늙어가는 대한민국, 노인을 위한 나라는 존재하나

한국은 유례없는 속도로 늙어가고 있다. 이미 2017년에 고령사회에 진입했고, 65세 이상 노인 비율이 전체의 20% 이상을 차지하는 초고령사회로의 진입을 불과 2년 앞두고 있다. 그러나 한국이 다가올 미래에 제대로 대비하고 있다기엔 여전히 의문이 든다. The HOANS에서 과연 노인을 위한 나라는 존재할 수 있을지 살펴봤다.

 

현재 한국의 ▲저출산 ▲고령화 ▲빈곤화는 심각한 수준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한국의 합계출산율은 0.78명으로 최저를 기록했다. UN의 세계 인구추계는 지난해 한국의 고령화 속도가 세계에서 두 번째로 빠르다고 보고했다. 2020년 기준 38.9%에 달하는 노인 빈곤율로 인해 경제 성장 또한 정체될 전망이다. 2021년 국회예산정책처는 65세 이상 노인 인구가 1%P 늘어날 때 경제 성장률은 0.38%P 하락한다고 보고했는데, 이에 따르면 한국은 2050년에 경제 성장률이 무려 1.6%P 하락한다. 암울한 전망 앞에 한국 사회가 초고령사회 진입에 제대로 대비하고 있는지 ▲제도 ▲국민연금 ▲일자리 측면에서 짚어봤다.

 

몇 살부터 노인인가

 

지난달 서울특별시(이하 서울시)가 올해 하반기부터 지하철 요금을 300~400원 인상하겠다고 발표했다. 65세 이상 노인을 대상으로 운영하는 무임승차제도로 인한 적자를 더 이상 감당할 수 없다는 이유다. 적자는 2021년 기준 2,311억 원에 달한다.

서울시는 기획재정부(이하 기재부)가 지원해준다면 요금을 200원만 인상해도 된다며 여지를 남겼으나 기재부는 관할 소관이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 그 배경에는 노인복지법이 있다. ‘노인복지법 제26조 1항’은 지자체가 65세 이상에 대해 지자체의 수송시설을 무료로 또는 이용요금을 할인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는데, 기재부는 ‘할 수 있다’라는 표현을 근거로 연령 변경에 대한 권한이 지자체에 있다고 봤다. 반면 서울시는 노인복지법이 사실상 강행규정이라고 반박했다.

이에 현재 만 65세인 노인복지법의 노인 기준 연령을 상향하고 지자체의 부담을 줄이는 방향으로 노인복지법을 개정하자는 의견이 나온다. 노인복지법은 1981년에 제정됐다. 그 사이 65세 이상 노인 인구는 전체 3%대에서 지난해 17.5%까지 급증했으며 평균수명은 61.9세에서 83.6세로 늘어났다. 지난해 노인실태조사 결과 만 65세 이상 노인들은 ‘몇 살부터 노인으로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72.6세 이상이라고 응답하기도 했다. 이에 노인의 개념을 재정의할 필요성이 대두된다.

 

바닥난 국민연금에 흔들리는 노인복지

 

노인 연금법 또한 도마 위에 올랐다. 국민연금법을 제정한 1973년 당시 수급개시연령은 만 60세였지만 연령 조정의 필요성이 제기돼 2033년까지 만 65세로 상향될 예정이다. 하지만 여전히 국민연금 의무가입상한연령은 만 59세, 정년은 만 60세에 머무르는 탓에 소득 공백이 발생하는 상황이다. 공식적으로 은퇴하고도 5년이 지나서야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셈이다.

정년을 채우지 못하고 퇴직하는 경우는 상황이 더 어렵다. ‘만 60세 정년’은 공공기관 및 상시 300명 이상의 근로자를 사용하는 사업장에만 의무 적용된다. 실제로 미래에셋투자와연금센터의 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근로자 평균 퇴직 연령은 49.3세로 드러났다. 이 중 대다수가 권고사직·정리해고 등 비자발적인 이유로 조기 퇴직했다. 즉, 이들에게는 퇴직 후 연금 수급 전까지 15년가량의 소득 공백이 발생한다.

국민연금의 소득대체율이 낮아 실제로 지원받는 금액이 낮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된다. 소득대체율이란 국민연금 연금액이 개인 평균소득에서 차지하는 비율을 말한다. 2020년 OECD 국가들의 평균 소득대체율은 51.8%인데 반해 한국은 31.2%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국민연금을 40년 동안 가입한 경우를 계산한 결과이기에 가입 연수에 비례한 연금액을 계산한 수치인 실질 소득대체율은 더 낮게 측정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국민연금 중 노령연금 수급자의 평균 가입 기간은 18.7년이며 실질 소득대체율은 24.2%로 나타났다. 이 때문에 2018년 기준 한국의 실질 은퇴 연령은 72.3세에 달한다. 즉, 퇴직 후에도 소득 공백 기간동안 일을 계속 해야 할 뿐만 아니라 국민연금 수급이 시작되더라도 연금만으로는 생활이 불가능하므로 수급 개시 후 약 7년이 지나야 은퇴하는 상황이다.

