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란의 중심에 선 종편

올해 국내 모든 종편사의 재승인 심사가 있었던 만큼 그 결과에 관한 관심도 높았다. 재승인 심사는 물론 지난달에는 MBN에 국내 방송사상 최고 수준의 제재가 부과되며 종편 자체에 대한 논쟁도 끊이지 않고 있다. 언론을 뜨겁게 달군 MBN 사태와 종편 재승인 심사 전반을 The HOANS에서 알아봤다.

 

종합편성채널(이하 종편)은 케이블 TV와 위성방송, IPTV를 통해 ▲뉴스 ▲드라마 ▲교양 ▲오락 및 스포츠 등 모든 장르를 방송하는 채널을 말한다. 2011년부터 지금까지 ▲JTBC ▲MBN ▲채널A ▲TV 조선 4개 채널로 구성된 종편 방송은 최근 예능과 드라마에서 20%가 넘는 시청률을 기록했고 황금시간대 뉴스에서도 시청률 1~5%대를 유지하고 있다. 이는 방영 프로그램의 다양화와 OTT 서비스의 발달로 지상파 방송도 시청률이 과거만큼 나오지 않는다는 점을 고려할 때 종편의 영향력이 작지 않음을 보여준다. 올해는 종편 4사 모두 재승인 심사가 시행돼 그 결과에 관심이 쏠렸다. 지난 4월에는 채널A와 TV 조선이 심사에서 조건부 재승인 됐으며 지난달에는 JTBC와 MBN이 재승인 심사를 받았다. 이때 최근 6개월 영업정지에 이어 재승인 기준 점수를 통과하지 못한 MBN의 재승인 심사 결과와 제재 내용을 두고 의견이 분분한 상황이다.

 

말 많고 탈 많던 종편

 

종편은 등장부터 많은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조선일보나 중앙일보 등 실질적으로 거대 언론 기업이 지배하는 종편의 현 모습은 2009년 방송법 개정으로 나타났다. 이전까지 대기업이나 신문사와 그 특수관계자는 종편에 지분을 가질 수 없었으나 법 개정으로 종편 지분의 30%를 소유할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방송법 개정 당시 여당의 언론 장악이라는 민주당의 강한 반발이 있었으나, 여당이던 한나라당은 미디어 산업 진흥을 명분으로 해당 법안을 소위 ‘날치기’ 처리를 통해 강행했다.

날치기 처리에 대한 민주당의 제소와 법안 효력 유지 결정 등 한동안 종편과 관련한 갈등을 겪은 이후에는 종편 사업자 선정에 대한 논란에 부딪혔다. 특히 사업자 선정을 위한 심사위원회 심사위원 14명 중 8명을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 한나라당 추천 인사로 구성했다는 점에서 사업자 선정 과정이 여당에 우호적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나왔다. 실제로 선정된 종편 사업자는 ▲조선일보 ▲동아일보 ▲중앙일보와 같이 보수 성향이 짙은 언론사였다는 점에서 비판은 더욱 거셌다.

여러 논란과 비판 속에서도 당시 여권과 종편 사업자로 선정된 기업들은 종편 사업이 일정 기간마다 재승인 절차를 거치며 국민에게 더더욱 질 좋은 콘텐츠를 제공해줄 수 있을 것이라는 논리를 펼쳤다. 방통위에 따르면 현재 ▲방송평가 ▲공적책임과 공정성의 실현 가능성 ▲기획‧편성‧제작 및 공익성 확보 계획의 적절성 등을 고려한 1,000점 만점의 심사에서 650점 미만일 경우 재승인이 거부되거나 조건부 재승인이 이뤄질 수 있다. 650점 이상이더라도 방송의 공적책임과 공정성의 실현 가능성 및 지역‧사회‧문화적 필요성과 같은 중점 심사사항 배점의 50% 미달 시 마찬가지로 재승인 거부 또는 조건부 재승인이 가능하다.

 

중징계에도 내려진 재승인

 

