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 학기 반복되는 수신 문제, 학교는 묵묵부답

매 학기 계속되는 수강 정원 및 개설 강의 증원 요구에도 학교의 대응은 여전히 학생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 이번 2학기 수강신청(이하 수신)에서도 비슷한 상황이 되풀이돼 많은 학생이 골머리를 앓고 있다. 특히 전공강의의 경우 제2전공을 필수로 이수해야 하는 본교 특성상 본전공생뿐만 아니라 이중·융합전공생의 수요까지 감당해야 하지만, 그 정원이 턱없이 부족한 게 현실이다. 이에 정경대 내 학과들은 전공과목 부족에 대한 설문조사를 실시하고 수강 인원 증원을 요청하는 중이다. 한편 전공강의 공급 부족에 학생들의 건의가 이어지자 학교 측은 서로 책임을 떠넘기기에 급급했고 수신 시스템의 비효율에 대한 비판까지 제기되면서 2학기 수강 신청을 둘러싼 불만의 목소리가 거센 상황이다. 이에 The HOANS에서 관련 쟁점과 우려를 짚어봤다.

 

전공 못 듣는 전공생

 

특히 행정학과는 개설되는 과목 수가 적고 그마저도 정원이 부족해 수신에 어려움이 많다. 행정학과의 전공과목은 ▲PEP ▲공공거버넌스와리더십 ▲사회규범과행정 등 융합전공학과에서도 전공으로 인정하고 있다. 본전공생이나 이중전공생뿐만 아니라 위의 융합전공생까지 고려했을 때 행정학과 강의를 신청할 수 있는 인원은 대략 1,400여 명에 이른다. 그런데도 이번 학기에 개설된 전공강의는 20개뿐이고 총 정원이 1,432명으로 신청가능인원과 거의 같은 것으로 나타났다. 게다가 주요과목 분반조차 개설되지 않았고 수강 가능 인원은 대부분 80명 이하로 정원 100명 이상 대형강의는 단 한 개뿐이었다.

이러한 실정에 행정학과 학생들에게 전공 수신은 졸업에 있어 가장 큰 산으로 여겨진다. 행정학과 학생 A 씨는 “행정학과 전공은 제2전공생의 필수 이수 요건이기도 한데 이렇게 적어도 되는지 모르겠다”며 학과 규모보다 현저히 적은 수준에 머무른 전공강의 수에 문제를 지적했다. 또한 행정학과 학생회 측이 증원 요구를 위해 진행한 설문조사에서도 361명이 참여하며 전공과목 수강인원 증원이 절실함을 보여줬다. 실제로 대다수의 응답자가 증원을 요청했고, 특히 조직이론이나 정책학의 경우 200명이 넘는 응답자가 증원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이에 행정학과 학생회는 ▲전공과목 수강인원 증원 ▲행정학과 전용 분반 개설 ▲장기적으로 행정학과 전공과목 증설을 학과장에게 요청하는 중이다. 그러나 학년 정정 기간 전까지 증원이 이뤄질 수 있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경제학과의 상황도 비슷하다. 저학년 대상 강의는 비교적 분반과 정원이 많아 수신에 문제가 없지만 고학년 강의는 분반도 거의 없는 데다 정원도 많지 않다. 경제학과 비상대책위원회가 실시한 전공개설과목 만족도 조사에서도 49명의 응답자 중 7명을 제외하고 수강 정원이 충분하지 않다는 결과가 나왔다. 또한 개설된 전공 수가 부족하고 1년에 한 번도 열리지 않는 강의에 대한 불만도 터져나왔다. B(경제 19) 씨는 “실증미시경제학이나 중급계량경제학과 같은 수업은 개설되지 않는 경우도 있어 개설될 때까지 기다리기만 한다”며 전공과목이 고르지 않게 개설되는 상황을 지적했다. 본전공생뿐만 아니라 이중·융합전공생의 규모도 큰 학과인 만큼 정원 증원 및 전공강의 증설이 절실한 상황이다.

전공강의 공급 부족 문제는 비단 정경대만의 일은 아니다. 문과대학 사회학과의 경우 학년별 수강인원 제한이 없고 특정 과목에만 치중되는 현상이 심해 수강 신청이 늦은 저학년은 전공강의를 듣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할 우려가 크다. 이에 사회학과 비대위는 설문 조사를 통해 학생들의 의견을 취합한 후 학교 측에 공식적으로 문제 해결을 요청하는 등 대응에 힘쓰고 있다. 이처럼 전공강의가 학생들의 수요를 감당하지 못하는 경우는 여러 학과에서 빈번하게 나타나고 있다.

 

학교는 행정실에, 행정실은 교수에게?

