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여성할당제, 평등인가 차별인가

지난달 15일 인천에서 층간소음 갈등으로 인한 흉기 난동 사건이 발생했다. 신고를 받고 경찰이 출동했으나 가해자가 흉기를 휘두르자 오히려 사건 현장에서 이탈해 피해자 중 한 명이 외상을 입는 등 2차, 3차 피해가 발생해 논란이 됐다. 현장 경찰관이 여성이라는 사실이 추가로 알려지자 여론은 더욱 악화했다. 이전에도 몇 차례 발생한 여경의 현장 대응에 관한 논란은 여경이 경찰 업무의 본분을 수행하기 어렵다는 이른바 ‘여경 무용론’으로 이어졌다. 이는 사회 전반에 있어 ‘여성할당제’의 공정성 논쟁으로 확산하는 모양새다. 이에 여성할당제와 그 이면에 담긴 논란에 대해 The HOANS에서 알아봤다.

 

여성할당제, 어디서 출발했나

 

여성할당제는 채용 또는 승진 과정에서 일정 비율을 여성에게 배분함으로써 성별에 따른 기회의 평등을 보장해 다양성을 확보하려는 취지로 시작됐다. 1996년 여성발전기본법 제6조에 의해 ‘여성채용목표제’가 시행됨에 따라 5급 여성 공무원 채용목표 10%에서 그 비율이 점차 확대됐다. 그러나 2000년 군 가산점 폐지 이후 공무원 채용시험 일부 직렬에서 여성의 합격률이 70%를 넘는 등 남성이 역차별을 받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에 따라 여성채용목표제가 ‘양성평등 채용목표제’로 전환돼 2003년부터 시행 중이다. 이는 특정 성별의 합격률이 30% 미만일 경우 해당 성별 응시자를 추가로 합격시키는 제도로, 성비 불균형 해소를 주목적으로 한다. 이와 같은 노력으로 정부의 ‘공공부문 여성대표성 제고 계획’이 2021년 상반기 기준 모든 부문에서 90% 이상의 달성률을 보이는 등 공직 사회에서 기존에 제기됐던 성비 불균형 문제는 상당 부분 해소됐다는 평가가 나온다.

반면 민간의 경우에는 현재 이를 규정하는 법이나 제도는 없다. 그러나 지난 8월 여성가족부가 공개한 ‘2021년 상장법인 성별 임원 현황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번 1분기를 기준으로 국내 상장법인의 60% 이상에서 여성 임원이 한 명도 없는 등 특정 직무에 여성의 비율이 매우 적어 민간에서도 성비 불균형 해소 정책을 법제화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실제 내년부터는 개정된 자본시장법에 따라 민간 기업의 이사회 성별 구성에 관한 특례가 시행된다. 이에 따라 자산 2조 원 이상의 상장법인은 1명 이상의 여성 이사를 둬야 한다. 한편 이번 사건으로 화두에 오른 경찰 채용의 경우 양성평등채용목표제 시행을 통해 신규 채용 시 여경 비중을 30%으로 유지하고 있다. 일반 경찰 부문에서 남성의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아 성비를 맞추겠다는 의도에서다. 그러나 해당 제도의 대상 적절성과 공정성 여부 등의 문제점이 제기되며 비판의 목소리가 이어진다.

 

무엇이 문제인가

 

이번 인천 흉기 난동 사건으로 여경 무용론이 재조명되면서 경찰 및 소방관 등 높은 근체력이 요구되는 직종에서 효율성이 저하될 수 있다는 문제점이 제기됐다. 이전부터 신체 능력 차이로 인해 여경이 안전한 보직에 배치된다는 주장과 함께, 성인 남성을 제대로 제압하지 못하는 영상이 온라인상에서 종종 화제가 되면서 여경 무용론은 꾸준히 제기돼왔다. 이중 채용시험에서 여경의 체력검사 기준이 남경에 비해 낮은 것이 업무 수행 능력 저하의 주된 원인으로 떠올랐다. 경찰은 지난 6월 국가경찰위원회에서 ‘경찰 남녀통합선발 체력검사 도입방안’을 발표하며 채용 시 양성 모두에 동일한 체력검사 기준을 적용하는 개선안을 내놨다. 그럼에도 여경 채용에 대한 낮은 체력 기준이 여경의 무능함을 야기한 것이 아니냐는 반발이 있었고, 나아가 능력만이 아닌 성별도 고려하는 여성할당제 자체의 근본적 한계를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며 해당 제도의 존폐 논의로 이어졌다.

