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축제, 그 곳의 뜨거운 목소리를 담다

지난달 22일부터 27일까지 석탑대동제(이하 대동제)와 입실렌티 지. 야의 함성(이하 입실렌티) 행사가 2년 만에 개최됐다. 본교 학생들은 코로나19 사태 발발 이후 처음으로 축제를 맞이했다. 행사 당일 뜨거운 현장과 그곳의 목소리를 The HOANS가 르포 기사로 담아봤다.

 

르포: 3년 만에 찾아온 축제 현장

 

코로나19로 지난 2년간 열리지 않았던 대동제가 올해 2022 석탑대동제 KUrescendo라는 이름으로 복귀했다. 대동제는 ▲부스 ▲주점 ▲학생 참가자와 연예인 공연 무대 등으로 구성되는 본교의 대표 축제다. 이에 석탑대동제준비위원회(이하 석준위)는 4월 중순부터 지난달 초까지 주점과 부스를 열 고려대학교 단체 및 공연 관련 참가자 모집을 진행했다.

축제 준비 초기에는 대동제에 대한 명확한 공지가 없이 준비가 지연돼 많은 학생이 불만을 표출했으나 축제가 본 궤도에 오르자 안정적인 진행이 이어졌다. 석준위 측은 본교생이 외부인에 우선해서 연예인 공연을 즐길 수 있도록 민주광장 무대 전면에 ‘고대생 ZONE’을 마련했다. 대동제 부스는 민주광장을 중심으로 열렸으며 주점은 ▲민주광장 ▲국제관 앞 ▲사범대 앞 ▲법학관 구관 앞 등 다양한 곳에 마련됐다.

대동제가 종료된 후인 27일에는 제43회 입실렌티가 고려대학교 녹지 운동장에서 개최됐다. 입실렌티는 교호에서 따온 본교의 대표 응원 행사 중 하나로 정식 명칭은 ‘입실렌티 : 지. 야의 함성’이다. 지. 야의 함성이란 지성과 야성의 함성을 뜻하는 말로 응원가에서 찾아볼 수 있는 표현이다. 고연전을 앞두고 응원을 배우고 단합을 도모함과 동시에 고연전 출전 선수단의 사기를 북돋는 데 목적이 있다고 알려져 있다.

올해 입실렌티의 메인 테마는 코로나19 이전의 뜨거웠던 응원을 되살리고 지난 2년간의 시간을 돌아보자는 취지에서 레트로로 확정됐다. ▲1부 응원제 ▲2부 학생 및 연예인 특별무대 ▲3부 응원제와 불꽃놀이의 순서로 진행됐다. 2부 연예인 특별 무대에서는 ▲홀리뱅 ▲박재범 ▲PSY ▲아이들 ▲레드벨벳 등이 무대를 올랐다.

 

모든 게 새로운 대동제 1일 차

 

23일 월요일 오전 11시. 3년 만에 대동제의 막이 올랐다. 주요 무대인 민광은 이미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곳곳에는 부스와 주점 천막이 펼쳐져 있었다. SK미래관과 국제관 사이의 도로, 교양관 앞에는 여러 대의 푸드트럭도 나란히 세워졌다. 오후 시간 내내 천막 아래 학생들은 주점 준비에 정신이 없는 모양새였고, 민광 계단에는 삼삼오오 모여앉아 부스나 푸드트럭에서 산 음식을 먹으며 많은 사람이 축제를 즐기고 있었다. 무대에서는 저녁에 있을 공연을 위한 리허설이 한창이었다.

저녁 6시쯤. 동아리 공연이 시작됐다. 이날을 위해 구슬땀을 흘렸던 동아리들이 각자의 매력을 뽐내며 축제 분위기를 달궜다. 무대를 인상 깊게 바라보던 한 학우에게 인터뷰를 청하자 “우리 학교에 이렇게 솜씨 좋은 밴드가 많은지 처음 알았다”며 한껏 상기된 목소리로 답했다.

분위기가 고조되던 밤 9시. 본교 응원단이 기획한 comebackKU 특별 공연이 진행됐다. 민광에는 어느새 응원가가 울려 퍼지고 있었다. 응원 문화가 낯선 몇몇 저학번과 외국인 학우들은 가만히 선 채로 응원가만 부르는가 하면, 고학번 선배들은 주변 학생들과 함께 둥글게 원을 만들고 응원 동작을 하며 분위기를 즐겼다.

