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응원단 게이트, 본질은 횡령도 유착도 아닌 재정 불투명

지난 25일, 유례없이 강도 높은 의혹·비판이 쏟아지는 가운데 입실렌티가 진행됐다. The HOANS가 행사 준비를 담당한 업체 해비치씨앤씨(이하 H업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이번 ‘응원단 게이트’의 본질을 파헤쳐봤다. 가장 큰 문제점은 애초에 재학생들이 주로 의혹을 제기하던 횡령이나 유착 관계보다는, 의외의 구조적 폐단에서 발견됐다.

논란 속에 제42회 IPSELENTI 지.야의 함성(이하 입실렌티)이 진행됐다. 작년 대비 2천 원 인상된 티켓 가격과 대폭 감소한 개인 티켓 수량으로 인한 불만은 행사 전부터 일찍이 예고된 사항이었다. 더불어 응원단이 수차례에 걸쳐 개인 티켓 수량과 판매 방식을 번복하면서 비판 여론에는 불이 붙었다. 행사 당일 미숙한 진행 가운데 재학생들의 기대와는 다소 다른 초대가수 라인업이 밝혀지자 불만은 걷잡을 수 없이 격화됐다.

이후 본교 커뮤니티 사이트 고파스 등을 중심으로 ▲1학기 예결산특별위원회(이하 예결특위)에서 응원단이 보고한 입실렌티 예산안에 세부 내역 기재가 미비했던 점 ▲작년 2학기 입실렌티 결산안에 현금을 인출해 업체에 대금을 지급했다고 적혀있는 점이 밝혀지며 혼란은 가중됐다. 이에 응원단의 예산 횡령부터 H업체와의 유착 관계까지, 행사 진행 전반에 걸쳐 강도 높은 의심이 제기됐다.

지난 26일, 응원단장 이형석(환생공 14) 씨가 본교 응원단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회계 및 예산 집행에 관한 의혹을 풀기 위한 입장문을 준비 중”이라며 “응원단과 관련된 질문을 받는 공청회를 마련하도록 하겠다”라고 밝혔지만, 시일은 미정이다. 학내 구성원의 분노와 실망만을 남겨두고 행사 이후 소명된 사항은 전무한 가운데 응원단이 공청회에서 밝혀야 할 문제의 본질은 무엇일까. The HOANS에서 H업체와의 교차 인터뷰를 거친 후, 현재 제기되는 의혹을 ▲횡령 ▲응원단과 업체 간 유착 관계 ▲재정 투명성을 중심으로 짚어봤다.

응원단 예산안과 업체 견적서 비교하니… 횡령 아냐

가장 크게 제기된 의혹은 무대 설치비용과 연예인 섭외비를 둘러싼 것이었다. 올해 1학기 예결특위에서 응원단이 밝힌 바에 따르면 이번 입실렌티의 ‘무대 시스템 예산’은 9천 550만 원이었다. 고파스에서는 연세대학교(이하 연세대) 축제 아카라카의 시스템 비용이 3천 3백만 원에 불과한 데 비해 터무니없이 높게 책정된 예산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

 

그러나 본지 취재 결과 H업체가 입실렌티 기획을 맡은 2016년부터 무대 시스템 비용은 8천만 원 선에서 동결된 것으로 보인다. 작년과 비교하면 LED 전광판 개수가 3개에서 2개로 줄어들었는데도 무대 시스템 비용이 오히려 증가한 이유는 전광판의 크기가 커졌기 때문이다. 예년에 LED 전광판을 5m x 3m짜리 2개와 12m x 5m짜리 1개를 사용했던 반면 올해는 10m x 5.2m짜리 2개를 사용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H업체는 “전광판 크기가 조금만 커져도 들어가는 물품은 무대 설치, 음향, 영상장비를 포함하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난다”라고 설명하는 한편 “LED 개수, 배치, 무대 디자인 같은 부분은 응원단 요청사항을 전적으로 따른다”라고 말했다. 더불어 예년보다 무대 전체 길이가 39.26m에서 45.5m로 5m가량 늘어난 것도 무대 시스템 예산이 높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다. H업체는 “2013년부터 시스템 비가 동결돼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예산임에도 입실렌티라는 행사가 좋았다”며 “단가를 맞추기 위해 인건비를 줄이면서 견적을 맞췄다”라고 이야기했다.

