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란봉투법, 불붙은 노사 갈등

‘노란봉투법’이라 불리는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일부개정 법률안이 화제다. 최근 하이트진로와 대우조선해양이 노조에 손해배상청구소송(이하 손배소)을 제기한 것이 수면 위로 떠오르며 해당 개정안의 요구가 재점화됐다. 이에 민주당과 정의당을 중심으로 ‘노란봉투법’이 추진 중이다. 그러나 여당과 정부는 해당 법안이 노조의 불법 행위마저 용인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며 반대하는 상황이다.

노란봉투법이란,

 

노란봉투법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이하 노조법) 제2조와 제3조의 개정안으로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이 공동 발의한 법안이다. 정당한 쟁의행위의 범위를 확대하려는 법안으로 기업이 파업 노동자에게 무분별한 손해배상 및 가압류 청구 제한을 목적으로 한다. 현재 국회에 계류된 노란봉투법은 총 8건으로 이 개정안들은 손해배상 및 가압류 청구 제한이라는 골자는 동일하나 개인 노동자에의 청구 범 위나 근로자 개념 범위 등에서 차이가 있다.

현재 발의된 8건의 개정안 속 핵심 내용을 종합해보면 다음과 같다. 노조법 제2조 개정을 통해 ▲하청노동자 ▲특수고용직 ▲간접근로자를 근로자에 포함하고 사용자를 ▲그 사업의 근로자에 관한 사항에 대하여 사업주를 위해 행동자는 자 ▲사업의 경영담당자 ▲사업주에서 ‘근로자의 근로조건이나 수행업무에 대해 사실상의 영향력·지배력을 행사자는 자’로 확대했다.

노조법 제3조인 ‘사용자는 이 법에 의한 단체교섭 또는 쟁의행위로 인하여 손해를 입은 경우에 노동조합 또는 근로자에 대하여 그 배상을 청구할 수 없다’에서 ‘이 법에 의한’을 삭제해 손배소 청구 제한의 범위도 확대한다. 노조 차원의 계획에 따라 진행된 쟁의 행위에 대해 노조원 개인을 상대로 소송을 제한한다는 내용도 담았다. 또한 손배소로 인해 노조의 존립이 불가능해질 시 손배소가 불가능하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노란봉투법은 2013년 쌍용자동차 파업 사태에서 시작됐다. 쌍용자동차 측이 파업 참여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제기한 손배소에서 기업에 47억 원을 배상하라는 판결이 나왔다. 이에 한 시민이 노란 봉투에 4만 7천 원을 넣어 언론사로 전달하며 모금이 시작됐고 이후 노란봉투법 입법운동으로 이어졌다. 2015년 19대 국회 때 최초로 관련 법안이 발의됐으나 현 21대 국회까지 별다른 진전이 없었다. 그러나 지난 6월 일어난 대우조선해양 하청지회 파업과 하이트진로 노조 파업에 대한 손배소 제기를 계기로 노란봉투법 제정이 재추진됐다.

 

구멍 난 노란봉투를 둘러싼 지적

 

그러나 최근 계속된 쟁의로 피해를 본 경영계는 노란봉투법 입법 움직임에 강력히 반발했다. 올해 2월 민주노총 택배노조가 CJ대한통운 본사 건물을 불법 점거하면서 현장 직원이 부상을 당하고 사측은 100억 원 이상의 피해를 입었다. 또한 지난 6월에는 민주노총 화물연대 노조의 총파업으로 하이트진로가 200억 원가량의 손해를 봤다. 그러나 현행법상 노조가 파업할 경우에도 사측은 대체근로자를 투입할 수 없다. 따라서 손배소가 유일한 대응책인 상황에서 이마저도 제한되면 사측은 손발이 묶이게 되는 상황이다.

경영계에서는 노란봉투법이 가결돼 실제 현장에 적용될 경우 발생할 문제들에 대해 우려를 제기했다. 손경식 한국경영자총협회(이하 경총) 회장은 지난달 14일 전해철 국회 환경노동위원회장과의 만남에서 “노란봉투법으로 불법 쟁의행위까지 면책하는 것은 헌법상 기본권인 사용자의 재산권을 과도하게 침해한다”며 재산권 침해 가능성을 지적했다. 또한 지난달 전국경제인연합회(이하 전경련)는 노란봉투법이 노조의 불법 점거, 영업 방해를 과도하게 보호한다며 노조에 면죄부를 주는 꼴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재계는 노란봉투법의 입법을 저지하기 위해 맞대응을 하고 있다. 전경련은 지난달 19일 고용노동부에 ‘균형적 노사관계 확립을 위한 개선 방안’을 건의했다. 이 건의안에는 ▲쟁의행위 시 대체근로 허용 ▲직장점거 금지 ▲위법한 대체협약에 대한 행정관청의 시정 명령 효력 강호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전경련은 생산 차질 및 수출 지연으로 인한 피해에 더불어 협력업체 폐업의 위험도 있다며 대체 근로를 허용할 것을 주장했다.

