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잃은 특수교육 현장

지난 몇 년 동안 사회 각계각층에서 특수교육 인프라 확대 요구가 끊임없이 이어졌다. 그럼에도 교육 현장에서는 여전히 학교 정원 부족, 인력 부족을 호소하고 있다. 현재 특수교육이 안고 있는 문제점과 그 대안에 대해 The HOANS에서 살펴봤다.

 

지난 5월 강서구의 특수학교인 서진학교의 설립 과정을 담은 영화 ‘학교 가는 길’이 개봉했다. 작중에서는 자녀 교육을 위해 특수학교 설립을 호소하는 장애 학생 학부모들과 이에 반대하는 지역 주민의 대립이 그려졌다. 비록 서진학교는 2020년부터 문을 열었지만 우리 사회가 특수교육에 보내왔던 무심함은 적나라하게 드러났다.

특수교육대상자(이하 특교자)란 ▲시각장애 ▲청각장애 ▲정서장애 ▲지적장애 ▲지체 장애 등으로 인해 학습에 어려움을 겪고 있어 별도의 교육이 필요한 사람을 의미한다. 이들에 대한 교육은 크게 두 가지 방향으로, 첫 번째는 장애 학생을 위한 전문 교육 기관인 특수학교를 통한 방식이다. 일반 교육환경과 격리된다는 단점이 있지만 맞춤형 교육 인프라가 마련돼있어 특교자가 학업을 이어가기 수월하다. 둘째는 일반 학교에 특교자를 통학시키는 통합교육으로, 일반 교육환경과 어울리며 학습할 수 있지만 원활한 학습과 소통을 위해 특수교육에 능숙한 교사의 지원이 필요하다.

 

누구나 갈 수는 없는 특수학교

 

그러나 장애 학생들에게는 두 선택지 모두 여의치 않은 현실이다. 특수학교가 매년 신설되고 있으나 맞춤형 교육을 제공하는 특성상 정원이 적다 보니, 매년 늘어나는 특교자 수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다. 2021 특수교육통계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특교자는 약 23.1% 증가했으나 특수학교에 재학 중인 특교자는 약 10.5% 증가에 그쳤다. 이런 상황 속에서 심한 장애가 있는 학생조차 특수학교 입학에 실패하는 경우가 상당수다. 구 장애 등급 기준 1-3급 수준의 상대적으로 중증인 장애 학생 중 일반 학교에 배치된 학생 수는 4만 1,424명으로 전체 특교자의 42%에 달한다.

고르지 못한 특수학교 분포도 특교자들의 어려움을 가중하고 있다. 서울에는 총 33개 특수학교가 있지만 서울시 25개 구 중 7개 구는 특수학교가 단 한 곳도 존재하지 않는다. 거주 지역에 특수학교가 없는 학생들은 이사를 고려하거나 원정 통학을 할 수밖에 없다. 장애 유형별 학교 분포도 고르지 못한 실정이다. 서울시 내 정서장애 학교 3개교는 서울 동남부에 집중돼있고, 시각장애 학교 4개교 역시 서울 북부에 치우쳐 있다.

비단 서울시만의 문제는 아니다. 5개 장애 영역별 특수학교가 모두 마련된 곳은 전국 17개 시도 중 ▲서울 ▲경기 ▲충북 ▲대구 4곳에 불과하다. 이 탓에 아무리 특교자 거주지 가까이에 특수학교가 존재하더라도 자신이 어떤 장애를 갖고 있느냐에 따라 원정 등교를 해야 하는 경우도 심심치 않다.
특교자들을 위한 교육 인력이 부족하다는 점도 핵심적인 문제 중 하나다.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시행령 22조에 따르면 특수학교는 학생 4명당 최소 한 명의 교사를 배치해야 한다. 그러나 여영국 의원실 2019년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현재 공립 일반 학교 특수교육 순회 교사 배정정원은 법정 기준의 18.1% 수준에 그쳤다. 특수교사 배정정원도 기준의 86.8% 수준에 불과했다. 또한 현장에서는 인력 부족의 목소리가 제기되는 데 반해, 공립 중·고등학교 특수교사의 경우 지원자가 늘었음에도 작년 대비 101명 감소한 562명만을 선발할 예정이다.

이러한 문제점이 논의되자 2018년 더불어민주당 김영호 의원이 특수교육 교원을 학생 2명당 1명으로 확충하는 법안을 발의했다. 하지만 국회 교육위원회에 계류된 상태로 머물다 20대 국회 종료와 함께 폐기되는 등 해결은 요원한 형국이다.