지난 10월 30일 방통위 전체회의에서 MBN에 6개월 업무정지 및 방송 중단의 행정처분을 내렸다. 이는 광고 등 영업뿐 아니라 모든 방송이 제한되는 중징계로 국내 방송사상 처음 내려진 강한 제재다. 해당 제재가 결정된 이유는 2011년 MBN이 종편 최초 승인을 받을 당시 최소 자본금 3,590억 원을 계획했으나 556억 원이 부족하자 임직원의 차명주주로 불법 충당한 데 있다. 뿐만 아니라 금융당국 조사와 검찰 수사로 MBN이 2014년과 2017년 재승인에서도 자본금 불법충당 사실을 은폐하기 위해 분식회계를 저지르고 재무제표를 허위로 작성한 점이 드러났다. 협력업체와 고용인의 피해를 줄이고자 6개월 유예기간이 주어져 실제 업무정지와 방송 중단 시점은 내년 5월로 예상된다. 하지만 MBN 측은 시청권 제한과 프로그램 종사자 고용 불안을 이유로 방송 중단 처분에 대한 법적 대응 가능성을 보였다. MBN이 집행정지를 신청해 소송전에 나선다면 방송 중단 시점을 3년 정도 연기할 수 있어 방통위의 제재가 당분간 실질적인 효력이 없을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편 지난달 실시한 종편 재승인 심사에서 MBN은 640.50점을 받았다. 또한 ‘방송발전을 위한 지원계획의 이행 및 방송 법령 등 준수’에 대한 심사에서 2017년에 이어 이번에도 과락하면서 재승인 거부 또는 조건부 재승인 처분을 받을 상황에 놓였다. 이에 방통위는 17가지 조건과 5가지 권고사항을 부여한 3년 조건부 재승인 결정을 내렸다. 지난 4월 11가지 조건과 8가지 권고 하의 재승인이 내려진 TV 조선이나 13가지 조건과 4가지 권고 하에 재승인이 이뤄진 채널A와 비교했을 때 더 많은 조건이 부과된 상황이다. 조건 내용에는 MBN에 앞서 내려진 행정처분에 따른 피해에 대해 최대주주가 경제적 책임을 지도록 하는 방안도 담겨있다. 이는 이번 재승인 심사에 MBN의 자본금 불법충당에 대한 고려가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MBN에 조건부 재승인이 내려지며 종편 재승인 심사가 사실상 제 역할을 못 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17년 재승인 심사 당시 TV 조선이 650점에 못 미치는 약 625점의 결과를 얻었음에도 조건부 재승인 됐고, 올해는 653.39점을 받았으나 중점 심사사항의 배점의 50%를 채우지 못해 매년 법정 제재 건수를 5건 이하로 유지하라는 조건으로 재승인을 받았다. 채널A의 경우 662.95점으로 점수상 하자는 없었으나 당시 소속 기자의 취재윤리 위반 및 검언 유착 의혹 문제 등으로 조건부 재승인이 이뤄졌다. 이렇듯 재승인 거부가 이뤄지지 않는 점을 들어 재승인 심사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여론이 높아지고 있다.

 

모두가 만족 못 하는 MBN의 운명

 

MBN에 대한 조건부 재승인 결정뿐만 아니라 방통위의 6개월 업무정지 행정처분을 둘러싼 사회 각계의 논란도 점차 거세지고 있다. 대체로 이번 처분에 대해 만족하기보다는 6개월 업무정지가 아닌 승인 취소라는 원칙적 결정을 내렸어야 한다는 입장과 과도한 제재로 언론 자유를 억압하는 조치라는 입장이 대립하고 있는 양상이다.

이번 제재가 부족했다고 지적하는 측에서는 MBN 사태가 방송법의 취지를 전면 부정하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현행 방송법은 대기업과 거대 언론 기업의 지분 소유를 인정하면서도 과도한 지배력 행사를 방지하기 위해 해당 기업과 인물의 지분 소유를 30%로 제한하고 있으나, MBN 경영진은 해당 조항을 고의로 회피해 과도한 지분을 보유했다는 것이다. 언론 시민단체 민주언론시민연합은 지난달 성명에서 대기업, 거대 언론 기업의 종편 지분 소유를 제한한 방송법 제8조 3항은 “신문·방송 겸영과 자본의 방송 장악을 막아 여론의 다양성을 지키는 중요한 장치”로 방통위가 이미 이전 재승인 심사에서 법령 준수 항목에 과락 점수를 받은 바 있는 MBN의 재승인을 거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반대로 이번 제재가 과도했다고 주장하는 측은 해당 결정이 언론에 재갈을 물리려는 정부의 시도라고 비판한다. 국민의힘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국회의원 7명은 공동 성명에서 해당 결정이 내년과 내후년 있을 주요 선거를 앞두고 정부가 종편에게 “정부의 입맛에 맞지 않으면 언제든지 방송국 하나쯤은 없애 버릴 수 있으니 알아서 기라”고 협박한 것이라 비판하며 방통위에 해당 결정을 즉각 철회할 것을 요구했다. MBN 소속 기자와 경영진도 해당 결정에 대해 비판적 견해를 조심스럽게 피력하고 있다. 한국 기자협회 MBN 지회는 이번 결정으로 직간접적으로 3,000명이 넘는 직원들의 생계유지가 막막해졌다며 유감을 표하는 동시에 위법성과 결정이 야기한 피해 사이의 균형에 대한 고려가 부족한 결정이었음을 지적했다.

 

공익과 법익의 균형을 위해

 

MBN은 종편 전환 당시의 자본금 불법충당이 10여 년이 지난 지금 드러나면서 유례없는 6개월 업무정지라는 중징계를 받았다.그러나 이번 방통위의 제재가 적절한 수준인지는 여전히 논란이 되고 있으며 지난달 내려진 MBN에 대한 조건부 재승인 또한 여러 비판에 직면한 상황이다. 각종 논란에 대해 방통위는 관련 종사자의 고용 문제와 시청자의 시청권 피해와 같은 공익을 고려한 결정이라며 항변했다. 공익과 법익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는 만큼, 이들 사이의 균형을 맞추기 위해 종편 방송사와 방통위가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일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김동현·신형목 기자
justlemon22@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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