늪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소년범, 구원할 손길은 어디에

광주 10대 집단 폭행 살인 사건 등 연일 발생하는 10대 청소년의 범죄는 사회의 심각한 문제로 떠올랐다. 이에 소년법을 개정해 처벌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린다. 그러나 처벌 강화보다도 방치된 문제인 소년범의 ‘재범’ 및 그 관리 실태는 조명을 받지 못하고 있다. The HOANS에서 또다른 현안인 소년 재범과 교화 시설의 실태를 알아봤다.

 

지난달 1일 무면허 10대가 몰던 차량에 21살 대학생이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이번 사건의 가해자는 고등학생으로, 지난 4월 중학생 렌터카 절도 후 뺑소니 사고로 논란이 된 ‘촉법소년’의 적용을 받지는 않는다. 그러나 경찰 조사 과정에서 가해자가 지난해부터 상습적으로 무면허로 운전하다 접촉사고를 냈다는 사실이 드러났다. 이에 정부가 소년범 해결과 관련해 내놓은 대책의 실효성에 대한 의구심과 소년범 관련 처벌조항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처벌에만 향하는 관심, 정작 재범은?

 

소년범 처벌 기준을 강화해야 한다는 측에서는 소년 범죄 관련 법률이 예방과 교화라는 미명하에 심각한 사회문제를 방치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지난 10년간 10대 청소년의 강력 범죄 비율이 우상향 그래프를 그려왔다는 사실은 소년법이 내세우는 ‘처벌보다 교정’의 논리가 현실에서 퇴색했음을 보여준다. 따라서 성인과 동등한 수준의 양형 기준을 마련했을 때 청소년 범죄자에게 분명한 경각심을 심어줄 수 있다는 것이 주장의 골자다. 한편 엄벌주의만으로는 소년 범죄를 해결할 수 없다는 반론도 존재한다. 소년 범죄의 경우 범행 동기나 범행 과정에 가해자가 처한 상황이 미친 영향을 고려하는 것이 특히 중시되기 때문이다. 서 울 소년원장을 역임한 한영선 경기대 교수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10대 청소년들의 범죄를 처벌만으로 해결하려 하는 것은 범죄를 개인의 영역으로만 해석하는 것”이라며 가정과 교육환경의 공백을 겪는 10대 소년범들의 보호가 우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사회에서 소년 범죄 처벌 기준에 대해서만 논쟁을 벌이는 사이 소년 재범은 또 다른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법무부 발표자료에 따르면 2018년 기준 청소년 보호관찰 대상자의 재범률은 12.3%로, 성인 보호관찰 대상자의 재범률인 5.1%에 두 배 이상이었다. 범행별로 살펴보면 절도에서 52.1%, 폭행에서 49.3%의 재범률을 기록했다. 주의 깊게 살펴볼 부분은 재범행이 1년 이내에 이뤄진 경우가 70%를 웃돌았다는 사실이다. 위와 같이 소년범의 재범이 단기간이 이뤄지는 현상에 대해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은 사회적 낙인을 주 원인으로 지적했다. 최초 범행 이후 주변에서 교화의 기회를 제공하거나 범행의 맥락을 고려해 접근하기보다 ‘범죄자’라는 규정에 집중한 결과 낙인 효과가 발생하고, 소년범 스스로의 변화 의지가 꺾인 채 단시간 내에 범죄의 굴레로 빠지기 쉽다는 분석이다.

제도 공백을 파고드는 소년 재범, 대응 방안은

 

소년 재범 문제가 지속하는 제도적 원인으로는 소년 사건 처리의 장기화가 지적된다. 소년 사건 처리는 ▲경찰 입건 ▲검찰의 공소 제기 또는 법원 소년부 송치 ▲소년분류심사원 위탁 ▲보호관찰 등의 관리 감독 순으로 진행된다. 경찰 입건부터 법원의 판단까지는 평균적으로 6~7개월이 소요된다. 문제는 경찰의 입건부터 법원의 판단이 있기까지의 공백 기간 중에 소년범 재범사건이 다수 발생한다는 것이다. 법무부 발표에 따르면 2017년 서울보호관찰소 보호관찰 청소년 87명 중 40명이 처리 공백 기간에 재범을 저질렀다. 소년 범죄에 대한 검사의 전문성 부족도 선결할 과제다. 소년 재범을 막기 위해서는 검사가 보호관찰소, 경찰, 아동보호기관 등 유관 기관과 긴밀한 관계를 형성하는 것이 필수적이다. 유관 기관과 밀접하게 협력하지 않고서는 소년범에 대한 정보를 정확하게 파악하기 어려워, 검사가 소년범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부적절한 법적 판단을 내릴 우려가 있다. 하지만 현재 소년 전담 검사는 6개월~1년마다 교체돼 유관 기관과의 관계 형성과 전문성 축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정부는 ‘검사결정전 조사’를 통해 보호처분과 공소제기에 관한 검사의 결정을 용이하게 하고자 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한 모양새다. 검사결정전 조사란 검사가 기소 여부나 보호처분 등을 결정하기에 앞서 청소년 범죄자의 가족관계, 생활환경, 재범 가능성 등을 폭넓게 조사하는 제도다. 해당 제도는 재범 가능성이 높은 소년범을 재판 전에 식별하기 위해 마련됐다. 그러나 여전히 검사결정전 조사의 활용률은 매우 저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법무 연감에 따르면 2016년 전체 소년사건 중 검사결정전 조사 현황은 전체 6%에 불과했다.

