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의 ‘무임승차’, 막 내리나

넷플릭스 영상은 각 통신사의 망을 통해 우리 눈에 들어온다. 도로라고 볼 수 있는 망의 품질에 운전자인 넷플릭스가 책임을 져야 하는지에 대해 업계 안팎에서 의견이 분분하다. 이와 관련해 오는 12월에 시행될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일명 넷플릭스법)을 둘러싼 논쟁을 The HOANS에서 알아봤다.

 

넷플릭스의 무임승차

 

글로벌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사업체인 넷플릭스는 코로나19로 비대면 취미활동이 성행하는 상황과 맞물려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와이즈앱에 따르면 2018년 초 34만 명에 불과했던 국내 사용자는 지난 3월 270만 명을 넘어섰다. 하나의 계정을 최대 4명이 공유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실제 이용자 수 및 이용량의 증가는 훨씬 막대할 것으로 추정된다.

넷플릭스의 급격한 성장은 다른 한편에서 고질적으로 지적되던 망 사용료 부담 문제에 대한 통신사업자(ISP)의 불만을 가중했다. 망 사용료는 콘텐츠사업자(CP)가 ISP의 인터넷망을 이용하는 대가로 지불하는 요금이다. 현재 국내 CP인 네이버와 카카오는 통신망 제공업체와의 협의를 통해 매년 각각 700억 원, 300억 원 이상의 망 사용료를 지불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네이버와 카카오의 트래픽 발생량은 작년 8월 기준 2.5%, 1.8%인 데 비해 유튜브를 포함한 구글과 넷플릭스가 25.8%, 3.8%에 달하는 트래픽을 발생시키면서도 망 사용료를 지불하지 않고 있어 형평성 논란이 제기돼왔다.

곪은 갈등은 지난해 11월 국내 ISP인 SK브로드밴드가 넷플릭스와의 망 사용료 협상을 중재해달라며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에 재정신청을 요청하면서 법적 분쟁으로 비화했다. 이에 맞서 지난 4월 넷플릭스는 채무부존재확인 소송을 제기했다. 통신망 유지·관리 의무가 없는 CP인 자사가 망 사용료를 부담할 이유가 없으므로 이로 인해 비롯된 부채도 없다는 것을 법원에 확인해달라고 요청한 것이다. 소송 과정과 결과에 이목이 쏠리는 가운데 넷플릭스법이 20대 국회 막바지에 통과됨에 따라 망 사용료 문제를 둘러싼 논쟁은 더욱 격화했다.

 

서비스 안정화 의무를 부과한 넷플릭스법

 

넷플릭스법의 핵심은 지난 6월 신설된 전기통신사업법 제22조의 제7항과 제8항이다. 제7항은 일정한 요건을 갖춘 부가통신사업자는 서비스 안정수단의 확보, 이용자 요구사항 처리 등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조치를 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제8항은 국내에 주소나 영업소가 없는 부가통신사업자에게 국내 대리인을 지정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이 두 조항은 국내 ISP가 해외 CP에 망 사용료 납부 압박을 가하는 근거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해외 CP에도 서비스 안정화를 위해 노력할 의무가 법적으로 부여된 셈이기 때문이다. 구체적으로 살피면 서비스 안정수단의 확보를 위한 조치를 곧 ISP의 망 정비 및 확대를 위한 비용 부담으로 해석해 망 사용료 부담의 논리로 이어질 수 있고, 대리인을 지정함으로써 해외 CP가 위법 시 실질적으로 책임을 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반면 일각에서는 ‘서비스 안정화’ 등 해당 법안의 용어 자체가 불분명해 망 사용료 부담을 강제하지 못한다는 반박도 제기되고 있다.

이후 지난달 9일 입법예고된 시행령은 모법에 규정된 의무를 부여받는 사업자를 구체화했다. 전년도 말 기준 직전 3개월 간 ▲국내 일일 평균 이용자 수가 100만 명 이상 ▲국내 일일 평균 트래픽 양이 국내 총량의 1% 이상의 요건을 모두 충족하는 부가통신사업자가 적용 대상자로 지난 5~7월 기준 ▲구글 ▲넷플릭스 ▲페이스북 ▲네이버 ▲카카오가 해당한다. 시행령에 따르면 이들 사업자는 서비스 안정 수단의 확보를 위해 서버의 다중화, 콘텐츠 전송량 최적화 등의 기술적 조치를 이행하고 서버 용량, 인터넷 연결의 원활성, 트래픽 경로 등에 대한 안정성을 갖춰야 한다.

 

원래 돈을 낼 필요가 없다고?

