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무낀 청년취업

코로나19로 기업들의 경영난이 지속되며 취업시장에 짙은 안개가 깔렸다. 기업들이 채용을 줄일 뿐 아니라 감소한 인턴 기회, 준비도 응시도 어려워진 자격증 시험 등이 청년들을 애먹이고 있다. The HOANS에서 제동이 걸린 취업시장의 상황을 돌아보고 관련 대책을 알아봤다.

 

고용 수요의 악화

코로나19로 실물경제가 부진하며 기업의 고용 여력이 위축되고 경영 불확실성이 증가해 하반기 청년 고용시장에 비상이 걸렸다. 한국경제연구원이 보도한 매출액 500대 기업 대상 하반기 신규채용 계획 자료에 따르면 응답 기업의 50%가 신규채용 계획을 수립하지 못했으며 24.2%는 아예 신규채용을 하지 않겠다고 답했다. 오직 16.6%의 기업이 작년과 채용 규모가 비슷하거나 증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번 하반기 신규채용이 부진한 이유에 대해서는 약 70%가 코로나19에 따른 경기 악화라고 응답했고 유휴인력 증가와 TO 부재라는 응답이 뒤를 이었다. 통계청이 발표한 고용동향 자료에 따르면 지난 7월 청년층의 실제 체감되는 실업률인 확장실업률은 25.6%에 달해 관련 통계를 낸 이래 7월 중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전에도 취업난은 계속됐으나 이번 신규 채용 감소로 타격을 입어 수치가 더욱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

공기업의 채용 규모 축소는 사기업보다 적게 이뤄졌다. 하반기 공기업 신입사원 모집 인원은 ▲한국철도공사 1,410여 명 ▲서울교통공사 516명 ▲금융공기업 780여 명이다. 하지만 공기업 채용이 순탄치만은 않다. 지난 8월부터 코로나19가 재확산하면서 채용 전형 진행에 차질이 생겼기 때문이다. 한국전력공사는 3차 6직급 필기시험 일정을 잠정 연기했고 한국중부발전도 4직급 및 6직급 직원 채용 필기시험을 연기했다. ▲한국은행 ▲금융감독원 ▲산업은행 등 금융공기업은 코로나19가 환절기에 유행할 수 있다는 우려 속에 채용 일정을 앞당겼다. 일정에 맞춰 지원을 준비하는 취업준비생(이하 취준생) 입장에서 계속 바뀌는 일정은 혼란스러울 뿐이다.

인턴 채용도 눈에 띄게 감소했다. 취업포털 커리어의 분석에 의하면 금년도 하계 인턴 채용 공고 수는 작년과 비교할 때 20% 감소했으며 작년에 이어 올해에 연달아 청년 인턴을 모집한 기업은 7곳에 불과했다. 인턴 자리를 얻고자 하는 사람은 여전히 많은데 모집인원이 줄어들어 경쟁률이 비약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된다. 인턴으로 채용되더라도 상황은 좋지 못하다. 재택근무가 확대되고 직원 간 소통이 줄어들어 업무를 배우기 어렵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사태 직전 계약직으로 중소기업에 입사했던 이 모 씨는 “입사 직후 코로나19가 확산되는 바람에 회식이 금지됐고 연수도 온라인으로 받는다”며 “입사 동기들이나 선배들과의 원활한 소통이 어려워 업무 이해에 어려움이 있다”고 말했다.

 

시험 보기조차 어려운 현실

코로나19로 인한 자격증 시험 연기로 취업 준비 또한 지장을 받고 있다. 지난달 2일 대한상공회의소는 ▲컴퓨터활용능력 ▲워드프로세서 ▲전산회계운용사 ▲상공회의소 한자 등의 전국 상설 필기, 실기 시험을 3일부터 13일까지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설상가상으로 지난 4월 20일에도 코로나19 확산으로 인해 상설 시험이 2주간 중단된 바 있어 수험생이 몰려 지난달까지 예정된 거의 모든 상설 시험 신청이 마감됐다. 시험을 다시 신청하려면 새로운 상설 시험이 열리는 2개월 뒤까지 기다려야 하는 것이다. 코로나19 사태가 가장 심각했던 8월 중 한국전력공사 취업에 성공한 이인정(24) 씨는 “입사를 위해 2월 말 NCS 시험과 3월 초 정보통신기사 자격증 시험을 신청해 두었는데 코로나19로 기약 없이 미뤄져 불안했다”며 “6월쯤 다시 취업시장이 열렸을 때도 사람들이 몰려 자격증 시험은 다음을 기약하고 NCS 시험만 준비할 수밖에 없었다”고 회상했다.