 

요원한 통합교육 시스템 완성

 

아울러 부실한 통합교육 시스템은 특교자들이 특수학교로 몰리는 풍선효과를 부르는 모양새다. 일반 학교에 배치된 특교자는 ‘장애인 등에 대한 특수교육법 28조’에 따라 보조 인력인 특수교육실무원의 지원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일반 학교에 배치받은 7만 866명의 특교자에 비하면 실무원은 9,149명으로 충분하지 않아 제대로 된 지원이 이뤄지기는 쉽지 않다. 또한 교육 당국은 거동이 불편하거나 교육 인프라가 부족한 지역에 거주하는 특교자들을 위해 순회 교육을 제시하고 있으나 교육 시수가 주 1~3회, 회당 약 2시간 정도에 불과해 실효성이 정규 교육과정에 미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일반 교원에 대한 특수교육 전문성 함양 시스템이 부진한 점도 주목해야 한다. 현행 교원 양성 시스템은 일반·특수교사 과정을 분리하고 있어 한 명의 교사가 통합교육을 위한 소양을 기르기는 어려운 구조다. 이를 보완하고자 국립특수교육원에서는 기존 교원을 대상으로 관련 연수를 정기적으로 실시하고 있으나, 원격 연수로 대체할 수 있는 데다 일반 교원 중에서는 관리자(교장 등)와 통합학급 담임교사를 제외하면 사실상 권장의 영역이라 제도적인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다.

전국특수학교학부모협의회 정순경 대표는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입시 위주의 학습환경인 중·고등학교로 올라갈수록 통합교육 환경이 열악해지고, 학생과 학부모들이 특수학교를 선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이 때문에 현재 특수학교 운영 규모는 상위 학년일수록 큰 역피라미드 구조를 보인다”고 설명했다. 정 대표는 “이러한 상황에서 통합교육이 제대로 이뤄진다면 학생들이 먼 곳의 특수학교까지 갈 이유가 없다”는 말로 통합교육 정착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해결을 위해서는

 

문제 해결을 위해 필수적인 사안으로는 특수학교 확충과 관련 인력의 증원이 꼽힌다. 하지만 특수교육 시설을 설립하려는 시도마다 주변 지가 하락 등의 우려로 반대하는 주민과 충돌이 이어지고 있다. 2017년 서진학교 건설 당시 강서구 김성태 국회의원은 특수학교 대신 한방병원이 들어서야 한다며 반대 여론을 이끌었다. 강한 비토는 장애 학생 학부모들이 간담회에서 무릎을 꿇으며 호소한 뒤에야 진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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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중랑구에 설립 예정이었던 동진학교는 2024년으로 건립을 늦추며 합의에 이르렀으나, 주민을 위한 복합시설이 함께 지어지는 조건이 추가된 뒤였다. 정부는 2017년 ‘제5차 특수학교 발전 5개년 계획’을 통해 2017년 173개교였던 특수학교를 2022년 195개까지 추가 건립하겠다고 발표했다. 하지만 약속까지 1년 남은 현재 전국 특수학교는 187개교로, 계획보다 8개교가 부족한 수치다.
통합교육 인프라 강화를 통해 특수학교에 지원이 쏠리는 현상을 개선하는 것도 방법의 하나로 제시됐다. 특수교육 역사가 상대적으로 긴 외국의 경우 이와 관련해 참고해볼 사례가 많다. 프랑스는 전문 인력을 대폭 지원해 통합교육과 특수학교 교육의 질 차이를 좁혀 특수교육 체계를 안정화하는 데 성공했다. 또한 사회의료기관이 교육 기관과 협력하는 시스템이 정착되어 장애 학생이 학업을 수행하는데 차질이 없도록 하고 있다.

일본은 특수학급을 장애 종류에 따라 특별지원학급과 통급지도교실로 나누어 장애 학생의 필요에 따라 맞춤형 교육을 제공한다. 또한 일반·특수교사 양성 과정이 분리된 한국과 달리 일본은 일반교사 자격증이 있는 자에게만 특수교원 이수를 허락하며, 두 자격을 모두 갖춘 교원은 승진이나 성과급에서 가산을 받는다. 이는 일반교사의 특수교육 자격 취득을 촉진해 통합교육 정착에 큰 몫을 했다. 두 국가의 특수교육 사례는 튼튼한 인프라를 바탕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사회의 책임이 가정에 돌아가지 않도록

 

국가인권위원회는 강서구 서진학교 설립에 관한 의견 표명에서 “모든 국민이 헌법의 평등정신이 실현될 수 있도록 장애인 특수학교 설립에 협력해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2021년 현재도 특교자 규모와 비교해 특수학교는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며, 통합교육 시스템에서도 부실함을 보이는 형편이다. 장애 학생과 가족들의 걱정을 덜어주기 위해선 범 공동체적인 관심이 필요하다. 우리 사회가 지금껏 부족한 교육 현실을 외면해오지는 않았는지 성찰이 필요한 시점이다.

최승원·신재용·정채빈 기자
2020150060@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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