국이 “스스로 기후 악당임을 증명한 것”이며 붕앙2 발전소에서 온실가스를 “연간 660만 톤, 30년 동안 2억 톤 이상을 배출”해 국내의 방향과 국제적인 방향에 자가당착이 있다고 비판했다. 한전의 이번 결정 밖에도 김성환 민주당 의원이 한국무역보험공사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한국무역보험공사의 최근 5년간 전체 화석연료발전사업 투자액은 약 11조 원에 달한다. 석탄발전으로 인한 온실가스의 영향은 범지구적이라는 점을 고려했을 때, 환경을 위해 탈석탄을 추진하는 정부가 해외 석탄발전에 투자하는 것은 위선이라는 지적을 피하기 힘든 실정이다.

또한 정부가 국내로는 안전을 이유로 탈원전을 천명했으나 해외로는 적극적으로 원전 세일즈 외교에 나서고 있어 논란이다. 지난 8월 신규 원전 건설을 추진 중인 체코 원전 특사와의 면담에서 산업부 성윤모 장관은 한국 원전 기술을 힘주어 홍보하며 한국에 원전 건설을 맡길 것을 요청했다. 문 대통령 역시 체코 원전 건설 사업 수주를 받고자 2년 전 G20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체코를 경유 방문하던 중 체코 총리와 정상회담을 진행하며 한국 원전 기술의 안전성을 홍보했다. 체코 외에도 산업부와 한수원은 폴란드, 루마니아 등 신규 원전 건설 국가에 적극적으로 원전 수주를 위한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그러나 국내 탈원전으로 산업 생태계가 위협받고 있는 상황에서 해외 발주국에 기술에 대한 신뢰를 요구하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목소리가 계속해서 나오고 있다.

 

탈 많은 탈노선, 세계는 어떻게 대처했나

 

국내외로 지적받는 친환경 정책에 대해 전문가들은 보상과 대안을 충분히 구축한 후 점진적으로 원전과 석탄발전을 줄여나가는 해외 사례를 참고해야 한다고 말한다. 대표적인 국가가 환경선진국으로 불리는 독일이다. 독일은 2002년 4월 ‘상업적 전력생산을 위한 원자력 사용의 단계적 종료에 관한 법’을 통과시키며 정책의 법적 구속력부터 마련했다. 2011년 후쿠시마 원전사고 이후에는 2022년까지 독일 모든 원전의 가동정지를 공식적으로 선언함과 동시에 이를 원자력법에 명시하며 행정의 근거를 분명히 했다. 한국이 신고리 5·6호기 공사를 중단했을 때 산업부 장관이 원자력안전법이나 전기사업법이 아닌 한수원 이사회의 결정을 이행 근거로 삼았던 것과는 구분되는 행보다. 최근 메르켈 2기 정부는 원전 8기에 대한 운영 허가를 취소한 후 차례로 2021년에 3기, 2022년 3기의 원전 운영을 최후로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독일은 탈석탄 정책에 있어서도 귀감이 된다. 독일은 작년 독일 의회와 연방정부, 환경단체 등의 대표로 구성된 탈석탄위원회의 권고에 따라 ‘탈석탄법’ 초안을 마련했다. 법안에 따라 독일은 2026년까지 경매를 통해 석탄 화력발전 설비에 대한 단계적 폐지를 추진하고 2027년 이후에는 강제 폐지 수순을 밟는다. 경매는 독일 정부의 지정기관인 연방네트워크 공사를 통해 실행된다. 감축한 석탄발전설비 규모를 측정해 보상금을 지급하고, 참여가 늦을수록 보상금이 줄어들게 해 조기 감축을 유도하는 방식을 채택했다. 해당 법안은 단계적인 회유책과 차후의 강경책 모두를 담고 있어 실효적인 탈석탄이 가능하다는 석학들의 평가를 받는다.

현행 기술의 위험성을 낮추거나 재생에너지를 개발해 해결책을 모색하는 국가들도 적지 않다. 원자력 기술의 경우 차세대 원자로인 소형모듈원전(SMR)의 기술 향상을 통해 위험을 줄이려는 시도들이 나타나고 있다. SMR은 전력 공급이 끊기더라도 공기를 이용해 원자로를 자연 냉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원전사고의 위험성이 훨씬 낮은 기술이다. 미국은 오바마 정부 시기부터 SMR 기술에 10억 달러의 투자를 계획했고, 러시아와 핀란드 등에서 SMR의 인허가와 해외 시장 개척을 추진하면서 SMR이 많은 국가에 확대유치 될 것으로 전망된다.

