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지는 교권의 현주소는?

지난 8월 SNS에 수업 도중 교단에 누워 휴대폰을 하는 남학생의 모습이 공개되며 논란이 됐다. 최근 교권침해 사례가 증가하고 그 심각성 또한 커지자 교권 보호의 필요성이 대두된다. 이에 국회는 지난 8월 교사의 생활지도권을 보장 및 강화하는 내용의 ‘초·중등교육법 개정안’을 발표하기도 했다. The HOANS에서 ▲교권의 정의 ▲교권침해의 실태 ▲해결방안을 살펴봤다.

몇몇 지방자치단체가 지정한 조례에 따르면 교권이란 전문직으로서의 교직에 종사하는 교원의 권리나 권위를 의미한다. 52년 전 유네스코와 국제노동기구의 특별회의에서 ‘교사의 지위에 관한 권고’가 채택되며 교권이 처음 언급된 이후 ▲교사의 지위 ▲학생 교육을 책임진 교사의 권리와 권한 ▲전문직으로서 자율권 보장 등이 강조되며 구체화 돼 왔다.

교육공무원법 제43조 1항은 ‘교권은 존중되어야 하며, 교원은 그 전문적 지위나 신분에 영향을 미치는 부당한 간섭을 받지 아니한다’고 명시한다. 그러나 무엇이 어떻게 존중돼야 하는지는 제시되지 않아 구체적인 교원의 권리와 권한을 확인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실제로 교권은 각 교육청 혹은 한국교육개발원(이하 KEDI) 교권보호위원회에서 자체적으로 교원의 ▲정의 ▲교육 활동 보호 ▲개인정보 보호 등에 관한 조례를 지정하는 수준에 그친다.

 

교사의 지위가 위태로운 교육현장

지난 8월 말 충남 홍성의 한 중학교에서 남학생이 영어 수업 도중 교단에 누워 휴대폰을 보는 영상이 공개됐다. 충남도교육청에 따르면 해당 학생은 휴대폰을 충전하겠다며 교실 앞으로 나와 교사의 제지를 무시하고 문제 행동을 이어갔다. 본사건 이외에도 ▲지속적인 수업 방해로 교사가 퇴실을 요구하자 교사에게 쇠 파이프를 던진 사건 ▲학생들이 단체로 교단에 올라가 교사에게 침을 뱉고 욕설을 한 사건 등 교권침해의 심각성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교육부와 KEDI가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2020년 1,197건이던 ‘초·중·고 교육활동 침해 건수’는 2021년 2,269건으로 2배 가까이 증가했다. 코로나 첫해인 2020년 등교 일수의 감소로 줄어들었던 교권침해 사례가 대면 수업 정착과 함께 다시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는 각 학교의 교권보호위원회에서 정식 심의한 사례만 집계한 수치로 전문가들은 해당 통계가 실제 교육 현장에서 발생하는 교권침해를 대변하기에는 역부족이라며 입을 모았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강득구 의원 역시 메디컬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교사들도 자신이 가르치는 학생을 신고하기까지 수많은 고민과 과정이 있기 때문에 실제로는 학교 현장에서 더 많은 교권침해가 일어나고 있을 것”이라며 이러한 의견에 힘을 실었다.

학생으로부터 받은 교권침해뿐만 아니라 학부모로부터 발생한 교권침해 사건도 증가하는 추세다.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이하 교총)가 발표한 ‘2021년도 교권 보호 및 교직 상담 활동’ 보고서에 따르면 학생 지도 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이나 학교 내 안전사고 관리에 대해 교사에게 무리한 책임을 묻는 학부모가 늘어나는 모양새다. 대구 교육권보호센터 관계자는 매일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가정이 해왔던 돌봄 역할이 학교로 넘어오면서 학부모가 교사에게 기대하고 요구하는 바도 커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고 답했다.

 

교권침해, 왜 해결하기 어려운가

 

교권을 온전히 보장받을 방도가 없다는 점이 교권침해의 본질적인 원인으로 분석된다. 2010년 경기도에서 제정된 학생인권조례의 확산이 그 이유 중 하나다. 학생 인권의 중요성에는 이견이 없으나 학생 인권만을 강조하는 교육 환경이 형성되자 학교가 마땅히 해야 할 수준의 학생 통제마저 어려워진 실정이다. 실제로 지난해 KEDI가 성인 남녀 4천 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 ‘교원의 교육활동 침해 이유’를 묻는 질문에 ‘학생 인권의 지나친 강조’라고 응답한 자가 36.2%로 가장 많았다.

교사가 임의로 교권침해 행위를 제재하기에는 법적 근거가 취약하다는 것 또한 문제다.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에 따르면 각급 학교에 교권보호위원회를 설치하고 학교장이 교육활동 침해로 피해를 입은 교원의 치유와 교권 회복에 필요한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명시한다. 그러나 교권의 치유와 회복 방법이 모호할뿐더러 학교장에 중재 책임을 맡기는 방안은 비현실적이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문제를 키우지 않기 위해 학부모에게 저자세를 취하며 사건을 덮기에 급급한 학교장이 대다수라는 이유에 서다.