전경련은 “▲미국 ▲독일 ▲프랑스 ▲일본 등 주요국에서도 불법 파업에 대한 손해배상은 청구할 수 있고, 면책 규정도 없다”고 주장하며 노란봉투법 입법의 문제를 지적했다. 실제로 미국은 연방노동관계법 제303조에 의해 노조의 불법 행위에 한해서는 배상액 제한 없이 손배소를 할 수 있다. 프랑스에서는 노란봉투법과 같이 사용자의 손배소를 제한하려는 시도가 있었으나 헌법재판소에서 귀책 행위로 발생한 손해를 모두 면책할 수는 없다며 위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해외에서도 노조의 불법 행위를 보호하는 규정은 없는 것이다.

정부도 노란봉투법 제정에 우려를 표했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지난달 22일 국회에서 진행된 대정부 질문에서 “현재 노조법 제3조 개정안의 경우 불법 행위에 대한 손해배상을 과도하게 제한하는 것으로 돼 있어서 위헌의 논란 소지가 있다”며 손해배상의 형평성 문제를 지적했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도 해당 대정부 질문에서 “특정 사람들과 단체가 민사상 불법 파기를 했더라도 사인 간의 민사상 책임을 면제해 주는 게 핵심 아니냐”며 평등권을 둘러싼 헌법적 문제가 만만치 않다고 우려했다.

 

두 팔 벌려 환영하는 노동계

 

경영계는 손배소나 가압류 청구가 불법 쟁의행위로부터 기업을 보호할 수 있는 마지막 수단이라며 노란봉투법 재정을 반대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 같은 행위가 불법 행위에 대한 대응이라기보다 파업 전반을 통제하고 노조를 무력화하려는 수단이라고 지적한다. 사측이 노사 합의 과정에서 사측의 의견을 관철하기 위한 조건으로 손배소와 가압류 청구를 이용하기 때문이다. 또한 사측은 막대한 금액 청구로 노조를 압박함으로써 파업 억제를 노리기도 한다. 지난 6월 하이트진로 화물 노동자들이 운송료 30% 인상을 요구하며 전면 파업을 실시하자 사측은 27억 가량의 손배소를 제기했다. 지난 7월에는 대우조선해양이 하청노조 집행부를 상대로 470억 원의 손배소를 제기했다.

▲2010년 KEC ▲2011년 한진 중공업 ▲2018년 대한 통운 등 기업이 진행한 손배소의 경우 소송이 기각됐다. 사측에서 파업의 합법 여부가 확정되지 않은 상태에서 먼저 손배소를 먼저 제기했고 그 후에 파업의 합법성이 인정됐기 때문이다. 이처럼 기업은 노조를 압박하기 위해 손배소를 제기하는 상황이다.

경총은 노란봉투법 반대 근거로 불법 쟁의행위에 대해 손배소를 금지하는 국가가 없다는 사실을 내세웠으나 사실상 해외는 손배소 자체가 드물다. 프랑스의 경우 노조에 대한 손배소를 금지하는 법안이 위헌 판결을 받았으나 손배소 제기 빈도가 드물다. 애초에 손배소가 적용되는 조건이 까다로우며 배상 규모가 작기 때문이다. 우리나라는 ▲주체 ▲목적 ▲절차 등을 모두 만족시켜야 정당한 쟁의 행위로 인정되지만 프랑스는 사측에서 위법행위와 손해 사이의 인과관계를 입증해야 비로소 쟁의 행위의 부당성이 인정된다.

노란봉투법 법안에 대한 노동계과 야당의 반응은 뜨겁다. 지난달 24일 민주노총은 대통령실 인근에서 노란봉투법 입법 등을 위한 대규모 결의대회를 개최했다. 손배소 및 가압류 억제를 목표로 하는 시민단체 ‘손잡고’는 노란봉투법 입법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더불어민주당은 해당 법안을 정식 국회 중점과제 22개 중 하나로 포함했으며 정의당은 지난달 15일에 해당 법안을 당론으로 발의했다. 그러나 노란봉투법이 이번 정기 국회에서 주요사안으로 지목되자 정당들이 정기 국회 입법 주도권을 가져가기 위해 법안을 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다는 해석도 나온다.

 

원만한 노사관계를 위해서

 

노란봉투법의 국회 통과 여부가 추후 노사관계에 큰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그러나 해당 개정안을 두고 노동자 권리보장을 내세우는 노동계과 불법 파업 확대 우려 및 재산권 손실을 주장하는 경영계를 중심으로 노란봉투법을 둘러싼 여론은 뜨겁다. 또한 야당과 여당·정부도 각각 이번 정기 국회에서 강력한 대응을 예고하며 팽팽하게 맞서고 있는 만큼 신중한 법률 개정이 필요한 시점이다.

 

 

정서영·박예나·유성규 기자
kiger21@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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