시험 준비 역시 쉽지 않다. 학원이 정상적으로 영업하지 못하는 데다 스터디 모임을 잡기도 난감해, 정보 공유도 어려워진 상황에서 혼자 공부하게 된 이들이 늘었다. 수도권 거리두기 2.5단계 시행이 종료하긴 했으나 수요는 많은 반면 카페 내 좌석은 줄어 자리 잡기도 힘든 모양새다. 이 씨는 NCS 시험 준비 당시 도서관이 문을 닫으면서 평소 공부하던 스터디 카페에 사람이 몰려 자리를 잡기 어려웠다며 시험 준비에 난항이 있었음을 밝혔다. 면접 과정에서도 어려움은 이어졌다. 2차 면접 이틀 전 해당 지역에 코로나19 확산이 가속화해 면접 날짜와 장소가 모두 변경돼 면접 진행에 차질이 생긴 것이다. 면접 현장에도 코로나19의 안개가 드리웠다. 이 씨는 “마스크를 끼고 면접을 봐야 했기 때문에 목소리가 잘 전달되지 않아 연습했던 것보다 목소리를 좀 더 크게 해야 했다”며 새로운 면접 방식의 불편을 토로했다.

 

끝나지 않는 고충

대면 활동이 어려워지자 채용형태의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 보도자료서 기업들은 하반기 채용시장 변화 전망으로 ▲비대면 채용 도입 증가 ▲수시채용 비중 확대 ▲경력직 채용 강화 등을 꼽았다. 특히 수시채용만 하는 기업은 22.5%에 달하며 수시‧공개채용을 병행하는 기업도 30%에 이르러 수시채용 비중이 공개채용보다 2.5배 높았다. 취준생 A 씨는 “수시채용은 공통직무 등 포괄적으로 지원할 수 없고 직무가 세분돼 있다 보니 직무 경험이 있는 경력직에 밀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또한 “대기업과 공기업에서 비대면 면접방식이 늘고 AI를 활용하는 경우가 많아졌다”며 채용방식이 급격히 변하는 데 적응의 어려움을 내비쳤다.

채용방식의 변화로 인한 부담에 더해 경기 악화로 아르바이트 자리까지 줄어들어 고충을 무겁게 한다. 통계청에서 발표한 8월 고용동향 자료에 따르면 ▲도매 및 소매업 ▲숙박 및 음식점업 ▲교육서비스업 취업자는 약 35만 명이 감소했다. 아르바이트를 통해 생활비를 마련해야 하는 취준생에게는 걱정거리가 는 셈이다. 광주에서 PC방 알바를 하며 임용고시를 준비하던 김 모씨는 지난달 ‘9월까지만 일하라’는 통보를 받았다. PC방이 코로나19 고위험군으로 분류돼 방문자 수가 현격히 감소하자 인건비를 감당할 수 없게 된 것이다. 김 모씨는 “원래 알바비를 생활비로 사용했는데 어쩔 수 없이 다시 부모님께 손을 벌리게 됐다”며 부모님 도움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라면 타격이 클 것이라는 우려를 표했다. 본교 세종캠퍼스 국제스포츠학부 4학년에 재학 중인 이 모 씨 역시 “현재 일하고 있는 유아체육에 정부 방역 방침과 학부모님들의 우려로 아이들이 등원하지 않아 고정적인 출근이 힘들다”고 말했다.

 

정부 차원의 대책은 없나?

지속되는 취업난에 정부는 다양한 대책을 마련해왔다. 대표적으로 청년구직활동지원금은 정부가 취준생에게 월 50만 원씩 최대 6개월간 300만 원을 현금으로 지급하는 제도다. 저소득층이나 청년층에게 ▲취업 상담 및 참여수당 제공 ▲직업 훈련 및 훈련비 제공 ▲취업 알선을 제공하는 취업성공패키지 또한 진행 중이다. 한편 고용노동부는 코로나19로 채용 축소 등 구직기간이 장기화된 상황을 고려해 ‘청년특별구직지원금’ 50만 원을 1회 총 20만 명에게 지원하기로 했다. 지원 대상은 ‘19년~20년 취업성공패키지 또는 청년구직활동지원금 참여자 중 미취업 청년’으로 지난달 추석 직전에 1차로 4만여 명에게 지급을 완료했고 2차는 이달 12일부터 24일 신청을 받아 취업성공패키지 참여자, 구직지원프로그램 참여자, 1차 신청 대상자 등 약 16만 명에게 지급할 계획이다.

고용노동부는 청년구직활동지원금 지급 후 대상 청년들의 구직활동 시간과 횟수가 증가했고 아르바이트 시간이 줄어들었다고 발표했다. 정책이 해당 청년들의 경제적 부담을 완화해 구직활동에 집중할 수 있는 효과를 주는 듯 보인다. 취업을 위한 시험 응시비용이나 생활비 등까지 부담해야 하는 청년들에게 금전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하지만 이런 사후처방식 정책은 임시변통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고용노동부가 지원 대상으로 선정된 청년에게 의무적으로 ▲구직활동계획서 제출 ▲구직활동 요령 및 취업 지원 프로그램 안내 예비교육 수강 ▲매월 취업관련 동영상 수강 ▲매월 구직활동 결과 보고를 요청하고 있으나 결국 일자리 창출과 같은 취업난에 대한 근본적인 해결책이 아니라는 지적이다. 지원대상이 고용노동부 프로그램 참여자로 한정돼 있어 도움을 받지 못하는 청년층이 다수라는 점도 무시할 수 없다.

