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표를 의미 있게,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편

총선을 1년가량 앞두고 국회에서 본격적으로 선거제도 개편에 대한 논의가 시작됐다. 지난 총선 직전에도 거대양당이 국회 의석을 독점하는 기존 선거제도를 보완하기 위한 개편이 시행됐다. 그러나 거대양당이 변경된 제도의 허점을 이용해 의석을 확보하는 바람에 개편안은 효과를 보지 못했다. 이에 국회에서는 저번 개편으로 해결하지 못했던 국회의원 선거의 비례성 제고를 목표로 이번 총선을 앞두고 선거제도를 다시 개편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다만 제시된 선거제도 개편안에도 거대양당이 빠져나갈 허점이 여전히 존재해 추가적인 보완이 필요해 보인다.

 

지난 선거의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지난 2020년 제20대 총선을 앞두고 기존 선거제도 개편에 대한 논의가 일었다. 이는 그간 진보와 보수를 대표하는 거대양당이 국회 의석을 대부분 장악해왔던 한국 정치의 역사적 현상을 해결하는 데 중점을 뒀다. 기존의 선거제도는 1개의 선거구에서 1명의 의원을 선출하는 소선거구제로 지역구 253석, 정당득표율에 따라 의석을 배분하는 병립형 비례대표제로 47석을 구성해 총 300석으로 운용되고 있었다.

그러나 소선거구제의 경우 당선인 표를 제외한 나머지 표는 모두 사표가 된다는 문제가 있다. 또한 정당득표율에 따라 비례대표 의석을 배분하자 높은 득표율을 얻은 거대양당이 상당수의 비례대표 의석을 가지게 되는데, 이는 소수 정당의 국회 진입 장벽을 낮춘다는 비례대표제의 본래 취지와 맞지 않는 현상이다. 이 때문에 투표의 비례성을 확보해 국민의 의사를 제대로 반영할 수 있도록 선거제도의 개편이 진행됐다.

이에 따른 대안으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거론됐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란 의석수는 그대로 유지하되 비례대표 47석 중 30석은 지역구 선거 결과에 연동시키는 방식을 의미한다. 이때 의석수는 정당 득표율에 따라 각 정당에 미리 의석수를 할당한 후 할당된 의석에서 지역구 선거로 확보한 의석수만큼을 빼고 남은 의석을 절반으로 나눠 산출하게 된다.

결과적으로 지역구 선거 결과와 비례대표 의석 확보가 무관했던 기존의 방식을 벗어나 이미 확보한 지역구 의석수가 많을수록 비례대표 의석수를 적게 확보하게 된다. 소수 정당에서 준연동형 의석을 확보해 의회에 진출하기가 쉬워진 셈이다. 단, 지나치게 소수 정당이 의회에 난립하는 것을 막고자 최소 정당 득표율을 넘겨야 한다는 봉쇄 조항을 뒀다.

선거제도는 왜 또 바뀌나

 

지난 총선 당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로 변화를 꾀했으나 다가오는 총선에 또다시 선거제도를 바꾸는 이유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의도대로 작동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준연동형 비례대표제가 잘 작동했다면 지난 제21대 총선에서는 20대 총선에 비해 많은 비례대표 의석을 차지했어야 한다. 그러나 실상은 오히려 정반대의 결과가 나왔다. 제20대 국회에서 소수 정당의 의석수는 총 44석(국민의당+정의당)이었으나 제21대 국회의 소수정당 의석수는 총 12석(국민의당+정의당+열린민주당)뿐이었다.

그 원인으로는 ‘위성정당’이 지목된다. 거대양당은 비례대표 의석을 차지하지 못할 것을 염려해 선거를 앞두고 비례대표 선거 출마용 ‘위성정당’을 따로 창당해 의원들을 입당시켰다. 지역구 후보와 비례대표 정당을 다르게 등록해 지역구와 비례대표의 연동성을 제거하려는 꼼수다. 더불어민주당은 더불어시민당을,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은 미래한국당을 창당해 각각 비례대표 의석 17석, 19석을 차지해 거대양당이 비례대표 의석 47석 중 36석을 가져갔다. 사실상 새로 개편된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는 효과가 없게 됐다.

 

새로운 개편안은 무엇인가

 

국회 정치개혁특별위원회(이하 정개특위)는 지난달 17일 ▲소선거구제 +권역별·병립형 비례대표제 ▲소선거구제+권역별·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중대선거구제(도농복합형 선거구제)+권역별·병립형 비례대표제 이상 3개 개편안을 의결했다. 중대선거구제란 1개의 선거구에서 2명 이상의 당선인을 뽑는 방식이다.

그러나 3개의 개편안이 모두 비례대표 의석수를 늘리거나 지역구 의석을 줄이는 방안을 담고 있자 국민의힘이 강하게 반발했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지난달 20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지금 제도가 갖고 있는 문제점을 고치는 데는 확고하지만, 그 방법으로 의원 정수를 늘리는 꼼수는 허용하지 않겠다”며 의석 증원은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국회 전원위원회는 지난달 30일 3가지 개편안 모두 국회의원 정수를 300명 유지하는 것으로 ‘국회의원 선거제도 개선에 관한 결의안’을 상정했다.

그런데도 개편안이 기존 제도의 약점을 보완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다. 1안과 2안은 많은 양의 사표를 발생시키는 소선거구제를 그대로 유지한다는 점에서 표의 비례성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다. 소선거구제가 아닌 중대선거구제를 도입한 3안 역시 구체적인 내용이 들어있지 않아 거대양당이 동반으로 당선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 있다. 여야 청년 정치인의 초당적 모임인 ‘정치개혁 2050’은 지난달 3안을 두고 “양당 동반 당선제도로 전락하지 않으려면 4, 5인 이상의 대선거구가 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준연동형 비례대표제에서 문제가 됐던 위성정당 꼼수를 막는 제도도 마련되지 않았다. 위성정당 창당을 법적으로 규제하는 행위는 정치활동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위헌의 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지난 총선과 같은 상황이 되지 않기 위해선 위성정당의 창당을 방지하는 제도적 장치가 분명히 필요해 보인다.

 

개편다운 개편 위해서는

 

한국 정치생태계의 고질적인 문제는 거대양당만이 의회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이다. 사람들은 “뽑을 사람이 없다”면서 소수정당의 후보에게는 관심을 잘 가지지 않는다. 소선거구제의 영향으로 소수정당의 후보는 당선되기 힘들기 때문이다. 선거제도를 개편해 거대양당이 의회 의석을 과점하는 문제를 해결해야 소수정당의 영향력이 커지고 유권자의 관심을 끌 수 있다. 이를 통해 유권자는 다양한 후보를 보며 정말 ‘뽑을 만한 사람’에게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할 수 있고 비로소 국회는 국민의 의사를 잘 반영할 수 있게 된다. 올바른 선거제도의 확립을 위해 고심을 거듭할 때다.

 

유성규·김은서 기자

ysg6013@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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