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광장] 마무리 투수의 마지막 투구

대전인으로서 야구에 흥미를 가질 만한 환경은 아니었다. 다만 치킨은 어렸을 적 야구를 보러 가게 만든 치트키였다. 그렇게 종종 야구를 볼 때면 타자보다 투수가 불리하다고 생각했다. 지난달 기준 KBO 타율 1위 타자는 KT의 강백호다. 그의 평균 타율은 0.392였고 타율 순위 1~5위 모두 0.3 주변의 타율을 기록하고 있었다. 10번 중 3번 이상 공을 쳐야 한다는 얘기다. 숫자를 째려보고 있자니 조금 적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분야의 일인자들인데 백발백중이어야 하지 않나 하는 건 조금 철없는 생각일지 모르지만.

메이저리그 투수인 류현진 선수의 득점권 피안타율은 0.194라고 한다. 10번 공을 던지면 8번 이상을 타자를 상대로 이겨야 한다는 것이다. 타자도 그러하겠으나 투수는 조금의 실수조차 용납되지 않는 것처럼 느껴진다. 10번 중 3번만 잘해도 칭찬받긴커녕 8번을 잘해야 겨우 박수받는 빡빡한 우리네 인생과 더 비슷해 보인다. 그래서 필자는 예전부터 통쾌하게 홈런을 치는 타자도 좋지만 투수가 꽤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더 어려운 역할처럼 보인다고 할까나. 홈런볼은 있지만 투수왕이 없다는 사실에 안타까움을 느낀다.

투수 중에서도 특별히 존경심을 불러일으키는 투수가 있다. 바로 마무리 투수다. ▲선발 투수 ▲마무리 투수 ▲구원 투수 등 투수 앞에 붙는 단어는 그가 팀 안에서 어떤 역할을 맡았는지를 알려준다. 그중 마무리 투수는 일반적으로 팀이 3점 차 이하로 이기고 있을 때 등판해 9회를 맡는 선수다. 보통 가장 실력이 뛰어난 선수가 마무리 투수로서 팀을 안정적인 승리로 이끈다. 마무리 투수를 좋아하는 이유는 팀의 신뢰를 받는다는 점에서다. 승리를 예견하는 팀원들에게 승리를 확정할 것이라는 믿음을 줄 수 있는 점이 매력적이다. 그 부담감이 얼마나 클지 알기에, 마운드 위에서 부담감을 이겨내고 던지는 투구가 멋있어 보인다.

주위를 돌아보면 우리 삶에서도 마무리 투수를 찾을 수 있다. 한 검찰 인사도 자신을 검찰개혁의 마무리 투수라고 칭한 것을 본 적 있다. 물론 마무리 투수가 검찰개혁 정도는 맡아야 쓸 수 있는 거창한 표현이라는 의미는 아니다. 마무리 투수는 우리 주변에서도 찾을 수 있다. 한 가정의 가장, 당신의 상사, 혹은 책임감 넘치는 여러분의 친구는 어떤가. 우리는 여러 집단에 몸담고 있기에 어느 한 집단에선 당신 또한 마무리 투수일 수 있다.

주변 사람 중에 마무리 투수로 떠오르는 사람이 있는가. 필자의 경우 단연코 한 사람이 떠오른다. 학기의 마지막 월호를 준비함은 또 한 번의 헤어짐을 앞두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번 월호를 끝으로 전우애를 느끼던 몇몇 기자분들을 떠나보내야 함은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이 자리를 빌려 호안스라는 구단의 여러 훌륭한 투수 중 마운드에서 내려오는 마무리 투수에게 뜨거운 박수를 보내고 싶다. 바로 매월 호 기사를 송고하는 국장 선배다. 돌려서 이야기하는 걸 좋아하지 않는 그녀가 이 글을 읽고 퇴고를 부탁할지도 모르겠다.

멋있는 사람이라 가까워지고 싶었던 사람. 다른 모든 기자의 신뢰를 받고 있는 사람. 그저 할 수 있다는 말보다는 어떻게 하면 도움을 줄 수 있을지 진심으로 고민해주던 사람. 이번 월호도 잘 마무리해줄 든든한 선배가 있다는 것, 그 사실만으로도 큰 힘이 됐다. 우리 중 가장 뛰어난 선수이자 9회에 등판해 마지막까지 팀을 승리로 이끄는 마무리 투수가 이번 월호를 끝으로 마운드에서 내려온다. 그간 고생했고, 감사했다는 진심을 담아 그의 마지막 투구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김하현 기자                                                                                                            dop3568@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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