 

소매 걷어붙인 서울시, 성공할 수 있을까

취업난이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에서 서울시는 시‧자치구 차원의 대책을 마련했다. 지난 7월 27일 서울시는 ‘청년 희망일자리 사업’을 공식 발표하며 “코로나19로 고용시장 악화가 이어지는 상황 속에서 일하고 싶은 청년들을 긴급 지원하기 위해 시작됐다”고 언급했다. 분야는 각각 ▲복지관 및 청년 공간 등에서 생활 방역을 지원, 희망 일자리 참여 청년 관리를 하는 청년매니저 희망일자리(162명) ▲방역활동, 원격수업 지원 등의 업무를 맡는 학교생활지원(3,716명) ▲방역, 행정업무 보조, 복지업무 지원 등 자치구 별 배치되는 자치구 청년 희망일자리(812명) ▲자기주도형 희망일자리(100명) ▲비영리기관에서 IT 업무를 지원하는 청년 디지털 소셜임팩트 희망일자리(210명)로 청년 총 5천 명의 고용이 추진된다. 서정협 서울시장 권항대행은 이에 대해 “일자리 사업이 지금 바로 일하고 싶은 청년들의 삶의 지지기반이 돼 다시 시작하는 작원 원동력이 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이번 대규모 청년 고용 정책이 실직했거나 취업난으로 고통 받는 청년들의 상황 개선에 조금이나마 기여할 것을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정작 청년층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대부분 단순 업무인 데다 근무 기간은 최대 5개월에 불과하고 급여는 최저임금 수준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총 224억 원 예산이 투입되는 이번 정책이 일회성 복지의 ‘땜질식 처방’에서 끝나지 말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가까운 임시 일자리가 아닌 향후 취업에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일자리를 창출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장기적으로 창업 지원이나 기업의 정규직 고용 지원 등에 예산을 투입하는 편이 실효성이 클 것”으로 내다봤고,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 역시 “임시 일자리로 인한 고용지표 개선 등 착시효과를 경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본교의 지원 ‘고려대 경력 개발 센터’

본교는 학생들의 취업 문제를 지원하기 위해 경력 개발 센터를 설립해 ▲취업교육 프로그램과 ▲커리어 전문상담 서비스 제공 ▲상담회, 설명회와 같은 교내 이벤트를 제공하고 있다. 작년 기준 연간 18,000명이 경력 개발 센터의 프로그램 및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 상태다. 코로나19에 따른 취업난에 대한 본사의 질문에 경력 개발 센터 측은 “기업과 기관의 사업 영위 불확실성으로 채용 정책이 보수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나, 우리는 취업난을 꼭 코로나19에 한정 짓지 않는다”며 대학 취업지원의 본질인 취업자의 ‘구직 경쟁력’ 증대에 초점을 두고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현재 경력 개발 센터는 코로나19로 상담회나 설명회 같은 채용 관련 교내 이벤트 및 대면 프로그램을 잠정 중단한 상태다. 이에 본교 학생을 위한 컨설팅 기반 맞춤형 서비스와 구직 스킬 측면 향상을 위해 노력 중이다. 방학마다 실시하는 ▲직무 아카데미 ▲자기소개서 클리닉 ▲면접역량강화 클리닉을 모두 온라인 1대1 컨설팅 기반으로 전환해 접근성을 높였다. 경력 개발 센터 측은 “코로나19의 직접 영향권인 2020학년도는 작년 대비 최소 20% 이상 이용자가 증가할 것을 기대한다”며 “취업 준비 과정에서 혼자서 모든 것을 해결하려 하지 말고 도움과 지원을 얻을 수 있는 사람 또는 기관과 적극적으로 교류하기를 바란다”는 당부의 말을 남겼다.

 

다시 설 그날을 위해

코로나19로 기업들의 고용 여력이 악화해 취준생들의 어려움이 계속되고 있다. 취직은 물론 인턴 채용의 기회도 줄어들었고 자격증 시험은 준비하기조차 쉽지 않다. 계속 바뀌고 연기되는 일정과 비대면이라는 변화된 방식은 취준생을 더욱 혼란스럽게 만든다. 취직 준비 비용과 생활비를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는 취준생에게 경기 악화와 취업난을 모두 가중한 코로나19는 더욱 원망스러울 따름이다.

정부는 현금을 지원하고 청년 희망 일자리를 만들어 부담을 경감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현금 지원은 ‘가뭄에 단비’일지언정 일회성 지원에 불과하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으며, 청년 희망 일자리 역시 ‘지속 가능한’ 일자리가 아니다. 모두에게, 그러나 유독 취준생에게 가혹한 재난 상황에서 청년을 구원할 실질적인 대책이 마련될 수 있을지 주목해야 할 시점이다.

 

황제동·김동현·김원겸·민재승 기자

hhjd2000@korea.ac.kr

.

error: Content is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