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스크 대란, 발단부터 현재까지

질병관리본부(이하 질본)를 위시한 의료계와 보건 당국은 시민들에게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의 검정을 거친 KF 마스크를 쓸 것을 권고했다. 비말 감염을 기반으로 확산되는 코로나19의 특성상 호흡기를 완벽히 보호할 수 있는 KF 마스크가 전염 예방에 더욱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코로나19 확진자가 1만 명 돌파를 목전에 두면서 KF 마스크는 고사하고 일반 면 마스크조차 구하지 못한 시민들이 많다. 마스크 사재기로 인해 소셜커머스를 비롯한 각종 구매처의 재고가 빠르게 소진되면서 시민들은 마스크 확보에 분주한 상황이다.

다 같은 마스크가 아니다?

마스크는 크게 ▲방한용 ▲방진용 ▲의약외품 마스크로 나뉜다. 방한 마스크는 추위로부터 얼굴을 보호하는 얼굴을 보호하는데 최적화돼 있으며 방진용 마스크는 산업 시설에서 발생하는 먼지를 막기 위해 사용된다. 최근 코로나19 사태로 수요가 급증한 마스크는 전염병을 방지하는 의약외품 마스크다. 해당 마스크는 다시 ▲보건용 ▲수술용 ▲방역용 ▲황사 차단 마스크로 분류된다. 보건용 마스크는 호흡기 질병의 감염을 차단하며 수술용 마스크는 의료기관에서 진료나 치료 시 사용한다. 방역용 마스크와 황사 차단 마스크에는 특수필터가 장착돼 있으며 각각 전염성 질병과 미세먼지의 인체 유입을 방지한다. 코로나19의 감염 경로가 보균자의 비말이므로 어떤 마스크를 사용하더라도 비말 보호와 코로나19 예방에 어느 정도 효과가 있다. 하지만 전문기관에서는 감염 위험성이 높은 고위험군의 경우 면으로 된 방한용 마스크가 아닌 보건용 마스크를 사용할 것을 권고한다.

코로나19에 가장 효과적인 마스크는 KF 표시가 붙은 황사 차단 마스크와 N95 마스크다. KF는 Korea Filter의 약자로 KF 뒤 숫자는 해당 마스크의 성능을 나타낸다. KF80 마스크의 경우 평균 입자 크기 0.6㎛ 이상의 미세입자를 80% 차단한다. KF94는 평균 입자 크기 0.4㎛ 이상의 미세입자를 94% 차단한다. KF 마스크 이외에도 방역용 마스크 N95는 크기가 0.3㎛ 이상의 오염물질을 95% 차단하는 효과가 있다. 식약처와 질본은 코로나19 의심자를 돌보는 경우 KF94 이상의 보건용 마스크 착용이 필요하다고 권고했다. 덧붙여 일반인의 경우 KF80 마스크 착용도 코로나19 예방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장사진은 이뤘는데

코로나19 예방에 마스크가 필수적임에도 불구하고 시민들은 마스크를 구하지 못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마스크의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면서 품귀 현상은 여러 양상으로 일어나고 있다. 시민들이 우체국이나 약국 등 마스크를 구할 수 있는 가게 앞에서 길게 줄을 선 모습은 예사가 됐으며 재고가 없어 기다리다 돌아서는 경우가 빈번하다. 중앙일보에 따르면 이달 2일 전국 우체국 1,406곳에서 오전 11시부터 마스크 65만 매를 공급했으나 대부분의 우체국에서 5분 만에 완판됐다. 대다수 우체국에서 선착순 80명 정도만 마스크를 구매할 수 있었기 때문에 이에 대한 시민들의 항의도 빗발쳤다.

수급난 속에서 편의점 마스크 재고를 알려주는 ‘마스크 알리미’도 등장했다. 프로그래밍교육단체 ‘멋쟁이 사자처럼’의 이두희 대표는 5일 자신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통해 마스크 알리미 사이트를 소개했다. 해당 사이트는 오전 11시에서 오후 11시 사이 사용자 위치 주변의 편의점에 마스크 재고 여부를 10분 간격으로 확인해 알려준다. 이 대표는 배달 애플리케이션 ‘요기요’에서 정보를 받아 재고 현황을 업데이트한다고 설명했다. 해당 사이트는 특히 지난달 코로나19 확진자 동선 보기 사이트 ‘코로나 알리미’를 만든 본교 학생 개발자들이 이 대표의 데이터 기술 자문을 받아 제작된 것으로 알려져 더욱 화제가 됐다. 이 대표는 해당 사이트를 통해 마스크를 구하는 데 도움이 되기를 바라며 “접속자가 많아 서버를 빠르게 늘리겠다”고 밝혔다.

