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의 인물] 대학원생노조 고려대학교 분회 분회장 문민기

  지난 9월 전국대학원생노동조합(이하 대학원생노조) 산하에 고려대학교 분회가 설립됐다. 지난 2월 대학원생노조가 공식 출범한 이래 개별 대학 단위의 분회가 설립된 것은 처음이다. The HOANS가 대학원생노조 고려대 분회 분회장 문민기 씨를 만나봤다.

– 자기소개 부탁드린다.

  대학원생노조에서 고려대학교 분회 분회장을 맡은 문민기이다. 현재 고려대학교 일반대학원 한국사학과에 재학 중이다.

– 대학원생노조에 대한 소개 부탁드린다.

  2012년 출범한 전국대학원총학생회협의회(이하 전원협)이라는 조직이 있었으나 전원협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은 제한적이었다. 이에 대학원생들의 목소리를 대변할 조직을 노동조합의 형태로 만들자는데 의견이 모였다. 그 결과 작년 12월 설립 총회가, 올해 3월 전체 총회가 개최되면서 대학원생노조가 본격화됐다. 대학원생노조는 기본적으로 대학원생이 노동자로서 가지는 지위를 인정받고자 노력한다. 또 그동안 대학 내 인권 사각지대에 처해 있던 대학원생들의 인권을 적극적으로 보호하고자 한다.

  대학원생노조 조합원 중에서도 가입의 계기는 다양하다. 재정적 후원을 하려다가 가입하게 된 분들도 있고, 어떤 계기로 인해 대학원 사회에 대한 뚜렷한 문제의식을 느껴 가입한 분들도 있다. 또 차후에 혹시 본인이 불합리한 일을 당하게 된다면 노조가 자신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일종의 보험의 역할을 해줄 것을 기대하고 가입한 분들도 있다.

– 개별 대학 중 고려대에 최초로 대학원생노조 분회가 설치될 수 있었던 배경이 궁금하다.

  원래는 성균관대학교(이하 성대)가 먼저 분회 설립을 논의하고 있었던 상황이었다. 그런데 설립 총회가 다소 지연되면서 고려대보다 한 달 늦은 10월에 분회를 설립했다. 고려대의 경우 6-7월부터 분회 설립에 대한 논의가 나왔었는데 일이 빨리 진행되어 9월에 분회가 만들어졌다.

  조합원의 숫자가 많은 대학들의 활동이 두드러지게 활발한 게 사실이다. 현재 대학원생노조의 조합원이 전국에 약 150명 정도 있는데, 고려대와 성대 소속 조합원이 50명이 넘는다.

-대학원생노조가 최근 진행 중인 사업과, 거기서 가장 주안점을 두고 있는 부분은 무엇인지 궁금하다.

  근래 적극적으로 한 활동은 입법 추진 활동이었다. 강사법 개정이 가장 큰 현안이다. 국회의원 의원실과 연계해서 간담회나 공청회를 개최하는 방향으로 활동을 하고 있다. 지난 12일에도 더불어민주당 김성수 의원실과 함께 정책 간담회를 진행했었다.

  사실 대학원생노조가 만들어진 지 얼마 되지 않았기에 아직 인지도가 낮다. 대학원생노조가 무슨 일을 하는 조직인지, 어떤 일이 생겼을 때 찾아올 수 있는지를 널리 알리는 게 지금으로서는 가장 큰 과제라고 생각한다. 이러한 맥락에서 “찾아가는 노동상담소”를 운영 중이다. 학교별로 돌아다니면서 대학원생들을 만나 이야기를 듣고 문제가 있다면 그에 대한 제보도 받는 방식이다.

-“대학원생은 학생”이라는 인식이 보편적이지만 대학원생노조는 대학원생을 노동자로 인정할 것을 요구한다. 그 이유를 듣고 싶다.

  우선 대학원생들이 분명 학내에서 노동을 하고 있다는 점을 말하고 싶다. 학과 사무실 등에서 근무하는 근로 장학생들을 본 적이 있을 것이다. 분명히 대학원생들은 학교의 행정을 운영하기 위한 노동을 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대가는 근로 “장학금”의 형태로 지급받는다. 수업 진행을 보조하는 조교들도 마찬가지이다. 고려대학교의 경우 Teaching Fallow(TF)라는 명칭을 사용한다. 조교들은 분명히 수업을 진행하기 위한 업무를 교수와 분담하고 있지만, 그 대가는 제대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이공계열 실험실에 소속된 대학원생들의 경우 마치 직장인처럼 정해진 출·퇴근 시간을 두고 근무를 한다.

  학교 외부에는, 각 분과나 전공별로 많은 학회가 존재한다. 학회를 운영하는 데 필요한 실무를 대학원생들이 “학회 간사”로서 담당하곤 한다. 그런데 이에 대해서도 역시 정당한 대가를 받는 경우는 거의 없다. 대부분이 무급이고, 급여가 있다고 하더라도 적은 액수에 불과하다. “학계의 발전을 위해서 봉사한다”는 명분 아래 대가 없는 노동을 하고 있는 것이다.