그간 코로나로 인해 본교의 유서 깊은 응원 문화가 단절됐었기에 응원가 떼창은 실로 감동적이었다. 본교 재학생 신효정(행정 21) 씨는 “코로나로 인해 응원 OT가 취소되면서 학우들과 같이 응원가를 불러보지 못했던 것이 아쉬웠는데 축제 첫날에 함께 어깨동무하면서 응원가를 불렀을 때 그간의 답답함이 해소되고 단합되는 것 같아서 너무 즐거웠다”고 소회를 밝혔다. 응원단 무대가 끝난 뒤 마지막으로 가수 윤하가 공연을 펼치면서 대동제 무대는 막을 내렸다. 무대 조명이 꺼졌음에도 민광 주점 곳곳에는 여전히 사람 냄새가 가득했다.

23일로 넘어간 새벽 2시. 주점이 하나둘 문을 닫고 있었다. 바쁜 시간을 보내고 한숨 돌리는 기색이 역력한 정치외교학과 주점 주체 이태하(정외 21) 씨에게 다가가 소감을 여쭤봤다. 힘든 부분은 없었는지 묻는 질문에 “음식물 쓰레기를 버리는 장소가 당일 갑자기 바뀌어서 주점 운영 중이라 바쁜 상황에서는 공지를 확인할 수 없었다”고 답했다. 이 외에도 천막 이용 등 주점을 준비하며 곤란했던 점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다. “주점을 운영해보신 경험자들의 노하우가 있었다면 더욱 좋았을 것”이라며 눈코 뜰 새 없이 바쁘게 지나간 하루를 회상했다.

 

따듯함과 설렘이 가득한 2일 차

 

화요일 오전 열 시. 민광은 어제만큼이나 분주했다. 다년간의 경험으로 침착하게 부스를 준비하는 고학번도 있는가 하면 예상치 못한 변수에 발을 동동 구르는 사람도 있었다. 경제학과 자치단체인 아이디어마켓 부스에서 호랑이 솜사탕 판매를 준비하는 여 모(경제 21) 씨도 전선 연결을 기다리며 식은땀을 흘리는 중이었다. 그는 “오전 10시 30분 오픈으로 공지했는데 벌써 한 시간이나 지났다”며 “언제 판매를 시작하냐는 질문을 받을 때면 난감하다”고 말하면서도 웃음을 지어 보였다. 초조하면서도 부스 운영에 대한 걱정보다는 설렘과 기대가 가득한 듯 보였다.

오후 한 시 십오 분. 수업을 마친 학생들이 쏟아져 나오자 민광은 점차 북새통을 이뤘다. 뜨겁게 내리쬐는 햇볕 때문인지 칵테일과 슬러시 부스에는 긴 줄이 이어졌다. 2년 만에 재개되는 축제인 만큼 후배들을 위해 부스를 찾은 고학번 선배들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한 부스에서 손 부채질을 하며 줄을 서 있었던 현 모(경제 17) 씨의 말을 들어봤다.

자신이 과거 해당 부스를 주최하는 자치단체 소속이었다고 밝힌 그는 “아카이브 파일도 없었을뿐더러 대동제가 뭔지도 몰랐을 것 같은데 이렇게 준비한 후배들이 기특하다”며 훈훈한 답을 전했다. 그는 5만 원짜리 한 장을 건네고 거스름돈은 받지 않은 채 슬러시 두 개를 사 갔다. 선배들의 따듯한 발걸음은 여러 부스에 이어졌다. 후배들의 첫 부스 운영을 향한 응원의 마음이 깃들어 있는 듯했다.

해가 져가는 저녁 민광 무대에 조명이 켜지기 시작했다. 어제는 밴드 무대가 주를 이뤘다면 오늘은 다채로운 댄스 공연이 준비돼있었다. 동시에 공연을 보기 위한 학생으로 고대생 ZONE이 점점 채워졌다. 초대 가수 비와이의 말 한 마디 마디에 수많은 사람이 손을 흔들기도, 함성을 지르기도 하는 모습은 ‘청춘’이라는 단어를 떠오르게 했다. 비와이 무대가 끝난 뒤에도 여러 밴드 공연이 이어졌다. 밤 10시가 넘어 예정돼있던 비비 무대가 시작될 즘에는 더 많은 사람이 몰렸다.

 

수많은 사람, 수많은 매력이 함께한 대동제 3, 4일 차

 

26일 수요일 아침. 흐릿하고 습한 날씨가 아침 내내 이어졌다. 그 때문일까, 지난 이틀보다는 비교적 적은 사람들이 대동제 현장을 찾았다. 이윽고 오후가 되자 비가 추적추적 내리기 시작했다. 민광 무대에도 비를 막기 위한 조그만 천막이 설치됐다. 그렇지만 날씨는 고대생들의 불타는 흥을 잠재우기 역부족이었다. 여전히 부스와 주점은 학생으로 북적였고 잔나비의 공연을 보기 위해 많은 사람이 민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우비를 입거나 혹은 아무것도 걸치지 않은 채로 공연을 즐기는 이들이 눈에 띄었다. 빨간 망토를 두른 잔나비도 그에 보답하듯 ‘민족의 아리아’를 부르며 분위기를 한껏 달아 올렸다.

