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말라가는 국민연금, 대답없는 메아리

지난달 3일 진행된 합동 초청 대선 후보 토론회에 출연한 모든 후보가 국민연금 개혁 필요성에 동의하며 이른바 ‘국민연금 고갈론’이 다시금 화두로 떠올랐다. 과거부터 꾸준히 지적돼왔던 국민연금 기금 고갈의 현 주소와 원인, 해결책을 The HOANS에서 정리해봤다.

 

국민연금은 정부 산하 국민연금 공단이 운영하는 공공 연금 제도로 2021년 10월 기준 약 2,200만 명이 가입돼있다. 개인 소득 활동을 중단한 후에도 일정 소득을 보장해주는 사회보험의 일종인 국민연금은 ▲노령 연금 ▲장애 연금 ▲유족 연금 등으로 구성돼있다. 이중 큰 비중을 차지하는 노령연금은 소득에 보험률을 곱한 금액만큼을 보험료로 납부하고 수급 연령이 지나면 매월 연금 형태로 일정 금액을 수령하는 구조다. 즉 가입자는 소득이 높고 납부 기간이 길수록 많은 금액을 돌려받는다. 그러나 최근 국민연금 기금이 30년 후에 고갈된다는 예측이 제시돼 국민연금을 납부하는 세대의 우려가 끊이지 않는 상황이다.

 

바닥나는 국민연금, 그 이유와 현 상황은?

 

몇 년 전부터 대두해 온 ‘국민연금 고갈론’의 원인으로는 과거와 비교해 급격하게 늘어난 수급 인원이 꼽힌다. ‘2021년 10월 말 기준 국민연금 공표통계’에 따르면 2002년 국민연금 수급자는 95만 5천여 명이었던 데 반해 2007년에는 약 200만 명, 2011년에는 약 300만 명을 돌파했으며 2021년에는 576만 6,783명으로 20년 만에 수급 인원이 5배로 늘어났다. 이러한 현상의 배경에는 소위 베이비 부머 세대인 1950년대 말부터 1960년대에 태어난 약 1,700만 명의 인구가 오늘날 국민연금 수급 연령에 도달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급격히 늘어난 수급자 외에도 적게 내고 많이 돌려받는 연금 구조가 기금 고갈 원인으로 주목받고 있다. 현재 국민연금은 가입 기간에는 9%의 보험률을 적용한 금액을 납부하며 20년 납부 후에는 무려 225% 증가한 납부 금액을 돌려받게 된다. 2000년 대비 2020년의 물가 상승률이 58%라는 점을 고려하면 납부 시기 대비 수령 시기 연금을 무려 두 배에서 네 배까지 많이 돌려받는 셈이다. 반면 기금이 고갈될수록 미래에 연금을 수령할 현재 청년층이 돌려받을 수 있는 금액은 점점 줄게 된다. 따라서 오늘날 수급자들과 다르게 현재 청년층은 납부액 대비 많이 내고 추후 적게 돌려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예측이 제시된다. 특히 90년대 생 이후부터는 국민연금을 한 푼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전망에 세대 간 이익 차가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 2019년 국회예산정책처의 국민연금 재정 전망 보고서에 따르면 국민연금 가입자 수는 2019년 2,216만 명에서 2060년에는 1,220만 명으로 감소하나 수급자 수는 2019년 448만 명에서 2060년에는 1,689만 명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2019년에는 가입자 1명당 0.2명만 부양하면 되나 2060년에는 가입자 1명당 1.38명 부양해야 하는 것으로 부양 부담이 무려 7배 증가한다. 재정수지 적자는 2040년부터 발생해 총 기금은 2054년에 소진된다는 예측이다. 이외에도 보건복지부는 2057년, 기획재정부는 2056년 등으로 기금 고갈 시기를 제시했다.

 

고갈에 대처하지 못하는 국민연금 운용 방식

 

국민연금 운용 구조상 기금 고갈과 운영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도 제기된다.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이하 기운위)는 국민연금법 제130조 규정에 따라 설치된 기구로 ▲국민연금 운용 중요 사항의 심의·의결 ▲기본 투자정책 방향 설정 ▲자산배분안·기금운용 계획 등 운용하는 기능을 한다. 현재 기금 운용위원은 위원장인 보건복지부 장관을 포함해 각 부 차관 등 정치인 6인 및 국책연구기관 2인으로 구성돼있다. 이 외에도 경영계를 대변하는 사용자 대표가 전체의 15%인 3인, 노동조합 등 근로자대표 3인, 은행이나 변호사 출신 지역가입자 6인 등 총 20명으로 구성된다.