재생에너지는 탈정책의 대표적인 보완책으로 인식되며 유럽을 중심으로 높은 유치율을 보인다. 프랑스 환경부가 발표한 ‘유럽 국가별 1차 재생에너지 생산량 현황’에 따르면 독일의 재생에너지 생산량은 약 500TW(테라와트)였으며, 프랑스와 이탈리아 등 유럽 10여개국이 100TW 이상의 재생에너지 생산설비를 갖춘 것으로 나타났다. 2019년 한국의 신재생에너지 생산량이 36,392GW, 즉 36.4TW 정도임을 감안하면 월등히 차이가 나는 수치다.

 

천 리 길도 신재생부터

 

그렇다고 우리나라가 신재생에너지를 도외시하는 것은 아니다. 정부는 화석 연료를 재활용하거나 재생 가능한 에너지를 변환시켜 이용하는 신재생에너지 공약 이행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올해 3월 공포된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 촉진법과 전기사업법에 따르면 공공 부문 신재생에너지 의무 비율은 2030년에 40%까지 확대된다. 이에 더해 공약 사항인 8.2.GW 해상풍력발전단지와 1GW 태양광을 통한 RE100 산업단지 조성을 주축으로 신에너지인 수소 에너지 개발까지 다양화된 친환경 정책이 전개될 계획이다.

그 중 새로이 유치되고 있는 수소 산업은 그린뉴딜을 이끌 신 에너지원으로 언급되고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난달 15일 수소경제위원회를 개최해 2022년까지 수소 발전 의무화 제도(HPS) 도입을 추진하고 수소 제조용 천연가스에 대한 개별요금제를 적용하기로 합의했다. 이는 발전형 연료전지 사업자들이 안정적인 판매처를 확보하고 원료비를 절감하는 데 기여할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는 내년 수소 관련 예산에 올해보다 약 35% 늘어난 7,977억 원을 배정하고 수소차 보급 확대 및 보조금 지원에 나서는 등 수소경제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정부의 신재생에너지 정책 추진에 낙관적인 전망도 있지만 비관적인 목소리도 존재한다. 지난달 7일 열린 국정감사에서 기존 정책의 실효성 논란은 야당의 주 공격 타겟이었다. 국민의힘 이주환 의원은 “공기업이 추진 중인 해상풍력발전사업 34개 중 경제성 조사 대상은 7개”라며 “이 중 동해1 부유식 해상풍력과 전남 신안의 해상풍력은 비용 대비 편익비율이 1보다 낮다”고 언급하며 그 능률에 의문을 제기했다. 실제로 기획재정부 자료에 따르면 올해 에너지 공기업 부채비율은 268.5%로, 4년 후에는 300%를 넘길 것으로 예측된다.

국민의힘 김용판 의원은 “태양광 사업으로 총 250만 그루의 나무, 여의도 면적의 17배나 되는 숲이 사라졌다”며 태양광 발전을 산사태의 원인으로 지적했다. 태양광 발전만이 원인은 아니지만 산사태 건수는 2016년 157건에서 올해 6,175건으로 대폭 증가했다. 그러나 정부는 2034년까지 태양광 설비 규모를 현재 13.4GW에서 45.6GW 수준까지 늘리겠다는 목표를 제시했고, 이를 달성하려면 서울 면적의 70% 규모와 맞먹는 약 425.04㎢의 부지가 요구된다. 신재생에너지의 규모 확대 역시 미래를 위해 필요하지만, 현실성과 실효성을 갖춘 로드맵을 도출하는 것이 우선일 듯 보인다.

 

기후 영웅은 아니더라도

 

논란이 일자 한전은 지난달 28일 보도자료를 통해 신규 해외 석탄화력발전 사업을 추진하지 않겠다고 밝히며, 이를 금년도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 반영해 친환경 기조를 분명히 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한수원은 29일 한국수자원공사, 한국에너지공단 등과 상호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해 ▲신재생에너지 집적화 단지 유치 ▲부지 부담과 훼손율이 낮은 수상태양광 발전단지 조성 ▲그린뉴딜과의 연계를 통한 민간산업 육성 등을 약속했다. 대내외 엇갈린 방향성으로 기후 악당이라 지탄받던 정부가 내실을 다져 선역(善役)으로 거듭날 수 있을지는 지켜봐야 할 대목이다.

 

 

권민규·김원겸·신형목·이채윤 기자

dmaria4749@korea.ac.kr

.

error: Content is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