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급재난지원금을 되짚다

지난 4일부터 기초생활수급대상자 약 270만 가구를 시작으로 전 국민에게 긴급재난지원금 지급이 실시됐다. 지난 3월 30일 문재인 대통령의 주재로 열린 제3차 비상경제회의에서 정부 차원의 긴급재난지원금을 지급해야 한다는 안건이 논의된 지 한 달가량 만에 이뤄진 사안이다. 결정 과정이 순탄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지급 대상 자격을 두고 정부와 제1야당은 소득 하위 70%를, 여당은 전 국민 2,171만 가구를 주장하며 대립했다. 예산 편성을 두고도 무리한 처사라는 입장과 국민 상생을 위해 필요하다는 입장이 부딪혔다. 이견과 합의 속에서 긴급재난지원금 재원을 다룬 2차 추경안이 4월 30일 통과됐고 본격적인 시행이 이뤄지고 있다.

 

당정 갈등 : 지난하거나 치열하거나

재난지원금 사안 확정에 있어 가장 엇갈렸던 부분은 지급 대상 선정에 대한 문제였다.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총선 승리 이후 기존 ‘하위 70%에 대한 긴급재난지원금 지원’을 ‘전 국민 지원’으로 바꿔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정부와 마찰을 빚었다. 이는 긴급재난지원금의 대상을 전 국민으로 확대하겠다는 총선 공약 이행을 위한 행위로 이해할 수 있다. 또한 민주당은 지원금 전 국민 지급을 위해 국채 추가 발행으로 3조 원을 마련하는 것은 대한민국 재정을 생각하면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액수임을 언급하며 정부를 회유했다. 하지만 기획재정부(이하 기재부)는 “재정 여력을 남겨둬야 한다”고 주장하며 기존 방안을 고수했다.

야당인 미래통합당(이하 통합당) 또한 정부의 편을 들며 긴급재난지원금의 전 국민 지원을 반대하고 나섰다. 민주당이 내놓은 긴급재난지원금 지원 방안은 본래 정부안에서 약 4조 6천억 원 증가한 금액을 담고 있었다. 민주당이 이를 국채 발행을 통해 조달하려 하자 통합당 측에서 이를 “빚잔치”라 표현하며 반대했다. 국민의 자발적 기부를 받자는 방안에 대해서도 “정상적인 국가운영 방식이 아니다”며 반발했다. 통합당의 김재원 국회 예산결산위원장은 “나라를 협찬받아서 운영할 수는 없는 것”이라며 민주당에 대한 비판을 이어갔다. 2차 추경안에 대해 수정 예산안을 요구하며 예산안 심사를 거부하기도 한 통합당은 기재부가 제시한 ‘하위 70% 소득 가구에 지급’을 옹호하면서 사실상 여당 대 정부·야당의 쟁론 양상이 나타났다.

제1야당이 정부의 편에 선 가운데 정세균 국무총리는 좀처럼 좁혀지지 않는 민주당과 기재부의 갈등을 중재하고자 나섰다. 계속되는 갈등에 민주당은 전 국민에 대해 지원금을 지원하되 고소득자에 대해서 기부금을 받자는 안을 내놓았다. 하지만 기재부가 민주당의 제안에도 계속해서 기존 입장을 고수하자 정 총리는 홍남기 경제부총리를 만나 직접 설득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정 총리는 긴급재난지원금 합의가 표류하는 상황은 옳지 못하며 “민주당 안을 정부가 큰 틀에서 수용하되, 실무협의에서 세부 이견을 조율하는 것이 좋겠다”며 홍 부총리를 설득했다. 기재부는 이후 4월 23일 소득 상위 30% 가구 기부 유도 등을 바탕으로 긴급재난지원금을 전 국민에게 지급하는 데 동의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합의 도출 : 가속도 붙은 행정

당·정·청의 합의를 통해 추진력을 얻은 긴급재난지원금 논의는 4월 30일 2차 추경안에서 12조 2천억 원의 규모를 확정하고 실행 준비를 마쳤다. 이는 당초 정부가 제시했던 하위 70% 소득 가구 지급안에서 4조 6천억 원 증액된 금액이다. 증액분에 대해서는 각각 국채 발행과 추가 세출 구조조정을 통해 3조 4천억 원과 1조 2천억 원을 충당하기로 했다.

