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연 운영위 심사, 많은 목소리에 귀 기울여야

본교 동아리연합회(이하 동연)는 82개 중앙동아리 및 기타 가등록 동아리들로 이뤄진 자치단체다. 지난 3월 기준 ▲기악예술분과 11개 ▲사회분과 9개 ▲생활문화분과 7개 ▲언어분과 6개 ▲연행예술분과 8개 ▲인문과학분과 13개 ▲전시창작분과 8개 ▲종교분과 10개 ▲체육분과 14개의 동아리가 동연 소속으로 활동하고 있다. 이를 실무적으로 이끌어가는 동연 운영위원회는 동연 회장·부회장과 각 분과의 분과장으로 구성돼 동아리 등록 심사, 사업지원금 심의, 징계 결정 등의 업무를 수행한다. 지난 8월 말 동연 운영위는 20-2학기 중앙동아리 재등록 및 20-1학기 사업지원금 사용 내역서 제출을 공지했다. 그러나 운영위 측의 관련 안내 및 심사 절차가 철저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오며 동아리 회장들 사이에 논란이 일었다.

 

관용(寬容) 없는 관용(慣用)

회칙에 따르면 기존 중앙동아리는 매 학기 개강일 30일 이내에 재등록해야 중앙동아리의 지위를 유지할 수 있고, 재등록은 서류 제출 후 동연 운영위의 심사를 통과해야 가능하다. 동연 운영위가 각 동아리 회장에게 전한 심사에서 탈락할 수 있는 실질적 요건은 ▲회원명단에서 회칙상 ‘정회원’이 20명을 넘지 않을 때 ▲서류에 회장 서명이 없을 때 ▲학번 및 학과가 오기재됐을 때 ▲동아리 설명이 300자를 넘지 않았을 때 ▲활동계획이 2개를 넘지 않을 때 ▲활동내용이 전문성 강화, 대중, 공익활동이 아닐 때 ▲총무의 계좌, 전화번호, 학번 등 제출된 서류가 양식에 맞지 않을 때 등이다.

36차 운영위 회의에서 이번 학기 재등록 관련 징계를 논한 결과 총 7개 동아리가 ‘주의’, 4개 동아리가 ‘경고’ 처분을 받았다. 그러나 동연 운영위의 재등록 심사에 대해 미흡했던 공지에 비해 지나친 징계를 부과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한 중앙동아리 회장 A 씨는 “예년과 다르게 오프라인 서류의 우편 제출이란 조건이 새로 붙어 기간 내 제출이 힘들어졌다”는 점을 비롯해 이번 학기 제출 서류에 많은 요소가 바뀌었으나 가이드라인 파일이 불완전했음을 지적했다. 예컨대 ‘재등록 서류를 동아리연합회 제출본, 학생지원부 제출본으로 2부 인쇄, 2부 온라인으로 모두 공식 계정으로 보내면 된다. 화재예방서약서 역시 자가진단표까지 작성하여 모두 공식 계정으로 보내면 된다’고 명시한 공지로는 화재예방서약서를 몇 부 내야 하는지나 온라인으로만 제출해도 되는지가 불명확하다. 또 다른 중앙동아리 회장 B 씨는 “가이드라인이 추가적인 공지로 계속 바뀌었다”며 서류 준비 시 혼란을 겪었음을 전했다. 실제로 지난달 14일부터 23일까지가 재등록 서류 제출기한이었으나 21일까지도 동연 홈페이지에 게시된 공지문의 사소한 문구 등이 수정된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모호한 공지를 오인해 징계까지 내려지기도 했다. 일례로 KUDT를 비롯한 4개 동아리는 재등록 서약서에 ‘온라인 서명’을 미포함했다는 이유로 주의 처분을 받았다. 이중 KUDT는 PDF의 전자서명 기능을 활용해 제출했으나 온라인 서명으로 인정되지 않았다. KUDT 측은 동연 공지사항과 분과 단체 채팅방에는 ‘스캔본이나 온라인 서명이 된 전자서류’, 재등록서약서 가이드라인 파일에는 ‘온라인에는 온라인 서명, 오프라인에는 펜으로 서명’이라고 명시돼 있어 온라인 제출 서류에도 자필 서명이 필히 요구된다고 해석하기 어렵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그러나 운영위 측은 ▲매년 온라인 서명은 자필 서명으로 이해돼온 점 ▲공지문에 반드시 자필 서명을 남겨달라고 요청한 점 ▲온라인 서류에 대표자 제출을 확인할 수 있는 것이 서명이 유일해 이를 통해 특정성을 확인해야 하는 점을 근거로 이의를 기각했다. 이에 중앙동아리 회원 C 씨는 “(징계를 받은 동아리들) 대부분은 단순히 동연 측 공지를 잘못 이해하거나, 내용상 오탈자가 있는 등 실제 동아리 활동의 적절성을 판단하는 데에는 지장이 없는 사유로 징계를 받았다”며 형식에 얽매인 듯한 심사에 의문을 제기했다.

