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 기회를 위기로

지난달 8일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2020 도쿄올림픽이 막을 내렸다. 개막 이전부터 폐막 이후까지 도쿄올림픽에 관한 다양한 사건사고를 The HOANS에서 알아봤다.

 

지난달 8일, 전례 없는 상황 속에서 개최된 2020 도쿄올림픽이 종료됐다. 이번 도쿄올림픽을 부흥과 재건의 기회로 만들겠다는 일본 정부의 자신감과는 달리, 국내외 여론은 올림픽이 일본의 희망보다 쇠퇴 가능성을 보여줄 것이라며 우려를 표했다. 개막 이후의 진행 상황은 이들의 예상을 크게 빗나가지 않았다. 도쿄올림픽은 기본적인 안전 문제부터 외교·정치·경제 문제까지 여러 방면에서 위기의 불씨로 자리 잡았다.

 

안전과 권리는 어디에

 

가장 큰 우려를 샀던 코로나19 속 방역 관리 문제는 올림픽을 거치면서 기우가 아니었음이 드러났다. 개회 사흘 전부터 도쿄의 방역은 허점을 보였다. 해외 선수들과 취재진에겐 엄격한 방역 수칙이 요구됐던 한편, 도쿄 유흥가의 단속에서는 기본적 방역 수칙 위반 등 방역 태세의 해이가 발견되며 많은 이들의 우려를 낳았다. 올림픽 개막 이후에도 이른바 ‘거품 방역’의 상황은 여전했다. 지난달 5일 도쿄신문은 야간에 선수촌의 방역 통제가 허술하다는 사실을 보도했고, 올림픽 조직위원회(이하 조직위)의 소극적 대처가 알려지며 비판의 목소리가 커졌다. 실제로 선수촌에서 확진자의 수가 증가했으며, 일본 내에서도 지난달 초부터 올림픽 관련 감염자가 급격히 늘었다. 일본 정부는 이 같은 확산이 올림픽과 상관없다고 반박했으나 폐막 이후에도 하루 1만 명까지 감염 판정을 받았다. 확진자가 급속히 늘어나자 병상 부족으로 일본 정부가 도쿄 내 지난달 24일 도쿄 내 전체 의료기관에 확진자 수용 및 의료인력 파견을 요청하는 등 의료체계가 위기를 맞고 있다.

코로나19와 관련된 안전 문제와 더불어 참가 선수들을 향한 차등 대우와 열악한 환경이 논란의 도마 위에 올랐다. 해외 선수들이 SNS를 통해 ▲골판지 침대 ▲낮은 천장 ▲기본 가전 부재 등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며 도쿄 선수촌의 부실한 시설이 세계에 알려졌다. 열악한 시설과 함께 외국 선수에 대한 일본 선수와의 차별적 대우가 비판받았다. 일본 선수 중 일부는 선수촌이 아닌 외부 숙소를 이용했으며, 그중에서도 유력한 메달권 후보들은 특별대우를 받았다. 일본 측은 이에 대해 지리적 이점을 활용한 전략임을 주장했으나, 일본 내에서도 이는 불공정한 경쟁이라며 올림픽 정신을 훼손했다는 비판이 나왔다.

올림픽 과정에서도 참가 선수의 건강과 안전에 대한 고려가 부족했음이 드러났다. 트라이애슬론과 마라톤 수영 등의 종목에서 수중 경기장으로 이용됐던 오다이바 해변은 대장균 수치가 적정 기준을 넘는 등 수질이 최악으로 판명됐음에도 조직위는 경기를 그대로 진행했다. 경기 이후 선수들은 구토를 하는 등 힘겨워했고, 해외 주요 매체들도 ‘똥물 수영장’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올림픽 전반에 걸쳐 선수에 대한 기본적인 예우와 배려가 부족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축제 날 얼굴 붉힌 한일관계

 

지난 7월 일본의 독도 조작 표기 의혹과 한국 선수촌의 현수막 교체 사건은 개막 이전부터 삐걱대던 한일관계의 단면을 보여줬다. 한국 현수막 철거 당시 IOC와 일본 측에서 함께 약속한 욱일기 금지 조항은 올림픽 진행 내내 한일 양측에서 논란거리가 됐다. 올림픽 개막식에서는 욱일기와 흡사한 모양으로 선수단이 배치되고, 군국주의의 상징인 기미가요가 재생되는 등 개막식이 제국주의 색채를 띠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지난달 5일 스포츠 클라이밍 결선에서는 공식 방송 해설자와 국제연맹도 ‘라이징 선(rising sun, 욱일)’이라 부를 정도로 욱일기와 유사한 형상의 구조물이 등장하기도 했다.

