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다시 등장한 욱일기 논란

욱일기는 일본 제국주의 시기의 군기다. 한국에서는 욱일기를 전범기로 인식하고 사용을 엄격히 금지한다. 일본과 외교 관계에 있어서 욱일기는 매번 큰 논란을 불러온다. 이에 The HOANS에서 ▲욱일기의 역사 ▲욱일기에 대한 양국 국민의 정서 ▲한국 정부의 욱일기 대응 등을 정리해봤다.

지난달 초 일본 해상자위대 창설 70주년 국제 관함식이 열렸다. 일본 해군 함정은 욱일기를 꽂은 채 행사를 진행했는데, 여기에 대한민국 해군이 참여·경례해 논란이 됐다. 욱일기를 어떻게 바라볼지를 두고 한·일의 견해가 다르다. 한국은 욱일기를 전범기의 일종으로 봐야 한다고 주장하는 반면 일본은 욱일기를 일본의 전통문화로 봐야 한다고 주장한다. 심지어 한국 정부는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욱일기에 대응하는 방법이 달랐고 일본 내에서도 욱일기 사용에 대한 견해가 다양하다.

욱일기의 역사

 

욱일기는 1870년 일본 육군의 정식 국기로 채택되면서 탄생했다. 욱일기는 태양(히노마루)을 뜻하는 빨간색 원 주위로 16개 광선이 뻗어 나오는 모습을 하고 있으며 ‘아침 해가 떠오르는 기세로 제국을 이룬다’는 일본의 제국주의 사상을 담았다. 흔히 욱일기는 나치의 하켄크로이츠와 함께 전범기로 불린다. 꺾인 십자가 모양의 하켄크로이츠는 히틀러가 민족주의 운동에 사용하며 전범의 상징이 됐다. 마찬가지로 일제의 군대가 아시아 지역을 침략하며 욱일기를 사용했기 때문에 욱일기는 전범을 상기시킨다는 주장이다.

2차 세계대전에서 패전하면서 두 국기는 다른 길을 걷는다. 독일은 새로운 국가를 건설하면서 나치와 전범의 상징인 하켄크로이츠의 사용을 법적으로 금지했다. 그러나 일본은 ▲천황제 중심의 국가를 유지하고 ▲공식적으로 욱일기 폐지를 발표하지 않았으며 ▲전후 냉전 시기에 해상자위대를 다시 건설했다. 이때 일본은 해상자위대의 공식기로 욱일기를 채택하면서 욱일기는 공식적으로 다시 사용되기 시작했다. 이렇듯 제국주의 때 사용했던 국기를 전후 처리한 방법이 달라 하켄크로이츠는 엄격히 금지됐지만 욱일기 사용은 통제되지 않고 있다.

 

일본은 욱일기에 정말 관심이 없을까?

 

일본인 역시 욱일기를 침략 전쟁 시작 후 육군과 해군의 깃발로 접한 경우가 다수다. 대부분의 일본인은 욱일기가 전범기라는 논란에 큰 관심이 없다. 일본이 전범 역사는 미화·왜곡하지만 욱일기는 아예 언급조차 하지 않기 때문이다. 욱일기에 대한 교육이 부재하니 일본인은 욱일기와 자국 군대의 공식기를 당연시한다. 일본인이 욱일기에 큰 관심을 두지 않은 또 다른 이유는 전 세계적으로 욱일기에 대한 문제의식을 느끼는 나라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한국과 마찬가지로 일본의 침략을 받았던 중국은 일본과의 관계 개선을 위해 일본에 욱일기 사용을 금지해달라는 요청조차 하지 않았다. 최근 카타르 월드컵에서 일본 관중의 욱일기 반입이 제지된 점은 긍정적이나 아직 국제사회에서 욱일기의 문제의식은 저명하지 못하다.

일본 정부의 욱일기에 대한 태도는 비일관적이다. 2008년 베이징 올림픽 당시 일본 정부는 중국과의 마찰을 의식해 욱일기를 사용하지 말라는 안전 가이드를 내렸다. 2013년 도쿄 신문에서는 “욱일기가 두드러지고 있는 곳은 혐한 데모 장소”며 “무신경하게 욱일기를 흔드는 사람이 증가한 것은 일본의 우경화 문제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자국에서 열리는 도쿄 올림픽에서는 욱일기 사용을 허용했다. 고미 요지 도쿄 신문 논설위원은 SBS 비디오머그와의 인터뷰에서 “(도쿄 올림픽의) 욱일기 사용이 아무 문제가 없다는 일본 정부의 설명은 모순적이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한국에서 욱일기는 “절대 사용 금지”

 

반면 욱일기는 한국인에게 매우 적대시되는 존재다. 국내외 유명인들은 종종 욱일기 문양으로 논란에 휘말리기도 한다. 게다가 한 온라인 쇼핑몰의 광고 제품 영상에 욱일기를 연상시키는 이미지가 사용되자 판매가 중단되기도 했다. 이처럼 욱일기를 연상시키는 요소만으로도 국내에서는 상당히 예민한 반응을 불러일으킨다. 지난해 10월 일본 외무성 공식 유튜브에 ▲한국어 ▲중국어 ▲영어로 제작한 욱일기 홍보영상이 게시되자 한국에서 뜨거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는 “보자마자 신고했다”, “분이 풀리지 않는다”같은 격한 반응이 이어졌다.

