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광장] 무책임한 유튜브 쇼츠 방기

1분을 넘기지 않는 짧은 러닝타임 속에서도 유익한 내용을 간결하게 담아 전달하는 것이 가능할까? 최근 틱톡의 빠른 성장은 이런 숏폼(Short-form) 서비스의 가능성을 보여준다. 사람마다 제각기 평가가 다를 수 있겠지만, 올해 9월 활성 이용자 수 10억 명을 달성한 틱톡의 인기는 이미 충분히 입증됐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성장세에 대한 위기감 때문일까, 세계 최대 영상 플랫폼인 유튜브에서도 틱톡 견제를 위해 짧은 동영상을 공유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들었다. 바로 유튜브 쇼츠(Shorts) 기능의 등장이다.

최대 60초 길이의 짧은 동영상을 편집해 올리면 쇼츠 플랫폼을 통해 많은 사용자가 그 영상을 즐길 수 있다. 특히 숏폼 포맷의 후발주자인 유튜브가 선택한 전략은 우선 노출이다. 세로 비율과 영상 길이 요건이 충족된 콘텐츠에 태그(#Shorts)만 붙이면 쉽게 영상 노출도를 높일 수 있다. 일반 영상에 비해 높은 조회수가 이런 우선 노출의 효과를 잘 보여준다.

신생 유튜브 채널에는 구독자층 확장과 홍보의 기회가 생겼다는 점에서 긍정적이지만, 이런 우선 노출 전략은 또한 시장 경쟁력 확보라는 명분 아래 많은 문제를 낳고 있다. 우선 짧은 러닝타임과 영상 노출도 높이기를 통해 온갖 영상들이 사용자들에게로 무분별하게 쏟아지고 있다. 그중에는 일반 영상에서라면 유튜브 영상 가이드라인을 통해 경고를 받을 수 있는 자극적인 콘텐츠도 존재한다. 필자는 문제의 본질이 ‘틱톡 따라잡기’라는 목적 달성을 위해 기준의 적용을 느슨하게 하도록 묵인한 유튜브에 있다고 생각한다.

‘전략적 묵인’의 피해는 고스란히 사용자들에게 전달되며 심각해진다. 숏폼 플랫폼이 다양한 콘텐츠 공유의 장에서 양산형 콘텐츠의 전시장으로 변해간다. 악화가 양화를 구축한다는 말처럼 자극적 콘텐츠는 특색있는 영상들의 노출 가능성을 떨어뜨린다. 게다가 현행 쇼츠 방식은 사용자의 관심 분야에 기반을 둔 영상보다는 썸네일과 제목, 내용의 자극성을 바탕으로 추천이 집중되고 있다. 일반 영상처럼 마음에 들지 않는 영상에 대해 ‘관심 없음’이나 ‘채널 추천하지 않기’를 통해 의견을 반영하기는 어려운 구조다. 단지 혐오스러운 영상을 올리는 채널에 대한 차단이나 제한적 방법을 통해 피하는 방법뿐이며, 이마저도 사용자의 선호를 영상 추천에 온전히 반영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저작권 침해도 심각하다. ‘쇼츠 동영상 샘플링 권한’을 영상 제작자 동의 없이 모든 영상에 허용시킨 유튜브 시스템의 영향이 크다. 쇼츠 샘플링 권한은 자신의 영상을 다른 쇼츠 영상에 사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권한인데, 유튜브 시스템상 기본값이 허용으로 지정돼있어 이를 의식하지 않고는 불법 퍼가기(이하 불펌)의 대상이 되기 쉽다. 일반 영상에서 5초 이상 음원이 겹친다면 ‘노란 딱지’나 ‘빨간 딱지’를 매겨 영상을 규제하는, 일명 저작권 수호자로 알려진 유튜브의 또 다른 모습이다.

누군가는 베타 서비스로 운영되는 쇼츠 기능이 수익 창출을 거의 할 수 없게 막아놓았기에 불펌 영상이 문제없다고 말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이들은 불펌 영상과 관련된 상품을 댓글로 홍보하며, 이 과정에서 수수료를 챙겨간다. 쿠팡 파트너스 활동이라는 이름으로 쇼츠 영상에서 행해지는 광고들이 대표적이다. 이들이 불펌을 통해 수익을 취하고 있음에도 유튜브는 쇼츠의 흥행을 위해, 정말 별다른 제재도 가하지 않는다. 틱톡에서도 제기됐던 낮은 저작권 의식이 유튜브에서도 재현되는 것이다.

글 도입부에서 던졌던 질문을 다시 생각해보자. 짧은 동영상은 제작자의 무궁무진한 상상력과의 조합을 통해 얼마든지 창의적인 내용을 간결하게 전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런 긍정적 기능이 유튜브의 전략적 묵인으로 인해 훼손되고 있는 것 같다. 앞으로 유튜브 쇼츠가 단지 시장 점유율만을 생각하는 데서 나아가 지속 가능한 플랫폼을 구상할 수 있길 바란다.

 

이승준 기자
lesn@korea.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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