또한 일본 정부가 경기장 내 욱일기 반입을 허용한 것을 두고 욱일기 금지 조항의 문서화 여부를 두고 한일 양국 간 줄다리기도 벌어졌으나 IOC의 침묵으로 결론이 나지 않은 채 올림픽은 막을 내렸다.
일본 제국주의를 상기시키는 여러 논란이 반복되면서 도쿄올림픽은 결국 한일 간 화해보다는 오히려 갈등을 심화시키는 결과를 낳았다. 고려대 글로벌일본연구원 노윤선 교수는 지난달 13일 CBS 라디오와의 인터뷰에서 “2020 도쿄올림픽은 ‘혐한’ 올림픽”이라 명명하며, 일본에서 점차 확대되고 있는 ‘혐한 정서’가 이번 올림픽에서 명확히 드러났다고 분석했다.

 

스포츠와 정치 그 사이

 

한편 이번 올림픽에서는 정치적 의사 표시 규정에 대한 IOC의 일부 입장 전환이 있었다. IOC는 당초 참가 선수들의 정치적 표현 행위를 엄격히 제한했으나 경기 이전에만 허용하는 방향으로 규정을 완화했다. 이에 일부 선수들이 경기 이전 성소수자 커뮤니티와의 연대를 표현하거나 자국 원주민에 대한 존중의 의사를 드러내기도 했다. 그러나 시상식에서 소수자 보호를 뜻하는 ‘X자’ 표시를 보인 미국의 한 은메달리스트와 마오쩌둥 배지를 달고 시상대에 선 일부 중국 선수들은 제재를 받기도 했다.

도쿄올림픽은 난민과 망명 신청자들의 ‘환승센터’ 역할도 했다. 지난달 1일 벨라루스 육상 국가대표는 자국 정부로부터 정권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강제송환 당할 위기에 처했다며 일본 정부에 망명을 신청했다. 또 난민팀으로 출전했던 베네수엘라 출신 복서도 지난달 10일 유엔난민기구(UNHCR)의 중재로 우루과이에 정착했다. 이전에는 엄격히 분리됐던 스포츠와 정치의 결합이 일부 허용되면서 도쿄올림픽이 올림픽의 전통을 뒤바꿀 실마리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기묘한 올림픽, 그 여파는

 

이번 올림픽에서 일본은 종합 3위라는 역대 최고 성적과 함께 최악의 적자와 코로나19의 확산이라는 숙제도 받았다. 이번 올림픽의 비용은 지난 2016 리우올림픽의 두 배 수준인 약 3조 4,000억 엔에 달해 역대 올림픽 중 최고 수준으로 추정된다. 올림픽이 무관중으로 개최되면서 올림픽 관광객을 통해 기대됐던 수익 자체도 감소해 일본이 부담해야 할 적자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경제적 문제뿐 아니라 정치적 영향 또한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 올림픽이 끝나자 스가 정부의 지지율은 한때 28%까지 하락하는 등 급락을 면치 못했다.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안일한 대응이 원인으로 지목된다. 개막 즈음에도 일본의 백신 접종률은 20%에 못 미쳐 코로나19 감염 확산세를 잡지 못했고 결국 올림픽 무관중 개최와 역대 최다 확진으로 이어졌다. 올림픽 개최 전 반대가 강했던 국민 여론을 고려하면 이후 스가 총리에 대한 정치적 압박이 한동안 계속될 것이란 예측이 나온다. 정부뿐 아니라 도요타, NEC, 파나소닉 등 다수 일본 국내 기업 또한 올림픽 이후 손해를 봤다며 공개적으로 항의했다. 광고에 들인 비용 대비 홍보 효과가 작아 결국 이번 올림픽이 기대한 만큼 후원 기업에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비판이다.

한편 세계 곳곳에서 도쿄올림픽을 ‘역대 가장 기묘한 올림픽’이라고 지칭하며 명과 암을 조명했다. AP통신과 뉴욕타임스(NYT) 등 해외 주요 매체 대부분은 일본의 재정 적자와 코로나19 확산을 야기한 올림픽의 무리한 진행에 대해 부정적 평가를 내렸다. 그러나 일부 긍정적인 시선도 존재했다. BBC는 대회 도중 망명을 신청한 선수와 숱한 논란을 일으킨 트랜스젠더 선수 등을 언급하며 도쿄올림픽이 던진 사회적 의제를 중시했다. 또한 코로나19 변이 바이러스의 유행 속에서 대회 기간 관계자들의 확진자 수가 400명대에 그쳤다며 도쿄올림픽이 판데믹 상황에서의 모범적 운영 사례로 남을 수 있다고 평했다.

 

올림픽 그 이후, 일본은 어디로

 

2020 도쿄올림픽은 판데믹과 함께하는 올림픽이라는 누구도 겪어보지 않은 종류의 올림픽으로 많은 문제를 보였다. 그러나 판데믹에 대한 대처 외에도 ▲개막 전 일본 내부의 분열 ▲외교적 태도 ▲선수들에 대한 열악한 처우 등 판데믹과 관련이 적은 분야에서도 다양한 논란이 제기되며 더욱 혹평의 대상이 되기도 했다. 개최국 일본에 득보다는 실이 많았다는 평가가 많은 가운데 도쿄올림픽의 정치적, 외교적 여파가 어디까지 영향을 끼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최혜지·이정윤·정서영 기자
chj0418@korea.ac.kr

.

error: Content is protected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