멀리서 우산을 쓴 채 잔나비의 공연을 즐기던 모녀에게 인터뷰를 요청했다. 어머니와 함께 축제에 온 계기를 묻자 “어머니도 저도 잔나비를 너무 좋아하는데, 마침 잔나비가 온다고 해서 모시고 오게 됐다”고 답했다. 어머니께 대동제 현장에 대한 소감을 묻자 “비가 오는데도 다들 활기차 보인다”며 “이게 젊은이들인가 싶다”고 웃음을 지어 보였다.

다음날인 26일에는 대동제 초대 가수로 인기 걸그룹 에스파가 방문한다는 소식에 민광이 아침부터 인산인해를 이뤘다. 공연이 잘 보이는 명당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학생과 팬들은 돗자리를 펴고 양산을 써 가며 줄을 섰다. 사람이 어찌나 많았는지 4시쯤 되자 민광 무대 주변은 발 디딜 틈이 없을 정도였다. 고대생 ZONE 입장 줄은 미래관을 한 바퀴 감고도 남을 만큼 길게 늘어서 있었다. 대기열 초반부에 계신 학우 두 분께 몇 시에 오셨냐고 여쭤보니 오전 9시부터 기다렸다고 답했다.

오후 3시. 아침보다 더욱 많은 사람이 민광 무대 주변으로 몰렸다. 인파를 벗어나 인터뷰 대상을 물색하던 중, 외국인 방문객 두 명과 이야기를 나눴다. 프랑스와 인도네시아에서 온 이들은 “(자신들의 나라에는) 축제 문화가 거의 없는데 매우 흥미롭다”는 소감을 전했다. 한편 지난 대동제와 입실렌티를 경험해본 19학번 학우 한 분은 “이전에는 이렇게 줄 서는 문화가 없었는데 이렇게 와보니 좀 충격적이다”며 목요일 대동제 분위기에 대한 소감을 건넸다. 이어 “고학번들끼리 만나면 군대 얘기 등을 하며 분위기가 칙칙해지기 일쑤인데, 이런 축제를 통해 새내기의 분위기와 에너지를 느낄 수 있는 것 같다”고 답했다.

오후 6시 반이 지났을 무렵. 초대 가수 공연 전 진행된 고대 갓 탤런트에서는 ▲성악 ▲비트박스 ▲솔로 댄스 등 다양한 재능을 가진 학우들이 각기 매력을 뽐냈다. 이윽고 에스파 무대가 시작됐지만 수많은 인파가 몰리는 바람에 신고를 받고 구급차가 출동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압사 사고 우려가 지속되는 와중 인파에 휩쓸려 교양관 명패가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다. 상황을 정리하느라 기존에 계획됐던 악뮤 무대는 50분 가까이 미뤄졌다.

오후 11시가 되어갈 때쯤 수많은 인파가 빠져나간 민광은 쓰나미가 빠져나간 해변 같았다. 여기저기 물병과 돗자리, 술병이 굴러다녔다. 민광을 오가는 많은 사람의 발에 쓰레기가 여기저기서 채이고 있었다. 28일로 넘어가는 새벽 1시. 민광 한 구석에서 말없이 1시간 넘도록 쓰레기를 줍고 있는 사람이 있었다. 자신을 16학번 졸업생이라 소개한 그녀에게 쓰레기를 줍는 이유를 묻자 “너무 더러워서 줍는다”며 “사실은 착한 척하고 싶어서 그런 거”라는 농담조의 시크한 대답을 전했다. 재학생도 아닌 졸업생이 다른 사람들이 내버려 두고 간 쓰레기를 묵묵히 치우는 모습에 씁쓸함과 따듯함이 동시에 느껴지는 밤이었다.

 

입실렌티, 우리의 함성으로 다시 쓰는 신화

 

대망의 입실렌티 당일 정오. 안암 이곳저곳은 녹지 운동장으로 향하는 발걸음으로 가득 찼다. 고려대 운동선수 유니폼부터 각 학과 단체 티까지 붉은 옷을 입은 학우로 거리는 메워져 있었다. 안암병원과 기숙사 주변으로 입실렌티 대기열이 길게 늘어섰고, 그 옆에서는 각종 간식을 파는 노상도 찾아볼 수 있었다. 학우들의 표정엔 설렘이 가득했고, 줄을 선 채로 응원가와 교호를 연습하는 학우도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었다.