 

본교는 지난달 27일 이번 학기 학사운영계획을 일부 수정해 중간고사 이전까지 실험 및 실습수업을 포함한 모든 수업을 전면 비대면으로 실시한다고 밝혔다. 이전부터 비대면 강의를 기본으로 하는 제한적 대면수업이 결정된 상황에서 수강 정원이 늘어날 것이란 기대가 있었지만 결국 미미한 수준으로 그쳤다. 코로나19 이전에는 수강 정원이 강의실의 제약이 컸지만 비대면 강의는 이에 비교적 자유롭다는 특성 때문이다. 그러나 올해도 실제 수강신청서 늘어난 정원을 체감하긴 어려웠다. 작년과 마찬가지로 비대면 강의임에도 ▲과다 인원 접속으로 인한 서버 불안정 오류 ▲사회적 거리두기 완화 시 실시하게 될 대면 시험의 강의실 확보 문제를 고려했을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상황에서 학생들은 학내 커뮤니티에서 증원을 위한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증원 개설 요구 문의처가 마땅치 않아 이마저도 쉽지 않았다. 학교는 행정실에, 행정실은 담당 교수에게, 교수는 또다시 행정실에 문의하라는 도돌이표 같은 답변을 받은 것이다. 본교 학사팀은 수강 인원 증원을 포함해 전반적인 학사 변경과 개선 권한은 소속 대학 행정실에 있다고 밝혔다. 이에 정경대학 행정실에 문의했지만 수강 인원 조정은 해당 교과목을 담당하는 교수자의 권한이라는 답변만이 이어졌다. 정정 기간에 증원 관련 메일을 받은 교수자가 증원이 필요하다고 판단할 경우 증원을 할 수 있다는 것이 행정실의 설명이다. 이어 지난달 말까지 증원을 요청한 정경대학 내 교수자는 없다고도 덧붙였다.

교수자의 응답도 다르지 않았다. 증원 요청 메일 대부분에 대한 회신을 받을 수 없었다는 제보가 이어졌다. 회신을 받은 경우라 하더라도 수강정정을 시도하거나 행정실에 문의하라는 식의 형식적인 답변에 그쳤다. 이렇듯 학교 측의 전반적인 대응은 책임 떠넘기기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학교가 나서 학생들의 의견을 반영할 수 있는 소통 창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의견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과목 담아두기 기간 제한 필요한가

 

이런 상황 속에서 지난해 개편된 본교의 수신 시스템에도 일부 문제가 제기되는 실정이다. 개편의 핵심은 수신에서의 다중탭 및 다중창의 사용 금지였다. 수신 시 동시 접속자 수를 줄여 로딩 시간을 단축하고 서버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함이었다. 이 영향으로 현재 수신을 위해서는 수강 희망 등록 기간에 선정한 우선순위와 이후 담아두기 기간에 선택한 과목을 한 페이지 내에서 순차적으로 신청해야 한다. 실제로 변경 전후의 수신 방식을 모두 경험한 김 모(행정 18) 씨는 “동시에 한 과목만 신청할 수 있다 보니 5,000명에 육박했던 대기자 수가 절반으로 줄었고 후 순위로 넘어갈수록 로딩 시간이 단축되어 편했다”라며 변경된 수신 제도에 만족감을 표했다.

그러나 문제가 지적되는 부분은 과목 담아두기 기간 제한이다. 과목 담아두기 시스템의 경우 4학년 수강 신청 전에 일괄적으로 마감되고 이후에는 어떠한 수정이 불가능하다. 올해 역시 과목 담아두기 기간은 지난달 13일부터 17일 오전 8시 30분까지로 4학년 수강 신청이 시작되는 17일 오전 10시 이전까지로 설정됐다. 수강 신청은 고학년에서 저학년 순서로 이뤄지기 때문에 저학년의 경우, 학년 정원 없이 전체 정원만 있는 과목이 이미 고학년에서 마감된다면 신청을 하지 못하는 사례가 잦다. 정경대 재학 중인 이 모 씨 역시 “수강 신청 당일 담아둔 7개의 과목 중 3개가 마감됐지만 목록을 수정할 수 없어 일일이 학수번호를 입력해 신청했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한편 일부 단과대학은 학기 수신마다 비슷한 문의가 이어지고 있어 전체 정원만 있는 과목을 학년별 정원을 부여하는 방식으로 시스템을 개편 중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몇몇 단과대학의 문제가 아닌 학교 전체의 문제인 만큼 학교 측의 전반적인 시스템 개선이 없다면 효과는 미미할 것으로 전망된다.

 

바람 잘 날 없는 학기 초

 

수신을 둘러싼 논란은 매 학기 반복되고 있다. 특히 전공강의의 정원 부족으로 인한 증원 요구는 개강 때마다 꾸준히 언급되는 문제임에도 학교 측은 여전히 책임회피 태도를 유지하고 있다. 대학생이 학교에서 자신의 전공강의를 듣는 건 학생의 기본적인 권리이지만 이를 보장하지 않는 학교의 모습은 학생들의 비판을 더욱 키우고만 있는 모습이다. 또한 수신 시스템에 문제점이 제기되는 상황에서도 학교는 전반적인 대안을 내놓지 않고 있어 수신에 대한 학생들의 불만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앞으로의 학교가 학생사회의 요구를 무시하지 않고 학생들의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노력을 보일지 귀추가 주목된다.

김동현·유민제·정윤희 기자
justlemon22@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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