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없는 논쟁 속 공정경제 3법, 공정인가 규제인가

지난달 5일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공정경제 3법 처리를 늦출 수 없는 시기가 다가왔다”며 공정경제 3법을 이번 정기 국회 내에 처리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재계의 반대를 비롯한 각종 논쟁에도 청와대와 여당은 신속한 입법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에 The HOANS에서 공정경제 3법의 주요 논쟁과 여야의 입장 차를 정리해봤다.

 

공정경제 3법은 ▲상법 일부개정안 ▲공정거래법 전부개정안 ▲금융그룹감독법 제정안을 가리킨다. 소득 주도 성장, 혁신성장, 공정경제로 구성된 문재인 정부의 3대 경제 정책 중 공정경제를 실현하기 위한 법안이다. 지난 20대 국회에서도 발의됐지만 여야의 대립 끝에 통과되지 못하다가 지난 8월 31일 정부 입법안으로 다시 국회 소관 상임위원회에 접수됐다. 정부는 입법안을 제출하며 공정경제 3법을 통해 ▲기업지배구조 개선 ▲대기업집단의 부당한 경제력 남용 근절 ▲금융그룹 재무건전성 확보 등 공정경제를 위한 토대를 마련할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특히 새롭게 제정 발의된 금융그룹감독법을 통해 별도의 관리 감독법 없이 금융감독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비지주 금융그룹의 부실로 발생할 수 있는 피해를 예방하고자 한다고 설명했다. 2013년 동양그룹이 부실 계열사 지원 목적의 부실 금융상품을 발행·판매하다 부도가 나 국민 4만여 명에게 약 1.6조 원 규모의 피해를 줬던 사건과 같은 경우를 막겠다는 취지이다.

 

‘기업규제’ 상법개정안 재계와 여당 한목소리

 

공정경제 3법의 시행으로 큰 타격이 예상되는 재계는 법안의 국회 통과를 막기 위해 반대 의사를 담은 성명문을 발표하고 신중한 처리를 부탁한다고 호소했다. 특히 ▲감사위원 분리선출제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소수주주권 행사 요건 완화를 포함하는 상법 개정안이 기업의 경영권을 침해하고 기업활동을 위축시킬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기존에 감사위원은 먼저 선출된 이사 중 선임돼, 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이 3%씩 감사위원 선임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었다. 그러나 상법 개정안의 감사위원 분리선출제에 따르면 이사회를 선출하기 전에 독립적으로 감사위원을 선임하며, 이때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 지분을 총합해 3%까지만 의결권으로 행사할 수 있다. 예를 들어 A 회사 주식의 30%를 갖고 있더라도 3%의 의결권만 인정되므로, 해외 투기 펀드가 A 회사 지분을 3% 미만으로 분산‧규합해 대주주보다 더 많은 의결권을 가지게 돼 감사위원에 자기 측 인사를 임명할 수도 있다. 이에 외부 공격세력이 이사회의 한자리를 차지하고 경영 행위를 간섭하며 기업 경쟁력을 해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다중대표소송제의 역효과를 우려하는 목소리도 있다. 다중대표소송제란 자회사의 이사가 모회사에 손해를 입혔을 때 모회사의 주주가 대표소송을 제기해 해당 이사에 법적 책임을 물을 수 있게 한 제도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제도 도입 시 모회사 주주가 1% 지분(상장기업의 경우 0.01%)만으로도 자회사 이사에게 책임을 물을 수 있어 소송위험이 늘어나고 자회사 주주의 리 또한 침해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출자도 하지 않은 모회사 주주의 소송 제기로 이해관계가 충돌하는 데다가 소송에 휘말리는 자회사는 경영이 위축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소수주주권 역시 행사 요건이 완화되면 부정한 목적으로 이사·감사 해임 청구나 회계장부 열람 청구 등으로 경영권 공격이 가능해진다는 우려가 나온다. 이전까지는 1.5% 이하의 지분을 6개월 이상 보유해야 했으나 개정안에서는 1~3%의 지분만 있으면 보유기간에 상관없이 소수주주권을 행사할 수 있다. 이에 신장섭 싱가포르 국립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앙일보 칼럼에서 힘센 대주주에 의해 소수주주의 의사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선입견’으로 나온 정책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은 재계의 우려에 공감하며 공정거래 3법의 급속한 추진을 비판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경제민주화를 강조해온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공정경제 3법에 찬성 의사를 내비쳤으나 대다수의 국민의힘 의원들은 이와 대비되는 태도를 취했다. 윤희숙 의원은 자신의 SNS를 통해 “여당과 정부가 논의의 쟁점이 되는 조항의 우려에 대해 실질적 근거 없이 과장된 선동으로 일축하며 밀어붙이려 한다”며 강도 높은 비판을 가했다. 주호영 원내대표 또한 제도 하나하나의 영향력이 크기 때문에 신중하게 살펴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며 법안으로 인한 기업의 피해가 적지 않다는 사실을 우회적으로 강조했다.

