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광장] 결여된 스포츠 정신이 초래한 ‘노쇼 사태’

지난 7월 26일, K리그 연합 팀인 ‘팀 K리그’와 이탈리아 유명 구단 ‘유벤투스 FC’의 친선경기에서 축구선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노쇼 사태’가 벌어지며 논란이 일었다. 이번 친선경기는 호날두가 최소 45분 이상 뛰기로 계약했음이 알려져 6만 3천여 명의 관중이 고가의 표를 사 경기장을 찾았다. 하지만 친선경기 당일 유벤투스가 경기장에 늦게 도착해 경기가 1시간가량 늦어졌고, 이어 호날두도 계약과 달리 결장하면서 경기장을 찾은 관중들은 크게 실망했다. 관중들은 전광판에 호날두의 모습이 비칠 때마다 야유를 보냈으며 호날두의 라이벌인 리오넬 메시의 이름을 외쳤다. 그 후 호날두가 팬 미팅 행사까지 거부하자 호날두와 유벤투스를 향한 비판이 거세졌다.

이와 관해 주최사인 ‘더 페스타’의 운영 미숙에 대한 비판이 제기됐다. 더 페스타는 경기 티켓과 함께 뷔페 식사가 포함된 VIP 티켓을 약 40만 원이라는 고가에 판매했다. 그러나 해당 티켓을 구매한 관중들은 호날두가 뛰는 모습을 보지 못했고 바닥에 앉아 식사해야 했다. 이에 더 페스타 측은 경기 다음 날 사과문을 통해 관중과 관계자에게 사과했다. 부실 계약 논란에 대해서는 계약서에 호날두의 최소 45분 이상 출전을 명시했고 예외 조항은 ▲해당 경기를 위한 워밍업 중 부상 ▲경기 중 부상으로 제한했다고 했다. 또한 경기 1시간 전 유벤투스 측이 작성한 출전 선수 명단과 달리 후반전 출전 명단에는 호날두가 없어 항의했지만 유벤투스 측이 “(45분 이상 출전 조항에 대해)감독도 알고 선수도 안다. 하지만 선수가 피곤하다고 해 출전할 수 없다”라고 답했다고 밝혔다. 26일이라는 경기 일정도 27일 예정된 K리그2로 인한 것이며, 24일 인터밀란과의 경기를 마치고 온 유벤투스 선수들의 피로를 이해하나 이는 엄연히 유벤투스가 사전에 동의한 것임을 분명히 했다.

하지만 유벤투스의 입장은 달랐다. 유벤투스는 연맹이 경기 날짜를 27일에서 26일로 앞당기자고 해 문제가 발생했다고 봤다. 또한 “인천공항에서 빠져나가는 데만 1시간 50분이 걸렸다”고 주장했다. 호날두의 결장에 대해서는 “한국 일정 48시간 전에 중국 난징에서 경기를 치르며 쌓인 근육 피로 때문에 호날두가 휴식을 취해야 한다는 팀 의료진의 조언이 있었다”고 했다. 이에 법무부는 “유벤투스가 입국심사장에 도착한 시간은 오후 2시 38분이며 입국심사를 마치는 데 총 26분이 소요됐다”며 정정해 유벤투스의 거짓말임이 드러났다. 유벤투스의 갑질 논란도 일었다. 더 페스타는 동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호날두 출전에 대한 위약금을 높여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유벤투스는 받아들이지 않았다고 했다. 유벤투스가 경기 시작 시각을 논의하는 과정에서 위약금을 내고 경기를 취소할 수 있다고 협박했고, 경기 시간도 90분에서 80분으로 줄여 달라고 했음이 알려져 논란이 커졌다.

호날두의 노쇼 사태로 인해 주최사인 더 페스트와 유벤투스 양측 모두 비판을 받고 있다. 더 페스트 측이 미숙했던 것은 사실이다. 더 나은 계약으로 위약금을 높여 호날두의 노쇼를 방지할 수도 있었고 경기 당일 더 나은 대처를 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사태의 근본적인 잘못은 유벤투스와 호날두에게 있다. 유벤투스가 한국에 친선경기를 제안할 당시 유벤투스는 7월 베이징에서 열릴 경기가 취소된 상태였다. 급하게 경기를 잡아야 했던 유벤투스는 팀 K리그와의 경기 계약을 성사시켰다. 그런데 계약에 명시된 호날두의 출전은 지켜지지 않았고 유벤투스는 팬들과 K리그를 무시했다. 경기를 뛴 다른 선수들과 달리 결장한 호날두와 계약을 불이행한 유벤투스는 비판을 피할 수 없어 보인다. 계약 위반 및 여러 소송으로까지 번진 이번 사태 속에서 올바른 스포츠 정신을 위한 숙고가 필요해 보인다.

 

오은서 기자
oos0309@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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