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러난 부실공사, 머지포인트 사태

지난달 11일 선불전자지급수단인 ‘머지포인트’의 사용처가 급격하게 축소되면서, 운영업체인 ‘머지플러스’는 대규모 환불 사태, 이른바 ‘머지런(머지플러스+뱅크런) 사태’에 직면했다. 회사의 정상화는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이며, 관련 제도의 허점까지 드러난 상황이다. 발단부터 쟁점, 해결 논의까지 머지런 사태 전반을 The HOANS에서 살펴봤다.

 

머지런이 뭐길래

 

‘머지포인트’는 ‘무조건 20% 할인’을 내세우며 유명해진 상품권 서비스로, ‘머지플러스’라는 모바일 결제 플랫폼 업체에서 운영한다. 2017년 설립 이후 매장별 적립 쿠폰이나 포인트를 하나로 통합하는 것을 목표로, 2019년 1월엔 전국 6만여 개로 가맹점을 늘려왔다. 그러다 2020년 3월, 머지플러스는 ‘모든 업종에서 20% 할인’이라는 파격 혜택을 내걸고 ‘선지급 포인트’를 판매하기 시작했다. 이후 소비자들의 입소문으로 지난 1년간 누적 가입자는 100만 명을 넘고 상품권 발행액만 1,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그러나 지난 8월 11일, 머지플러스는 가맹점을 ‘음식점업’으로 축소한다는 공지와 함께 돌연 포인트 신규 판매를 중단하고, 포인트 사용처도 200여 곳에서 20여 곳으로 크게 줄였다. 현행법상 머지플러스의 머지머니와 같은 선불전자지급수단을 발행하려면 카카오페이나 토스와 같이 전자금융업자로 신고해야 한다. 그러나 머지플러스 측은 전자금융업자가 아닌 상품권 발행업으로 사업을 등록했다. 최근 투자를 유치하는 과정에서 해당 사실이 드러나 금융당국이 시정을 요구했고, 지난 11일 이를 받아들이며 위의 공지와 함께 사용처를 음식점업으로 제한하고 머지머니의 발행을 중단하는 등 서비스를 축소했다.

머지포인트의 이용률이 음식점업보단 편의점과 대형마트 등에서 훨씬 높았을뿐더러 남아있던 가맹점들마저 철수하면서 머지포인트의 사용처는 빠르게 줄었다. 그러자 포인트를 활용할 길이 없어진 소비자들은 머지플러스를 강도 높게 비난하며 환불을 요구했다. 이에 머지플러스는 구매금액의 90%만 순차 환불하겠다고 밝혔으나 실제 환불이 거의 진행되지 않자 이용자들은 본사에 찾아가 항의했다. 이에 머지플러스는 지난달 10일 이후 온라인을 통해 대상자 확인 후 환불을 진행 중이며, 4분기 내 환불작업을 완료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나 이후 환불 절차 진행도 지연되며 머지플러스 측의 고의성 여부가 논란이 되고 있다. 그러던 지난달 26일 이커머스 상점 11번가가 전액 환불을 진행하자 머지플러스 측은 돌연 환불을 중단한 상태다. 머지플러스 측의 환불에 관한 입장 선회가 반복되며 소비자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뜯어보니 총체적 난관

 

업계에서는 소비자들의 환불 가능성은 물론 사태 이후 머지플러스의 정상화 가능성에 대한 비관적인 시선이 적지 않다. 회사 부채만 300억 원이 넘는 상황에서 부채보다 많은 1,000억 원에 가까운 금액을 돌려주기는 어려우며, 시장의 신뢰를 이미 잃은 상황에서 외부 투자 유치를 통한 자금 수혈 역시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게다가 아직도 환불의 구체적인 규모나 일정이 제시되지 않아 소비자는 환불을 기다릴 수밖에 없다. 머지플러스 측은 전자금융업자 등록을 빠르게 추진해 법적 리스크를 해소하고 사업을 정상화하겠다고 밝혔으나 이 역시 당장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전자금융업자 등록을 위한 부채 비율 기준은 200% 미만인데, 자기자본금 30억에 본사가 주장하는 잉여자본금 14억을 더하더라도 자본금은 44억 정도이다. 현재 부채 수준을 고려하면 부채 비율은 약 680%로 200%를 훨씬 넘기 때문이다.