입실렌티 무대 시스템 비용을 아카라카와 직접 비교하는 데도 무리가 있어 보인다. 아카라카가 진행되는 연세대 노천극장의 좌석 규모가 약 7천 5백 석으로, 2만 5천 명을 수용하는 본교 녹지운동장과는 규모 자체가 다르다는 점은 익히 알려져 있었다. 2011년에는 아카라카 대행사를 진행한 바 있는 H업체 역시 “연세대 노천극장의 무대 길이는 18m 정도지만 고려대는 45m나 된다”며 양쪽을 단순 비교하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밝혔다. 더불어 H업체는 “아카라카는 본래 극장 형태이기 때문에 무대 높이가 낮아도 시야가 확보되는 반면 입실렌티는 운동장에서 진행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무대보다 비싼 1.8m 이상의 높이로 무대를 만들어야 한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올해 기준 아카라카는 메인 스피커가 16개 사용된 데 반해 입실렌티는 48개가 사용됐다.

예년보다 초대가수 라인업이 실망스러웠으나 섭외비는 오히려 증가했다는 점도 강한 의문을 불러일으켰다. H업체 견적서에 따르면 세전(稅前) 기준 작년 초대가수 섭외비는 8천 800만 원, 올해 섭외비는 1억 100만 원이다. H업체와의 인터뷰에 따르면 초대가수 라인업이 기대에 부응하지 못한 것은 응원단이 관객들의 요구사항을 잘못 이해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대행사는 결정된 행사 날짜를 통보받은 후 해당일에 섭외가 가능한 연예인 명단과 비용 등을 정리해서 응원단 측에 제공한다. 최종적으로 섭외 가수를 선택하는 주체는 응원단 측이다. 본지의 취재에 따르면 섭외 과정에서 후보로 올랐던 여러 연예인 중 응원단 측이 선택한 것이 실제 초대된 가수들이었다. H업체는 “제안했던 연예인 중 응원단이 거절한 사람도 많다”라며 “응원단이 ‘영화’라는 컨셉에 맞는 섭외를 하기를 고수했다”라고 설명했다. 가수 김연우 씨를 섭외한 것 역시 “응원단이 ‘영화’라는 컨셉에 맞게 극적인 무대를 연출할 수 있는 가창력 중심의 가수를 섭외하고 싶어 했기 때문”이라고도 덧붙였다. H업체는 “올해 일정과 섭외비 내에서 김연우 대신 싸이도 섭외가 가능했다”며 “가수 헨리가 무료 찬조 공연을 제안했음에도 응원단에서 올해 주제에 맞지 않는다고 거절했다”고 이야기했다.

애초에 의혹이 제기된 것과 같이 섭외 과정에서 부정이 발생하지는 않은 것으로 보이나, 응원단이 관객들이 축제에 기대하는 바를 파악하지 못했다는 데에 실망감은 줄지 않는다. 익명을 요구한 전 응원단원 A 씨는 “응원단 내에서도 소수를 제외하고는 초대가수 라인업을 알지 못한다”라며 라인업에 대한 의견을 주고받기가 어려운 응원단의 내부 구조를 밝혔다. 스스로 정한 기획 의도에 지나치게 매몰돼 관객의 요구를 놓친 응원단의 행사 진행 역량에 아쉬움이 남는 가운데, 응원단의 의사 결정 과정에서의 투명성·개방성 제고가 요구되는 지점이다.

행사가 토요일에 진행된 것도 초대가수 섭외가 어려운 하나의 이유였다. H업체는 “토요일로 요일이 변경되면서 일정이 있는 가수들이 많아 유난히 섭외가 어려웠다”고 전했다. 티켓 판매가 시작되기 전부터 재학생들 사이에서도 행사일이 토요일로 바뀐 것에 의문을 표하는 여론이 있었던 만큼, 그 이유에 대해서는 응원단 측의 상황 설명이 필요해 보인다.

응원단은 티켓 판매 이전인 4월 26일, 페이스북 페이지를 통해 올해 티켓 가격이 인상된 이유를 ▲안전시설 강화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한 행사비 증가 ▲고정 후원금 감소 때문이라고 밝혔다. 안전시설이 강화된 것은 사실이다. H업체 견적서에 따르면, 안전펜스 및 바리케이드 수량이 각각 70개에서 100개로 증가했다. 또한 응원단은 안전 문제로 인해 전문경호인력을 강화하며 티켓 가격이 상승했다고 밝혔다. 2013년도부터 입실렌티 경호를 맡았던 드림시큐리티코리아 김태범 대표는 “경호 인력의 임금은 최저임금 인상으로 인해 1만 원 증가했고, 응원단의 요청에 의해 작년에 비해 경호 안전요원이 10명 정도 늘어났다”고 이야기했다. 다만 티켓 가격 인상분을 어떻게 책정했으며 늘어난 수익금을 적절히 사용했는지는 공청회에서 응원단이 결산 내역을 공개해야 확인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유착’보다 갑을관계

