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의 신약’ 인보사, 현실은…

인보사?

인보사는 코오롱생명과학(이하 코오롱)이 세계 최초로 개발한 골관절염 세포유전자 치료제다. 인보사는 정상 동종 연골세포와 세포 성장을 촉진하는 성장인자를 가지고 있는 세포를 함께 무릎 관절강에 주사해 연골을 재생시켜 골관절염을 치료하는 목적으로 개발됐다. 이에 인보사는 1액(동종유래 연골세포)과 2액(TGF-β1 유전자삽입 동종유래 연골세포)을 주성분으로 발명됐다. 그 덕분에 1회 주사에 6~700만 원이라는 높은 금액에도 불구하고 관절 부위에 직접 주사해 수술 없이 골관절염을 치료할 수 있어 많은 사랑을 받았다.

하지만 인보사는 판매 시작 이후 큰 논란에 휩싸였다. 인보사는 2017년 식약처의 허가를 받고 처음 시판된 이후 유전자를 분리하고 정제하는 과정에서 신장세포 일부가 섞여 들어갔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이에 식약처는 코오롱에 판매중단을 요청했고 코오롱은 이를 받아들여 3월 31일 인보사의 판매를 중단했다. 식약처는 이후 인보사에 대한 조사를 시작했고 4월 15일 “주성분 중 하나인 2액이 허가 당시 제출한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세포”임을 확인했다며 중간고사 결과를 발표했다.

식약처는 중간조사 결과 발표 이후 “연골세포가 신장세포로 바뀐 경위 및 이유 등에 대해 추가로 조사를 시행하겠다”고 밝히고 조사에 착수했다. 식약처의 조사결과 인보사 허가 당시 코오롱이 2액이 연골세포임을 증명하는 자료를 허위로 작성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에 따라 식약처는 5월 28일 인보사의 품목허가를 취소하는 한편 코오롱을 형사고발했다. 코오롱은 이에 반발하며 행정소송을 걸었으나 7월 3일 인보사의 품목제외가 최종 확정됐다.

인보사, 부작용과 잘못된 대처

식약처는 인보사에 대해 “세포사멸시험 결과 44일 후 세포가 더는 생존하지 않았다는 점과 임상실험대상자에 대한 장기추적 관찰 결과 약물과 관련된 중대한 부작용이 없었다”며 “전문가 자문 결과 등을 종합해 볼 때 현재까지 인보사의 안전성에 큰 우려는 없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만약의 사태를 대비해 현재까지 인보사를 투여받은 모든 환자에 대해 15년간 장기추적조사를 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정춘숙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식약처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9년 8월 11일을 기준으로 보고된 인보사의 부작용은 총 329건으로 그중 주요 부작용인 종양 관련 부작용은 총 8건에 달했다. 종양 관련 부작용에 대한 발생 원인을 추론하는 조사인 역학조사를 했냐는 질문에 식약처는 해당 부작용의 보고자인 의료진들이 부작용과 약물과의 관련성을 평가하는 것이 불가능해 역학조사를 진행하지 않았다고 보고했다. 정 의원실에서 역학조사를 하지 않은 이유를 재차 확인하자 식약처는 그제야 전반적인 재조사를 지시한 것으로 확인됐다.

코오롱의 기만극

식약처의 조사 과정에서 인보사의 허가 당시 코오롱이 허위 자료를 제출했음이 드러났다. 2액이 연골세포임을 증명하려면 인보사의 주요 성분 중 하나인 1액과 비교분석을 해야만 한다. 하지만 코오롱은 2액을 1액과 2액의 혼합물과 비교하고 분석해 허위로 작성한 ‘2액이 연골세포임을 증명하는 자료’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한 식약처는 2액 제작에 활용된 최초세포를 분석한 결과 신장세포에서만 검출되는 특이 유전자 발견됐다. 즉 코오롱이 인보사의 허가를 위해 제출한 2액이 연골세포임을 증명하는 자료는 허위 자료였다.

심지어 코오롱이 고의로 주요 사실들을 숨기고 허위 자료를 제출했다는 사실도 드러났다. 식약처 허가 전 코오롱은 TGF-β1- 유전자의 개수와 위치가 변동된 사실을 알고도 이를 은폐했음이 밝혀졌다. 식약처는 또한 코오롱의 자회사인 코오롱 티슈진이 미국 임상용 제품의 위탁생산업체에서 검사를 시행한 결과 2액이 신장세포임을 확인했음을 코오롱에 알린 사실 또한 밝혀냈다. 코오롱은 이러한 사실을 알고서도 고의로 숨겼던 것이다. 이에 따라 식약처는 인보사의 품목허가를 취소하고 코오롱에 대한 형사소송을 진행했다.