이에 법무부 산하 법무·검찰개혁위원회는 지난 4월 발표한 17차 권고안을 통해 소년 재범 해결 방안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해당 가이드라인에는 법무부에 범죄소년 문제를 총괄하는 ‘소년 사법국’과 ‘소년정책관’을 신설할 것을 권고하는 내용도 포함돼 있다. 검사의 전문성 부족 문제를 해결하고 소년 범죄 전담검사 양성을 위해 2년 이상의 필수 전담 기간 설정과 연간 24시간의 교육 이수를 의무화하는 검사 인사상 특칙을 마련했다. 또한 성폭력 사건 등 재범 가능성이 높은 강력 사건에 대한 검사의 검사결정전 조사를 의무화하는 등 소년 재범 방지를 위한 여러 대책을 마련해 이를 빠르게 현실에 적용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교화시설, 부족하지만 엿보이는 개선 가능성

 

소년범의 재범을 막기 위해서는 교화 의지를 심어줄 교화 시스템의 확충 또한 필수적이다. 이에 관계부처를 중심으로 ▲대학연계선도 프로그램상담 프로그램 ▲치료 명령 확대 ▲청소년꿈키움센터 프로그램 등 소년범의 재범을 막기 위한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검찰은 2013년도부터 연세대, 홍익대 등 6개 대학과 합작해 체육 체험교육 선도 프로그램을 진행해 소년범들이 대학교수에게서 음악, 미술, 체육 등을 직접 지도받을 기회를 마련한다. 프로그램을 이수한 교화 청소년은 기소유예처분을 받을 수 있다. 2018년 기준 해당 교육을 이수한 소년범들의 재범률이 15.38%로 평균 소년범 재범률인 23.86%보다 현저히 낮은 수치를 기록했다는 점에서 그 실효성을 엿볼 수 있다. 하지만 참가 대상이 선도조건부 기소유예 대상 청소년 중 검사가 면담을 거쳐 교화 가능성이 있다고 선정한 소년범으로 제한돼 있어 기회가 상당히 부족한 상황이다. 해당 프로그램을 진행하는 대학이 6곳으로 그 수가 적어 프로그램의 다양화가 어렵다는 사실 역시 개선할 부분으로 남아있다.

교화 프로그램과 더불어 상담 프로그램을 확충하고 비행 청소년 상담 전문가를 양성하기 위한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매년 한국청소년상담복지개발원은 청소년 재비행 예방을 위한 상담 개입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청소년 상담복지센터에서도 꿈 드림센터, 청소년 회복지원시설 종사자를 대상으로 자체 개발한 프로그램을 보급하여 비행청소년 상담개입전문가를 양성하고 있다. 정신질환이 있는 소년범의 재범 방지를 위한 정신과 치료 지원도 논의됐다. 해당 논의에는 소년범 중 정신과 진단 유경험자의 비율이 지속해서 증가했다는 점이 기저에 깔려있다. 이는 금태섭 전 의원이 대표 발의한 소년범 치료명령 부과법을 통해 구체화됐으며 현재 국가 차원에서 치료 비용을 부담해 소년범 정신과 치료를 통한 재범 예방을 돕고 있다. 이밖에도 학교폭력 방지를 위한 가해 학생 및 보호자 대상의 가족관계 회복 프로그램, 청소년꿈키움센터와 연계한 교육 조건부 기소유예 활성화 프로그램 등 소년범 재범 방지 교화 시스템을 구축해가고 있다.

 

사회 전체의 변화가 필요한 문제

 

소년 범죄에 대한 경각심이 제고되면서 소년 재범의 해결을 위한 사회적 논의도 점진적으로 이뤄지는 추세다. 문제의 완전한 해결을 위해서는 제도적 대응책을 개선하고 마련하는 것과 함께 소년 재범을 받아들이는 사회적 의식 변화가 진행돼야 한다. 소년범에 변화의 기회를 제공할 제도를 갖추는 것과 더불어 소년범을 사회구성원으로 수용할 수 있는 국민적 인식 개선의 중요성이 널리 이해될 필요가 있다. 소년 재범을 해결하고 포용할 수 있는 사회적·제도적 환경을 구축하는 데 국민적 차원의 많은 관심이 요구된다.

 

민건홍·김하현 기자

celestial@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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