넓어지는 격차, 잃어가는 신뢰

서초동 집회에 200만 명?

검찰개혁과 조국 전 법무부장관과 관련해 광화문과 서초동에서 연일 집회가 열렸다. 지난 28일 서초동에서는 검찰개혁을 촉구하는 7차 집회가 있었다. 집회를 주최한 ‘사법적폐청산 범국민 시민연대’는 해당 집회에 약 150만 명에서 250만 명 정도가 모였다고 추산하며 논란이 일었다. 여당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은 이 수치를 지지했다. 이재정 민주당 대변인은 29일 서면 브리핑에서 “어제 200만 국민이 검찰청 앞에 모여 검찰개혁을 외쳤다”며 참여 인원의 대략적인 수치를 언급했다. 이인영 민주당 원내대표도 같은 날 “100만이라고도 하고 200만이라고도 한다”고 말하면서 주최 측 추산치를 인용했다.

야당은 입을 모아 이에 대해 반박했다. 나경원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원내대표는 “광화문은 서초동 대검찰청 도로보다 훨씬 넓다”며 서초동에 “200만 명이면 우리는 오늘 2,000만 명은 왔을 것”이라며 서초동 집회 측의 추산치를 강하게 비판했다. 이준석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은 “잠실 야구장 수용 인원이 2만 5천 명인데 경기 끝나고 지하철 혼잡도를 경험한 사람이면 200만 명을 지하철로 빼는 난이도가 상상이 안 될 것”이라며 반박했다. 수많은 비판이 일자 이해찬 민주당 대표는 2일 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시민 숫자가 중요한 게 아니다”고 일갈했다.

페르미 추정법 vs 연인원 집계방식

집회 인원을 추정하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경찰 측에서도 이용하는 ‘페르미 추산법’이다. 페르미 추산법은 이탈리아의 물리학자의 이름을 딴 것으로, 기초적인 지식과 논리적 추론을 더해 빠르게 근사치를 추정하는 추정법이다. 한 시점에서 평당 인원을 정하고 전체 면적을 구해 총인원을 계산하는 방식이다. 주로 1평(약 3.3 )에 성인 남성 10명이 서 있을 수 있고, 6명이 앉아있을 수 있다고 보고 전체 인원을 추산한다. 예를 들어 사람들이 서서 시위하고 있고 사람들이 모여 있는 면적은 약 150평이라 했을 때, 페르미 추산법을 이용하면 대략 1,500명 정도가 모인 것으로 추산하는 것이다. 빠르게 대략적인 집회 인원을 추산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으나 집회 인원이 커질수록 오차가 커진다는 단점도 있다. 또한 특정 시점의 인원만을 추산한다는 점에서 실질적인 집회 인원과는 차이가 난다.

다른 하나는 ‘연인원 집계방식’이다. 이는 유동적인 참가 인원까지 계산에 포함하는 방식으로 주로 시위 주최 측에서 사용한다. 이 방식은 페르마 추산법과 함께 시위 장소의 ▲인근 지하철역 승차 및 하차 인원 ▲인접 도로 및 공터와 지하도 등의 시민 분포 ▲통신업체의 발표 등을 활용한다. 하지만 이런 식의 계산이 정확하기 위해서는 사람들의 통행로가 완벽하게 통제되어 있어야 하는데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또한 같은 사람이 중복해 세어질 수 있다는 한계점을 지니고 있다.

집회 인원 집계방식, 계속된 논란

경찰 측의 인원 집계방식과 시위 주최 측의 인원추산 방법의 차이는 실제 인원 추정치의 차이를 가져왔다. 이러한 논란이 가장 첨예했던 때 중 하나는 2016년 말부터 2017년 초까지 진행됐던 박근혜 전 대통령 퇴진 촛불 집회 때다. 일례로 2016년 12월 3일에 벌어진 제6차 집회에서 집회 주최 측 집계 인원은 170만 명, 경찰 측 집계 인원은 42만 명으로 양측의 집계 인원은 3배 이상의 차이를 보였다. 당시 경찰은 주최 측의 추산 인원에 대해 집회 공간에 100만 명이 넘는 인원이 앉아있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반박했다. 경찰의 주장에도 불구하고 실제 참여 인원이 몇 명이었는가에 대해 논란이 멈추지 않았다. 다양한 추산 방법을 통해 주최 측 인원 추정치를 뒷받침하는 주장들이 제기됐기 때문이다. 소비자 데이터 분석력 업체인 조이코퍼레이션은 당시 휴대전화 무선신호로 집회 장소에 다년간 사람 수의 추정치를 내놓기도 했다. 집회 인근 지하철역 이용자 수가 지난해 같은 요일에 비해 증가한 수를 토대로 참가 인원을 추정하는 방식도 사용됐다.

원병묵 성균관대학교 신소재공학부 교수는 집회 인원 집계 방법을 보완하기 위해 ‘유동인구에 의한 집회 인구 추산법’을 고안하기도 했다. 경찰의 페르마 추정법에 유동인구를 계산하는 방법을 추가한 방법이다. 한 사람이 평균적으로 집회에 머무는 시간을 고려해 빈도의 개념을 추가한 것으로 5시간 집회에서 사람들의 평균 집회 시간이 1시간이라면 페르마 추정법에 의한 계산에서 5배를 곱해서 전체 집회 참여 인원을 계산하는 방식이다. 그러나 이 역시도 평균 집회 시간을 어떻게 산정하는지에 따라 값이 크게 달라진다는 한계점이 있다.