차별 철폐를 위한 여성할당제가 남성에 대한 역차별을 불러온다는 주장도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해당 제도를 적용하면 능력뿐 아니라 성별이 채용 여부에 영향을 끼쳐 공정성이 약화한다는 이유에서다. 특히 장·차관직 등 고위공무원은 업무 성과가 중요하므로 국가 지침에 따라 여성 비율을 의무적으로 늘리는 것이 부당하다는 의견이 많다. 인사혁신처의 2021년 상반기 발표에 따르면 2017년 ‘여성 고위공무원단 목표제’ 시행 이후 2018년 6.7%를 시작으로 현재 9.3%를 기록하며 역대 최대 비율을 기록했다. 또한 4급 이상의 본부 과장급 및 5급 이상의 지방 과장급에선 이미 목표치를 초과해 조기 달성을 이뤘다. 이렇듯 적어도 제도상으로는 8·9급 이하의 직위에선 남성도 혜택을 보지만 7급 이상의 채용시험에선 여성이 혜택을 더 많이 받기에 남성 역차별 주장이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이외에도 지난해 교육공무원법 개정에 의해 국공립대학에선 현재 18.4%인 여성 교수의 비율을 2030년 25%까지 늘리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여성 교수 비율이 목표치를 크게 밑도는 상황에서 할당제는 사실상 남성 교수자의 임용 기회의 감소를 뜻한다. 이에 따라 서울시립대는 지난 5월 교수 8명을 여성으로만 모집하는 공고를 내는 등 실제로 여성 교수만 채용하는 대학이 증가하고 있다. 학계 커뮤니티에서도 논문, 실무 경력 등 객관적 실적이 아닌 타 요소로 임용이 결정되는 것이 불공평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과거처럼 정부가 진입 단계에만 계속 집중하는 것은 마치 일자리를 두고 남녀 갈등을 부추기는 것이나 다름없다”고 주장했다.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

 

여경 무용론이 불러온 여성할당제에 대한 논란은 사회 전반에서 각기 다른 입장 표명으로 이어졌다. 김창룡 경찰청장은 “이번 사건은 남녀 성별 문제보다 경찰관이 충분한 현장 대응 역량을 갖추었는지가 핵심이라고 생각한다”며 여경 무용론을 일축했다. 구조적 문제를 개선해 사건의 재발을 막겠다는 견해도 덧붙였다. 문재인 대통령도 청와대 공식발표를 통해 해당 사건은 경찰의 성별 문제가 아닌 현장 출동 경찰관의 기본자세와 관련된 사항이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시스템 재정비 촉구하는 입장을 표명했다. 현재 경찰은 사태 수습에 힘쓰는 한편 신규 경찰관의 현장 교육 강화에 돌입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정계에서는 여성할당제의 정당성에 대한 의견이 갈린다. 이준석 국민의힘 당 대표는 이번 사태에 대해선 치안 활동 시 필요한 체력검정에는 정치적 목적이 반영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또한 할당제에 대해 절대 성비를 규정해 공정성을 해치는 정책이라 주장하는 한편, 다양성을 추구하는 별도의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며 할당제 폐지론을 내세웠다. 반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는 지난달 13일 청년들과의 대화에서 통계 실수치상 공무원 채용 할당제 수혜자는 남성이라며 역차별 논란을 일축하는 한편, 성별이나 지역인재 등 각종 할당제에 찬성 입장을 보였다.

한편 해외에서도 할당제에 대한 견해와 시행 양상은 다양하게 나뉜다. 일부 선진국의 경우 사회적 다양성 반영이 민주성과 업무 효율성을 강화한다는 전제 하에 여성할당제가 정치뿐 아니라 민간 부문까지 확장되고 있다. 양성평등이라는 취지는 동일하지만 법으로 규제하는 국가도, 자율에 맡기는 국가도 있는 등 자국의 상황에 맞춰 각기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여성할당제를 최초로 도입한 노르웨이는 사기업에서 지정된 남녀비율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경고, 벌금에 최대 상장폐지까지 가능한 강력한 페널티를 이용한 제도를 시행 중이다. 한편 일본은 여성 이사가 없는 기업의 경우 그 사유를 주주에게 설명해야 하는 정도의 의무가 있는 등 상대적으로 유연한 정책을 적용하고 있다. 이외에도 세계 각국에서 여성할당제의 대의는 공유하되 각 사회의 특성에 따라 실행방안 및 강제성을 달리하고 있다. 이는 여성할당제와 관련한 충분한 사회적 합의를 거치지 않아 갖은 파란을 겪는 우리 사회에 많은 시사점을 준다.

 

진정한 공정을 향해

 

여성할당제는 여성 대표성 제고라는 건전한 취지에서 출발한 정책이다. 그러나 지나치게 획일적이고 기계적인 실행 방식으로 직무 현장의 효율성을 해치고, 되려 부작용과 젠더 갈등을 초래한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정책의 천편일률적인 적용보다는 직별 본분의 적절성과 공정성을 고려한 기준과 적용 대상의 사회적 합의가 필요해 보인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경찰 당국을 비롯한 정부와 관련 부처는 할당제의 방향성을 돌아보며 공동체 구성원 모두의 권리와 기회를 평등하게 보장하기 위해 힘써야 한다. 이에 관련 기관의 적극적인 대안 마련과 논의가 절실히 요구되는 시점이다.

최혜지·신재용·정서영 기자
chj0418@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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