또한 훈육 과정에서 교원과 학생이 충돌할 경우 아동학대로 신고당할 위험도 있다. 교원단체들은 교사의 훈육에 앙심을 품은 학부모가 무분별하게 아동학대 신고를 접수하는 경우도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부실한 법률로 인해 교원들은 정당한 훈육마저 어려운 상황이다.

무너져가는 교권으로 실제 학교 현장에서 학생 생활 지도에 애를 먹는 교사들을 본지에서 직접 만나봤다. 대구의 한 고교에 재직 중인 23년 차 교사 A씨는 “수업 시간에 선생님이 얘기하면 말을 안 듣고 지시에 불응하는 사례가 많다”고 밝혔다. 22년 차 초등학교 교사 B씨도 “초등학생이 중고등학생보다 더 막가파”라며 “자기 분을 못 이겨 ‘아 X발! 경찰 불러야겠네’라고 소리치며 책상을 치는 학생도 있다”고 말 했다.

현직 교사 역시 최근 교권침해 문제의 주된 원인으로 학생 인권의 강조를 꼽았다. B씨는 “예전에는 큰소리를 치거나 벌을 세워 혼낼 수 있었는데 지금은 모든 게 다 인권 문제가 되니까 타일러서 해결할 수밖에 없다”며 학생 생활지도가 힘든 이유를 밝혔다.

 

교권회복 위해 제도부터 개혁해야···

 

지난 7월 교총이 전국 유‧초‧중‧고 교원 8,655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에 따르면 78.7%가 현행 교원지위법이 교권 보호에 기여하는 정도에 부정적으로 응답했고 교육부와 시도교육청의 교권보장 정책에 대해서도 85.8%가 만족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에 학생이 문제행동을 해도 교사가 이를 제지하기 어려운 현 교원지위법을 개정해 생활지도권을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지난 8월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이태규 의원은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목적으로 교원지위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주요 내용은 ▲생활지도권 부여 ▲교권보호위원회 처분에 따른 교권침해 이력의 학생부 기록 ▲교권침해 학생과 피해교원 분리 조치로 요약된다. 교총은 환영하고 나섰지만 이제야 도입이 논의되는 단계인 만큼 교육현장에서 실질적인 변화를 꾀할 수 있을지, 국회의 움직임을 지켜봐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교권침해가 발생한 경우에는 처벌 조치에 그치지 않고 국가 및 지자체 차원에서 학생 생활 지도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생활 지도 방안을 항목별로 세세하게 규정한 후 권고가 아닌 의무적으로 시행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또한 전문가들은 제도적 기반을 마련할 뿐만 아니라 학생과 학부모의 인식을 개선하는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고 말한다. 교사와 학부모의 대립 구도를 깨고 교사와 함께 아이의 사회화를 고민하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하기 위함이다.

교사가 신체적 공격에 취약한 미국의 경우 교권 보호를 위해 엄격하게 법을 집행하며 교사단체가 필두로 대응하고 있다. 일례로 위스콘신주에서 교권침해가 발생하면 교사단체가 앞장서 교사와 함께 민사소송을 제기하고 임시 접근 금지 명령을 통해 가해자를 교사로부터 분리하는 식이다. 한국 역시 학생에 의한 교권침해의 피해 행위의 40.35%가 ▲폭언 ▲욕설 ▲폭행임을 감안했을 때 위의 조치를 검토할 필요성이 있어 보인다.

학부모가 교사에게 지나치게 자기중심적 요구를 반복하는 몬스터페어런츠(monster parents) 현상이 심각한 일본은 교직원의 정신건강 대책을 수립했다. 핵심은 ▲교사가 스스로 정신건강을 회복하는 셀프케어(정신과 상담) ▲라인 케어(교직원 상황 파악과 조기대응, 교장의 교감 및 부장 교사에 대한 지원) ▲직장환경의 정비다.

 

학생 인권과 교권의 상생을 꿈꾸며

 

교권 보호를 위해 명문화된 법적 근거가 절실한 시점이다. 현재 국회에 계류 중인 생활지도권 법안을 조속히 검토해 교육 현장에서 실질적인 효과를 도모해야 한다. 또한 앞서 살펴본 해외의 사례처럼 교사단체의 적극적인 노력, 교원에 대한 정신건강 대책 수립 역시 병행할 필요가 있다. ▲학생 ▲교사 ▲학부모 ▲전문가들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수렴해 학생의 인권은 물론 교권까지 보장되는 학교 공동체가 만들어지기를 바란다.

 

유민제·유성규·이상훈 기자
estrella001@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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