코오롱은 이런 취소 조치는 적법한 행정절차를 거치지 않은 것이므로 무효라 주장했다. 식약처가 품목허가 취소 결정을 발표하기 이전에 행정절차법에 따라 코오롱의 입장을 사전에 듣고 조율하는 절차를 가져야 했지만 이러한 절차를 무시했다는 주장이다. 식약처는 “품목허가 취소 발표는 취소 절차를 진행하겠다는 의미지 취소를 확정한다는 의미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더불어 코오롱은 “인보사의 성분에 대한 기재가 사실과 달랐으나 고의적 조작 또는 은폐는 없었다”며 식약처의 조사결과에 대해 반발했다. 또한 코오롱은 “인보사가 의약품으로서 안전성과 유효성이 있다는 점이 여러 경로로 입증됐다는 것을 소명하고 허가 신청 과정에서 데이터의 고의적 조작이 없었다는 것을 밝히겠다”며 식약처를 상대로 행정소송에 나섰다.

정부와 식약처도 방조범

정부와 식약처의 과도한 규제 완화가 이번 사건의 원인 중 하나라는 비판의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정부는 이전부터 ‘생물학적 제제 등의 품목 허가 및 심사 규정 일부개정안’ 등의 고시를 발표하고 생명윤리 및 안전에 관한 법률을 개정하면서 유전자 치료에 관한 규제를 완화해왔다. 이에 대해 전진한 건강권 실현을 위한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국장은 “당시 시민사회단체는 검증되지 않은 유전자 치료제 규제 완화가 환자를 위험에 빠뜨릴 것이라고 반대했지만, 정부는 산업 논리에 매몰돼 이를 강행했다”며 비판했다.

인보사의 허가심사 결과가 두 달 만에 뒤집힌 사실도 의혹을 낳았다. 식약처의 첫 번째 허가심사에서 위원들은 안전성을 담보할 수 없다는 이유로 허가를 반대했고 결국 인보사는 심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하지만 두 달 동안 7명 중 3명의 위원이 교체되면서 두 번째 허가심사에서는 인보사가 심사를 통과하게 된다. 이에 일각에서는 인보사 허가 과정에서 특혜 제공 여부나 총체적 부실이 없었는지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식약처는 이번 사태에서 문제가 된 첨단의약품의 안전 관리 방안을 보완하고자 첨단바이오의약품의 원료특성에 대한 분석과 연구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첨단바이오의약품의 원료 특성 분석법 개발과 첨단바이오의약품의 원료 사용 현황의 분석 등이 그 내용이다. 식약처 관계자는 이와 같은 노력을 통해 “원료 안전관리를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 말했다.

똑같은 피해가 일어나지 않도록

2011년 화제가 됐던 가습기 살균제 사건 또한 기업의 잘못을 은폐하려는 국가의 움직임이 있었기에 발생한 일이다. 가습기 살균제 사건에서 옥시레킷벤키저(이하 옥시)는 가장 많은 희생자를 발생시켰음에도 옥시는 흡입 독성 실험을 제외했다. 더불어 가습기살균제로 인해 피해자가 보인 ‘폐섬유화’ 증상과 가습기살균제의 인과관계가 있다는 보고서를 감추기도 했다. 하지만 정부는 묵묵부답으로 대응했고, 질병관리본부는 사건에서 2년이 지난 2013년이 돼서야 1차 피해조사를 시작했다. 기업은 상품이 잘못됐음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기업을 감시하는 역할로서 작용하지 못해 일어난 사건이다.
인보사 사건은 단순한 기업의 욕심으로 인해 생겨난 사기극이 아닌 기업의 잘못된 대처와 국가의 눈가림만 하는 일시적인 대응이 함께 맞물려서 일어난 사건이다. 과거 가습기살균제 사건 이후 일어난 반복돼서 일어난 ‘인보사’와 같은 일이 다시는 벌어지지 않도록 정부 당국과 기업의 주의와 해결방안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박효정·오성원 기자
jenny087@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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