집회 참가 인원 추산 방식에 대한 계속되는 논란

경찰은 논란이 계속되자 2017년 12차 촛불 집회부터 집회 참가 추산 인원을 발표하지 않았다. 2017년 3월부터 3개월간 성신여대 융합보안학과 연구팀은 경찰의 용역을 받아 ‘집회 시위 인원 산정방법의 적정성에 관한 연구’ 보고서를 작성해 발표했다. 해당 연구는 경찰과 주최 측의 집회 참가 인원 집계 방식의 적정성에 대해 진행됐다. 보고서는 페르미 추산법과 연인원 집계 모두 정확한 집회 참가 인원의 숫자를 밝히는 데 한계가 있지만 경찰의 집계방식으로는 페르미 추산법이 더 적합하다고 판단했다.

보고서는 페르미 추산법을 사용할 경우 최다 인원이 모이는 시점과 집회 시위 참가자가 자치하는 면적의 경계를 광화문 광장 등과 같은 개방된 공간에서 정확하게 판단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또한 “드론이나 옥상 촬영 등으로 한계를 보완하더라도 촬영각도에 의한 측정값 계산은 불가능할 것이고 근삿값 정도만 추산할 수 있다”고 했다. 연인원 집계 방식에 대해서는 “집회 시위의 전체 면적에 대한 판단이 돼야 하고 그 면적의 모든 진입로에 대한 완벽한 통제 하에 유입 누적 인원과 유출 누적 인원이 정확히 계산돼야 한다”며 한계를 지적했다. 또한 유동인구 측정 시 중복 계산의 가능성이 있으며 “단순 구경꾼이나 상인 등을 배제하는 것이 집계 목적상 타당하지만 이는 상당히 어려운 일”이라고 했다.

보고서는 “경찰이 집회 시위 참가 인원 규모를 추산하는 목적은 집회 시위 관리를 위한 경찰력 투입 및 운용의 규모를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준이면 충분하다”며 경찰 입장에는 페르미 추산법이 더 적합하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달 28일 열린 서초동 촛불 집회에서 경찰은 집회 참가 추산 인원을 공개하지 않았다. 이용표 서울지방경찰청장은 30일 종로구 내자동 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외국 대부분의 나라도 집회 인원을 공개하지 않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앞으로도 이런 집회 인원 관련해서는 외부에 일절 공개하지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엇갈리는 주장, 헷갈리는 진실

주최 측과 경찰 측, 주최 측과 반대 측의 집회 참가 인원 추산치의 격차는 과거부터 존재했다. 1987년 이한열 열사 장례 행렬에 대해 주최 측은 100만 명을 추산한 반면 경찰 측은 15만 명이 참여했다고 밝혔다. 시간이 흘러 2008년 광우병 사태 집회에서는 참가 인원에 대해 경찰 측은 8만 명, 주최 측인 광우병국민대책회의는 70만 명이라고 밝혔다. 두 집회 모두 7배 가까운 차이가 난 것이다. 추산치의 격차는 최근에 올수록 더 벌어졌다. 2016년 시작된 박근혜 대통령 탄핵 요구 집회에서는 경찰 측이 추산치 비공개를 결정한 12차 집회 이전까지 4배에서 많게는 10배 이상의 차이를 보였다. 특히 마지막 경찰 추산이 있었던 11차 집회에서는 경찰 추산 3만 8천 명, 주최 측 추산 64만 명 정도로 약 16.9배의 오차가 존재했다.

경찰 추산이 없는 상황에서 이번 서초동 집회는 더 극명한 추산치 차이가 나타났다. 한국당 박성중 의원은 “누에다리에서 서초역까지 페르미 기법을 적용해 실제 시위참가 인원은 3만 3천 명에서 5만 명 미만”이라고 설명했다. 다소 엽기적인 방법으로 추산을 시도한 경우도 있다. 중앙일보에서는 28일 서초동 집회 사진을 확대해 직접 점을 찍어본 뒤 서울교통공사의 자료를 인용해 인원을 분석했다. 자료에 따르면 28일 오후 4시부터 자정까지 2ㆍ3호선 교대역과 2호선 서초역에서 하차한 사람은 약 10만 명이었다. 모두가 집회에 참여했다 하더라도 주최 측의 추산과는 20배 차이, 박 의원의 계산과는 30배 이상의 차이가 나는 것이다.

본래의 의미를 잃어가는 집회 참가 추산 인원

집회 참가 인원은 시민들이 얼마나 집회를 지지하는지 보여주기 때문에 집회의 성공 여부와 직결되는 요소다. 그만큼 집회 주최 측과 집회를 지지하는 시민들에게 집회 참가 인원 추산은 민감한 문제다. 집회 참가 추산 인원의 차이는 계속된 논쟁거리지만 이번 서초동 집회에서의 30배가 넘는 차이는 집회 참가 인원 추산의 신뢰성을 한 층 더 격하시켰다. 집회 참가 추산 인원이 본래의 의미를 잃어가고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집회 인원 추산을 위한 객관적인 방안의 모색이 요구되는 시점이다.

 

강민정·권민규·오성원·오은서 기자
khangmj02@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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