  이 외에도 대학원생노조가 궁극적으로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는 “지식노동”의 개념이다. 대학원생이 연구를 하고 논문을 쓰는 것은 그들의 개인적인 학업 활동이기도 하지만 지식생산물을 만듦으로써 우리 사회의 지식을 양산하는 일이기도 하다. 그런데 여전히 한국 사회의 일반적인 인식은 “공부는 공부일 뿐”이라는 것이다. 창작 활동 자체가 노동으로 이해될 필요가 있다. 그러나 이를 위해서는 앞으로 많은 사회적 논의가 진행돼야 할 것이다.

-학회 간사 등의 활동이 대부분 무급이거나 낮은 급여를 제공한다면, 대학원생들은 어떻게 생계를 유지하는지 궁금하다.

  생계유지는 각자가 알아서 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일부 재단에서 운영하는 장학금이 있기는 하지만 등록금을 충당하는 정도에 불과하다. 각종 프로젝트의 형태로 진행되는 공동연구 팀에 들어가 활동하면 월급을 받기는 하지만 많은 돈은 아니다. 대학원생이 강사로서 강의를 하기도 어려운 실정이다. 지금 우리나라에 박사 학위를 가진 사람들이 너무 많기도 하고, 대학 본부도 시간강사의 고용을 자꾸 줄이려고 하는 추세기 때문이다.

  생활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며 대학원에 다니는 경우도 더러 있다. 2015년에 김민섭 씨가 쓴 <나는 지방대 시간강사다>라는 책에서 이러한 현실을 잘 알 수 있다. 김민섭 씨가 시간강사 일도 하고, 맥도날드에서 아르바이트도 해가면서 대학원에 다닌 이야기를 담은 책이다.

-그동안 대학원 사회 내의 문제점으로 지적되온 것들이 여러 가지 있었다. 그중 가장 시급하게 해결되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문제가 있다면?
  사실 다 심각한 문제이기 때문에 무엇 하나를 꼽기는 쉽지 않다. 그렇지만 올해 들어 특히 크게 화두가 되는 이슈를 꼽아보자면 대학원 내 성폭력 사건이다. 일반적인 성폭력 사건도 공론화되기 힘든 실정에서, 교수-대학원생 간의 성폭력 사건은 더더욱 그렇다. 기본적으로 권력 관계가 전제돼 있을 뿐만 아니라, 고발 이후의 후폭풍을 걱정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피해자는 본인의 삶이 입을 수 있는 상처뿐만 아니라 주변 동료들이 겪게 될 피해까지도 걱정하게 된다. 가해자인 교수가 학교를 떠나는 등의 경우에는 그 아래에 있던 학생들은 지도교수가 없어지는 셈이기 때문이다.

이런 부분에 대해서는 학교 본부나 교수진이 먼저 나서서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K교수 사건 같은 경우는 국어국문학과의 타 교수들이 학생 측과 적극적으로 연대해서 사건 처리가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었던, 이상적인 사례였다.

-대학원생노조의 활동에 대한 교수들의 인식이나 공감의 정도는 대체로 어떤지 궁금하다.

  아직 대학원생노조가 많이 알려지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관심을 가지고 응원해주는 교수들도 분명히 있다. 후원금을 보내주시는 교수들도 있었다. 지금까지는 대학원생노조가 교수들과 직접 교섭, 혹은 대립해본 일이 없기에 잘은 모르겠다.

  덧붙여 말하고 싶은 점은 대학원생노조가 교섭의 대상으로 삼고자 하는 것은 대학 본부이지 교수들이 아니라는 점이다. 대학원생들이 겪는 부당한 대우에 대한 고발이 여러 번 있었지만, 많은 경우 교수라는 개인의 문제로만 치환돼서 논의됐었다. 이렇게 되면 대학 본부는 논의의 대상에서 빠져버리게 되는 것이다. 그러나 부당한 시스템을 바꿀 만한 실권을 가진 것도, 문제 해결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는 것도 대학 본부이다.

– 남은 임기 중 비전에 대해서 듣고 싶다.

  내 개인적 바람을 말하자면 대학원에 재학 중인 장애인 학생들이 처한 환경을 알아보고 싶다. 분명히 대학원에도 장애인 연구자가 없지 않을 텐데 그들이 연구하고 노동하기에 대학은 어떤 환경인지가 궁금하다. 고려대에는 장애학생지원센터가 있긴 하나 학부생을 대상으로 삼는 부처라고 알고 있다.

  현재로서는 우리도 대학원 사회 내 이슈에 좀 더 관심을 가지고, 실태를 파악하고자 하는 단계이다. 만약 문제라고 느껴지는 것이 있다면 대학원생노조에게 찾아와 적극적으로 이야기해줬으면 하는 것이 우리의 바람이다.
이서희·김효재·서승현 기자
seohee0420@korea.ac.kr
.

error: Content is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