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교 학생회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지난달 4일 본교 인터넷 커뮤니티 고파스에 “세월호 침몰 사건 7주기 진상규명 시위에 정경대학이 참여하는 것을 반대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해당 글을 시발점으로 학생회의 존재 의의에 대한 논쟁이 일파만파로 퍼졌다. 오랜 시간 제기되는 문제인 대학교 학생회와 학생사회 간 갈등에 대해 The HOANS에서 알아봤다.

 

학생회의 크고 작은 사고들

 

지난달 4일 고파스에 정경대학 학생회의 세월호 침몰 사건 7주기 진상규명 시위 참여에 반대한다는 글이 게시됐다. 작성자는 “정경대학 학생회 차원에서 세월호 진상규명 시위에 참여하는 것은 정치적 행위”라며 “정경대 학우들의 동의를 물어보는 절차 없이 학생회 차원에서 시위를 강행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주장했다. 해당 게시물을 통해 학생사회 내부에 학생회의 정치적 활동부터 그 존재 의의까지를 둘러싸고 설전이 오갔다.

이번에 논란이 된 정경대학 학생회의 사례는 학생회를 둘러싼 갈등의 일각에 불과하다. 당장 재작년부터 올해까지 치러진 세 차례의 총학생회장단 선거에서는 출마한 후보들이 각각 ▲타교생의 선거 독려로 후보 자격이 박탈되거나 ▲사생활 폭로 및 부실한 공약으로 여론이 악화돼 당선되지 못했다. 지난 3월 10일 제52대 총학생회장단 3차 재선거 역시 후보자가 없어 불발되며 3년째 총학생회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운영되는 전무후무한 상황이다.

과 단위 학생회 차원에서도 크고 작은 마찰들은 계속 발생했다. 작년 정치외교학과 학생회에는 ‘포괄적 차별금지법’에 대한 찬성 성명을 내놓았다가 항의를 받은 적이 있다. 해당 성명을 학과 공지방에 올리자 의견에 반대하는 학생이 오픈 카톡방을 통해 불만을 표한 것이다. 정치적 활동에 관한 논란이 계속해서 제기되자 ‘학생회가 없는 게 낫겠다’는 의견이 나오는 등 학생회에 대한 비판적 여론이 고조되기도 했다.

오늘날 학생회가 선출되지 못하고 비대위 체제로 운영되는 사례는 그리 낯선 풍경이 아니다. 정경대 내에서도 학생회가 선출된 학과는 정치외교학과와 이달 새로 들어선 행정학과밖에 없다. 본교 외에도 중앙대 총학생회의 아이돌 팬클럽 로고 표절, 코로나19 방역수칙을 지키지 않는 MT 진행 등 학생회 관련 논란은 꾸준히 불거졌다. 서울대, 한양대 등 서울권 대학만 고려해도 총학생회가 선출되지 못한 학교가 적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상황에서 학생회 중심의 활동에 제약을 가한 코로나19까지 겹치며 ‘학생회의 쇠퇴’를 둘러싼 논쟁이 이어지고 있다.

힘을 잃은 학생회

 

대학교 학생회는 현재의 모습에 이르기까지 굴곡이 심한 흥망성쇠 과정을 거쳤다. 1948년 대한민국 정부 수립 이후 학생회가 아닌 군사교육단체 ‘학도호국단’이 전국 고교와 대학에 설치됐다. 학도호국단은 4·19 혁명과 6·15 군사정변을 겪으며 일시적으로 해체됐으나 1975년 재건돼 10년간 이어졌다. 1985년 학도호국단이 완전히 해체된 이후에야 총학생회가 공식적으로 출범할 수 있었다. 당시에는 대학진학률이 20~30%를 밑돌았던 만큼 대학생은 지식인 계층으로 인식됐다. 이에 지식인 계층으로서의 책임감을 바탕으로 사회 문제에 깊이 참여하는 운동권 성향의 학생회가 주를 이뤘다.

그러나 IMF 경제위기 이후 경제난과 청년실업 문제로 학생들이 학교 활동보다 개인 취업 준비에 힘을 쏟게 되면서 학생회에 대한 관심이 감소하기 시작했다는 것이 중론이다. 이에 더해 등록금 횡령 등 학생회 내부의 부패를 보여주는 사건이 반복해서 일어나며 학생회에 대한 부정적 시선이 확산됐다. 결과적으로 선거에 출마하는 후보자가 현저히 감소해 2010년대부터 본교와 같이 단일 후보가 최소 투표율 및 찬성 지지율 기준을 겨우 넘겨 당선되는 사례가 증가했다. 학생회의 규모와 관계 없이 투표율 미달로 선거가 무산되고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운영되는 경우도 허다하다.