그러나 기운위원 구성에 있어서 문제가 제기된다. 매일경제가 진행한 한국경영자총협회 관계자 인터뷰에 따르면 “2020년 기준으로 전체 국민연금 보험료 중 기업 부담이 45%”에 이르나, 기업을 대변할 수 있는 사용자 대표는 기금위원의 15%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또한 정부 쪽 위원이 전체 기운위의 40%를 구성하고 있다는 점도 국민연금이 정부 입김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보여준다.

한국경제연구원 보도자료에 따르면 ▲일본 GPIF ▲캐나다 CPPIB ▲네덜란드 ABP 등 해외 주요 연기금 의사결정기구와 비교했을 때 연기금 운용과 정부 사이 독립성이 갖추어지지 못한 건 대한민국 국민연금이 유일하다. 실제로 상기 언급한 주요 연기금은 이사회 내에 정부 인사가 전혀 없고 모두 경제금융·연기금 전문가 혹은 사용자·노동자 대표로 구성된다. 국민연금 독립성뿐만 아니라 전문성도 우려가 되는 시점이다.

 

여러 가지 해결책이 제시되고 있지만

 

국민연금 고갈을 늦추기 위한 대책으로는 크게 두 가지가 제시된다. 첫 번째는 연금 기금을 늘리기 위해 보험료를 인상하는 방안이다. 국민연금 보험료율은 제도 시행 첫해인 1988년 3% 수준이었지만 5년마다 3%씩 올라 1998년부터 현재까지 24년간 9%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보험료율을 인상한다면 연금 기금을 늘려 고갈 시기를 늦출 수 있기에 국회예산정책처 및 보건복지부는 지난 몇 년간 보험료율을 13% 부근으로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한 국민연금 조합 시나리오에 따르면 보험료율을 3%P, 5%P, 8%P 인상하면 연금 고갈 시점을 각각 8년, 14년, 25년씩 늦출 수 있다. 따라서 보험료율 인상은 불가피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중론이다.

이에 더해 기준 소득월액 상한금액을 폐지하면 보험료를 확충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온다. 현재 국민연금 보험료 부과 기준인 기준 소득월액은 소득 상한액과 하한액이 정해져 있어 고소득자라도 소득에 비례해 높은 금액의 보험료를 납부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문제는 이러한 소득 상한액이 지나치게 낮다는 점에 있다. 올해 2월 기준 소득 상한액은 월 524만 원으로 공무원 연금 소득 상한액(월 856만 원), 건강보험 소득 상한액(1억 273만 원)과 비교해보면 턱없이 낮은 수준이며 국민연금 가입자의 11.27%가 소득 상한액 적용으로 보험료율을 적용한 원 납부액보다 낮은 금액을 지불하는 실정이다.
또 다른 방안은 국민연금 수급 연령을 미루는 것이다. 올해 기준 연금 수령 연령은 62세이며 2033년에는 65세로 조정될 예정인데 이를 더욱 미루면 연금 고갈 시기를 늦출 수 있다. 실제로 1998년 법률 개정을 통해 시행 초기 60세이던 노령연금 수급 연령을 출생연도별로 65세까지 상향 조정한 바 있으며 문재인 정부 들어 국민연금 수급 연령을 만 67세로 연기하는 방안이 검토되었으나 결론을 맺지는 못했다.

국민연금 고갈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책은 몇 년간 꾸준히 논의되고 있다. 실제로 김대중·노무현 정부 시기부터 보험료율을 단계적으로 높이는 방안이 제시됐었다 문재인 정부 또한 연금 보험료율을 9%에서 12%까지 상향 조정하는 정책을 발표한 바 있다. 하지만 이처럼 연금 보험료율을 높이거나 수급 연령을 늦추는 방안은 항상 일각의 반발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20%가 넘는 조세 부담률에 연금보험료까지 인상된다면 국민의 부담은 더욱 가중될 수밖에 없어 연금개혁을 둘러싼 국민의 시각은 여전히 차가운 실정이다.

 

국민연금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위해선

 

지난 몇십 년간 지속했던 국민연금 고갈 문제는 30년 후로 성큼 다가왔다. 이에 30년 후 국민연금 수급 혜택을 누리게 될 젊은 세대의 우려가 날로 커지고 있다. 고갈 문제 해결을 위한 여러 방안이 논의되고 있지만 세대 간 이해 상충으로 실현으로 옮겨지지는 않는 상황이다. 국민연금 운영의 지속을 위해 정부는 연금개혁 필요성을 충분히 알리고 연금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확보해야 한다. 다양한 세대의 국민 역시 또한 후세대의 부담 감소를 위해 공감대를 형성할 필요가 있어 보인다. 연금제도의 개혁을 위해 정부의 노력과 국민 모두의 양해가 절실한 시점이다.

 

정채빈·정윤희 기자
jcbid1020@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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