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법천지의 오픈마켓, 이대로 괜찮을까

당근마켓이나 번개장터 등 ‘중고거래’ 오픈마켓이 급성장함에 따라 잡음도 끊이지 않고 있다. 신생아, 장애인 등 판매품목이 될 수 없는 대상을 판매한다는 게시물이 잇달아 올라오며 새로운 대응책과 규제를 요구하는 목소리도 커졌다. The HOANS에서 오픈마켓의 성장과 문제점, 제제 방안을 정리해봤다.

 

가파른 성장세의 오픈마켓

 

코로나19의 지속적인 유행, 중고거래 활성화 등의 영향으로 중고거래 중심 오픈마켓의 급격한 성장이 주목받고 있다. 오픈마켓은 판매자와 구매자 사이의 거래를 중개하는 인터넷 플랫폼으로 개인과 소규모 판매업체 등 다양한 판매 주체가 자유롭게 온라인상에 상품을 진열할 수 있는 환경을 가리킨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G마켓, 옥션, 인터파크 등 플랫폼을 제공하는 대가로 상품을 등록한 사용자로부터 수수료를 받는 형태의 오픈마켓이 주를 이뤘다. 하지만 코로나19 유행의 장기화로 경기가 침체되고 소비가 위축된 가운데 소비자들이 중고거래 시장으로 눈을 돌리며 당근마켓, 번개장터 등 ‘중고거래’ 어플리케이션 상의 오픈마켓이 급격히 활성화됐다. 당근마켓의 올해 월간 순 이용자 수는 1월에 480만 명 수준에서 10월 1200만 명으로 증가하며 올해 거래액은 1조원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됐다. 당근마켓보다 먼저 중고거래 어플리케이션 시장에 진입했던 번개장터의 10월 순 이용자 수 역시 288만 명으로 당근마켓만큼은 아니지만 꾸준한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오픈마켓이 새로운 형태의 중고 전자상거래로 자리 잡고 크게 성장할 수 있던 이유로는 오픈마켓 플랫폼 자체의 구조가 꼽힌다. 판매 플랫폼 구축 및 상품 선택부터 판매, 배송까지 온라인 판매의 모든 과정을 책임졌던 기존의 온라인 쇼핑몰과 달리 오픈마켓의 판매자는 판매만을 담당한다. 이에 따라 오픈마켓은 기존 온라인 쇼핑몰에서 발생했던 중간 유통마진을 절약해 비교적 저렴한 가격에 물품을 공급할 수 있게 된다. 또한 오픈마켓 내에 동일한 상품을 판매하는 여러 판매자가 존재하기 때문에 소비자는 더 저렴하면서도 품질이 좋은 상품을 선택할 기회가 생긴다. 이런 오픈마켓의 구조를 바탕으로 중고거래 중심 오픈마켓은 P2P(개인 간 거래) 서비스를 제공하며 개인도 오픈마켓의 판매자이자 소비자로 참여할 기회를 제공한다. 오픈마켓의 개방성에 특히 집중한 대표적인 어플은 당근마켓으로, 당근마켓은 “당신의 근처”라는 슬로건을 내세우며 거주 지역 기반 직거래를 중개한다. 거래 지역을 한정해 거래 과정을 대폭 간소화하고 뭐든지 부담없이 매물로 올릴 수 있게 한 것이 특징적이다.

 

윤리와 책임은 어디에

 

한편 중고거래 중심 오픈마켓 시장이 눈에 띄게 성장하는 가운데 개별 이용자들의 판매 윤리 문제가 수면 위로 떠올랐다. 지난 10월 당근마켓에 신생아를 20만 원에 입양 보내겠다는 산모의 글에 이어 장애인을 판매하겠다는 10대 학생의 글이 올라와 큰 파문을 일으켰다. 신생아 판매 글의 작성자는 경찰 조사에서 ‘미혼모로서 경제적 부담에 홧김에 글을 썼다가 잘못을 인식한 뒤 삭제했다’고 반성의 뜻을 밝혔다. 장애인 판매 글은 이를 확인한 한 이용자가 당근마켓에 신고한 뒤 당근마켓의 사과와 해당 글의 삭제 처리 및 해당 글 작성자의 보호처분으로 사건은 일단락됐다.

판매 윤리 문제는 사람을 판매품목으로 둔 비윤리적 게시물에 그치지 않았다. 중고거래 중심 오픈마켓에서는 현행법에 저촉되는 동물, 의약품, 담배 등을 판매한다는 게시글도 심심찮게 찾아볼 수 있었다. 반려동물의 올바른 유통질서 확립 및 유기동물 발생 방지를 위해 현행법은 농림축산식품부령에 따라 시장·군수·구청장의 동물판매업 허가를 받은 사람만이 동물을 판매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그러나 동물을 판매한다는 글에는 허가를 받았다는 언급만 있을 뿐, 허가증이나 등록업체에 관한 정보는 기재되지 않았다. 이 밖에도 인터넷에서 구매 불가능한 콘택트 렌즈나 약국에서만 구매 가능한 탈모치료제 등도 손쉽게 오픈마켓에서 구할 수 있다.

