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궁무진한 크라우드 펀딩

오늘날 크라우드 펀딩이 단순한 모금을 넘어 투자·재테크 용도로까지 확대되면서 무한한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 The HOANS에서 크라우드 펀딩의 개념과 장단점부터 나아가야 할 방향까지 세세하게 살펴봤다.

십시일반(十匙一飯)이라는 사자성어는 대중에겐 후원의 개념으로 더 친숙하다. 성탄절 구세군과 비정부 기구의 기아 구호 광고는 다수의 손길이 지니는 영향력을 가시적으로 보여준다. 최근에는 이러한 십시일반의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기업들은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을 통해 대중의 지원을 받고 대중 역시 이를 재테크의 방식으로 활용한다. MBC가 지난 8월 18일부터 일요일 저녁 시간대에 ‘같이 펀딩’이라는 TV 프로그램을 편성하면서 크라우드 펀딩을 다루는 예능 프로그램도 새롭게 등장했다. 연예인 패널이 출연해 공익적인 요소의 아이디어를 기반으로 한 펀딩 아이템을 제시하면 시청자가 펀딩에 참여할 수 있는 시스템이다. 이처럼 크라우드 펀딩은 사회 각 분야 속에서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펀딩, 대중과 손을 잡다

크라우드 펀딩이란 대중을 뜻하는 ‘크라우드(Crowd)’와 자금 조달을 뜻하는 ‘펀딩(Funding)’을 합해 만든 용어이다.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불특정 다수로부터 자금을 받는 방식을 통칭하며 2008년 ‘인디고고’, 2009년 ‘킥스타터’ 등 미국에서 영향력 있는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이 출현하면서 용어가 일반화됐다. 우리나라의 경우엔 2011년부터 크라우드 펀딩이 정착했고 2016년 1월에는 증권형 크라우드 펀딩이 도입됐다. 당시 도입된 증권형 크라우드 펀딩은 개인 투자자가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업체를 통해 벤처기업에 업체당 2백만 원, 연간 최대 5백만 원까지만 투자할 수 있도록 금액을 제한했다. 그러나 2018년 투자 한도를 2배로 확대하는 내용의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하면서 투자 한도가 1천만 원으로 확대됐다. 이는 크라우드 펀딩에 대한 대중의 접근 범위를 넓히고 국내 스타트업이 더 많은 펀딩을 받아 성장하는 데 일조했다는 좋은 평가를 받는다.

크라우드 펀딩은 크게 ▲후원형 ▲기부형 ▲대출형 ▲증권형으로 나뉜다. 먼저 후원형은 자금이 필요한 측에서 프로젝트를 게시하면 대중이 이에 대해 후원하고 그 정도에 따라 보상을 받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주로 예술 및 공연 분야에서 사용되는데 후원에 대한 보상은 기획상품이나 DVD부터 행사 초대권까지 다양한 추세이다. 사례로는 약 7천여 명으로부터 대략 8억 9천만 원을 지원받아 2014년 개봉한 영화 ‘연평해전’이 대표적이다. 기부형은 보상을 조건으로 하지 않고 순수하게 기부만을 위해 자금을 모으는 방식이다. 인터넷 포털 네이버의 ‘해피빈’ 시스템이 대표 사례로, 포털 활동을 통해 얻었거나 재화를 지불해 충전한 해피빈을 사회적 약자를 돕는 기부형 크라우드 펀딩에 쾌척할 수 있다. 대출형은 개인과 개인 사이에서 소액 대출을 통해 자금을 지원받고 만기에 원금과 이자를 상환하는 방식으로 이뤄지는 P2P 금융의 형태다. 마지막으로 증권형은 지분투자형이라고 불리며 이윤 창출을 목적으로 비상장 주식이나 채권에 투자하는 재테크성 의도가 강하다. 이후 투자자는 보상으로 주식이나 채권 등 증권을 갖게 된다.

크라우드 펀딩의 무한한 가능성

크라우드 펀딩은 투자자와 사업자 모두에게 유리하다는 장점으로 각광받고 있다. 사업자는 대중으로부터 지원받은 자금을 아이디어의 구체화와 서비스 활성화에 이용한다. ‘홍군아 떡볶이’는 2017년 4월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 ‘와디즈’에서 391명의 서포터즈를 모집해 약 1천 1백만 원의 펀딩을 받아 제품을 출시했다. 무선충전이 가능한 3in1 차량용 컵홀더, 누워서 사용하는 스마트폰 거치대 등 투자자금이 부족한 많은 아이디어 제품들이 실제로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을 통해 자금이 모여 출시되기도 했다. 대중은 투자자이자 자발적인 마케터로서 피드백을 통해 더 나은 제품과 서비스를 요구하고 보상받는 데에 플랫폼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도 한다. 사회적기업 중 하나인 ‘극단민들레’는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을 이용해 18명의 개인 투자자들을 모아 대략 3천만 원의 자금으로 무대 설치비용과 출연료를 마련해 공연을 올렸다.