오후 2시가 좀 지난 시점. 햇볕이 뜨겁게 내리쬈다. 평소라면 강의실에 앉아 교수님의 설명에 귀 기울일 시간이겠지만 오늘만큼은 삼삼오오 무리를 지어 원을 만들기 바쁘다. 학생들은 땀을 뻘뻘 흘리면서도 원을 만들어 함께 응원가에 심취했다. 다들 익숙지 않은 응원에 어리둥절하다가도 줄곧 어깨동무와 함께 응원가를 신나게 따라부르는 모습이었다. 1부 응원의 마지막 곡인 뱃노래가 울려 퍼지자 모두가 일제히 앉아 노를 젓기 시작하는 모습에 다들 가슴이 뛰는 듯했다. 열정적인 응원에 더해진 지글지글 타는 듯한 태양은 많은 학우가 2천 원짜리 얼음물을 고민도 하지 않고 사게 했다.

오후 3시. 1부 응원이 끝나고 모든 단과대가 자리를 잡느라 어수선한 분위기도 잠시, 연이은 초대 가수의 등장으로 장내가 발칵 뒤집혔다. 해가 지고 저녁 9시가 될 무렵까지도 ▲헤이즈 ▲싸이 ▲아이들 ▲싸이까지 초호화 연예인 라인업에 들뜬 분위기는 쉽게 가라앉지 않았다. 더불어 이번 입실렌티에서는 물대포까지 설치돼 누구보다 뜨겁게 함성을 지르는 학우들에게 시원함을 선사했다.

공연을 보기 위해 무대 앞으로 달려 나가는 과정에서 잦은 충돌사고가 생기기도 했다. 갑작스러운 가수 박재범 공연의 시작으로 무대로 몰린 인파에 가방을 밟힌 한 정경대 학우에게 말을 건네봤다. “과반별 구역을 이탈하지 말라고 해서 그 자리를 지킨 건데 다들 우르르 달려 나가니 속수무책”이고 “소지품이 다 망가져서 속상하다”며 정돈되지 않은 장내 상황에 답답함을 표출했다.

모든 특별 무대가 끝난 9시 무렵. 다시 응원가 퍼레이드가 시작됐다. 모르는 사람들끼리도 주변에 보이는 아무 원에나 들어가서 응원을 즐기는 모양새였다. 특히나 3부 응원제에서는 입실렌티를 겪어본 고학번 선배들이 여기저기 퍼져 있었던 탓이었는지, 앞선 1부와 2부를 겪으며 한껏 달아오른 분위기 탓이었는지, 1부 응원제보다 훨씬 우렁차고 뜨거운 응원이 이어졌다. 고학번 선배들은 먼저 나서서 후배들에게 응원 동작을 알려주기 바빴다. 그렇게 11시가 넘어서야 응원이 모두 끝났고, 모두가 걸걸한 목소리로 서로에게 수고했다는 인사를 건네며 입실렌티는 끝이 났다.

그러나 장장 5일간 이어진 축제 열기는 미처 다 식지 않은 듯했다. 입실렌티가 끝난 뒤 안암을 주변으로 벌어진 뒤풀이에서도 뜨거운 함성은 계속됐다. 일부 학생들은 참살이 길에서 또다시 원을 만들어 목청 높여 응원가를 부르기도 했다. 압도적인 본교 응원 문화에 여전히 취한 학생들의 흥겨운 목소리였다. 그런가 하면 각 과반 뒤풀이는 선후배 간 만남의 장으로 작용했다. 평소에 서로 마주칠 일이 없는 새내기와 고학번이 옆 테이블에 앉아 담소를 나누면서 훈훈한 분위기를 자아냈다.

드넓은 녹지 운동장을 우리의 목소리만으로 가득히 채웠던 뜨거웠던 금요일도 이렇게 마무리됐다. 입실렌티에서 응원을 즐기고, 뒤풀이에서는 처음 보는 동기나 선배와도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다 보니 이런 끈끈한 인간관계가 ‘고려대만의 매력’이 아닌가 싶은 생각이 절로 들었다. 소위 ‘고뽕’에 흠뻑 젖은 나날이었다.

 

뜨거웠던 축제, 내년을 기약하며

 

5월 마지막 주 본교생을 열광케 했던 대동제와 입실렌티가 마무리됐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처음으로 열렸던 대동제와 입실렌티는 다양한 부스 운영과 응원, 공연 및 화려한 연예인 라인업으로 우리의 몸과 마음을 즐겁게 해줬다. 본교의 유서 깊은 응원 문화가 되살아난 점도 의미 있는 부분이었다. 앞으로 대동제와 입실렌티가 내년을 비롯해 앞으로도 영원히 본교의 즐거운 축제로 남아주길 바라는 마음이다.

 

정채빈·유민제·이정윤 기자
jcbid1020@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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