그렇기에 이번 사태가 계획적인 다단계 금융사기가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정상 기업이라면 이러한 손실에 기업 운영비까지 충당하는 수익이 있어야 하는데 머지플러스는 마땅한 수익 구조가 확인되지 않기 때문이다. 그렇다 보니 머지플러스는 앞선 고객의 손실을 신규 고객의 결제 수익으로 메우는 ‘돌려막기’식의 사기를 계획했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이에 대해 머지플러스 권남희 대표는 무리한 초기 마케팅의 결과라고 해명했으나 의구심은 여전하다. ▲만성 적자 해소 방안의 부재 ▲빈약한 비즈니스 모델과 지속적 할인 프로모션 ▲금융당국에 대한 재무제표 제출 거부 등 사업의 현실성 및 투명성의 부족이 근거로 제시된다. 실제로 머지플러스의 전신인 머지홀딩스의 재무제표에 따르면 지난해까지 4년 연속 자본잠식 상태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위태로운 재무 상황 속에서 모험적 사업을 피며 발생한 위험은 소비자가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

머지플러스와 같은 포인트 사업의 이른바 ‘먹튀’ 사건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03년 하프플라자 사태와 도깨비쿠폰 등 예전부터 상품권 사기 사건은 종종 있었으나, 엉성한 법망으로 인해 법적 해결이 어려운 상태였다. 지난해 9월에는 이용자 자금 보호 가이드라인이 마련됐으나 법적 효력이 없는 권고사항에 그쳐 실질적인 해결책으로써 한계가 있다. 지난해 11월 개정한 전자상거래법도 효력을 발휘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현행법상 금감원은 전자금융업자로 등록한 회사만 감독할 수 있어 미등록 회사에 대한 규제 사각지대 발생이 불가피했다. 그러나 금감원이 감독 권한이 없더라도 소비자 피해가 예상되는 금융 서비스에 경보를 내릴 권한이 있음에도 미리 대처하지 않았다는 비판이 나온다.

 

금융당국의 대응은

 

혼란이 계속되자 지난달 16일 금감원은 현황을 검토하는 대책 회의를 열어 해결 방안을 발표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환불 및 영업 동향 등을 면밀히 감시하는 등 관련 기관과 긴밀히 협조하여 고객 피해 최소화를 유도해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또한 선불업자들을 파악 및 점검하여 재발 방지책 마련에 힘쓸 계획이다. 한편 이번 사태에 대한 검경의 본격적인 수사도 진행되고 있다. 지난달 17일 금감원은 머지플러스가 금융당국의 자료요구에 응하지 않거나, 거짓 자료를 제출할 가능성을 고려해 전자금융법 위반 혐의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다. 이에 경찰청은 지난달 25일 본사와 결제대행사 등 5곳을 압수수색하고 대표 3명에 출국금지령을 내렸다. 다단계 금융사기 의혹 조사와 고의성 입증이 요건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번 사태로 인해 소비자들 사이에서 실질적인 재발방지책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이에 지난달 18일 무소속 양정숙 의원은 입점업체의 인허가 상태에 대한 전자상거래 업체의 사전 검증 의무를 부여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이른바 ‘이커머스 입점 검증책임제’를 발의했다. 같은 날 여당은 소비자가 플랫폼에 직접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게 하는 ‘배상책임’의 내용을 담은 법안을 발의했다. 한국은행 또한 금융당국이 영국, 독일, 중국 등 주요국 사례를 고려해 법률 개정안을 마련함으로써 소비자 보호 체계를 시급히 확립할 것을 강조했다.

규제 강화책이 등장하자 그 적절성에 대한 찬반 논란도 거세지고 있다. 찬성 측에서는 소비자 보호는 물론 업계 신뢰도도 높아질 것이라며 법 개정안 발의를 반기는 분위기다. 부실한 입점업체를 선제적으로 골라내어 사고에 미리 대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반면 일각에선 필요 이상의 규제가 시장의 성장을 제한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현재 발의된 법안들은 개인이 판매에 대한 책임을 지는 오픈마켓의 특성과 맞지 않으며, 판매자 입점과 상품 등록 속도도 느려지면서 결국 소비자 불편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주장이다.

 

제2의 머지런을 막으려면

 

이번 머지런 사태의 발생은 회사 자체의 방만한 경영뿐 아니라 기존 금융 제도의 엉성함에 기초하고 있다. 시장은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반면 금융당국이 이를 따라가지 못한 것이다. 뒤늦게 금융당국이 지난달 27일 전체 카드사를 대상으로 머지플러스를 비롯한 선불전자지급업체와 맺은 제휴 상황 파악에 나섰으나 이미 피해자가 다수 발생한 상황에서 뒤늦은 조치라는 비판이 나온다. 사태 초기 금융당국이 머지플러스가 전자금융업 미등록 업체여서 조사권이 없다는 이유로 조사를 미루지 않았다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었을 것이라는 지적이다. 또 다른 피해자가 발생하지 않기 위해서는 금융당국이 소비자 보호, 시장의 유연성 등을 고려해 관련 규제를 강화하는 등 빠른 시일 내로 재발방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최혜지·손성진·정서영 기자
chj0418@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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