욱일기 사용을 제지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는 이들도 있다. ‘욱일기 퇴치 캠페인’을 벌이고 있는 서경덕 성신여대 교수는 도쿄 올림픽 당시 욱일기를 이용해 응원하는 모습을 담은 사진을 해외 주요 언론사에 제보해 욱일기가 전범기라는 사실을 알렸다. 또한 서 교수는 일본 프로축구 구단의 욱일기 응원에 대한 문제를 유럽 축구 리그 전 구단에 고발하기도 했다.

이뿐만 아니라 사이버민간외교사절단인 반크(VANK)는 일본의 욱일기와 나치의 하켄크로이츠가 같다는 카드 뉴스를 제작했으며 이는 3.1절이나 광복절 때 SNS에서 많은 공유 수를 기록했다. 이에 사람들은 “아직 세계 사람들이 미온적이지만 꾸준히 운동을 이어 나가야 한다”, “일본 정부의 욱일기 홍보에 맞서 역사를 바로 알려야 한다”는 등 반크의 운동을 지지하는 반응을 보였다.

 

한국 정부의 욱일기 대응

 

한국 정부의 욱일기 대응 역시 시기에 따라 다른 양상을 보였다. 2015년 박근혜 전 대통령은 일본이 욱일기를 형상화한 깃발을 달았음에도 일본 해상자위대가 주최하는 국제 관함식에 참여했다. 당시 야당에서는 우리 함정을 보내면 안 된다는 의견을 내비쳤으나 박근혜 정부는 한·미·일 안보 체계 협력을 목적으로 ‘대조영함’을 보냈다. 문재인 정부 때는 2018년 제주도에서 열린 ‘대한민국 해군 군제 관함식’에 일본 해군을 초대했다. 이때 외교부는 일본에 욱일기 계양 자제를 요청했으나 일본은 이를 거부하고 관함식에 불참했다. 여기서 빚어진 갈등은 2018년 12월 일본 초계기와 한국 광개토대왕함이 출동하며 실제 군사 갈등으로 빚어지기도 했으며 이후 일본은 2019년 관함식에 한국 해군을 초청하지 않았다.

한편 지난달 일본 해상자위대가 주관한 국제 관함식에 한국 해군이 참여해 자위함기가 달린 일본 함정에 거수경례한 것을 두고 비판이 제기됐다. 관함식 참여 전부터 한국 해군이 일본 군국주의의 상징인 욱일기와 유사한 자위함기에 경례하는 게 옳은 일인지를 두고 논란이 있었다. 국방부는 7년 만의 관함식 참석을 결정하며 논란을 의식한 듯 전투함 대신 군수지원함을 보내고 자위함기와 욱일기는 다르다는 해명을 냈다.

이에 야당은 국방부의 설명이 ‘말장난’이라며 지적했다. 실제로 자위함기와 욱일기가 같지는 않으나 모양을 매우 유사하게 본떠 만들었기 때문에 국방부에 설명은 변명에 불과하다는 입장이다. 국민 사이에서도 비판 여론은 들끓었다. 이처럼 한국 정부의 욱일기 대응은 정부의 기조마다 다르게 전개됐으며 이외에도 한·미·일 안보협력 등 고려해야 할 사항이 많아 복잡한 문제로 여겨진다.

 

앞으로 어떻게 마주해야 할까

 

욱일기는 한일관계의 가장 예민한 역사 문제 중 하나다. 욱일기의 역사는 오래됐으나 욱일기의 사용을 반대하는 운동의 역사는 짧다. 독일 정부는 나치 문양을 법적으로 금지하고 이를 EU 전체에 적용하기 위해 여러 입법 노력을 행했다. 반면 일본 정부는 욱일기의 실체를 알리기보단 오히려 정당화하고 사용을 허용하는 모습이다. 욱일기의 지속적인 사용은 끝없는 외교 문제를 일으켜 마찰을 빚으며 소모적인 논쟁을 만든다. 일본 정부는 진실한 역사 앞에서 떳떳해질 수 있도록 욱일기의 사용에 대해 재고할 필요가 있다. 한국 정부 또한 외교‧국방 부분을 고려함에 앞서 일본의 욱일기 사용에 대한 강경한 태도를 유지하고 끊임없이 맞서 싸우길 바란다.

 

이상훈·정상우 기자
qxid0518@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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