응원단과 업체의 관계는 유착이 아니라 주도하는 측과 따르는 쪽이 명확한 갑을관계였다. H업체는 응원단에게 “단 10원도 제공한 적이 없고 일반적으로 용인할 수 있는 식사 이외에 향응이나 접대는 없었다”고 여러 번 강조하며 학내 커뮤니티에서 촉발된 여러 오해에 억울한 심정을 밝혔다. 업체 대표의 것이라고 올라왔던 화정체육관 주차장에서 목격된 고급 승용차는 H업체 대표가 아니라 작년과 재작년 입실렌티에 참여했던 조명 감독의 소유로 확인됐다. 또한 H업체 대표는 “페이스북에 올라온 응원단과의 친목이 의심되는 사진은 매력적인 행사인 ‘입실렌티’를 따내기 위해 현장 분위기를 배우러 다니며 찍힌 사진이지 거래를 튼 시점과는 관련이 없었다”고 전했다. 뿐만 아니라 당시 응원단 측과 인맥을 만들기 위해 경호 업체를 소개해준 것은 사실이지만, 현재에 이르러서는 경호 업체와 응원단은 H업체와 관련 없이 직속으로 인건비를 협의하는 상황임을 확인할 수 있었다.

오히려 H업체는 수년 간 응원단 측이 해당 업체에 지급하는 인건비를 비롯한 무대 설치비가 동결돼서 어려운 상황임을 밝혔다. 이어서 H업체는 일관되게 응원단과의 관계를 “응원단이 주도하고 제시하면 최대한 단가를 맞춰주는 갑을관계”라고 묘사했다. H업체가 작년 2학기 고연전을 제외하고, 15년 2학기 고연전부터 올해 입실렌티까지 응원단과 함께 일한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H업체는 응원단이 진행하는 모든 행사의 최종 결정 권한은 응원단에 있고, 업체는 협조하는 조력자의 역할에 그쳤음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18년도 2학기 고연전에 대해서도 “행사 한 달 전에 응원단에서 다른 업체를 정해 놓고서, 현장 답사까지 우리 업체와 함께 다녀온 후 고연전 2주 전에야 업체 변경을 통보받았다”고 하소연했다.

H업체는 현실적으로 들어가는 지출 대비 턱없이 부족한 예산을 기반으로 행사를 진행하기를 요구받는 상황이었다. 업체는 “만약 기업 대상으로 작업한다면 입실렌티 규모의 행사를 준비하는데 무대 시스템만 최소 1억 5천만 원에서 2억 원을 청구한다”며 “대학 행사라는 점을 감안하지 않으면 현실적으로 진행하기 힘들다”라고 밝혔다. 행사를 진행할 때 업체가 견적을 내면 응원단이 그 금액을 지불하는 구조가 아니라 응원단이 먼저 지급 가능한 금액을 이야기하면 와중에 응원단의 무대 디자인 및 전광판 등 세부 요구를 수용하고 조율해 가면서 업체가 견적을 내는 구조였다. 업체는 “매년 회사 내에서 진행할지에 대해 고민할 정도로 이윤이 남지 않는다”며 “입실렌티라는 행사의 특이성과 유인이 아니었다면 진행하기 힘들 정도”라고 심정을 밝혔다.

“관례”로 포장된 구조적 폐단, 결과는 불투명한 재정

본지가 파악한 문제의 본질은 응원단이 티켓 판매 및 업체 계약을 포함한 전 과정에서 자금을 주먹구구식으로 운용하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응원단의 불투명한 재정은 학교의 관리와 감사 없이 외부의 지적을 단 한 번도 받지 않은 폐쇄성과 미비한 인수인계에 근거한다. A씨는 “짧지 않은 기간을 활동했으나 장학금, 식대, 회식비, 단복구매비, 관리비 등의 비용이 어디에서 오는지, 어디에 쓰이는지 세부 내역을 전혀 모를 정도”라며 내부에서 자유롭게 지적이 이뤄질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음을 밝혔다. H업체 관계자는 “확실하진 않지만 핵심 인력이 매년 바뀌는 구조상 인수인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것 같다”고 밝히며 제대로 정리되지 않은 상황에 안타까움을 전했다.