학생회의 자체적인 한계를 해결하지 못한 점 역시 학생들이 학생회에 등을 돌린 이유로 지목된다. 먼저 학생회의 실질적인 권한이 줄어든 가운데 학생의 대표로 추진할 수 있는 일을 제대로 확보하지 못했다. 현재 학생위원은 대학평의원회에서 의결 권한 없이 자문 역할만 수행하며, 학생들의 요구사항을 모아 학교에 제출하는 중간 매개자의 지위에 있다. 학생회의 의견이 실제 정책으로 온전히 반영되는 데 한계가 있어 학생들이 학생회의 영향력을 체감하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이런 상황에서 학생회 내부에서 권력 및 권한의 한계를 극복하고 학생회 고유의 활동 영역을 구축하기보다 소극적인 활동을 하는 데 그쳤다는 점에서 비판을 피하기 어렵다.

또한 짧은 임기를 극복하지 못하고 연속성 없는 활동이 이어져 공약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는 점도 비판의 대상이다. 학생회는 1년마다 새로 선출되므로 학교 정책의 기획 및 추진 속도를 고려할 때 매우 빨리 교체되는 조직에 해당한다. 온전히 학생회 활동에 집중한다 한들 1년의 임기 내에 큰 변화를 이끌어내기는 어렵다. 그럼에도 임기 중 실현되기 어려운 공약을 남발하고, 공약의 연속성을 확보하기 위한 후임 학생회로의 인수인계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문제를 더욱 악화하고 있다. 학생회 내·외부에 대한 분석에서 각종 문제로 대학교 학생회가 파행을 보인지 오래임을 확인할 수 있다.

 

학생회와 비학생회 사이 괴리감

 

본지는 학생회 구성원과 그렇지 않은 일반 학생들의 학생회 쇠퇴에 대한 의견을 비교하기 위해 정경대학 19, 20학번 비집행부원과 집행부원을 대상으로 학생회의 역할과 방향성에 대해 인터뷰를 진행했다. 응답한 이들은 학생회의 역할을 묻는 질문에 학교와 학생을 매개하는 역할 이외에도 ▲대표성을 가지고 단체행동에 나서는 것 ▲학생 복지에 힘쓰는 것 ▲대학문화를 선도하는 것 등 다양한 의견을 제시했다.

정경대학 학생회와 학생 간 소통에 관해서는 비집행부원과 집행부원 모두 코로나19로 소통의 제약이 커져 공론장 형성이 어렵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특히 소통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학생회 사업에 반대 의견을 낼 수 있는 장치가 마련되지 않아 아쉽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반대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시스템이 회칙에 마련돼 있지만 비집행부원 학생들이 세부 항목을 접하기 어려운 현실과 양방향 소통에 적극적이지 않은 분위기가 원인으로 꼽혔다. 반대로 현 학생회의 소통능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한 응답자의 경우 “코로나19 관련 긴급 공지를 전달하는 데 있어 빠르고 효과적인 일 처리를 보여줬기 때문”이라며 판단의 이유를 밝혔다.

정경대학 학생회가 가진 방향성과 사업 기조에 대한 답변에서는 비집행부원과 집행부원 사이의 의견 차이를 발견할 수 있었다. 집행부원의 경우 학생회 사업을 진행하는 데 있어 학생 개인의 인권 침해 여부, 소외 여부를 확인함으로써 학생들의 편안하고 효율적인 학교생활에 도움이 될 수 있게 하는 방향성을 가지고 있다고 답했다.

반면 비집행부원 학생 일부는 현 학생회가 특정 정치적 방향성을 견지하며 정치적으로 민감한 사안을 다뤄 학생들의 반감을 산다는 의견을 냈다. 이는 “학생회가 열린 공간으로 작용해 특정 사업이 다수의 정경대 학우들의 동의를 얻기 어려울 때 정책 집행을 멈추고 재논의해야 한다”는 응답과 “정치적 방향성을 배제하고 실질적인 학생들의 이익을 반환해주는 행정적인 측면을 강화해야 한다”는 답변에서 분명히 드러난다. “학생회 사업에 특정 기준이 있는지 잘 모르겠다”는 집행부원의 응답과 큰 괴리를 보이는 부분이다.

 

악순환의 굴레를 벗어나려면

 

인터뷰한 집행부원과 비집행부원 모두 학생회와 학생회 외부의 학생사회 사이의 소통 이 부족함을 인지하고 있었다. 이는 ‘학생회의 쇠퇴’를 극복하는 핵심이 양자 간 꾸준한 소통에 있음을 보여준다. 지난달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학생회의 활동을 비판한 글 역시 활동에 앞서 다른 학생들과 소통해야 한다는 요구를 담고 있었다. 학생회는 학생사회의 활동에 대한 비학생회원의 무관심을, 비학생회는 학생사회의 방향에 대한 학생회의 무관심을 지적하며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김수민 정경대학 학생회 소통복지국장은 연대 사업에 학생들이 의견을 낼 수 있는 장치는 마련돼 있으나 미진한 홍보로 잘 활용되지 않는 듯하다며 “학우분들이 편한 마음으로 집행부에 의견을 개진할 수 있는 창구를 마련하겠다”고 전했다. 대학교 학생회가 다시 학생사회의 중심에 서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활발한 소통과 이에 대한 학생사회 전반의 관심과 참여가 필수적이다. 학생회가 무관심이 무관심을 낳는 악순환의 굴레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많은 관심이 요구된다.

 

김원겸·이채윤·최혜지 기자
2020150077@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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