 

넷플릭스를 필두로 한 해외 CP는 CP에 망 품질 책임을 지우는 것 자체가 타당하지 않다며 ‘정당한 무임승차’를 주장한다. 망 품질 유지는 ISP의 의무일뿐더러 망 사용료를 지급할 시 ISP는 CP와 개인 사용자로부터 이중으로 비용을 받는 구조가 된다는 논리다. 또한 망 사용료를 지불해야 정보 전달 서비스를 보장해주는 것은 ISP가 모든 콘텐츠에 대해 차별 없이 통신망을 공급해야 한다는 ‘망 중립성’ 원칙에 위배된다는 점도 지적했다.

최근 페이스북이 방통위의 행정처분을 대상으로 제기한 행정소송에서 1심과 항소심 모두 승소하며 법원 역시 CP의 주장을 뒷받침하고 있다. 소송은 2016년 말부터 2017년 초까지 페이스북이 KT 캐시서버로 페이스북에 접속하던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이용자들의 접속 경로를 임의로 홍콩과 미국으로 우회시켜 이용 속도가 느려지게 한 사안을 다뤘다. 이에 방통위는 페이스북이 정당한 사유 없이 이용자의 이용을 제한 또는 중단해 그 이익을 현저히 해쳤다며 전기통신사업법에 근거해 시정명령과 과징금 부과 처분을 내린 바 있었다. 하지만 법원은 “인터넷 응답속도 등 인터넷 접속 서비스의 품질은 기본적으로 통신사가 관리·통제할 수 있는 영역이지 페이스북과 같은 CP가 관리·통제할 수 있는 영역이 아니다”라며 CP가 망 사용료를 지불할 의무가 없다는 주장에 힘을 실었다.

 

해외 CP 잡으려다가 국내 CP만 날벼락

 

형평성 논란 해소를 의도한 넷플릭스법이지만 해외 CP보다도 국내 CP에게서 강렬한 반발을 사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국내 CP는 넷플릭스법이 오히려 국내 사업자들의 부담만 가중하는 역차별이라는 입장이다. 관련 업계 측은 넷플릭스법의 취지가 글로벌 CP가 국내에서 정당한 망 사용 대가를 지불하게 하기 위한 것이라면 그들을 기준으로 적용 범위를 재설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네이버와 카카오가 소속된 한국인터넷기업협회(이하 인기협)은 지난달 8일 “이번 시행령안은 이용자 보호를 앞세워 CP에게만 의무를 전가하는 것”이라며 비판의 목소리를 내비쳤다. 인기협은 넷플릭스법의 적용 기준이 모호하며 서비스 안정성 등 용어가 명확하지 않아 법 규정을 일률적으로 적용할 것이라 기대할 수 없다고도 덧붙였다. 통신업계는 넷플릭스법으로 글로벌 CP들까지 망 품질 유지 비용을 내게 되면 기존에 국내 CP의 몫이었던 비용이 분담돼 국내 CP는 부담을 덜게 된다고 반박하는 상황이다.

정부가 해외 CP에 서비스 안정성 의무를 강제할 방안이 없다는 점도 넷플릭스법의 실효성 논란을 심화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제22조의 제8항에 따라 해외 CP의 법 위반 사례가 발견될 경우 국내 대리인을 통해 제재를 가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국내 대리인 제도는 국외 기업의 현지 주재를 금지한 한미FTA 조항에 저촉될 수 있으며 미국 기업에서 이에 따르지 않을 경우 처벌 대상도 사라진다는 문제점이 있다. 또한 미국 국무부에서 넷플릭스법이 미국의 특정 OTT를 겨냥한 것이 아니냐며 유감을 표하는 등 미국의 압박이 계속되고 있다. 이에 해외 CP의 제재는 외교 갈등으로 이어질 수 있어 강력한 법 집행이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한편 넷플릭스법은 이달 19일까지 이해관계자들 의견을 수렴하고 12월 10일 시행될 예정이다. 넷플릭스법을 통해 해외 CP에게 망 품질 유지 의무를 부과할 수는 있겠지만 필요시 사업자 간 협의하도록 한 자율계약 형태이기에 통신사가 실제로 망 사용료를 받아내는 데는 이해관계 다툼이 계속될 전망이다. 또한 입법예고 기간 도중이더라도 이달 30일에 시작될 넷플릭스-SK브로드밴드 재판은 향후 넷플릭스법의 구체적인 적용에 큰 시사점을 제시할 것으로 보인다. 과연 넷플릭스법이 CP의 망 사용료 부담 문제, 국내 CP의 역차별 논란을 딛고 해외 CP의 망 사용료 부담으로 귀결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조수현·신형목·이가영 기자

shcho712@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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