관례에 의존한 자금 운용은 업체와의 계약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응원단은 업체와 계약서를 작성하지 않고 구두계약에 의해 일을 진행한 적도 있었다. 조윤경(보정관 17) 씨는 “억 단위의 큰 돈을 기본적인 계약서도 쓰지 않고 집행했다는데 정말 충격을 받았다”며 실망을 표했다. 응원단처럼 자금의 규모가 크고 매 학기 행사를 여럿 주관하는 단체의 경우, 계약을 문서로 남겨야 할 중요성은 더욱 커진다. 그러나 응원단은 현재 계약한 업체 이전에도 계약서를 쓰지 않고 구두로 갈음하는 경우가 많았다. 심지어 행사 후에 사후조치로 계약서를 꾸미는 일이 관행이라는 이름 아래에서 아무런 문제의식 없이 빈번하게 일어났다.

H업체는 본교 응원단과 일하기 시작한 2016년도 입실렌티부터 응원단에게 업체가 납부해야 하는 세금의 존재를 인지시켰다고 주장했다. 해당 업체에 따르면 그동안 응원단은 현금으로 자금을 운용하며 기존 업체들과는 통상 세전 금액으로 계약을 진행해왔다. 이에 기존 업체는 현금으로 대금을 지급받았기에 납세 여부를 투명히 파악하기 힘들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그러나 H업체는 납세와 최소한의 이윤 보전을 위해 응원단에게 납세 부분의 금액까지 정산해 지급해달라고 꾸준히 요청했다. 그 결과 H업체는 “2016년부터 세금 납부의 비중을 점점 늘려 올해는 전액 세금계산서를 발행하는 데 성공했다”며 “2016년 입실렌티에 세금을 포함한 돈을 요구하니 응원단은 갑작스러운 예산 오버에 당황했다”는 의견을 전했다. 이어 “응원단 내부적으로 세금 문제에 대해 인지한 뒤에는 변화하려고 시도한 것처럼 보인다”고 덧붙였다. 이렇게 ‘학생 자치’라는 명목하에 주먹구구식으로 운영하기는 다른 학교도 마찬가지다. 세금을 미포함한 상태에서 아무런 자각 없이 이뤄지는 티켓 판매와 대규모 행사 운영의 결말은 어떻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태만한 본교… 막대한 자금 오가는 가운데 주먹구구식 운영 방치 의혹

방만한 운영을 가능케 한 구조적 폐단의 첫 번째 책임은 막대한 자금을 운용하는 응원단을 관리 없이 관행에 맡기고 방치한 본교에 있다. A씨에 따르면 응원단 행사에 대한 모든 의사 결정은 ▲단장 ▲부단장 ▲총기획 등으로 이뤄진 학생 신분의 소수 수뇌부 단원이 담당하는데, 이들의 손에서 운용되는 재정규모는 억 단위다. 2019학년도 1학기 예결특위보고에서 2, 3분기 예산안 정리자료 중 본교 응원단의 수입 내역은 입실렌티 티켓 판매 수익 및 특별기구 배분금과 상반기 응원OT를 위한 학생지원부 지원금을 포함해 3억 3천 986만 7천 304원에 달했다.

응원단은 총학 회칙상 독립적인 특별기구로 분류되기에 아무런 외부 감사나 견제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특별기구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학생지원부 이장욱 차장은 “응원단은 사실상의 학생자치활동으로 학생들끼리 모든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며 “학교 측에서는 별도의 감사는 하고 있지 않다”라고 전했다. 응원단의 주먹구구식 자금 운용 실태를 본교가 관리·검토해야 할 책임이 강조되는 시점이다.

회칙도 문제다. 예결특위에서 응원단에 세부 내역을 요청하고 확실히 심사할 수 없는 이유는 응원단이 운용하는 자금의 출처가 학생회비가 아니기 때문이다. A씨는 “응원단의 주 수입인 입실렌티 티켓 비용을 학생들이 지불하긴 하지만 원칙적으로는 학생회비가 아니기 때문에 예결특위의 심사 대상이 아니다”며 이는 응원단을 견제할 기구가 없다는 것으로 “회칙이 미비한 부분”이라 생각을 전했다.