한편 국회 본회의에서는 29일 ‘긴급재난지원금 기부금 모집 및 사용에 관한 특별법’을 수정가결하면서 예산 확보에 박차를 가했다. 기부금은 모집 기부금과 의제 기부금을 더한 값으로 구성된다. 모집 기부금은 신청을 통해 기부 의사를 밝힌 후 기부를 하는 방식이고, 의제 기부금은 3개월 동안 재난지원금을 미신청한 사람을 기부 의사가 있었던 것으로 의제하는 방식이다. 기부액에 대해서는 연말정산에서 15% 세액공제 혜택이 주어지며 지원금 신청을 하지 않아도 혜택을 받게 된다. 아울러 기부금은 코로나19 위기 대응 고용안정 대책사업의 재원으로 활용하기 위해 고용보험기금의 수입으로 편입하기로 결정했다. 정부는 이를 통해 향후 고용보험기금 재원 보전을 위한 국채 발행을 축소하는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기대했다.

3차 추경안 편성도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지난 3일 관계 부처에 따르면 기재부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과 3차 추경 작업을 시작했다. ▲실업자 긴급 지원 ▲경기침체에 의한 세수 감소의 보충 ▲국책은행의 자본확보 등의 내용을 포함할 것으로 보이며 그 규모는 30조 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측된다. 해당 예산 역시 국채 발행과 세출 구조조정을 통해 마련될 예정이며 문 대통령이 3차 추경 속도를 강조하고 있는 만큼 이른 시일 내에 편성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문가들은 전망했다.

 

우려 : 경제·안보 치명타?

추경 예산을 맞추기 위한 지나친 경제 압박을 감당할 수 있냐는 우려도 존재한다. 실제로 본예산 기준 39.8%였던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가채무비율은 2차 추경안 통과로 인해 41.4%로 높아졌다. 약 30조 원에 이르는 3차 추경의 많은 몫이 국채 발행으로 조달될 경우 국가채무비율이 단번에 45%대로 진입할 수 있다. 비록 우리나라의 국가채무비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인 약 110%보다 현저히 낮지만 5% 이상의 채무지수 급등은 국가 경제에 타격을 줄 수 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올해처럼 한 해에 국채를 많이 발행하면 외환시장의 불안정성을 불러올 수 있고, 국채 쪽으로 자금이 쏠리면서 민간 기업이 자금 조달 등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며 대규모 국채 발행에 대해 우려를 표한 바 있다.

국방비가 약 1조 5천억 원 감축된 것에 대해서도 논란이 인다. 기재부는 앞서 하위 70% 소득 가구에 대한 지원을 내세우며 ▲F35A 스텔스 전투기 ▲해상작전헬기 ▲광개토-Ⅲ 이지스구축함 도입에 투입될 예정이었던 9천억 원이 넘는 국방 예산을 삭감했다. 이후 지원 대상이 전 국민으로 확대됨에 따라 군인 숙소와 정비·보급시설 등 국방 관련 시설물 공사비 850억 원이 감축됐고, 유류비와 인건비 감액을 포함하면 총 1조 5천억 원의 국방비 손실이 발생했다. 안보에 쓰이는 비용을 단순 돌려막기 식으로 운용하는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자 국방부 관계자는 “코로나19로 공사가 늦어진 사업 비용을 내년으로 넘긴 것”이며 “차세대 전투기 도입 등도 대금 지급을 미룬 것이기 때문에 전력 강화에는 문제가 없다”고 설명했다.

 

지원금은 앞으로 어떻게 쓰일까

다사다난했던 논의 끝에 긴급재난지원금은 5월 4일부터 가구원 수와 신청자격을 확인할 수 있게 됐다. 저소득 가구는 별도 신청 없이 이날부터 현금으로 지원금을 받을 수 있으며 나머지 가구는 11일부터 지원금을 받을 수 있다. 가구별 지원금은 ▲1인 가구 40만원 ▲2인 가구 60만원 ▲3인 가구 80만원 ▲4인 이상 가구 100만원이다. 세대주 신청을 원칙으로 하며 신용카드와 체크카드는 카드사 홈페이지에서 지원금을 신청하면 약 2일 뒤 포인트가 충전된다. 긴급재난지원금의 오프라인 신청 또한 마스크 5부제와 같은 신청 요일제가 적용된다. 또한 정부는 지원금 사용은 현금이 아닌 경우 오로지 시장 등에서 물건과 서비스를 사는 형태로만 쓰이도록 제약을 걸어 재난 지원이라는 의도에 충실할 수 있도록 했다. 청와대는 대변인을 통해 긴급재난지원금이 “어려운 국민에게는 힘과 위안이 되고, 한편으로는 내수를 진작시켜 우리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마중물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국가경제를 크게 소요한 정책인 만큼 긴급재난지원금이 민생과 경기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권민규·오성원 기자
dmaria4749@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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