가입자가 월 소득의 몇 %를 국민연금으로 내는지를 의미하는 보험료율이 낮다는 점 또한 지적된다. 현재 보험료율은 9%로 OECD 평균인 18.3%의 절반에 불과하다. 이 때문에 국민연금은 빠른 속도로 고갈되고 있다. 국민연금 재정추계전문위원회가 지난 1월 발표한 제5차 재정 추계 결과에 따르면 국민연금은 2041년부터 적자로 전환하며 2055년에 고갈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는 5년 전보다 각각 1년, 2년 앞당겨진 결과다.

 

해법은 연금개혁

 

국회 연금개혁특별위원회 민간자문위원회(이하 자문위)는 지난 1월 국민연금 개혁을 위해 ‘연금 개혁 방향과 과제’를 발표했다. 여기에는 현 만 59세인 의무가입상한연령을 만 65세의 수급개시연령에 맞춰 상향하는 내용과 소득공백을 막기 위해 정년 또한 의무가입상한연령에 맞춰 연장하자는 내용이 담겼다. 현재 일본·독일의 정년은 각각 65세·67세이며 미국·영국은 정년을 폐지했다. 더불어 OECD 회원국 중 가입상한연령과 수급개시연령을 동일히 하지 않은 나라는 미국과 한국뿐이다.

자문위는 보험료율을 15%로 인상하고 소득대체율을 40~50%까지 높이는 방안도 제시했다. 향후 국민연금을 ‘더 많이 내고, 더 많이 가져가는’ 식으로 운영하자는 취지다. 보험료율 인상으로 연금 고갈 시기를 늦추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반면 소득대체율을 높이는 방안은 오히려 미래세대에 짐을 지우는 꼴이라는 지적도 존재한다. 소득대체율을 이상적인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해서는 보험료율을 지금보다 훨씬 많이 인상해야 하기 때문이다. 김상호 전 한국보건사회연구원장은 지난 1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국민연금이 존속하려면 지금 당장 20.4%의 보험료가 필요하다”며 “자문위의 (보험료율) 15% 안도 턱없이 부족한 마당에 소득대체율을 올리자니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70대 노인들이 일할 곳은?

 

연금 고갈 시기를 늦추기 위해 보험료율을 인상해야 하는 건 맞지만 보험료율 인상으로 소득대체율을 높이는 방안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해 보인다. 결국 노인들이 70대까지 일하는 현실은 사실상 변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그렇기에 노인 일자리 창출은 역대 정부의 공통과제였다.

지난 문재인 정부는 2022년에만 4조 원을 투입해 60세 이상 노인에게 ▲하루 3시간 ▲월 30시간 ▲월 27만 원의 일자리를 제공하는 공공형 일자리를 운영한 바 있다. 하지만 일자리 대부분이 빈 강의실 불 끄기·금연 구역 지킴이 등으로 이뤄지자 이를 두고 ‘세금이 투입된 노인 단기 알바’라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이에 윤석열 정부는 지난해 7월 ‘2022 국가재정전략회의’에서 공공형 일자리를 10%(6만 천 개) 줄이는 방침을 발표했다. 자금 및 기술 지원으로 기업의 성장을 도와 정부 중심의 경제를 민간 중심의 경제로 전환해 민간 주도의 지속 가능한 양질의 일자리를 만들겠다는 의도다.

하지만 윤 정부가 공공형 일자리 축소 계획을 발표하자 반대 여론이 거세게 일어났다. 공공형 일자리가 ▲저소득 ▲고령 ▲저학력 노인의 생계에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이유다. 통계청에 따르면 2019년 1분기에 65세 이상 취업자는 약 21만 명 늘었고 이들의 근로소득은 전년보다 12% 증가했다. 또한 한국노인인력개발원에 따르면 2020년 공공형 일자리에 참여한 노인 중 90%가 70대 이상, 94%가 초등학교 졸업자였다. 공공형 일자리의 실효성이 어느 정도 입증된 것이다. 논란이 지속하자 추경호 기재부 장관은 공공형 일자리를 다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발표했다.

 

개혁의 골든타임

 

한국은 초고령사회 진입을 목전에 뒀다. 유례없는 높은 노인 빈곤율과 암울한 경제 성장률은 한국에 지속 가능하고 실효성 있는 대책 마련이 필요함을 시사한다. 향후 한국은 ▲노인복지법 해석 ▲국민연금 개혁 ▲노인 일자리 확충 등 다양한 방면에서의 개혁이 시급하다. 문제는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점이다. 이대로라면 노인을 위한 나라는 존재하지 않는다. 지금이 개혁의 골든타임이다.

 

조유솔·정지윤 기자

2022150012@korea.ac.kr

.

error: Content is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