사업자 등록·감사기구 설치·내부혁신 등 다방면에서 조치 시급

상황을 해결하려는 조치가 시급하다. 우선 본교나 총학 차원에서 응원단의 재정 운용을 관리하고 감사할 권한을 가진 기구를 신설하여 그 재정 규모에 걸맞은 운용 방식을 도입해야 한다는 지적이 여러 차례 제기되고 있다. H업체 대표도 “감사기구가 없는 현황을 이해할 수 없다”고 하는 한편, 감사기구를 두는 사안에 대해 “오히려 업체 입장에서는 투명하게 회계할 수 있으니 찬성”이라고 의견을 전했다.

이밖에도 응원단의 폐쇄적인 운영 구조를 고집하기보다는 기존 관례를 타파하고 학내 구성원의 요구를 파악하는 소통 창구를 만들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드높다. 이번 입실렌티 논란을 촉발시킨 가장 큰 원인은 학내 구성원의 수요와 다르게 표어 ‘영화’에 매몰돼 구성된 라인업이었다. 이에서 야기된 학생들의 실망과 해당 초청 가수들의 섭외비가 그렇게까지 비싸지 않으리라는 추측이 누적된 응원단의 폐쇄적인 이미지와 결합해 생긴 횡령 오해가 이번 논란의 근원이었다. 이에 응원단과 학생 간에 지속적이고 정기적인 소통이 앞으로의 문제 재발 방지 과정에서 필수적이라는 지적이 일고 있다.

성공적인 공청회를 소망하며

이밖에도 공청회에서 해결해야 할 의문이 많다. 우선 고수하던 금요일을 포기하고 전과 다르게 토요일에 입실렌티가 진행된 이유에 관한 명확한 설명이 필요하다. 토요일로 일정이 옮겨져 외부인의 유입이 용이해졌고, 외부단체 티켓 신청 수량이 크게 증가해 재학생 개인 티켓 판매에 혼란이 생겼다는 추측도 공감을 얻고 있기에 많은 구성원이 응원단의 해명에 이목이 집중된다. 하지만 본지가 입실렌티 이전부터 응답을 약속받았음에도 불구하고 막상 행사 이후 응원단은 여전히 침묵으로 일관하는 중이다.

또한 응원단은 16일 페이스북 페이지에 판매된 티켓 수량을 단체티켓 20,918장과 개인티켓 2,500장으로 공지한 바 있다. 올해 입실렌티 티켓은 철저하게 넘버링돼 총 2만 5천 장이 발행됐다. 응원단 관계자는 “많이 발행을 하는 이유는 찢어지거나 잘못된 티켓을 교환해주기 위해서”라며 “행사 이후에 남은 티켓은 절쇄한다”고 밝혔다. 작년에 비해 급감한 개인 티켓 판매량에 대한 불만 여론이 일찍이 드높았음에도 불구하고 응원단은 조치 없이 상황을 해명하는 데 그쳤다.

고질적으로 지적돼온 안전 문제와 방만한 진행에 실질적인 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높다. 안전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 경호 인력을 늘린 사실이 확인됐지만 학생들이 체감하는 효용은 적었고 오히려 필요한 조치는 누락됐다. 작년 이공계 캠퍼스의 학부 학생회장을 맡았던 15학번 B씨는 “작년 입실렌티 사고 이후 응원단 측에서 매뉴얼을 작성해 하반기 고연전까지는 공유하겠다고 약속했으나 지켜지지 않았다”며 무책임한 운영을 규탄했다. 이밖에도 ‘영화’라는 실패한 컨셉과 학생의 요구에 맞지 않는 라인업을 결정한 응원단의 의사결정 구조를 공개하고 관행적인 주먹구구식 행정에서 벗어나 운영을 투명하게 하겠다는 약속을 받아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많은 학생의 기대 이하라고 평가된 행사에서 촉발된 논란의 본질은 횡령과 유착이 아니라 학내 구성원의 요구를 파악하지 못한 무능이었다. 그러나 비록 횡령과 유착은 아니라고 할지라도 그 과정에서 밝혀진 구조적 폐단과 수십 년간의 방만한 운영은 충격적이다. 얼마 전 본교 교직원들의 회계비리 무더기 적발에 이어 또다시 민족사학의 자존심을 깎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엄중한 시정이 요구되는 가운데, 응원단이 예고한 공청회가 과연 원만한 첫걸음이 될 수 있을지, 앞으로 각 단위가 취해야 할 조치에는 무엇이 있을지 진지한 관심과 지속적인 논의가 필요하다.

윤라경·김동후·박지우·이서희·임지현 기자
rayoon3312@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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