재등록서약서가 통과되지 않고 보류된 경우 운영위의 심의에 따라 주의 징계를 받을 수 있다. 30일까지도 보류 상태이면 미제출로 간주돼 제명안건에 오르나, 서류를 보완해 재차 열리는 운영위 회의에서 재등록이 가능해지면 보류 상태에서 벗어난다. 이처럼 재등록 심사만으로 동아리가 제명되기는 사실상 어렵다. 하지만 서류 보류 시 부여받는 ‘주의’는 3개가 누적되면 ‘경고’로 전환돼 해당 학기 동안 사업지원금과 동아리 교비 지원을 받을 수 없다는 점에서 동아리 회장들에겐 중요한 사안이다.

 

일관성 없는 심사

심의를 둘러싸고 논란이 지속하는 가운데 동연 운영위는 지난 1일 재심의를 거쳐 징계를 철회했다. 전대 속기록을 검토하는 와중 ‘온라인 서명이 포함되지 않았더라도 오프라인 서명을 제출한 경우 충분히 특정성이 확보될 수 있다’며 징계 없이 수정을 요청한 사실이 확인됐다는 이유였다. 이는 이미 산회한 운영위의 결정을 재심의할 수 없다는 세칙을 어기면서까지 내린 결정이다. 따라서 주의 처분을 받았던 4개 동아리는 온라인 서류의 서명을 자필 서명으로 변경해 재제출할 수 있게 됐다. KUDT 회장 나예진 씨는 “재등록은 모든 동아리에게 가장 중요한 사안임에도 불구하고 운영위가 충분한 검토나 논의 없이 징계를 부여했던 것 같다”는 의견을 밝혔다.

한편 재등록 심사가 재심의되자 직전에 이뤄진 사업지원금 심사와의 일관성 문제도 제기됐다. 재등록에 앞서 수호회는 사업지원금 지출 내역 심사에서 ‘온라인 영수증 미제출’로 징계를 받았다. 운영위는 ▲온/오프라인 서류를 모두 내야 할 때, 오프라인 서류에만 내용을 기재하고 온라인 서류에는 내용을 미기재해도 된다고 해석할 수 없는 점 ▲서류 추가제출 허용 시 지나친 시간 소요 ▲그간 재심의 기회가 주어지지 않은 동아리 다수와의 형평성을 고려해 수호회의 서류 재제출 요구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이에 수호회 측은 재등록 재심의 사안과 달리 재제출의 기회를 부여받지 못한 데에 의문을 표했다. 수호회 회장 박성근 씨는 “사업지원금을 박탈당하면 수호회 활동은 코로나19에 재정적 이유까지 더해져 많이 축소될 수밖에 없다”며 동연 운영위의 행보가 “형평성과 동아리 진흥이라는 존재 이유에 부합하는 것인지 유감스럽다”는 입장을 전했다. 수호회의 이의 제기로 해당 사안은 지난 10일 상위 의결기구인 동연 대표자 회의에서 재심의가 인정된 상황이다.

이외에도 재등록 재심의와 관련해 ▲동아리 대표자 회의에서 사건을 논의하지 않고 내부 재심의를 한 점 ▲사과문을 공개적으로 게시하지 않고 분과별 동아리 대표자에게만 전달한 점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따뜻한 울림 전해질지

매 학기 돌아오는 재등록 심사에서 동아리 회장들은 토씨 하나 틀리지 않고 기준을 맞추기 위해 애쓰고 있다. 중앙동아리로 등록되면 동아리방 사용, 사업지원금 수령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는 만큼 공식적이고 엄격한 규범에 따라 운영돼야 함이 분명하다. 그러나 이번 학기는 코로나19 사태로 온전한 동아리 활동이 힘들었다는 점과 맞물려 동연 운영위 측의 불충분한 공지와 아쉬운 일 처리가 동아리 회장들의 불안함을 더욱 키운 것으로 보인다. 동연 운영위는 사과문에서 “앞으로 최대한 회칙을 준수할 것을 약속하며, 운영위 결정이 학생대표기관으로서 동연의 자치를 결정하는 중대한 책무를 지님을 인식하고 실수 없는 결정을 할 수 있도록 최대한의 노력을 다해나갈 것”이라고 알렸다. 원활한 중앙동아리 활동을 돕고자 하는 동연 운영위의 따뜻한 울림이 동아리 회장들에게 전해질 수 있을지 많은 관심이 요구된다.

 

 

조수현·민재승 기자

shcho712@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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