크라우드 펀딩은 빠르게 시장 경쟁력을 얻으며 넓은 규모의 시장을 구축했다. 글로벌 리서치 기관 스타티스타는 2018년 기준 전 세계 크라우드 펀딩 시장을 128억 달러(약 15조 2천억 원)로 추정했다. 현재 국내에서도 크라우드 펀딩이 빠르게 증가하는 추세이다. 업계 추산 자료에 따르면 국내 크라우드 펀딩 시장 규모는 ▲2017년 560억 원 ▲2018년 1,800억 원 ▲2019년 3,600억 원으로 나타난다. 한국예탁결제원의 통계를 보면 크라우드 펀딩 성공률 역시 ▲2016년 46% ▲2017년 62% ▲2018년 64%로 증가 추세이며 그 분야도 ▲제조업 ▲IT ▲예술 ▲스포츠 등으로 다양해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돈이 되는 것이 아닌 좋아하는 것에 투자한다는 ‘가심비’라는 단어 또한 크라우드 펀딩의 긍정적인 면을 잘 보여준다. 기존의 펀딩은 이윤 창출을 위해 투자한다는 성격이 강했으나 최근에는 비슷한 아이디어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 직접 제품을 개발하고 기업에 투자해 이들과 함께 성장해 나간다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개척했다고 평가받는다. 이는 특히 영화 및 공연 프로젝트에 널리 이용된다. 팬들은 굿즈를 구매하고 영화나 공연을 관람하는 것은 물론,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을 이용해 직접 영화 및 공연 제작에 투자하거나 굿즈를 직접 기획하고 제작해 좀 더 직접적으로 색다른 응원과 지지를 보낼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방식으로 진행된 프로젝트가 성공할 때 열정적인 팬들과 사업자 모두가 이익을 보게 된다.

크라우드 펀딩, 그 한계

크라우드 펀딩이 무한한 가능성을 갖는 건 사실이나 소비자와 개발자 사이의 신뢰를 기반으로 이뤄지는 플랫폼이란 점에서 갖는 한계도 명확하다.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을 통해 출시된 제품의 품질 미달과 그로 인한 사람들의 신뢰도 저하, 중개사의 미흡한 검증 및 후속 조치 능력이 문제가 되면서 크라우드 펀딩 시장에 경보를 울리는 일도 적지 않다. ‘퀸메이드 400W 앱솔루트 무선청소기’는 작년 8월 펀딩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기존 메이저 경쟁사들보다 250W 더 큰 400W의 출력을 가진 제품을 내놓으며 펀딩을 진행했다. 하지만 대다수 소비자와 투자자가 제품이 불량임을 호소했고 결국 제품 전액이 리콜돼 환불 조치가 취해졌다. 기업의 상품 품질 불량이 실패 요인으로 작용한 한편, 펀딩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 제품 검증을 제대로 하지 않은 펀딩 중개사의 잘못 또한 원인 중 하나로 보인다.

중개사 또한 제품에 대한 책임감을 회피할 수 있다는 한계가 있다. 안경에 닿는 피부에서 진물이 나는 증상과 알레르기 반응이 일어나 소비자에게 배신감을 안긴 ‘진물 안경’ 사건을 예로 들 수 있다. 펀딩 중개사인 ‘와디즈’에서는 이에 대해 “메이커 제품에 대한 문제해결과 환불 조치 진행 여부는 중개사와는 별개의 문제이며 법적인 책임이 없다”라고 밝혀 많은 이들에게 공분을 샀다. 이외에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을 이용한 프로젝트가 항상 목표치의 자금 모집을 달성할 수 없어 한계를 보인다는 점도 꾸준히 지적받고 있다.

이제는 멀리 봐야 할 때

크라우드 펀딩의 한계점에 대한 뚜렷한 해결책은 제시되고 있지 않은 상태이다. 허나 진물 안경 사건을 시작으로 와디즈는 자구책을 마련하고자 “배송 완료 후 30일 혹은 60일까지 리워드의 품질 및 배송 상태를 점검한 후에 펀딩 자금을 메이커에게 전달하는 방안을 도입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개인의 아이디어와 개발 상품만을 가지고 시장에 뛰어들어 성공하기에 매우 힘든 지금, 크라우드 펀딩은 개발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새로운 시장의 형태이다. 그러나 체계가 잡히지 않은 중개사들의 시스템 부족과 소비자·개발자 사이의 낮은 신뢰도 등 한계점은 아직 여전하다. 이러한 크라우드 펀딩이 경제시장에서 긍정적인 투자공간의 역할로서 자리 잡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이 필요한 시점이다.

 

김해솔·권민규·박효정 기자

pinensun@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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