정부 역시 마스크 공급에 박차를 가하겠다고 다짐했다. 기획재정부(이하 기재부)는 지난달 12일과 26일 두 차례에 걸쳐 긴급수급조정조치를 진행했다. 1차 긴급수급조정조치에 따르면 생산 및 판매업체별 생산량과 판매량, 판매가격의 신고를 의무화해 유통구조를 투명화했다. 이어 단행된 2차 긴급수급조정조치는 업체별 마스크 생산량의 50%를 공적 판매처인 우체국과 농협 약국에 출고를 의무화하고 수출제한을 감행했다. 특히 감염병 특별관리지역인 대구와 경북에는 추가적으로 피해지역 긴급 지원을 시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가파른 확산세로 인해 물량 수급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못하면서 정세균 국무총리는 “약속드린 시간과 물량을 지키지 못해 매장을 찾은 국민 여러분께 불편과 실망을 드렸다”며 사과의 말을 전하기도 했다.

쟁이고, 속이고, 훔치고

치열해지는 품귀 현상 속에 범법도 나날이 일어나고 있다. 경찰청은 2월 28일부터 전국 지방경찰청과 경찰서에 ‘마스크 유통 질서 교란 행위’ 특별단속팀을 운영해 일주일간 151명의 매점매석 행위를 적발했다고 밝혔다. 매점매석 된 마스크는 ▲중고거래 사이트 ▲맘카페 ▲SNS 등을 통해 비싼 값에 팔리거나 돈만 받고 구매자를 속이는 용도로 쓰이기도 했다. 단속 과정에서 확보된 마스크 782만 매는 공적 판매처 등을 통해 시중으로 다시 유통됐다. 매점매석 과정에서 약사법에 저촉되는 일도 발생했다. 울산지방경찰청은 지난 5일 미인증 마스크를 대량 유통한 브로커와 판매업자들을 붙잡았다고 전했다. 이들은 제조날짜와 용도 등이 표시되지 않은 미인증 마스크를 대량 묶음으로 거래해 KF 마스크라고 속여 판매한 혐의를 받았다. 전문가들은 시민들이 식약청의 인증을 받은 보건용 마스크와 불량 마스크의 구분에 유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마스크 절도사건도 발생했다. 2월 28일 서울 송파경찰서는 송파구 소재 경로당에 침입해 마스크 170여 개를 훔친 10대 두 명을 특수절도 혐의로 붙잡았다. 대구에서는 지난 3일 북구와 서구 일대 복합단지 우편함을 뒤져 마스크 223여 매를 훔친 5명을 불구속 입건하기도 했다. 대구에서 발생한 위 사건으로 인해 불필요한 접촉을 없애기 위해 채택된 비대면 배부 방식이 되려 절도의 온상을 제공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대구시 관계자는 “지역민들이 올바른 의식을 발휘해 각자 할당된 몫만 가져가도록 기대하는 수밖에 없다”며 양해를 구했다. 이외에도 확진 판정을 받은 자가격리 지침을 어기고 마스크 구매 행렬을 섰다가 발각되기도 하는 등 마스크에 관련된 사건사고가 끊이지 않고 있다.

종식과 증식 가운데에서

국회는 2월 26일 열린 본회의에서 ‘코로나 3법’으로 불리는 ▲감염병 예방·관리법 ▲검역법 개정안 ▲의료법 개정안을 의결했다. 해당 법안 의결을 통해 마스크와 손 소독제 등의 수출 금지나 보건복지부 장관의 외국인 입국 금지 요청 등이 가능해졌다. ‘마스크 5부제’도 시행된다. 기재부 역시 지난 5일 ‘마스크 수급 안정화 대책’을 발표하고 마스크 구매를 일주일당 1인 2매로 제한함과 동시에 출생연도의 마지막 숫자에 따라 구매 일자 역시 제한하기로 했다. 중복 구매 확인 시스템도 가동해 시민 다수에게로의 마스크 보급에 힘쓰겠다고 밝혔다. 공적 마스크 가격은 1,500원 수준에서 동결하며 주말에는 출생연도에 구애받지 않고 마스크를 구매할 수 있다. 구매처는 약국과 우체국, 농협이며 공인신분증을 제시해야 하므로 대리구매 등은 허용되지 않는다. 사회적 약자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1940년 이전 출생자 ▲2010년 이후 출생자 ▲장애요양급여수급자에 한해서는 동거인의 대리구매가 예외적으로 허용된다.

김용범 기재부 1차관은 해당 브리핑에서 “필요한 경우 즉시 최고 가격을 지정하겠다”고 말하면서 마스크 가격 상한제 도입을 시사하기도 했다. 실제로 물가안정법 제2조에 따르면 ‘국민 생활과 국민 경제의 안정을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되면 ‘중요한 물품의 가격 등에 대해 최고 가격을 생산 단계, 도매 단계, 소매 단계 등 거래 단계별 및 지역별로 지정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김 차관은 도입된 제도 다수에 대해 “시행 과정에서 발생하는 혼란에 대해 신속히 보완하겠다”고 다짐했다. 늘어가는 사상자와 줄어드는 마스크 재고 사이에서 해당 제도들의 신속한 정착과 시민들의 윤리의식이 절실한 때다.

 

 

권민규·황제동 기자

dmaria4749@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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