최근 부상한 중고거래 중심 오픈마켓이 아닌 플랫폼 제공 오픈마켓도 윤리 문제를 피할 수 없다. 오픈마켓에 입점한 판매자들의 가격 눈속임과 같은 비윤리적 태도에 대해서는 손쓸 도리가 사실상 없는 실정이다. 지난달 말 많은 온라인 몰에서 블랙 프라이데이 할인 행사를 진행한 가운데, 일부 오픈마켓 판매자들이 대규모 할인 행사 기간에 상품의 정가를 높인 상태에서 할인을 적용해 가격을 낮춘 것처럼 표시해 소비자들의 질타를 받았다. 오픈마켓 플랫폼은 ‘가격 눈속임’ 행위 적발 시 해당 업체의 메인 화면 노출을 막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지만 적발 자체가 어려운 상황이다. 이 밖에도 중고거래 오픈마켓에서 판매자가 의도적으로 현금 결제를 유도하거나 개인 간 거래 시 연락이 두절되는 사건 등으로 골머리를 앓는 이용자들이 증가하고 있다. 오픈마켓의 빠른 성장 속도에 수반되는 여러 부작용에 대한 오픈마켓의 적극적인 대처를 요구하는 이용자들의 목소리가 더욱 커졌다.

 

논란 속 고군분투하는 오픈마켓

 

중고거래 중심 오픈마켓과 플랫폼 제공 오픈마켓 측은 모두 판매자 윤리의식 및 준법정신과 별개로, 문제가 되는 게시물들에 대해 AI 필터링을 통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당근마켓의 한 관계자는 국민일보와의 인터뷰에서 “거래금지 품목에 대해서는 머신러닝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다”면서 “이상 패턴을 보이는 게시글의 경우에는 이용자들의 신고로 처리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하지만 해당 상품을 판매하는 글의 게시를 사전에 차단하는 데에는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다. 오픈마켓 플랫폼이 적용하는 지침의 주관성을 배제하기도 어려울뿐더러 AI가 키워드로 게시물을 필터링하는 것에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일례로 지난 8월 위메프 등 18곳의 대형 오픈마켓 플랫폼에서 티셔츠나 모자 등 ‘가미카제’ 관련 상품이 판매돼 논란이 일었을 때 AI 필터링이 해당 상품의 판매를 완벽하게 차단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가미카제라는 키워드를 가진 상품 중에는 이를 비판하는 서적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한 오픈마켓 관계자는 한국일보를 통해 이용자들의 신고로 검색 제한 등의 조치를 취하거나 해당 키워드를 금칙어 처리하는 것이 현재 기술 여건상 최선의 대안이라고 전했다.

오픈마켓은 기술적 대응책 외에도 불법 게시물을 막기 위한 가이드라인을 추가로 발표하며 소비자 보호에 나섰다. 당근마켓은 ‘커뮤니티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며 생명이나 현행법상 금지된 물품을 판매하는 글의 게시자에게 해당 사안의 심각성에 따라 강제 로그아웃부터 영구적 퇴출까지의 처분을 내릴 것이라고 밝혔다. 또한 이용자들의 적극적인 신고를 돕기 위해 신고 버튼을 눈에 띄는 곳에 재배치하고 수사 기관과 연계해 수사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내용을 가이드라인에 포함시켰다.

오픈마켓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바람직한 오픈마켓 환경 조성을 위한 법제적 노력도 이어지고 있다. 개인 판매자 및 입점 업체의 비윤리적 행위뿐만 아니라 플랫폼이 거래상 지위를 남용해 불공정행위를 한 사례가 비일비재하게 적발되며 구조적 차원의 대응에 대한 요구가 커졌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가 ‘온라인 플랫폼 중개거래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 제정안을 입법 예고했다. 입점업체와 계약 내용 변경 및 해지 시 플랫폼 사업자에게 통지의무를 새로 부과하고 상품 노출 순위의 기준을 이용자와 입점업체 모두에 공개하도록 하는 내용을 포함한다. 공정위는 이를 통해 오픈마켓과 같은 온라인 플랫폼 내 거래 투명성을 제고하고 분쟁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국유통학회는 ‘오픈마켓의 불공정행위 실태조사 및 개선방안연구’ 보고서를 통해 오픈마켓 플랫폼이 일차적인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음을 지적하면서도 피해 당사자인 이용자 사이에 적극적인 신고 문화가 만들어질 때 더 나은 거래 환경이 조성될 수 있다고 제언했다. 안전한 거래를 위한 플랫폼 자체의 정책과 사회·법제적 논의, 이용자 내부의 윤리의식이 뒷받침할 때 오픈마켓이 더 크게 도약할 수 있음을 상기해야 할 시점이다.

 

이가영·민건홍 기자
gyleeheyum3@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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