 

흔들리지 않는 정부·여당의 입법 의지

 

재계 및 여당이 계속해서 공정거래 3법의 내용에 의문을 제기하는 상황에서 정부와 여당은 일관되게 법안의 효용을 강조했다. 여당 측은 감사위원 분리선출에서 대주주의 의결권을 3%로 제한한 것은 감사위원 직무의 독립성을 보장하기 위해 대주주의 영향력을 줄이려는 목적이며 ‘3%룰’은 실효성이 떨어지는 기존 제도가 실효성을 가질 수 있도록 개편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영 감독의 독립성을 보장하고 대주주가 감사위원 선임에 영향력을 발휘하는 것을 막아 소수 주주의 권익을 보호하려는 취지임을 분명히 했다. 다중대표소송제에 대한 재계의 우려 역시 과장된 측면이 있다고 반박했다. 상법상 기업 간 모자가 성립하려면 모회사가 자회사 50% 이상의 지분을 가져야 하지만 현재 우리나라에는 그런 경우가 거의 없다는 것이다. 지난 8월 25일 국무회의 의결 내용 발표에서 정부는 자회사 이사가 임무해태 등으로 자회사에 손해를 가져온 경우 모회사도 저평가돼 손해가 발생하는데, 다중대표소송제도를 통해 이에 대한 소송이 가능해지면 모회사 소수주주의 경영감독권을 제고할 수 있다며 법안의 기대 효과를 강조했다.

대립이 지속되자 여당 측에서도 법안의 내용을 일부 수정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렸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6일 한국경영자총협회와의 간담회에서 재계가 우려하는 부분은 보완하겠으나 “늦추거나 방향을 바꾸기는 어렵다”며 전반적인 기조를 유지하고 처리 시기도 미룰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여당 내에서는 ▲미국이나 독일 등 주요 선진국은 더 강력한 제도를 갖추고 있다는 근거로 원안대로 처리하자는 의견과 ▲재계의 일관된 주장에 대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갈리며 법안의 방향을 정하는 데 노력을 기하고 있다. 지난달 12일 양향자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은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핵심 쟁점이 되는 대주주의 의결권 3%에 대해 해외 투기자본에 의해 피해를 볼 여지가 있다면 반드시 보완을 해야 한다”며 재계의 입장을 고려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3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공정경제 3법 TF와 대한상공회의소 간 공개 토론회에서 유동수 TF 위원장은 이번 토론회를 마지막으로 그간 들은 내용을 반영해 입법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밝혔다. 유 위원장은 문 대통령의 국회 연설을 언급하고 “저희도 입법성과를 꼭 내야한다”고 덧붙이면서 이번 정기 국회 내에 공정경제 3법을 통과시킨다는 정부와 여당의 강경한 의사를 재확인했다.

 

공정경제 3법의 미래는

 

21대 국회의 첫 국정감사가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며 이후 입법 처리 시기가 다가오고 있지만 공정경제 3법에 관해 여야와 재계는 의견 일치를 보지 못한 상황이다. 지난 3일에 열린 마지막 공개토론회에서도 주요 쟁점인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감사위원 분리 선출제의 의결권 제한 규정에 관해 여당과 재계가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한편 여야 간 논의가 노동법으로까지 확장되며 합의는 더욱 요원해졌다. 법안의 취지에 공감한다며 여당에 힘을 실어줬던 김종인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지난달 5일 비상대책위원회 회의를 통해 노동관계법 개정을 함께 처리하자는 새로운 조건을 제시했다. 김 위원장은 “코로나19 사태 이후 경제·사회 전 분야가 새로운 변화를 가져오지 않으면 안 된다”며 정부에 공정경제 3법과 노동법 법안을 함께 개편할 것을 제안했다. 공정경제 3법으로 공정한 시장경제 질서를 확립해 경제민주화를 달성하고, 노동관계법 개정을 통해 합리적인 보상이 주어지는 노동시장을 조성하고 노동시장의 고용 안전망을 강화해야 한다는 논리였다. 이에 이낙연 민주당 대표는 적절하지 않다며 선을 그었으나 여야 대립에 새로운 의제가 추가됐음을 알렸다.

이번 정기국회서 공정거래 3법을 통과시킨다는 정부와 여당의 의지가 확고한 가운데, 하반기 국회의 마무리까지 법안과 관련한 정재계의 논쟁은 끊이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공정경제 3법이 비판의 내용을 수용하면서 모두가 만족하는 방향으로 나아가 무사히 통과·시행될 수 있을지 향방이 주시된다.

 

 

이가영·김동현 기자

gyleeheyum3@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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